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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흔들려도 괜찮아, 넘어지지만 않으면.
작가 : writer
작품등록일 : 2019.9.3

이야기 1
우울함 속에서 하루하루 버티며 살아내는 한 사람과
죽음 앞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한 사람의 이야기.

이야기 2
죽음을 택한 친구와
그 친구에 대한 감정으로 힘들어하는 친구의 이야기.

 
13
작성일 : 19-09-07 22:27     조회 : 243     추천 : 0     분량 :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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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그렇게 막혀진 내 귀를 부여잡고

 나만의 소리 속에서 사투를 벌였다.

 시간이 지나자 점점 잔잔해지는

 

 

 방 밖의 소리.

 

 

 그 고요함에

 방문을 열고

 

 방 밖으로

 나가보았다.

 

 

 고요하다.

 집이 비었다.

 모두가 나갔다.

 집 안에는 나 밖에 없었다.

 

 그렇게 나는 부엌으로 향했다.

 칼이 있는 부엌으로.

 진희의 마음을 느껴보기 위해서.

 진희를 만나고만 싶어서.

 진희를 만날 수 있는 방법은 그것밖에 없는 것만 같아서.

 

 그렇게 나는 칼을 들었다.

 

 식칼은 너무 컸기에 나는 과도를 집어들었다.

 내가 진희에게 빌려 주었던 커터칼보다는 컸지만

 여전히 그 끝은 진희의 칼과 같이 뾰족했다.

 나는 그 칼을 쥐고는 그 칼 끝을 내 손목을 향하게 했다.

 뾰족한 점과도 같은 칼의 끝이 내 손목에 닿는다.

 

 두려워

 무서워

 찌를 수 없을 것만 같다.

 용기를 내었으나 여전히 나에게는 생각을 행동으로 바꿀 용기가 없었다.

 

 그런데 그 순간 내 눈에 보이는

 어두운 진희의 손.

 

 진희의 손이

 칼을 쥔 내 손을

 강하게 움켜잡았다.

 

  콱/

 하고 강하게

 내 손목을

 움켜잡고는

 

 내 손목

 을 파고 들 정도로

 칼을

 

 푹-

 하고 찔러버리는

 진희의 손.

 

 너무나도 깊게 찔려버린 내 손목.

 내 손목에서는 그렇게 한 번의 찔림으로 인해서 너무도 많은 피가

 

 

 .

 다

 았

 솟

 치

 

 내 손목

 

 에서 빠져나가는 나의 피

 

 

 그렇게 나의 고개가

 

 .

 다

 렸

 들

 

 

 

 피가

 

 뿜

 어

 져

 나

 감

 

 을

 

 따라서는.

 

 

 피가....

 그렇게 피가 뿜어져 나왔다.

 

 그러나 여전히 내 손을 놓지 않고 있는 진희의 손

  나는

  진희의 손을

  내 손으로부터

 

 떼어 놓으려고 했으나

 

 

 이미 피를 뿜어내고 있는 내 팔은 내 말을 듣지 않았다.

 이미 내 몸은 통제를 벗어난 상태에 이르렀다.

 

 나는 더 이상 나를 조절하지 못했다.

 그렇게

 

 

 

 뿜

 어

 져

 나

 가

 는

 

 피에

 에 의해

 내 몸에서 점점

 

 힘이

 

 빠

 져

 나

 갔

 다

 .

 

 춥다

 너무나도

 춥다

 추워....

 추워.....

 

 서서히 내 눈이 감긴다.

 그렇게

 

 쿵.

 

 나는 바닥으로 쓰러진다.

 헐떡이는 나의 손목.

 

 손목은

 나의 슬픔을

 내 밖으로 내보내며

 그렇게 흐른다.

 

 

 그 순간

  진희가

  내 귓가에

 속삭인다.

 

 

 

 내가 너의 우울감을 밖으로 뽑아내어줬어.

 슬픔을.

 어때 좋지.

 여기는 더 행복해.

 이리로 와.

 여기가 더 좋아.

 아니야. 나는 가고 싶지 않아.

 

 

  넌 나를 죽였잖아 친구라면서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이곳으로 와.

 아니야. 싫어.

 

 어서 오란 말이야!

 

 

 헐떡.

 

 내 몸이 헐떡인다.

 사늘하다.

 너무나도 춥다.

 

 진희를 보고 싶었지만 이렇게 보고 싶은 건 아니었는데.

 점점 내 시야가 흐

 릿

 해진다.

 내 몸이 점점 바닥으로

  기

  울

  어간다.

 

 

 서늘한 감정이 내 가슴에 스민다.

  그렇게 내 손목에서 빠져나간

 

 

 

  죄

 

  책

 

  감

 

  과

  우

 

  울

 

  감

 

 

  은

 공중에서 제 모습을 바꿔 다시 내 몸 속으로 들어왔다.

 

 

 

 소리가 되어.

 끔찍한 말이 되어.

 내 귀로 흘러 들어온다.

 

  죽어.죽어.죽으라고.

 너 때문이야.

 너 때문에.

  내가 죽었어.

 나를 탓하는 말들.

 정말 내가 도와주지 않아서 죽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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