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고양이울음
작가 : beenjin
작품등록일 : 2019.9.7

 
2.그녀의 이야기
작성일 : 19-09-08 16:53     조회 : 242     추천 : 0     분량 : 2525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2.그녀의 이야기

 비가 올 거 같으면, 고양이는 운다.

 우리 집 앞의 산 고양이들은 늘 그랬다.

 나는 귀가 들리지 않아, 고양이들이 울고 있는 건지 아닌지는 모른다.

 하지만, 고양이들은 비가 오기 전 항상, 나의 집 앞에 모여, 고개를 들고 입을 벌리기 시작한다.

 입이 벌어지고 고양이들의 송곳니가 보이면, 그것이 고양이들이 우는 것이다. (귀가 들릴 때도 고양이들을 자주 보았었다.)

 그리고 이윽고 비는 내린다.

 고양이들의 행위는 마치 비를 내리게 하기 위해, 기우제를 지내는 것 같다.

 그렇게 우리 집 앞의 고양이들이 모여 기우제를 지내고, 비를 내리게 해주면, 나는 케케묵은 방 안에서 비옷을 꺼내 입고, 현관으로 나가 신발을 신고, 우산을 챙기고, 오랜만에 밖으로 나선다.

 귀가 들리지 않게 된 이후로는 집 밖을 나서는 게 무서워졌다.

 귀가 들리지 않은 상태로 사람들을 만나는 게 무서웠다.

 그들은 말을 하고, 나는 듣지 못한다.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지 못하는 게 나에게는 큰 공포였다.

 그들은 분명히 나의 귀가 들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비아냥을 하고 있을 것만 같았다.

 나는 사람들을 볼 용기를 잃어갔다.

 귀는 들리지 않았고, 사람들이 나를 보는 표정은 유독 차갑게 느껴졌다.

 그들은 물론 나를 걱정할 것이다.

 안쓰럽게 볼 것이다.

 나를 싫어했던 사람들은 나를 조롱할 것이다.

 나를 모르는 사람은 나에게 말을 걸었을 때 당황할 것이다.

 누구든 나를 긍정적으로 봐주는 사람은 이제 없다는 생각이 귀가 멀고 일주일쯤 뒤부터 나를 잠식해갔고, 나는 그런 사람들이 무서워 대인기피증이 왔다.

 아무도 보지 못했고, 보고 싶지 않았다.

 사람들의 얼굴은 제대로 인식되지 않았다.

 표정 또한 구분이 가지 않았다.

 어떤 사람이든 그들을 볼 때 나는 지독한 어지러움과 메스꺼움을 느꼈고, 그때부터 나는 방안으로 숨어들어갔다.

 방안은 어떠한 시선도 표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물론 방안이 답답하긴 했지만, 방의 밖에서 사람을 보며 느끼는 답답함 보다는 살 만했다.

 가끔 창밖의 풍경을 보았다.

 그걸로 바깥의 구경은 충분했다.

 방의 밖으로 나갈 용기는 도저히 나지 않았고 굳이 용기를 내어 사람들이 있는 밖으로 나가고 싶지도 않았다.

 나는 방안에 남아있으며, 가끔 방 밖의 풍경을 그리는 것 따위로 심심함을 달래곤 했다.

 그림을 한번 그리기 시작하면, 적어도 하루는 소비되니까.

 하루를 지독한 심심함으로부터 때울 수 있었다.

 자살까지도 생각했지만, 죽는 건 역시 두려웠다.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그 하루를 그저 그림을 그리며 넘기기 위해, 커튼을 잠시 열고 그림의 재료가 될 만한 것들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건물의 형태, 정수리만 보이는 사람들 (그들은 사람보다는 개미 같았다), 우리 집의 뒷산 (우리 집은 산 밑에 위치해 있어, 산이 매우 잘 보였다), 그리고 비둘기와 고양이들.

 모든 것을 자세히 관찰했다.

 저마다의 행동 패턴은 나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때로는 어떤 사람의 또는 어떤 동물의 행동 패턴에 빠져 그것을 관찰하느라고 그림을 미룬 적도 있다.

 머리가 반쯤 벗겨진 아저씨는 항상 등산복을 입고 산 밑 공원을 산책했다.

