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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검은조각상
작가 : writer
작품등록일 : 2019.9.3

예술의 세상속에 남기를 바라지만
인정받지 못하는 한 예술가에게
검은조각상이 나타난다.

 
25
작성일 : 19-09-07 21:09     조회 : 286     추천 : 0     분량 : 5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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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뷔르탱은 검은 조각상이 그려낸 작품과 같은 그림을 그려내기로 결심했다. 작품에 담길 사람은 사라져 버려도 그 누구도 알지 못하는 사람이여야만 했다. 그렇게 뷔르탱은 가족이 없는 노숙인을 죽이기로 결정하였다. 삶을 잃어버릴지라도 그 누구도 그 사람이 사라졌는지 조차 알지 못할. 그렇게 뷔르탱은 예전에 들어갔었던 노숙자들의 굴로 향했다. 한적한 밤 고요한 적막만이 사늘한 파리의 거리를 채우고 있었다. 뷔르탱의 신발이 딱딱한 바닥을 내딛는 소리가 어두운 적막을 깨고 텅 빈 거리에 울려퍼졌다. 그 소리에 혹시 누군가가 깨서 밖을 내다볼까봐 뷔르탱은 발걸음을 더욱 조심스럽게 내딛었다. 노숙인들의 굴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들은 거리의 하수구속에서 살고 있었기에 땅에 난 하수구를 찾기만 하면 되었다. 땅에 난 구멍을 찾아낸 뷔르탱이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바닥으로 숙였다. 그러자 오래 묵어 썩어버린 물 냄새가 퍼졌다. 역겨운 냄새가 제 안으로 사람들이 들어오는 것을 방어라도 하듯이 막아내고 있었으나, 작품을 완성시키기 위해서는 그 안으로 들어가야만 했다. 뷔르탱은 손으로 자신의 코와 입을 막고는 몸이 간신히 들어갈 만한 하수구 구멍 속으로 들어갔다. 하수구 속으로 들어갈수록 그 악취는 더욱 짙어졌다. 더 나빠질 것도 없을 것만 같던 하수구의 냄새는 그 끝을 모른다는 듯이 점점 더 역겨움을 풍겼다. 하수구의 바닥에 다다르자 시커먼 어두움이 고약한 악취와 함께 뷔르탱의 앞길을 막아 세웠다. 암흑에 눈이 적응하는 데에는 얼마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렇게 뷔르탱의 눈이 차츰 어둠에 익숙해지자 새까맣던 지하 속에서 그보다 더욱 짙은 어두움을 담고 있는 존재의 움직임이 보였다. 뷔르탱은 소리가 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어두운 존재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 존재는 혼자 있는 것이 분명했는데, 마치 자신의 옆에 또 다른 누군가가 있는 것처럼 행동했다. 너무나도 당연하게 옆을 향해서 말을 걸고 혼자서 중얼거리기에 뷔르탱은 또 다른 누군가가 있는가 싶어서 다급하게 주위를 살폈다. 그러나 어두운 인간은 단 한 명이었다. 뷔르탱은 한 명이라면 몸싸움에서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는 그 어두운 존재를 향해 다가갔다. 그런데 어두움에 익숙한 그 존재가 평소에는 들리지 않던 소리를 직감적으로 알아듣고는 뷔르탱을 향해서 휙 하고 고개를 돌렸다. 그 바람에 뷔르탱은 놀라 뒤로 넘어질 뻔 했으나, 다행히 넘어지지 않고 그저 그 자리에 정지했다. 노숙인은 잠시 암흑 속에서 어둠에 익숙해진 눈으로 뷔르탱을 바라보는 듯 했다. 그러나 뷔르탱이 아무런 미동도 보이지 않고 가만히 있자, 다시 천천히 앞을 향해서 자신의 고개를 돌렸다. 뷔르탱은 그 움직임이 마치 어두운 동굴 속에 사는 박쥐와도 같다고 생각했다. 일반적인 인간과 같지 않은 행동이 뷔르탱을 더욱 설레게 만들었다. 평범하다면 작품으로서의 가치가 없는 것을 뜻했다. 그러나 그 노숙인이 담고 있는 세계는 지금 그가 살고 있는 하수구 속보다 어두울 것이 분명했다. 그랬기에 자신이 그를 죽여서 작품을 만든다면 그 어두움은 검은 조각상이 만들어낸 작품보다 사람들을 더욱 어둡게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은 밝은 사랑보다 짙은 어두움을 좋아했기에 사람들의 인정을 받을 생각을 한 뷔르탱의 마음이 점점 더 떨려왔다. 어둠속에서 이상한 움직임을 눈치 채기라도 한 듯이 노숙인이 발걸음을 재촉하기 시작했다. 점점 더 어두운 하수구의 깊은 곳으로 빠르게 걸어갔다. 뷔르탱은 자신의 작품이 될 그 노숙인을 놓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재빠르게 그를 따라갔다. 