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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하얀세계
작가 : 린키나
작품등록일 : 2019.9.3

잠에서 깨어나 보니 처음 보는 방 안에 있다?

벽도 바닥도 천장도 온통 하얀 방. 그리고 굳게 닫혀 있는 철문.

방 안에 낯선 사람의 목소리가 울리고, 그때부터 서로를 죽이는 살육게임이 시작되었다.

 
두 번째 게임(1)
작성일 : 19-09-08 22:59     조회 : 236     추천 : 0     분량 : 5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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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두 번째 게임의 룰을 설명하지.]

 

  철문은 아직 열리지 않았다. 룰의 내용이 꽤 긴 걸까? 귀를 쫑긋 세워 남자의 말에 집중했다. 무슨 난관이든 반드시 헤쳐 나갈 것이다.

 

 [게임 룸에는 세 가지 색으로 구성된 말판이 있다. 그리고 플레이어에게는 각각 네 종류의 말이 지급되지. 참가자들은 플레이어이자 말이기도 해. 다시 말해, 말판에 존재하는 말은 총 다섯이다.]

 

  게임을 하는 주최이자 대상이기도 하다? 역시 이번에도 죽고 죽이는 게임이 될 가능성이 높다.

 

  불길한 예감은 적중했다.

 

 [우리들은 이것을 실사 체스라고 부른다. 쉽게 말해, 체스와 비슷한 부분이 많아. 네 종류의 말은 각각 전사, 마법사, 도적, 궁수로 부르며 너희들은 왕이 된다. 승리 조건은 상대 왕을 죽일 것. 그 외의 선택지는 없어. 지난번에는 미꾸라지 같은 놈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그럴 수 없을 거야. 탈락은 곧 죽음이거든, 크크크.]

 

  내 이야기 군.

  그의 말을 머릿속에 넣으며 냉소했다.

 

 [전사는 체스에서의 폰이다. 단 첫 턴에 두 칸 전진할 수는 없어. 도적은 나이트. 말판이 체스판보다 작기 때문에 전후좌우 한 칸에 대각선 한 칸 정도까지만 움직인다. 궁수와 마법사는 달라.]

 

  그는 다시 말했다.

 

 [궁수는 전 방향 두 칸의 공격 범위를 가진다. 왕이 움직일 수 있는 범위의 두 배가 공격 범위라고 할 수 있지. 움직이는 건 왕과 같아. 그리고 마법사는ㅡ]

 

  차가운 웃음이 방 안을 흔들었다. 이미 기존의 체스 룰과는 많이 다르다. 아직까지 말판의 색이 셋이나 되는 이유가 나오지는 않았다. 이 타이밍에서 저런 반응을 보인다면, 틀림없이 마법사가 그것과 관계가 있을 거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조금 전에 비해 한층 더 힘이 들어간 목소리로 설명했다.

 

 [마법사는 최강의 말이다. 말판에서 붉은색으로 표시된 모든 판에 움직일 수 있어. 다른 색에는 들어가지 못하지만 가장 가까운 검은색 말판을 공격할 수 있지. 더불어 가장 먼 하얀색 칸도 공격할 수 있어. 이해가 되려나? 크크, 머리 나쁜 너희들에게는 너무 어렵지?]

 

  말판은 어떻게 생겨 먹은 거지? 얼핏 들은 것으로는 쉽사리 대칭 구조가 떠오르지 않는데.

 

 [전사는 총 넷. 도적은 셋. 궁수는 둘. 마법사는 하나가 주어지지. 마지막으로 전사에게는 특별한 룰이 있다. 너희들 폰의 승급에 대해 알고 있어?]

 

  체스의 양식이나 지역마다 다르지만 알고 있다. 상대편 진영의 끝까지 도달하면 폰은 다른 말로 바꿀 수 있게 된다. 고대 티무르 왕이 고안한 체스에서는 폰이 왕자가 되어 왕이 두 명이 되는 경우도 있었지.

 

  잘 아는 분야는 아니지만 심심풀이로 몇 번 즐겼던 적이 있다. 대부분의 게임은 강한 편이라 관계는 없지만 이 하얀 세계에서의 게임은 그게 다가 아닐 것이다.

 

  특수한 능력. 개인마다 주어진 그 아이덴티티가 생사를 좌우하는 열쇠가 될 거다.

 

 [바로 그 승급이 전사에게도 이루어진다. 다만 전사는 다른 말로 바뀌는 게 아니야. 용사라는 새로운 말이 되어 버리지.]

 

  용사라.

  판타지 전설 같은 이야기다.

 

 [듣고 놀라지 마라. 용사는 모든 칸을 자기 마음대로 다닐 수 있어.]

 ‘완전히 사기 스펙이군.’

 [말은 움직인 턴에 공격할 수 있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야. 그래도 유리한 위치를 내주면 위협적인 건 변함이 없지만. 세세한 질문은 게임 룸에서 받도록 하지.]

 

  남자는 가볍게 떠들어대며 웃었다. 이쪽은 목숨이 걸려 있지만 저 자의 태도는 진심으로 유희를 즐기는 것으로 보인다.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자 그럼 시작!]

