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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남과북
작가 : 플라다
작품등록일 : 2019.9.8

북한 최고위원이 된 석모.
남한 국정원 블랙요원이 된 미란.
남매의 운명처럼 남북의 운명이...

 
새로운 이름
작성일 : 19-09-08 15:42     조회 : 219     추천 : 0     분량 : 7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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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희수

 

 어느새 시간이 흘러 초등학교 6학년이 된 미란이 이제 보육원에서 가장 나이 많은 아이가 되었다.

 누군가 입양하려 할 때마다 미란이 어떻게든 입양가지 않으려 무진 애를 썼기 때문에 6학년이 되도록 입양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지만 이제 곧 중학교에 가야하기 때문에 보육원을 나가야하는 처지에서 입양을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이번에 또다시 네가 네 멋대로 굴고 입양이 안 되면 나는 너를 다른 기관으로 보낼 수밖에 없구나!”

 미란이 보육원에 남아 어른 한사람의 몫을 톡톡히 해내니 데리고 있는 것이 나쁘지 않았지만 원장도 이번만큼은 어떻게든 미란의 고집을 꺾어 입양 보내겠다고 결심했다.

 

 “우리는 조금 큰 여자 아이를 원해요. 너무 말귀를 못 알아들으면 곤란하거든요.”

 보육원에 아이를 입양하러 온 부부의 조건이 미란을 보기라도 한 것처럼 꼭 맞아 떨어지니 원장이 좋아한 것은 당연했다.

 “미란아, 너를 데리러 오신 분들이시다. 가서 말씀 잘 듣고 공부 열심히 하거라.”

 여자는 미란의 얼굴을 보는 둥 마는 둥 하고는 서류에 남자의 이름과 자신의 이름을 적었다.

 

 - 황충원. 정영자.

 

 원장은 미란의 의사와 상관없이 오늘 온 부부의 차에 미란을 강제로 떠밀다시피 태워 보냈다.

 원장이 미란의 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고는 차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눈물을 찍었다.

 “잘 살아야한다.”

 

 “우리 집은 항상 청결해야해. 난 불결한 곳에서는 잠시도 있을 수가 없거든.”

 미란을 입양한 여자가 앞자리에서 껌을 질겅질겅 씹으며 아직 차가 보육원을 빠져 나가기도 전에 미란을 향해 한 말이었다.

 “얘? 왜 대답이 없어? 청소를 깨끗이 해야 한다는 말이잖아? 이제부터 청소는 네 몫이야! 알았어?”

 “예.”

 미란이 생각지도 못한 얘기에 얼결에 대답을 하자 남자가 룸미러로 미란을 보고는 알 수 없는 표정을 짓다가 미란에게 물었다.

 “아, 참 너 음식은 잘 하니?”

 “잘하지는 못하지만 조금은.”

 “뭐야? 보육원에서 애들 교육을 어떻게 시키는 거야? 다 큰애한테 음식도 안 가르쳐서 내보내는 거야?”

 미란의 대답에 여자가 성질을 냈다.

 “자기야, 살살해. 살살.”

 “아니 나는. 보육원에서 애들 교육을 잘 안 시키니까.”

 “요즘 보육원이 어디 보육원이겠어? 배들이 부르니 무슨 교육을 시키겠어. 이제 우리가 부모니까 가정교육을 잘 시켜야지 않겠어?”

 남자가 입술을 내밀자 여자가 남자의 입술에 쪽 소리가 나도록 뽀뽀했다.

 미란이 덜컹 놀랐지만 내색 없이 얌전히 눈을 감았다.

 

 

 “얘. 일어나! 다 왔어!”

 미란은 아까 눈을 감은 채 있다가 잠시 잠이 들었는지 여자의 날카로운 목소리에 눈을 떴다.

 자동차가 멈춘 곳은 신림동의 한 허름한 빌라 앞이었다.

 “여기야. 이제 네가 살 곳!”

 “네.”

 미란이 큰 짐가방을 들고 계단을 올라가려 하자, 여자의 칼진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야, 이 바보야. 아래층이야. 아래층. 비백일호가 우리 집이야.”

 “네네.”

 미란이 다시 뒤로 돌아 계단 아래로 내려서자, 곰팡이 냄새가 확 덮치는 듯 했다.

