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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진눈깨비
작가 : SUPLIF
작품등록일 : 2019.9.1

후회없는 삶을 살고 싶은 주인공, 어느 순간부터 날씨는 이 소원을 들어주게 된다.

 
급속 냉각 (下)
작성일 : 19-09-09 00:00     조회 : 269     추천 : 0     분량 : 2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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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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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스에서 내렸다.

  바람이 불었다. 바람이 나의 손을 스쳤다.

  바람이 불었다. 바람이 공서진의 머리카락을 스쳤다.

  바다라서 그런지 바람이 세다.

  우리 호텔에 도착하였다.

  들어오자마자 목욕탕으로 갔다.

  나 혼자다. 이번 년도에 있었던 일 중에 가장 행복하다. 이 얼마만의 혼자인가.

  탕에 들어갔다. 몸이 녹아내린다. 양 팔을 등 뒤의 바닥에 걸치고 사색에 빠졌다.

  오늘은 행복한 일이 많았다. 예전이었으면 의미도 흥미도 없는 수학여행이었을 텐데 이번은 다르다. 친구들과 웃으며 즐기며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느껴지는 불안감과 이 과분한 행복은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나에게 절대 찾아올 리가 없는 행복이 나에게 찾아왔다. 행복했지만 웃지 않았다. 슬펐지만 울지 않았다. 내가 변해간다는 것에 대해 행복했다. 내가 변해간다는 것에 대해 슬펐다.

  무언가가 달랐다. 행복과 슬픔의 이유가 동일한 이유조차 몰랐다.

  이 것 자체로 무언가가 달랐다.

  오늘 내가 보았던 것과 내가 생각해왔던 것이 달랐다.

  오늘의 나는 이전의 나와 달랐다.

  하지만 행복과 슬픔의 이유는 다르지 않았다.

  이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홀로 생각하는 내 머릿속이 평소와 달랐다.

  더 깊게 파고 들고, 끝까지 해결하려고 한다.

  행복하지만 웃지 않는 이유와 슬펐지만 울지 않는 이유를 찾으려고 애썼다.

  그 이유가 같은 이유를 찾으려고 애썼다.

  정답은 나오지 않았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반복해서 계산 해봐도 정답은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갔다.

  행복하지만 웃지 않은 이유를 생각하고 단순히 생각만으로 나온 정답들을 하나하나씩 제거해 나갔다.

  똑같은 방법으로 슬펐지만 울지 않은 이유들을 생각하고, 생각하여 나온 정답들을 하나하나씩 제거해 나갔다.

  허나 내가 던진 질문에 대한 정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렇다면 그때 느꼈던 건 단순한 감정이라며 넘겨짚을 수 있는 가? 아니다. 절대 그럴 수 없다. 행복이 나에게 찾아온 것에는 분명 이유가 있다. 하지만 그것을 지금의 나로서는 찾아 낼 수 없다.

  행복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나에게, 자신이 느꼈던 감정들의 이름조차 알지 못하는 나에게 앞으로의 미래나 계획은 필요 없는 존재이다.

  내가 느낀 건 감정을 이루는 기본적인 요소들이다. 슬픔, 기쁨, 공허함, 이 세 개만 있다면 감정들은 쉽게 만들어 진다.

  하지만 난 내가 느낀 슬픔의 이유를 모른다. 어느 순간에 느껴진 감정인지도 모른다.

  눈이 따가웠다.

  몸이 뜨거웠다.

  눈물이 흘렀다.

  눈물이 흘렀지만 슬프지 않았다.

  하지만 눈물이 나를 슬프게 만들었다.

  이건 절대 단순하게 느껴진 감정이 아니다.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드르륵, 하고 문이 열렸다.

  김지민이 몸에 수건을 두르고 들어왔다.

  눈물을 감추기 위해 급하게 세수를 했다.

  김지민이 말을 걸었다.

 

  “아직도 그러고 앉아 있어?”

 

  “응 기분 좋아서”

 

  기분이 좋다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난 기분이 좋으면 안 되는 녀석이다.

