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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검은조각상
작가 : writer
작품등록일 : 2019.9.3

예술의 세상속에 남기를 바라지만
인정받지 못하는 한 예술가에게
검은조각상이 나타난다.

 
28
작성일 : 19-09-07 21:10     조회 : 263     추천 : 0     분량 : 4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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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뷔르탱은 간신히 숨을 고르고 천천히 그녀의 육체를 향해서 손을 옮겼다. 그녀의 육체는 제 안에 생명이란 것은 담은 적도 없다는 듯이 너무나도 차갑게 얼어있었다. 제 자신을 지워버린 듯한 냉혹함이 뷔르탱조차 얼려버릴 듯이 차갑게도 그곳에 머물러 있었다. 뷔르탱은 간신히 제 마음을 억누르고 딱딱하게 굳어버린 그녀의 몸을 안았다. 그녀의 살결은 제 부드러웠던 순간들을 지워낸 듯이 텅 빈 채로 제 안에 아무것도 채우지 못한 채로 굳건히 몸의 테두리만을 감싸고 있었다. 뷔르탱은 그녀의 굳음에서 비어있는 육체의 공허함을 감지했다. 뷔르탱의 두 팔 위로 그녀가 들어 올려 졌으나, 그녀의 텅 빔은 마치 그녀가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이 느껴지게 만들었다. 뷔르탱은 자신의 두 팔 위에 올려진 그녀의 육체의 무게를 감지하고 있었으나, 그녀의 무거움은 그곳에 존재하지 않음과 같았다. 그녀는 뷔르탱의 곁에서 존재하는 동시에 사라지고 있었다. 죽음이란 것은 그녀가 존재했던 흔적조차 앗아가고 있었다. 갑작스럽게 스미는 허망한 감정에 두려움을 느껴버린 뷔르탱은 그녀의 굳어버린 몸을 자신의 몸 쪽으로 더 당겼다. 그러나 뷔르탱이 그녀를 자신쪽으로 더 당겨댈수록 그녀의 존재라는 것은 뷔르탱으로부터 점점 더 멀어질 뿐이었다. 지켜내야만 했다. 온전한 아름다움을. 존재한 적도 없는 것과 같은 무존재의 온전함이 뷔르탱의 눈 앞에서 사라져 가고만 있었기에. 뷔르탱은 서두를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뷔르탱의 마음이 다급해지기 시작했다. 그녀의 육체가 그녀의 존재와도 같이 흔적도 없이 자신의 곁을 떠나버리기 전에. 온전한 보존을 해야만 했다. 다급한 마음이 뷔르탱의 몸을 깨뜨렸다.

 

