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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검은조각상
작가 : writer
작품등록일 : 2019.9.3

예술의 세상속에 남기를 바라지만
인정받지 못하는 한 예술가에게
검은조각상이 나타난다.

 
27
작성일 : 19-09-07 21:09     조회 : 249     추천 : 0     분량 : 50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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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롱전이 하루 전으로 다가왔다. 뷔르탱은 그녀가 있을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녀가 뷔르탱의 앞에 있었다. 아무 것도 모른 채로. 누군가가 자신을 예술의 시선으로 바라본다는 사실조차 눈치 채지 못한 듯이. 이미 해가 져서 어둑어둑해진 작업실에서 홀로 남아 작품을 담을 액자를 만들고 있었다.

 

 제 빛을 발하기 위해 공기의 생명력을 앗아가고 있는 촛불만이 어두운 작업실을 은은하게 밝히고 있었다. 촛대들은 제 아래로 촛농을 흘러내리고 있었다. 벽에 달려있는 몇 개의 촛대들의 아래에 뭉쳐있는 촛농들은 제 몸을 태웠던 시간만큼이나 두텁게도 쌓여져 있었다. 공기로부터 생명을 빼앗은 대가로 초는 제 몸이 녹아 흘러내려지는 고통을 당했다. 뷔르탱은 여전히 불을 내며 타고 있는 초의 심지를 바라보았다. 심지는 불속에서도 홀로 굳건하게 제 몸을 세워서는 초의 몸 안에 깊숙이도 침투하고 있었다. 초를 태우는 것은 심지였다. 심지는 불 속에서 온전하게 살아있었다. 공기는 심지에게 제 생명력을 바치고 있었다. 그 속에서 심지는 더욱 당당하게 제 몸을 꼿꼿이 세운채로 불을 내며 초를 안에서부터 녹여내고 있었다. 그렇게 초가 타고 촛농이 초를 따라 흘러내렸다. 제 몸을 태워가며 빛을 발하는 초가 그녀가 작업하고 있는 탁자 위에도 놓여 있었다. 액자를 다듬는데 거추장스러웠는지 그녀는 허리 윗부분까지 닿는 머리를 묶어 제 머리위로 말아 올리고 있었다. 뷔르탱은 그녀의 옆모습을 따라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따라 그녀의 얼굴로 시선을 옮겼다. 그녀의 핏기어린 입술에서 그녀의 숨이 빠져나왔다가 다시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녀의 숨결이 초에 닿을수록 심지는 더욱 격렬하게 공기를 태우고 있었다. 그녀의 숨결이 초를 더 불타오르게 했다. 그렇게 그녀의 내보냄이 초가 더욱 빨리 제 몸을 태우도록 재촉하는 것만 같았다. 그녀의 내어지는 숨이 그녀의 몸을 움직이게 했다. 뷔르탱의 시선이 그녀의 움직임을 따라 요동쳤다. 그렇게 뷔르탱의 눈이 그녀의 겉을 훑었다. 뷔르탱의 눈길이 그녀의 손끝에서 멈췄을 때, 뷔르탱의 눈에 그녀가 다듬고 있는 액자가 들어왔다. 액자를 곱게도 다듬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뷔르탱을 자극시켰다. 금으로 장식되었기에 붉은 촛불을 발광하듯 반사하고 있는 액자가 그녀의 손 아래에서 자신을 다듬어 주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녀의 손에서 완성되어가고 있는 액자가 그녀를 담을 것이었다. 그녀는 그렇게 곱게도 자신의 관을 마련하고 있었다. 뷔르탱은 살아있는 그녀의 생생함 그 자체를 그 안에 담고만 싶었다. 생각을 당장 실행하고 싶다는 욕망에 휩싸인 순간 그녀가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눈치 채기라도 한 듯이 고개를 돌려 뷔르탱을 바라봤다. 그러나 뷔르탱은 놀라지 않았다. 섬뜩해야 하는 것은 그녀였기에.

 

 진짜 사랑이 그곳에 있었다. 그녀. 나의 그녀. 나의 사랑. 그 여인을 바라보는 뷔르탱의 눈빛이 번뜩였다. 작품. 그녀는 작품이다. 그녀는 나의 작품이다. 사랑을 뜻하던 눈빛은 곧 살기로 변했다. 순간이었다. 작품에 대한 열망은 그녀를 순수하게 바라보던 뷔르탱의 마음을 그녀를 자신의 작품으로 소유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바꿔버렸다. 그렇게 더 이상 뷔르탱에게 있어서 그녀는 사람이 아니었다. 사랑이 아니었다. 그저 작품 속에 담아내야만 하는 번뜩이는 어떠한 감정일 뿐이었다.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뷔르탱이 그녀를 향해 자신의 걸음을 옮겼다. 고요한 거리를 홀로 걷는 그녀의 뒤를. 밤이 깊었기에 그녀와 뷔르탱의 사이를 어둠이 차지하고 있었다. 뷔르탱은 그보다 짙은 어두움으로 그녀와의 거리를 좁혀나갔다.

