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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길을 찾는 사람들
작가 : 고비사리
작품등록일 : 2019.9.4

신화와 괴물들, 패권다툼이 만연한 흉악한 세상
사연있는 사람들이 세상속을 헤쳐나가는 이야기!

 
모든 인연은 기묘한 데가 있다. (3)
작성일 : 19-09-08 21:44     조회 : 221     추천 : 0     분량 : 4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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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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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간 답답한 마음에 멜리가 머리를 거칠게 헝클더니 테이블에 걸터앉아 고개를 뒤로 젖히고 발을 까딱거렸다. 그녀는 얼마 지나지 않아 테이블에서 내려오더니 타리하와 마주섰다.

 

  “부대장이 날 주웠을 때를 생각하면, 도와줘야 않을까요?”

 

  “……이러니 저러니 해도 공식적인 대장은 너다. 내가 네 결정을 번복하진 않는다.”

 

  “임시지만.”

 

  멜리가 한마디 덧붙이며 혓바닥을 살짝 내밀고 미소 지었다. 타리하는 그 표정이 괘씸했는지 혀를 한번 찼다. 그는 못내 불안했는지 셰피에게 한가지 부탁했다.

 

  “이번 휴가 때 고향에 잠시 들러 볼 계획이었지?”

 

  “그렇습니다.”

 

 셰피는 멜리보다 타리하에게 깍듯한 태도를 취했다. 그가 연장자인 탓도 있겠지만 그녀의 표정에선 경의마저 느껴졌다.

 

  “그럼 한가지 부탁하겠네, 서한을 한 장 써줄 테니 되도록 빨리 배달부에게 부탁해주게, 원래 내가 직접 본부로 가야하는 일이었지만…… 사무소에 들러 봉인을 찍어 보내면 별 문제 없겠지.”

 

  “알겠습니다.”

 

  짧게 대답하며 머리를 잠시 숙였을 뿐이지만 그것 만으로 믿음이 가는 사람이었다. 타리하는 그렇게 본인의 일을 떠넘기더니 멜리를 바라봤다.

 

  “그 일엔 나도 따라가겠다. 다른 지역도 아니고 여태 가본 적 없을 터인 갈드 땅이라면 너와 라쿠 둘만 보내기엔 걱정되지, 그리고 자네.”

 

  “예?”

 

  갑자기 화살이 사이에게 날아갔다. 천적을 만난 토끼처럼 화들짝 놀라는 그에게 타리하는 주름을 매만지며 물었다.

 

  “우리 셋을 고용한다면 하루에 매그나 금화 한 닢을 내야 하네. 우선 지불할 능력이 되는지 알고 싶군.”

 

  아무리 봐도 사이의 겉모습은 빈곤한 떠돌이 인지라 누구나 의심할 만한 상황이었다. 본인이 대금은 얼마든지 지불할 수 있다고 공언했기에 그런가보다 했지만 해도 혹여나 싶은 의문이 남아있는 것이다.

 

  “아, 여기 있습니다.”

 

  그는 허리춤의 주머니를 풀었다. 그는 손을 집어넣더니 금화 서른개를 꺼내 건넸다. 막대한 돈이었다. 벌기도 어려울뿐더러 들고 다닐 액수가 아니었다.

 

  “우선 한달치를 드리겠습니다. 나머지는 일의 경과를 봐서 드리도록 하죠.”

 

  “…….뭐 됐어, 안그래도 오늘 도시를 떠날 생각이었으니 채비를 마치고 정오에 출발하겠다. 멜리는 짐을 미리 챙겨줘 난 시장에 다녀 올게.”

 

  타리하는 남몰래 한숨을 쉬더니 그가 내미는 돈을 받아 들었다. 멜리에게 당부를 전하고 건물 밖으로 나가자 멜리는 느닷없이 사이에게 핀잔을 주었다.

 

 “돈이 많아 보이네?”

 

  사이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눈치였다.