 “야, 여기 열쇠야.”

 여자가 계단 아래로 고리가 달린 열쇠를 획 집어던졌다.

 “들어가서 깨끗이 청소해 놓고 기다려. 우리는 잠깐 맥주 한잔 하고 올 테니까.”

 “네.”

 미란이 짐을 들고 계단을 내려서 여자가 던진 열쇠를 집어 문을 여니 아까보다 더 축축한 곰팡이 냄새가 진동했다.

 겨우 벽을 더듬어 불을 켜니 사방에 술병과 안주 찌꺼기들이 난장판처럼 뒹굴었고, 옷가지들이 널려있어 도저히 발을 디디기 어려웠다.

 방 하나에 거실과 부엌이 있는 비좁은 집에서 도저히 미란은 자신의 짐을 어디에 풀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이건 정말 상상도 못했던 일이었다.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 참고참고 또 참지 울긴 왜 울어. 웃으면서 달려보자 푸른하늘. 푸른하늘 바라보며 노래하자.”

 미란은 겨레가 가르쳐 준 노래를 부르며 걸레를 들고 청소를 시작했다. 도저히 끝날 것 같지 않아보이던 청소가 몇 시간동안 쓸고 닦고 설거지를 하고 나니 조금 집 같아졌다.

 “아, 배고파.”

 생각해보니 아직 저녁도 먹지 못한 미란이었다.

 12시가 다 된 시각, 겨우 뒤져 라면을 하나 먹고 나니 피곤함이 몰려와 벽에 기댄 채 잠이 들었다.

 얼마간 잠이 들었는데 여자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 미란이 놀라 깨었다.

 “야, 너 내가 불결한 곳에서 있을 수 없다고 했어? 안했어?”

 여자는 술이 취했는지 혀가 꼬여있었다.

 “이걸 지금 청소라고 한 거야?”

 “죄송합니다.”

 미란은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모르지만 여자가 화를 내자 무조건 죄송하다고 할 수밖에 없었다.

 “자기야, 그냥 자자. 오늘은. 내일부터 군기 잡고 오늘은 자자.”

 “알았어.”

 남자의 말에 여자가 냉큼 대답을 하고는 함께 방으로 들어가 버리고 나니 미란은 어찌해야할지 몰라 멀뚱이 서 있었다.

 그때, 문이 확 열리며 여자가 문 앞에 이부자리를 털썩 내려놓으며 말했다.

 “오늘은 푹 자도록 해. 그리고 내일 아침은 북어국이야. 북어국 끓일 수 있지?”

 여자는 조금 부드러워진 목소리로 말하고는 대답도 듣지 않고 문을 닫아버렸다.

 “북어국······.”

 

 

 그 주에 정미가 보육원을 찾았지만 미란이 입양된 후였으니 미란을 만날 수 없었다.

 겨레도 고등학생이 된 후로는 바쁜 일이 많아 요즘은 정미 혼자 보육원을 찾는 날이 많아 오늘은 혼자 온 참이었다.

 “입양이요?”

 “예. 나이가 많아 걱정했는데 좋은 집으로 입양을 보냈습니다.”

 “미란이를 데리고 간 부모는 어떤 사람들인가요? 착해 보이던가요?”

 “그럼요. 미란이를 엄청 예뻐해 줄 겁니다.”

 “다행이네요.”

 정미가 직접 입양해간 부모를 보지 않았으니 여러 가지 걱정이 앞섰지만 이미 입양이 되어 갔다니 좋은 사람들이길 바랄 뿐이었다.

 “참, 우리 미란이 버섯 알러지가 있는데 알려주셨어요?”

 “에고 내가 그걸 깜박했네.”

 “빨리 알려주세요. 아니, 원장님 제가 알려줄게요. 그 사람들 전화번호 좀 주세요.”

 “겨레어머니, 내가 알려줄 테니 겨레어머니는 이제 미란이를 좀 놓으세요.”

 “원장님.”

 “미란이도 이제 새엄마, 새아빠하고 친해져야지요. 겨레어머니가 미란이와 왕래를 하면 미란이가 그 집에 정을 못 붙일 수도 있어요.”

 “그건······.”