 

 뷔르탱과 그녀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지자 그녀의 뒷모습이 더욱 더 짙어지기 시작했다. 뷔르탱의 시선은 위에서부터 그녀를 쓸어내렸다. 머리를 따라 눈길을 옮겨가자, 옆머리가 살랑거리며 그녀의 어깨 위를 간질이고 있었다. 가녀린 어깨위로 닿을락 말락하는 그녀의 머리카락이 뷔르탱의 두 손을 부르는 듯 했다. 부끄러운 듯이 제 몸을 배배꼬고 있는 그녀의 곱슬거리는 머리카락 아래로 거친 뷔르탱의 두 손이 들어갔다. 뷔르탱은 흰 캔버스에 그녀를 그렸다. 뷔르탱의 손이 그녀의 살랑거리는 머리카락을 담아내었다. 한적한 밤에 그녀를 구해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녀가 숨을 아프게도 들이쉰 뒤에 그 안에 제 발악을 넣어 밖으로 소리치려는 순간, 여인의 반항을 알아챈 뷔르탱의 손이 그녀의 어깨를 넘어 그녀의 입을 그려내었다. 그녀의 비명이 뷔르탱의 손바닥에 새겨져서는 캔버스 속에 담겼다. 끔찍하게 막혀버린 그녀의 고함이 네모난 틀 안에서 갇혀갔다. 그러자 생을 붙잡으려던 그녀의 마지막 본능이 뷔르탱의 손에 가로막혀서는 터져버리지 못한 채로 제 몸 안에 남았다. 소리는 그녀의 핏줄을 타고 올라 그녀의 얼굴을 더욱 붉게 만들었다. 새하얀 캔버스와 같던 그녀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과거에는 그저 멀리서 바라볼 뿐 행동하지 못했는데 검은 조각상이 생겨난 이후로 진짜 그녀가 자신의 손으로 그려지고 있었다. 붉게도 물들었다. 새하얀 캔버스에 물감이 스며들었따. 어두운 노숙인을 죽였을 때와는 다른 생생함이 뷔르탱을 자극했다. 어둡기만 해서 제 본인도 죽음을 순응하는 듯했던 작품과는 다르게 붉게 물들며 죽음이 차오르는 그녀의 얼굴은 죽음이 아닌 생명력을 기록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뷔르탱이 더욱 세게 그녀의 목을 조르자 그녀의 얼굴만큼이나 새빨간 몸속의 피라는 것이 죽음에 발악하며 뷔르탱의 손바닥 아래에서 뛰어댔다. 살려달라고 외쳐대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그녀의 비명은 목 안에 갇혀서는 차마 입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그녀의 외침만큼이나 큰 희열이 뷔르탱의 손바닥을 간지럽혔다. 뷔르탱의 눈이 떨림을 가진 채로 감겼다. 그러나 어두움이 생명이 제 손 안에 갇혀가는 순간을 뺏어가는 것을 두고 볼 수만은 없던 뷔르탱이 가까스로 제 눈을 위로 올렸다. 그러자 핏기가 사라져버려 마치 빛과 같이 창백해진 그녀가 뷔르탱을 맞았다. 그녀가 식었다. 뷔르탱은 조용히 그녀의 몸 위로 자신의 손을 뉘였다. 그녀의 몸 안에서 피가 차가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느릿하게도 식어갔다. 그녀의 생명력이.

 