 그러나 자신의 작업실로 갈 수는 없었다. 그곳에 검은 조각상이 있을 것이기에. 검은 조각상을 뛰어넘기 위해서는 뷔르탱 자신이 발견한 완벽함을 보여주어서는 안 되었기에. 뷔르탱은 작업실로 향하지 않았다. 밖으로 나오자, 비가 주변 공기를 축축하게 물들이며 땅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아직은 밖을 나서기에는 이른 시간이었으며 더욱이 비까지 내리고 있었기에 거리에는 단 한 사람도 나와 있지 않았다. 비가 바닥에 내리며 튀겨 올라지는 소리만이 한적한 거리를 메우고 있었다. 먹구름이 회색빛의 장막을 이룬 채로 하늘을 가리고 있었다. 그러나 가려진 잿빛의 하늘은 저 먼 곳으로부터 피어나는 태양빛을 희미하게 곁들인 채로 공기를 데우고 있었다. 순간 멀리서부터 불어오는 바람이 하늘의 먹구름을 흩뜨러 트리는 바람에 아직은 연한 태양빛이 뷔르탱의 위에 올려진 그녀에게 닿았다. 그러자 촛불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저도로 뜨거운 태양빛에 그녀의 얼어버린 몸이 녹았다. 그 녹음이라는 것이 너무나도 순간적이어서 마치 심지의 뜨거움에 초가 흘러내리듯이 그녀의 몸이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한 번 얼었다 녹아져버린 그녀의 몸은 찰나의 순간에 제 부드러웠던 몸의 기억을 되감아냈다. 그렇게 그녀의 몸은 제 존재의 무게만큼이나 다시 무거워져서는 흘러내리듯이 제 몸을 늘어뜨렸다. 뷔르탱의 두 팔은 존재의 무거움을 버티지 못하고는 그만 그녀를 놓쳐버렸다. 그 바람에 그녀의 다리가 딱딱한 돌바닥 위로 떨어져 내렸다. 예상하지 못했던 급작스러운 상황에 뷔르탱이 당황하며 그녀의 축 늘어진 몸을 주섬주섬 끌어올렸다. 그러나 뷔르탱은 제 존재를 기억해버린 그녀의 무게를 감당할 수가 없었다. 그랬기에 그녀의 몸은 뷔르탱의 어두운 손에 붙잡힌 채로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녹아 흘러내려져 버린 육체가 뷔르탱의 손아귀 아래에 억눌려진 채로 끌려가며 긁히는 소리를 내었다. 뷔르탱이 시선을 돌려 바닥을 바라보자, 어두운 바닥에 생명력을 품고 있는 새빨간 피가 그녀의 몸으로부터 흘러나와 있었다. 그녀의 몸에서 긁혀 떨어져 나간 피부 아래에서 선홍빛의 핏방울이 빠져나와서는 바닥 위에 놓여 있었다. 하늘에서 여전히 내리고 있는 빗방울이 고여 있는 피 위로 떨어지자, 물감 위로 붓에 담고 있던 물이 떨어지며 색이 연해지는 순간과도 같이 피가 옅어지고 말았다.

 