 “겨레어머니께서 미란이 걱정 돼서 그 부모를 보고 싶어 하는 마음은 알겠는데. 내가 어련히 잘 알아서 보냈겠어요.”

 “그래도. 우리 미란이를 얼굴도 못보고 이렇게 보내는 건.”

 “얼굴 보면 더 헤어지기 어려울 거예요. 이쯤해서 미란이를 보내주세요.”

 주소도 연락처도 주지 않는 원장에게 연락하지 않고 그저 갖고만 있겠노라 약속하고서야 겨우 미란을 데리고 간 여자의 전화번호를 받았다.

 

 집에 돌아온 정미는 손에 아무것도 잡히지 않아 부엌 식탁에 앉아 멍하니 간혹 한숨만 내쉴 뿐이었다.

 

 - 띵동.

 

 벨소리에 정신을 차린 정미가 문을 여니 바람을 안고 겨레가 집안으로 들어서며 물었다.

 “엄마, 미란이는? 미란이는 잘 있어? 내가 몇 주 못가서 서운해 하지 않아?”

 “미란이 입양됐대.”

 정미의 목소리에 힘이 없는 걸 겨레가 알지 못하고 농담이려니 했다.

 “엄마!”

 “진짜야, 미란이 입양됐어.”

 “미란이는 뭐라 그래? 간대? 아마 이번에도 안 갈걸?”

 “갔어. 이미.”

 “가다니? 미란이가? 입양을? 엄마 농담이지?”

 “농담아냐!”

 “어떻게 나한테 한마디 말도 없이 입양을 가? 엄마 미란이 입양 간데가 어디야? 아니다. 전화번호 줘 봐봐. 내가 전화해 볼래.”

 “없어. 이제 너도 미란이 생각하지 말고 공부해.”

 “엄마, 왜 그래?”

 “이제 미란이도 새엄마 새아빠 사랑받으면서 살아야지.”

 “미란이가 그러고 싶대? 아니잖아. 왜 어른들이 마음대로 새엄마 새아빠를 만들어!”

 울컥 겨레의 목소리가 젖었다 싶었는데 겨레가 문을 박차고 밖으로 뛰어나갔다.

 “겨레야! 겨레야!”

 정미가 불렀지만 소용없었다.

 겨레는 지금 미란이 어떤 상황에 처했을지 미란의 마음이 아플 것이라 여겨 가슴이 터질 듯 했다.

 겨레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다. 자신이 조금만조금만 더 컸더라면 미란을 보육원에 두지 않아도 되고 입양을 보내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빨리 어른이 돼서 미란을 지킬 수 있는 힘을 갖고 싶었다.

 “미란아, 미란아. 지금 얼마나 힘드니? 이 오빠가 석하형 몫까지 너를 챙겨야 하는데. 미안해. 정말 미안해.”

 미란을 위해 빨리 어른이 되고 싶은 겨레는 늘 전교 1등을 놓치지 않는 우등생이었다. 그래야 빨리 어른이 되어 자신이 하고 싶은 것과 미란이 하고 싶다는 것을 하게 해줄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이다.

 

 겨레도 정미도 며칠 동안 냉전 아닌 냉전 속에 있다가 정미가 겨우 미란을 데리고 간 여자의 전화번호를 겨레 앞에 내 놓았다.

 “한번만 우리 한번만 미란이 목소리 듣고 끊자. 잘 있는지. 어디 아픈 데는 없는지. 새 부모는 미란이 한테 잘해주는지.”

 “후우. 엄마 내가 건다.”

 “알았어. 통화 되면 나도 바꿔주고.”

 “당근이지.”

 겨레가 심호흡을 하고 번호를 눌렀다.

 

 - 띠또띠 뚜띠뚜또 띠띠뚜띠.

 

 - 전화기가 꺼져있어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

 

 “후아. 엄마, 전화기가 꺼져있대.”

 “그래? 전화번호 찍혔으니까 전화 오겠지?”

 “아마도.”

 “두 사람 지금 뭐해?”

 늘이의 목소리에 두 사람이 화들짝 놀랐다.

 “야, 넌 귀신도 아닌 사람이 인기척도 없이 들어 오냐?”

 “내가 집에 들어오는 데 무슨 인기척을 내야해! 집이 화장실이냐?”