 그는 햇빛에 머리가 그대로 노출되어 머리가 상당히 뜨거워 보였다.

 그래서 그는 머리카락이 없는 민머리를 자주 만지작거렸다.

 저번에는 담배를 피우고 있는 와중 습관적으로 머리로 손을 올려 만지작거리다가, 담뱃재가 머리 위로 떨어져 당황한 적이 몇 번 보였다.

 이 대머리 아저씨는 자주 나타났고, 머리카락이 다 빠진 머리를 만지작거리는 행동은 나에게 자주 웃음을 주었다.

 고양이들의 비 오기 전 행동 패턴 또한 이런 관찰 속에서 얻은 것이다.

 그리고, 나는 비가 오면 사람들이 아무도 돌아다니지 않는 것 또한 알았다.

 나는 비가 올 동안 사람들이 몇 명이나 나올지를 세 보았다.

 1명도 없었다.

 대머리 아저씨 또한 비가 오는 날은 나오지 않았다.

 2일 뒤 고양이들이 또 울었다.

 그날 또한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나는 3번째 고양이가 울 때 용기를 내어 나가보았다.

 창밖의 풍경을 보는 것과 창밖에서 직접 느끼는 것은 차이가 크다는 것을 오랜만에 느꼈다.

 비를 가만히 우비와 우산 없이 맞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우산을 내리고 우비를 벗고 가만히 비를 맞았다.

 비가 온몸에 떨어지는 것을 오롯이 느꼈다.

 방 안에서 죽었던 온몸의 감각은 재빠르게 다시 살아나는듯했다.

 청각의 손실로 뒤틀렸던, 감정과 신체는 생생히 살아있는 듯했다.

 방안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흥분감이 나의 몸을 덮었다.

 가슴은 뛰었고, 오랜만에 느껴 보는 감정이었다.

 비는 차가웠고, 나는 추웠지만, 그 조차도 좋았다.

 그렇게 한 5분쯤 비를 맞고 나는 집에 들어왔다.

 집에 들어와 현관에서 비가 젖은 옷을 벗고, 타월을 가져와 머리를 닦고, 온몸을 닦았다.

 그리고 따뜻한 물을 욕조에 받아 몸을 담갔다.

 30분쯤의 목욕 뒤 욕조에서 나와 따뜻한 차를 마시며, 비가 젖은 산을 구경했다.

 비에 젖은 산은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으며, 비의 느낌 때문인지 푸르게 느껴졌다.

 푸르게 뒤덮인 산은 알 수 없는 정기를 내뿜고 있었으며, 안개로 뒤덮인 숲 속은 신비해 보였다.

 산의 나뭇잎들이 모두 젖어 산은 상쾌한 향기를 내뿜고 있었다.

 다음 비가 내릴 때는 산에 올라가 보아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양이는 바로 다음날 울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7 16.매듭(완결) 2019 / 11 / 10 210 0 1337   
16 15.숲의 끝 2019 / 11 / 10 231 0 4822   
15 14.길의 끝 2019 / 11 / 10 195 0 4478   
14 13.기억의 재구성 2019 / 11 / 10 214 0 5024   
13 12.붉은 실의 끝 2019 / 11 / 8 212 0 5106   
12 11.이름없는 여관의 입구 2019 / 11 / 8 229 0 4579   
11 10.돌의 초석 2019 / 11 / 7 229 0 5318   
10 9.헛간 뒤 2019 / 11 / 6 203 0 4765   
9 8.오두막집 2019 / 11 / 5 223 0 4726   
8 7.입구로 향하는 길 2019 / 10 / 31 226 0 3847   
7 6.헛간을 태우는 변호사 2019 / 10 / 30 227 0 5133   
6 5.꺾이는 길 2019 / 10 / 21 228 0 4441   
5 4.비가 오는 산 2019 / 9 / 27 206 0 5200   
4 3.이름없는 여관 2019 / 9 / 21 238 0 3824   
3 2.그녀의 이야기 2019 / 9 / 8 243 0 2525   
2 1.그의 이야기 2019 / 9 / 7 235 0 3909   
1 0.프롤로그 2019 / 9 / 7 408 0 972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