 뷔르탱은 하수구로 향했다. 노숙인의 그림들이 놓여 있을 어두운 곳으로 향했따. 축축한 빗물이 그들과 함께 지하로 빨려 들어갔다. 뷔르탱은 여러 작품들이 널려있는 노숙인의 작업실에 그녀의 남은 몸을 내려놓았다. 물에 의해 젖은 땅에 흙이 가득했다. 물을 머금은 흙은 흩날리지 않고 자신들끼리 뭉쳐 있었다. 흙이 그녀의 몸에 닿아있었다. 뷔르탱은 그녀가 예술의 세계 속에 존재하기를 바랐다. 그녀를 바라보는 뷔르탱의 눈이 번뜩였다. 그러나 그녀의 몸을 노숙인의 몸과 같이 대할 수는 없었다. 온전하게 보전해야만 그녀의 아름다움이 이 세상에 남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뷔르탱의 시선은 그녀의 아래에 있는 진흙으로 향했다. 뷔르탱은 진흙으로 싸늘해진 그녀의 팔을 감쌌다. 물에 젖은 진흙은 그녀의 팔을 감쌌다. 뷔르탱이 진흙을 강하게 누르자 진흙은 그녀의 형태를 제 안에 담고는 그 모양대로 굳어버렸다. 그렇게 그녀의 형태가 보전이 되었다. 뷔르탱은 이미 미쳐있었기에 그렇게 하면 그녀가 그곳에서 영원히 살아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뷔르탱의 손이 다시 진흙으로 향했다. 그리고는 다시 차갑게 굳어버린 그녀의 몸으로 향했다. 그녀의 몸은 그렇게 뷔르탱의 칠함에 의해서 제 모습을 감추어갔다. 제 온전한 모습이 점차 제 색을 잃어갔다. 뷔르탱은 온 몸이 둘러싸여진 그녀를 들쳐 업고는 노숙인 작업실의 중앙으로 향했다. 그녀의 몸은 진흙으로 뒤덮였기에 전과는 다르게 무거웠지만 그녀가 예술 속에 온전히 존재하고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뷔르탱은 감격하였다. 어지럽게 정돈되지 않고 놓인 여러 캔버스들이 작업실에 마구 버린 듯이 놓여 있었다. 뷔르탱의 시선은 다시 진흙으로 뒤덮여버린 그녀에게로 향했다. 물을 제 안에 담았던 진흙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물을 공기 중으로 놓아주자 진흙은 그녀를 둘러싸고는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그녀는 진흙 틀에 갇혀서는 제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었다. 이미 싸늘하게 식은 그녀의 몸이 더욱이 차갑게도 진흙을 굳혔다. 뷔르탱은 그녀를 작업실의 중앙에 세워두었다. 딱딱하게 굳어버린 그녀가 중앙에 서있는 것처럼 멈춰있었다. 뷔르탱은 멀리서 그녀를 바라보기 위해 작업실의 끝부분으로 향했다. 멀리서 그녀를 바라보자, 그녀 주위에 있는 널부러진 캔버스들이 마치 그녀에게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지금까지 그려왔던 다른 작품들과는 확연히 다른 예술의 경지에 오른 작품이었다. 거짓이 아닌 진짜가 그곳에 있었다. 그녀는 예술의 세계에서 영원히 보존될 것이었다. 검은 조각상은 넘볼 수도 없는 자리였다. 살롱전에 옮겨야만 했다. 사람들이 이 아름다운 광경을 봐야만 했다. 사람들이 준비한 금으로 만들어진 대상을 위한 액자틀과 틀에 연결된 금실로 짜인 가림막이 눈앞에서 아른거렸다. 그녀가 그 뒤에서 자신이 사람들 앞에 서게 될 것을 기대할 것이 분명하다. 뷔르탱의 눈이 번뜩였다. 그는 그렇게 자기 마음대로 그녀가 원할 것을 단정 지었다. 자신이 원하니 그녀도 원할 것이라며 이미 죽어버린 그녀를 바라보며 확신했다. 그녀의 생각은 알 수가 없었다. 이미 끊어져버린 숨은 다시 한 번 들어찬 진흙으로 인해서 막혀버렸기 때문에. 그렇게 그녀는 입을 열 수가 없었다. 들어야하는 사람의 귀가 닫혔고 자신의 입이 막혔기 때문에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뷔르탱의 귀는 막혀있었다. 그는 자신이 보고 싶어 하는 그녀의 모습을 굳어버린 진흙을 통해 봤다. 뷔르탱의 눈에는 진흙 속에 갇힌 그녀의 아름다움이 보였다. 진흙 틀에 갇힌 그녀의 모습은 그 어느 때보다 아름다워 보였다. 그녀의 외형도 틀에 갇힌 채로 썩지 않고 남을 것이다. 죽는 순간 사라져버리는 본래의 향도 그녀만은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영원히 진흙 틀 안에서 향기롭게 존재할 것이다. 자신의 그림을 위한 액자 틀을 만들기 위해 수고한 노력들도 그녀의 손에 흔적을 남긴 채로 살롱에서 영원히 존재할 것이었다. 사람들의 눈빛을 받으면서 그녀의 모든 삶이 사람들의 입에 올려질 것이었다. 뷔르탱은 그것만이 생을 살다가는 목적이라고 믿었기에 그녀의 생각도 자신과 같을 것이라고 단정지었다. 그녀가 원하는 것이었다. 예술의 세상에 기록되는 것은. 뷔르탱은 잠시 더 그녀를 바라보더니 다시 무대 중앙으로 향해서는 그녀를 들쳐 업었다. 살롱전으로 향해야만 했다.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그녀의 모습을 보여줘야만 했다. 사람들도 자신과 같이 그녀의 아름다움에 푹 빠져들 것이며 그녀의 아름다움을 영원히 남기기 위해서 자신과 같은 마음으로 함께 예술작품을 보존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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