 겨레의 말을 지지 않고 받아치는 늘이를 정미가 나무랐다.

 “넌 오빠한테 말투가 그게 뭐야?”

 “아니, 오빠가 먼저 시비 걸잖아.”

 “엄마, 내가 시비 걸었대. 얘 좀 봐. 나날이 뻔뻔해져!”

 “둘 다 그만둬. 엄마 지금 속 시끄러.”

 “알았어. 엄마.”

 “엄마 왜 속 시끄러운데? 오빠가 뭐 잘못했어?”

 “그만둬. 어디 오빠가 잘못하는 사람이야? 오빠 반만큼만 해. 너는!”

 “엄마는 괜히 그래? 왜 그러는데”

 “아니 미란이 입양 간데 전화해봤더니 전화기가 꺼져있대서.”

 “엄마랑 오빠랑은 참 이상해. 이제 그만 좀 해! 입양 갔다는데 입양 간 데까지 전화를 해야 해? 그리고 지가 엄마랑 오빠한테 먼저 전화를 해야 하는 거 아냐?”

 “시끄러 그만 앵앵거리고 니 방으로 들어가!”

 “엄만 맨날 미란이미란이 하더라. 엄마 딸은 미란이가 아니고 나야 나! 한늘이!”

 기어코 늘이가 박박 대들다 자기 방문을 쾅 닫고 들어가 버렸다.

 “쟤가 도대체 왜 저렇게 삐뚤어진다니.”

 “엄마, 너무 염려마세요. 제가 늘이랑 얘기 해볼게요.”

 

 

 정미와 겨레가 걱정하고 있는 미란은 사실 가까운 거리에 살고 있었다. 봉천동과 신림동은 지하철로 한 코스 떨어져 있을 뿐이니 바로 코앞이라 할 수 있는데 서로 만나지 못했던 것이다.

 미란은 여자와 사내가 시키는 일들을 하느라 손에 물이 마를 날이 없었다.

 그러던 하루, 여자가 서류를 미란에게 던졌다.

 “얘, 이제 니 이름 이희수야!”

 “제 이름이 왜 이희수예요!”

 “싫어도 할 수 없어.”

 미란이 고함을 쳤지만 여자는 꿈쩍도 하지 않고 껌을 질겅거리며 자신의 얘기만 했다.

 “학교는 신화중고등학교야! 다음 주 입학이고!”

 여자가 던진 서류는 미란의 입양절차를 마치고 나온 호적과 미란이 다니게 될 중학교의 입학서류였다.

 “내가 이거 하러 다니느라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 어디가서 촌스럽게 미란이라고 하지 말고 호적에 희수로 돼있으니까 희수라고 해.”

 “싫어요. 저는 강미란이에요!”

 “싫어?”

 여자가 씹던 껌을 미란의 머리에 퉤 뱉고는 미란의 머리를 움켜잡고 얼굴을 들어서는 뺨을 올려쳤다.

 

 - 짝.

 

 “다시 말해봐!”

 “저는 강미란.”

 

 - 짝.

 

 “다시!”

 “저는 강미란.”

 

 - 짝.

 

 “흐. 이게 어디서. 고집을 부려. 다시 해봐. 어디.”

 “저는.”

 

 - 짝.

 

 미란의 코에서 코피가 팍 터져 피가 튀었다. 그때서야 여자가 미란의 얼굴을 보니 벌겋게 부어올라있었다.

 여자가 움켜잡았던 미란의 머리칼을 홱 던지니 미란의 가벼운 몸이 여자가 던진 쪽으로 퍽 쓰러졌다.

 “야, 이년아, 밥 먹여줘. 학교 보내줘. 이런 호사가 어딨다고 니가 지금 지랄이야! 어린년이 어디서 까불고 난리야. 어디 다시 한 번 기어올라봐. 오늘처럼 끝내지 않을 테니까. 나, 피 냄새 질색이니까 청소 깨끗이 해놔.”

 여자가 문을 쾅 닫고 나가고 나서야 미란은 훌쩍훌쩍 흐느꼈다. 뺨이 너무 아팠고, 여자가 움켜잡았던 머리가 아팠다. 머리에 손을 대니 머리카락도 한웅큼이나 빠져버렸다.