 노숙인과 같이 캔버스에 담아내려 했다. 그러나 뷔르탱은 쉽사리 그녀의 몸에 흠집을 내지 못했다. 노숙인의 죽음 앞에서는 그토록 망설임이 없었던 뷔르탱이었으나, 자신이 완벽하다고 믿고 있는 그녀의 생명 앞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분명 그녀의 생명은 끊겼으나, 마치 살아있다고 느꼈다. 차갑게 식어버린 그녀의 냉담한 육체는 어딘가 모르게 제가 품고 살았던 온기를 간직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 열기가 흐릿하게도 보여 뷔르탱은 쉽사리 그녀의 몸을 훼손하지 못했다. 그녀를 바라보는 뷔르탱은 마치 그녀의 육체 안에 제 자신의 정신을 가둬버린 것처럼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못한 채로 그녀만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한참동안 뷔르탱은 자신이 죽여 버린 그녀 앞에서 하염없이 촛농을 녹여냈다. 뷔르탱의 살아있는 숨결이 유일하게 그녀의 몸을 데우고 있는 촛농에 닿을 때마다 촛농는 마치 뷔르탱의 숨이 두렵기라도 한 듯이 제 몸을 멀리로 대피시켰다. 그러나 촛농은 뷔르탱이 숨을 들이 마실 때마다 다시금 뷔르탱에게로 다가와야만 했다. 그렇게 촛농은 뷔르탱의 숨에 의해 쉬여졌다. 아름다움을 바라보는 뷔르탱의 숨이 격해지면 촛농 또한 그 격한 움직임에 따라 제 몸을 흩날릴 수 밖에 없었다. 제 자신의 몸을 온전히 지킬 수 있게 조심스럽게 숨을 쉬던 그녀의 숨결은 이미 작업실을 떠난 지 오래였기에. 촛농은 그저 제 자신을 온전하게 유지시켜주던 그녀의 숨을 앗아간 뷔르탱의 숨 아래에서 격동하면서라도 살아남을 수밖에 없었다. 뷔르탱의 숨이 격해질 때면 촛농 또한 제 자신을 꺼뜨릴까 하였으나, 더 이상은 제 몸을 따뜻하게 유지시킬 수 없는 그녀의 몸을 데우기 위해서는 자신이 살아남아야 했기에 뷔르탱의 거친 숨 아래에서 촛농은 힘겹게도 제 숨을 지켜냈다. 이리저리 휘둘리면서도 그녀의 몸을 비추는 초가 제 몸을 다 태워갈 때쯤에서야, 뷔르탱의 눈이 그녀라는 육체를 깨뜨리고 깨어났다. 벗어나야만 한다. 이 차가운 밤의 공기가 뜨거운 태양으로 서서히 물들고 나면 사람들이 올 것이었다. 그녀의 죽음을 사람들이 발견하지 전에 떠나야했다. 그녀 곁에 옅게 남아있는 그녀의 온기는 온전한 어둠 속에서만 빛을 발할 것이었다. 그렇기에 해가 뜨기 전에 보다 어두운 곳으로 그녀의 몸을 옮겨야만 했다. 그렇기에 뷔르탱은 차갑게 식은 그녀의 육체에 뜨겁게 흥분한 자신의 손을 데었다. 아름다움에 취해 심장이 발광했던 탓인가, 뷔르탱의 손은 뜨겁게도 뛰어댔다. 마치 심장과도 같이 뛰어대는 뷔르탱의 손바닥이 이미 딱딱하게 굳어버린 그녀의 몸에 닿자마자 뷔르탱은 놀라 그녀의 몸에서 제 손을 떼어냈다. 그녀의 몸은 마치 그녀에게 본래부터 생명이라는 것이 없었던 것처럼 싸늘하게도 제 자신을 덮고 있었다. 그저 바라보았을 때에는 희미하게 남아있던 그녀의 온기가 뷔르탱을 떨리게 했으나, 그녀의 몸에 손을 데자마자 느꼈던 딱딱한 느낌은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을 때보다 더욱 더 뜨겁게 뷔르탱을 울렸다. 뷔르탱은 차마 그녀의 몸에 다시 손을 데지 못한 채로 다시 눈으로 그녀의 몸을 살폈다. 굳어있는 그녀의 몸이 조각조각 뜯어져서는 뷔르탱의 눈에 들어와 제 몸을 박아버렸다. 그녀의 몸의 테두리에서는 여전히 희미한 온기가 맴돌았다. 그러나 뷔르탱의 손은 눈으로 보는 것과는 다른 말을 하고 있었다. 뷔르탱의 손은 재빠르게 그녀의 싸늘한 육체에 닿았던 그 느낌을 찾아갔다. 그 느낌은 바로 생명이 존재하지 않는 대리석을 만졌을 때와 같은 느낌이었다. 살아있던 사람에게선 느껴져선 안 되는 그러한 냉담함이었다. 그것이 뷔르탱을 더욱 뛰게 했다. 생명을 잃어가는 것보다 본래부터 생명을 가진 적이 없는 것과 같은 상태. 그것이 전보다 더 온전한 아름다움을 풍겼다. 뷔르탱의 눈이 완벽하게 지켜진 온전함을 담아낸 그 순간, 흥분을 이기지 못하고 퍼져나간 뷔르탱의 거친 숨에 의해 간신히 제 삶을 붙잡고 있던 초가 마지막 발악을 하며 제 촛농을 꺼뜨렸다. 그 바람에 저 먼 벽으로부터 닿은 불빛만이 희미하게 그 두 육체만을 감돌게 되었다. 초는 꺼지며 남은 제 열기로 뷔르탱의 흥분한 숨을 검게도 태워버렸다. 그 바람에 뷔르탱의 더러운 마음을 담은 숨이 초에 의해서 검게도 그을려지며 회색빛의 연기를 내며 태워졌다. 그러나 회색빛의 더러움은 암흑의 분위기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다. 나가야만 했다. 날이 밝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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