 

 “낯선 사람한테 의심도 없이 선금 지불을 하질 않나, 가지고 있는 재산을 까발리질 않나, 우리를 알고 신뢰하는 고객도 그것보다는 조심스러울 걸? 우리가 무장강도면 어쩌려고?”

 

  그녀에게 한 소리 듣고 나니 깨닫는 바가 있었는지 사이는 시선을 마주치지 못하고 돌려버렸다. 그 시선을 굳이 따라가 눈맞추며 멜리는 이어 말했다.

 

 “사연이 있으신 몸인 건 알겠지만 그런 만큼 좀 조심하며 다니라고, 길거리에서 객사하는 사람이야 차고 넘쳤지만 그 멍청한 대열에 합류하고 싶지는 않겠지? 꼭 착한 사람들만 조난자를 구해주지 않아, 세상엔 아주 불순하고 망측한 의도로 도와주는 사람이 더러 있다고. 하여튼, 이번엔 다행인 줄 알아.”

 

 “조언 감사합니다.”

 

 “그래!”

 

  멜리는 그렇게 소리치더니 일행의 짐을 모아 수레에 싸매기 시작했다. 그들에겐 두 필의 말이 있었다. 산중에서는 타지 않았으나 도시를 이동할 때는 수레에 연결해 마차처럼 몰았다. 그녀는 여관 마구간에서 말을 한 필 꺼내더니 셰피를 불렀다.

 

 “어차피 먼저 출발할거지? 얘를 타고 가, 임무 중에 짐이 팍 줄었으니 우린 한 필로도 어찌저찌 돼.”

 

 “알겠습니다.”

 

  언제나 같은 단답 후 긴 침묵이 머물렀다. 평소 같았으면 그녀는 홀로 짐을 챙겨 떠났겠지만, 여느 때와는 달리 할말이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정말 그 꼬마를 도우실 겁니까?”

 

 “꼬마라니, 내또래로 보이던데…….”

 

 “대장도 아직 꼬마입니다.”

 

 “엑, 하여튼 도와주는 것도 아니야 의뢰를 받았으니 수행할 뿐이지.”

 

  멜리의 대답에 셰피는 물끄러미 마주볼 뿐이었다. 그녀의 생각을 알 수는 없었지만 지금 멜리의 대답으로 만족하지 못했음은 확실했다.

 

  “왜 불만이라도 있어?”

 

  “타리하 부대장이 동행한다면 저도 걱정은 없습니다만…….”

 

  말 안장에 짐을 묶다 말고 그녀는 멜리에게 손을 뻗었다. 현격한 키 차이 때문에 그녀가 허리를 좀 숙여야 했지만 그녀의 손은 멜리의 볼을 집을 수 있었다. 엄지와 검지 틈에 볼살을 끼우고 주무르며 그녀는 나직이 근심을 표했다. 이 순간만큼은 직무를 떠나서 친언니처럼 다정한 표정이었다.

 

  “조심하셔야 합니다. 가을 약속은 지켜야지 않겠습니까.”

 

  “작년 가을? 축제를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지?”

 

 눈앞의 과묵한 숙녀는 대답이 없었다. 멜리는 미소를 지으며 얘기를 이었다.

 

  “작년까지는 고용된 몸이라 움직이질 못했으니까, 뭐 사람 찾는 일인데 별일 있겠어? 금방 마치고 돌아갈거야.”

 

  “그럼 가보겠습니다. 언제나 명예로우시기를.”

 

  “뭘 그리 거창하게, 귀향길 무탈하길 빌게.”

 

 작은 인사말을 나누고 그녀는 홀로 말을 타고 여관을 떠났다. 골목길을 지나 사람들 틈바구니 사이로 사라질 때까지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멜리는 여관 안으로 들어갔다. 로비엔 투숙객 대부분이 떠나고 라쿠와 사이만이 남아있었다. 둘은 뭐 그리 할 얘기가 많은지 연신 떠들고 있었다. 대부분이 서로 길을 떠돌며 본 쓰잘데 없는 내용이었다. 멜리는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문득 물었다.