 “오빠. 오빠.”

 미란은 석하가 아닌 겨레를 부르며 울었다.

 “겨레오빠. 겨레오빠. 겨레오빠.”

 미란이 보육원에서 울적마다 석하가 어린 미란을 업어주고 달래주었던 생각에 지금 겨레가 옆에 있었으면 싶었다.

 “겨레오빠 보··· 고··· 싶어.”

 

 여자는 그날 이후 더욱 미란에게 포악해져 미란에게 온갖 집안일과 허드렛일을 시켰고, 세탁기가 없는 집의 세 식구 겨울빨래를 미란에게 시켰다.

 여자와 남자는 오다가다 만나 동거를 하는 사이로 나이가 찬 아이를 입양해 키우면 정부보조금이 많이 나온다는 것을 알고 그 보조금을 받기 위해 혼인신고를 하고 미란을 입양했던 것이다.

 미란은 여자가 만들어준 이름인 이희수로 신림동 신화중고등학교에 입학을 했다.

 뜻밖에 여자와 남자가 입학식에 참석을 한 것은 정부보조금을 받기 위해서 입학식에 가족이 찍은 단란한 사진 한 장이 필요해서였고, 그 숙제를 한 남자와 여자는 정말 사진 한 장을 찍고는 찬바람을 일으키며 입학식장을 빠져나갔다.

 

 한편, 희수가 입학한 신화중고등학교는 겨레가 이미 다니고 있었고, 늘이도 오늘 희수와 함께 입학을 했다.

 “입학을 축하한다. 우리 딸! 아직 애긴 줄 알았는데 벌써 중학생이야.”

 정미가 늘이에게 꽃다발을 안겼다.

 “엄마는 어디 가서 나보고 애기라고 하지마. 이제 창피해.”

 “엄마, 눈에는 항상 애기로 보이는데.”

 “아빠도 우리 늘이 입학 축하해.”

 “아빠, 맨입은 안돼!”

 “설만 맨입이겠어. 여기서 나가면 근사한데 가서 점심 먹자!”

 “오케이.”

 “너, 이 오빠의 위신을 생각해서라도 학교생활 잘 해야 해. 알았지?”

 “그거 무서우면 오빠가 오빠동생이라고 하지 말던가.”

 “으이구 너는 어째 여자애가 커 갈수록 고분고분한 맛이 없어지냐. 그럼 남자애들이 안 좋아해.”

 “오빠는 그건 오빠가 몰라서 하는 소리야. 요즘 남자애들은 고분고분한 여자 안 좋아해. 쎅쉬한 여자를 좋아하지.”

 “너, 너 그래서 지금 교복 치마 길이가 이렇게 짧은 거야?”

 “그만하고 겨레야, 우리 사진 찍어줘.”

 “알았어요. 찍긴 찍는데 엄마가 늘이 좀 혼내 주세요.”

 “다, 한때야.”

 “엄만, 꼭 늘이 편만 들어.”

 겨레가 카메라렌즈를 들여다보며 궁시렁 거렸다.

 “늘이야 좀 더 엄마랑 아빠랑 붙어서 서봐.”

 “이렇게?”

 “응.”

 “하나, 둘.”

 숫자를 세던 겨레가 갑자기 사진을 찍다 말고 렌즈에 잡혔던 카메라 밖으로 시선을 들었다.

 “오빠, 뭐해? 빨리 찍어.”

 겨레가 늘이의 얘기보다 시선을 이리저리 옮기며 사람을 찾았다. 분명 겨레는 미란을 본 듯 했다.

 “오빠 왜 그래?”

 “미안. 오빠 잠깐 갔다올게.”

 겨레가 카메라를 늘이의 손에 쥐어주고는 급히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나아갔다.

 “겨레야!”

 영진과 정미가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가는 겨레를 불렀지만 소용없었다.

 

 겨레는 분명 자신이 본 사람이 미란이라 여겨 앞으로 나아가며 미란의 이름을 불렀다.

 “미란아! 미란아! 미란아!”

 사람들 속에 섞여 걷던 미란이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입학식이 끝나 한꺼번에 밀려 내려오는 사람들 속에서 미란은 목소리의 주인공인 겨레를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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