 

  “또 현기증 나는 거 아니야?”

 

  “괜찮아 그럼 니가 옮겨주겠지”

 

  난 남에게 의지를 하면 안 되는 녀석이다.

 

  “그나저나 오늘 진짜 재밌었지~ 지겨운 공부에서 벗어나서 행복했어~”

 

  “응 나도”

 

  하지만 난 행복해져서는 안 되는 녀석이다.

  오랜만에 그때 일이 떠올랐다.

  난 늘 왕따를 당해 맞고 다니기를 반복했다. 학교에 들어가면 일단 다른 아이들이 가방을 벗겼다. 그러곤 교실 뒤에 책상이 없는 공간으로 끌고 가서 밟았다. 실내화를 신고 있어서 별로 아프진 않았다. 그 뒤로도 화장실에 가면 물벼락을 맞기도 했고 운동장에서는 넘어뜨려서 모래를 막 던지기도 했다. 하지만 난 웃고 있었다. 행복하지도 않으면서 오히려 슬프면서 웃고 있었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그렇게 난 맞고 다니면서도 웃고 있었던 탓에 선생님들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선생님들은 내가 왕따를 당하는지 몰랐다. 전부 얘기를 해줘도 믿지 않았다. 내가 행복한 줄 알았나보다.

  그 날부터 난 행복하지 않아도 웃지 않았고, 행복해도 웃지 않았다.

  그래서 난 감정에 무뎌졌고 잘 느끼지 못하게 되었다.

  초등학생 때부터 중학생까지의, 잃어버린 내 9년을 보답 받을 때 까지 난,

  행복하지 않을 것이다.

  행복할 수 없다.

  행복을 알 수 없다.

  결론은 난 행복해져서는 안 되는 녀석이라는 것이다.

  내가 진심으로 웃으며 행복해 지는 순간, 나의 9년을 보답 받은 것이다.

 

  “이제 나갈까?”

 

  김지민이 나의 행복론을 방해했다.

  생각해보니 한참 있었던 것 같다.

 

  “그래야겠네”

 

  몸을 씻고 옷을 입었다.

  목욕탕 문을 열고 나왔다.

  옆에 있는 여탕에서 문이 열렸다.

  공서진이 눈앞에서 수건으로 머리를 말리고 있었다.

  머리가 엄청 길다. 저거 말리는 데 한참 걸릴 것 같다.

  어느덧 취침시간이 되었다.

  점호가 끝나고 공서진이 우리 방으로 왔다.

  가위바위보에 져서 우리 방에서 자기로 한 애는 이미 다른 방에 가있었다.

  그렇게 공서진, 김지민, 안수호, 내가 한 방에 모였다.

  조커 뽑기를 해서 진 사람이 매점에서 음료수를 사오기로 했다.

  패를 나눴다. 나한테 조커가 있다. 패가 두 장이 남을 때까지 조커가 나에게 있었다.

  나와 안수호만 남고 나머지는 다 통과했다.

  안수호가 말했다.

 

  “이거 조커 있는 거 맞아?”

 

  라며 내 패에서 조커를 뽑아갔다.

 

  “맞네...”

 

  이제 50% 확률이다. 왼쪽에 있는 걸 골랐다.

  조커다.

  그렇게 내가 졌다.

  난 매점에 가서 음료수와 과자를 한 봉지 샀다.

  그리고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불을 켰다.

  전부 침대에 올라가서 자고 있다.

  물론 공서진은 또 내 침대에서 자고 있다.

  난 또 바닥에서 자야겠다.

  싱크대 앞에 있는 식탁에 앉아서 아까 했던 생각을 했다.

  난 행복 할 수 없다.

  웃지 않으면, 울지 않으면, 기쁘지 않으면, 슬프지 않으면, 아프지 않으면,

  행복해 질 수 없다.

  이게 내가 내린 '내가 행복해 질 수 있는 방법'의 정론이다.

 
작가의 말
 

 안녕하세요 진눈깨비 작가 SUPLIF입니다. 이번편은 주인공의 속마음을 적은 편입니다. 재밌게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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