 

 

 

 

 

  이동한 방은 지난번처럼 큰 공간이었다. 참 신기한 일이다. 똑같은 복도를 지나 똑같은 방에 들어왔는데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 일주일 사이에 준비를 한 걸까?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방에 들어섰다.

 

  말판은 듣던 대로다. 어떻게 대칭이 되어 있는지도 곧바로 이해되었다. 검은색 발판은 마치 강처럼 중앙에 길게 포진해 있었고, 나머지는 체스판처럼 붉은색과 하얀색의 발판이 엇갈려 있다.

 

  가로 7. 세로 5. 그리고 왕이 있을 맨 뒤의 단독 검은색 칸.

 

 ‘과연.’

 

  마법사가 최강이라 한 이유는 알겠다. 처음 한 번의 움직임만으로도 체크메이트를 가져갈 수 있는 구조다. 도적도 위협적일 것이다. 그를 위해 궁수를 좌우에 배치해야만 한다.

 

  그것이 기본 포지션.

  그렇다면 오픈을 위해 전사를 움직이는 것도 신중히 해야 한다.

 

 ‘중앙의 검은 구역이 강처럼 되어 있군. 이건 확실히 작은 전장이다. 하나밖에 없는 마법사를 중심으로 하느냐, 셋이나 되는 도적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주 전술이 되겠네. 그게 아니라면…….’

 

  전사를 용사로 승급시키는 것도 방법 중 하나겠지.

 

  천장에는 커다란 시계가 떠있었다. 디지털이다. 표기되고 있는 액정이나 지지대도 없이, 숫자만 덩그러니 떠있다. 새삼 이 괴이한 곳의 기술력에 놀랐다.

 

 ‘카운터겠지? 간격은 5분이군.’

 [자, 그럼 싸울 말들을 등장시켜 볼까!]

 

  신명 나게 외친 남자의 말에 맞춰 비어 있던 말판에 말들이 생성되었다. 동공이 저절로 확대되었다. 살아있다. 살아있는 인간들이 ‘말’이라는 형태로 나타난 것이다.

 

 “으으, 살려줘.”

 “제발 죽이지 마.”

 “이번에는 꼭 살아남는다!”

 

  그들은 이 게임에 익숙했는지 각기 다른 각오와 감상을 늘어놓았다. 그러나 우왕좌왕하고 있는 그들에게 계속 눈길을 줄 수는 없었다. 내 앞에도 무언가 계기판 같은 것이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이 필드의 작은 모형이었다. 방금 등장한 말들이 그곳에 위치해 있는 것으로 보아, 어떤 용도로 사용되는 것인지 금세 알 수 있었다.

 

 ‘우선 배치를 해야겠지.’

 

  그들을 돌아보고 격려할 여유는 없다.

 

  묵묵히 내 의사대로 말들을 배치했다.

  건너에 나타난 상대방 역시 같은 생각인 모양이다.

 

  신기하게도 우리가 배치한 모형 그대로 사람들이 움직였다. 자의로 움직이는 것은 아닐 거다. 마리오네트처럼 삐걱거리며 움직인다. 어떤 제약을 받고 있는 게 분명했다.

 

  그들은 각기 검과 방패, 활, 지팡이 따위로 무장하고 있었다. 알기 쉬운 디자인이다.

 

 ‘악취미야. 더러운 놈들…….’

 

  주최 측에 대한 원망으로 그들의 위로를 대신했다. 어쩔 수 없다. 여기서 이겨야 해. 이겨서 살아남아야 한다.

 

  상대방은 상당한 연륜이 느껴지는 중년의 남성이었다. 그는 무뚝뚝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며 일전을 준비했다.

 

  마침내 카운터가 시작되었다.

 

 [좌표는 보드에 나와 있지? 한 번 잘 해보라고~. 그럼 선공을 정해 볼까?]

 

  남자의 말에 시계에서 한 줄기 빛이 쏟아져 내렸다. 그것은 나이트클럽의 조명처럼 빠르게 움직인다. 침을 꿀꺽 삼켰다. 아무래도 먼저 두는 쪽이 조금 더 유리할 수 있다. 후공은 선공의 오픈에 따라 방향성에 제약을 받으니까. 하지만 이 게임은…….

 

  만일 내 예상이 맞는다면 이건 그 외에도 공략 포인트가 존재한다.

 

  슉, 슉, 슉.

  빠르게 움직이던 빛은 상대방의 머리 위에서 멈췄다.

  저 남자가 선공이라는 뜻이다.

 

 “B-2 도적, D-3의 전사를 공격.”

 “으아아!”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적 도적이 달려들었다. 손을 쓸 틈도 없이 내 쪽의 도적이 쓰러진다. 날카로운 비명이 울렸다.

 

 ‘젠장, 진짜로 죽이는 게임이군.’

 

  것보다 주의 깊게 볼 건 상대의 전술이다. 남자는 도적 중심으로 게임을 풀어 가기로 한 거다. 그건 나름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마법사나 용사도 움직인 턴에 ‘반드시’ 공격이 되는 게 아니라면 비교적 안정적이면서도 공격력이 강한 도적을 운용하는 게 정답이다.