 

  “근데 더 챙길 건 없지? 부대장이 돌아오면 바로 떠날 수 있게 준비해 두자고.”

 

  “챙길 것도 없습니다. 저는 제 몸 하나가 전부니까요.”

 

  “그럼 바로 출발하면 되겠군.”

 

  때마침 시장에 나갔던 타리하가 도착했다. 끈으로 엮은 식량 한아름과 돼지기름 한통도 짊어진 채 들어 오려니 입구가 비좁았다.

 

  “아 들어올 필요 없어요, 짐은 다 실어 뒀으니 그냥 그대로 수레에 싣고 떠나면 돼요.”

 

  “그렇군, 구체적인 행선지는 정했나?”

 

  “에 그야 아까 부대장이 대공동에서 데몰레니스를 만나면 된다고 했잖아요? 그래서 대공동으로 가려고 했는데.”

 

  “그래서 멜리는 그 대공동이 어디 있는지 아느냐는 말이지.”

 

  “그야 모르죠, 난 안 가봤으니까요.”

 

  그 당당한 태도에 타리하는 한숨을 쉬었다. 저 소년을 구해낸 다음부터 묘하게 한숨이 늘어간다고 생각했지만, 이내 머릿속에서 지우고 계획을 세웠다.

 

  “말은 한 마리뿐이니 수레를 끌게 하고, 우린 도보로 가게 될 거야. 대공동은 이피아 시로부터 서쪽 삼림지대를 쭉 뚫고 스파인(Spine) 산맥까지 가야 한다. 거대한 동혈을 찾으면 돼. 나도 잘 모르는 장소라 길잡이를 찾아야 되는데……. 시내에서 한 명 구해 봐야겠다.”

 

  “길잡이?”

 

  “도시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이피아시는 도시 밖에 농장이나 제분소등 장소가 난잡하게 흩어져 있어서, 외지인들을 상대로한 길잡이들이 있다. 말은 길잡이지만 사실 괴물이나 산적이 출몰하기도 하니까 도시 성벽 외부를 다닐 때 호위해주는 일을 주로 하지. 블루니들에 공인받지 않은 불법 용병이라고 할 수도 있겠군.”

 

  “으음, 우린 정말 길을 찾아야 하니 그런 사람이 필요하다는 거군요? 용병이 용병을 쓰다니…….”

 

  “그래, 일단 대로변으로 가보자, 아까 시장을 돌면서 물어보니 대로변에서 과일장사하는 집을 찾으면 된다더군.”

 

  일행은 과일가게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가게 밖 햇볕 아래에 가판대를 늘어놓고는 과일들을 팔고 있으니 눈에 띄었다. 독특하게 생과는 하나도 없고 말린 과일을 팔고 있었다. 타리하는 말 고삐를 라쿠에게 넘기더니 가게 앞에 서있는 사내에게 다가가 물었다.

 

  “여기 길잡이 존이 있다고 들었는데, 본인이십니까?”

 

  “아아, 내 손님인 줄 알았더니 아들내미 손님이었군, 그 놈이라면 저쪽이다.”

 

  가게 주인은 길잡이의 아버지인듯 귀찮은 제스쳐로 가판대 한쪽을 가리켰다. 거기엔 상품으로 내놓은 과일 조각을 주워 질겅거리는 젊은 청년이 있었다. 머리칼이 검은 편이었으나 나이에 비해 새치가 매우 많아 눈에 띄었다.

 

  “여어, 손님이신가? 때마침 오늘은 일이 없으니 어디든 신속히 안내해 드리지.”

 

  “때마침 같은 소리하고 있네, 네놈은 항상 일이 없잖냐.”

 

  “씁, 매출에 악영향을 주는 뜬소문은 퍼뜨리지 말라고 아버지. 그래서 손님들의 행선지는 어디신가?”

 

  “우리는 드멀지 대공동에 가려는 사람들이네, 안내해 줄 수 있는가?”

 

 
작가의 말
 

 모두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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