 

 “E-3의 궁수로 D-3 도적 처치. D-6의 도적으로 B-7 전사를 공격.”

 “좋아, 간닷!”

 

  기세 좋게 달려간 도적은 상대 전사의 명치를 단검으로 쑤셨다. 기분 나쁜 소리와 함께 피가 사방으로 튄다.

 

 “크윽!”

 

  전사는 힘없이 쓰러져 사라졌다.

 

 “B-4 도적, D-5 전사 공격.”

 “커억!”

 “E-5 궁수, D-5 도적 처치, B-7 도적 A-5 궁수 공격.”

 “악!”

 

  서로 도적을 움직인 것 까지는 같았지만 판이 바뀌었다. 안쪽에 진입한 내 도적을 제압하지 않고 같은 짓을 반복한다. 왜지? 저러면 궁수에게 죽을 뿐이다. 애꿎은 도적만 날리면서 뭘 노리는 걸까.

 

  이렇게 되면 도적 중심이 아니다. 귀한 말을 전사와 바꾸면서까지 내 라인을 무너뜨릴만한 이유가 있을까. 깊숙이 들어간 도적을 방치해둔 채? 궁수는 수비의 핵심이다. 그게 무너지면 후반에 힘들어진다.

 

  그 때, 상대의 한 쪽 입꼬리가 미세하게 올라갔다.

 

 “A-3 궁수 B-4로 이동. 그리고 A-5에 들어온 건방진 도적은.”

 

  남자는 천천히 건너갔다. 나와 자신이 지휘하고 있는 왕의 발판에서 A-5로. 내 도적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러나 움직일 수 없다. 뻣뻣하게 굳어 있는 그의 손에서 단검을 뺏어든 남자는 날 한 번 흘깃 쳐다보더니 이내 그것을 휘둘렀다.

 

 “끄아악!”

 

  젠장, 이걸 단순한 게임 정도로 생각하는 건가? 오래 갇혀 있어서 정신이 무너졌나?

 

  주저 없이 도적을 베어버린 그의 행위에 치가 떨렸다.

 

 “자, 슬슬 승부를 내 볼까? 필드는 내 소유나 다름없으니까.”

 

  그의 노림수가 뭔지 알겠다. 정 중앙에 배치된 궁수. 사정거리 2라는 압도적인 리치로 내 전사를 전부 죽일 거다. 그 다음에는 궁수겠지. 제법이다. 궁수도 공격용으로 쓸 수 있다는 것을 잘 활용하고 있다.

 

  그래도 안타깝다. 저런 방식으로는 결코 날 이길 수 없다.

 

 “D-4의 도적으로 B-3의 전사 공격.”

 “크하하, 애송이 녀석! 그럼 이제 이 도적은 어떻게 될까? B-4의 궁수로 B-3 도적 처치. 그리고 나는 다시 뒤로 후퇴. 으흐흐.”

 

  그의 작전은 꽤 쓸만했다. 궁수를 중앙에 배치함으로써 요새와 같은 견고함을 만들어내고 원거리에서부터 적을 압박해 들어가는 전술. 하지만 내 노림수는 아직 들키지 않았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승부는 갈린 것과 다름없다.

 

 “……E-1 마법사.”

 

  그의 한쪽 눈썹이 꿈틀거렸다.

 

 “궁수를 잡으려는 거냐? 그게 아니면 왕을 바로? 마법사는 강하지만 반드시 공격하지는 않는다고 했었지. 즉, 저건 기동력만 좋은 녀석이다! 결정타를 먹일 수는 없어. 그렇게 사기적인 말이 존재하는 게임이 있을 리 없지 않냐, 이 바보 녀석. 크하하~!”

 “둘 다 아니야. 내가 원하는 곳은ㅡ”

 

  보드의 한 지점으로 마법사를 움직였다.

 

 “B-7로 이동. A-7의 마법사를 공격.”

 “뭐, 뭐야?”

 “이야앗!”

 

  순식간에 순간이동한 내 마법사가 지팡이를 휘둘렀다.

  강력한 불꽃이 일어나더니 삽시간에 적을 태워버린다.

 

  적 마법사는 공포에 질린 얼굴로 잿더미가 되어 버렸다. 귀청 떨어질 만치 쩌렁쩌렁한 비명을 질러대며. 그 통에 가까스로 노림수에 도달했음에도 진땀이 났다.

 

 ‘정말 최악의 게임이군.’

 

  진짜 사람이든 환각이든 기분 더러운 것은 어쩔 수 없다.

 

  내 히든카드는 마법사가 아니다. 이 포석은 그걸 위한 장치다. 하지만 이제 남자의 눈에는 마법사만 보일 것이다. 본인의 모든 전사들을 움직여서라도 서둘러 발리스타 같은 공격으로 내 본진을 무너뜨리겠지.

 

 “B, B-5 전사 전진!”

 

  예상이 들어맞았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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