그를 따라가면서도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온 신경을 다해 조심히 걸었다. 어둠으로 가득 찬 곳에서 그저 소리에 의지해서 뒤따르려고 하니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노숙인은 그 어둠이 익숙하기라도 한다는 듯이 너무나도 쉽게 앞을 향해 걸었다. 너무나도 쉬운 그 발걸음이 노숙인의 삶을 짐작하게 해주었다. 비록 반지하기에 지상에서 산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낮에 거리를 걷는 뷔르탱에게 있어서는 지하의 암흑이 너무나도 어두운 것이었지만, 그곳에서 살아가는 노숙인은 그 정도의 암흑이 낮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랬기에 그토록 암울한 하수구 속을 너무나도 쉽게 누볐다. 노숙인의 어두움이 뷔르탱을 끌어당겼다. 노숙인이 멈춰서는 뷔르탱을 바라보았다. 뷔르탱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환경속에서 그가 자신을 보고 있음을 알아챘다. 그렇게 뷔르탱은 어둠속에서 노숙인의 눈동자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그 사람의 눈이라는 것은 제 안에 빛이라는 것을 담은지가 언제인지 기억조차하지 못하는 듯이 어둡게도 색칠되어 있었다. 그 짙은 암흑이 뷔르탱을 자극했다. 아무리 어두운 색을 덧칠한다고 해도 나올 수가 없는 색이었기에 뷔르탱은 그 노숙인의 눈 그 자체를 탐닉했다. 그 텅 빈 눈을 타고 올라갔을 때 나올 그 사람이라는 존재의 생각이 얼마나 어두운지 짐작조차 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생각을 담은 눈동자가 모든 빛을 다 흡수하고 있었다. 지하는 어두웠기에 빛이라고 할 것도 없었으나 아주 미세하게 뷔르탱의 시각 안으로 들어오고 있는 옅은 달빛마저도 노숙인의 검은 눈동자가 다 흡수하고 있었다. 그러나 노숙인의 생각은 빛을 받아들이면서도 제 안을 밝힐 생각을 하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밖이 밝다면 그 밝음조차도 자신의 어두움으로 칠해버리는 그런 존재와도 같았다. 노숙인의 눈빛은 그렇게 밖의 모든 빛을 제 안으로 끌어당겼다. 그러나 그 끌어당김이라는 것은 어두운 자신의 속을 밝히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그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빛을 삼켜서라도 없애버리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러한 어두움을 담고 있는 것과는 다르게 노숙인의 눈동자는 너무나도 희고 불투명했다. 제 안에 짙은 검정을 담고 있지만 그 표면의 구체는 회색빛의 끈적이는 액체로 가득 들어차 있었다. 마치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있다는 듯이. 그러나 실제로 존재하는 보이는 것들은 보지 않으려는 듯 한 노숙인의 눈동자가 뷔르탱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회색빛의 안개로 가득 들어찬 둥근 공간 속 정중앙에 검은 그의 생각이 잠들어 있었다. 어두움이 그 안개를 헤치고 자신을 꺼내 달라는 듯이 그 안에서 뷔르탱을 불렀다. 그 자극에 응답하려는 듯이 뷔르탱의 손가락이 노숙인의 눈동자를 향해 갔다. 자신이 끄집어내고 싶어 하는 것을 드디어 손에 넣게 되었다는 생각이 뷔르탱을 떨리게 했다. 노숙인의 눈을 향해 가는 뷔르탱의 손가락이 덜덜거리며 떨려왔지만 노숙인은 그 어떠한 반항도 하지 않았다. 순간 노숙인의 눈이 뷔르탱을 향했다. 뷔르탱의 눈과 노숙인의 눈이 어두움 속에서 만났다.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노숙인이었다. 어디선가 올라오는 기시감에 뷔르탱의 손이 제 떨림을 멈췄다. 뷔르탱의 손이 잠시 멈칫하자 노숙인 또한 그를 알아봤는지 그 눈의 어두움이 떨렸다. 생각을 하는 듯이 제 뇌를 대변하는 노숙인의 어두운 눈이 잠시 제 기억 속을 더듬는 듯 했다. 잠시 후에 노숙인의 어두운 눈 속에서 옅게도 빛이 뻗쳐 나왔다. 마치 어두운 심연 속에서 무언가가 올라온 듯이 옅은 빛이 번뜩였다. 노숙인의 기억 속에서 뷔르탱의 존재가 튀어나온 것이었다. 노숙인이 뷔르탱을 알아보자 노숙인의 몸에서 힘이 한꺼번에 빠져나갔다. 마치 자신의 몸을 뷔르탱에게 맡겨버린 듯이 힘을 뺐다. 전에도 그리 큰 반항은 하지 않았으나 힘을 주지 않는 것과 힘을 빼는 것은 상당히 다른 태도였다. 저항하지 않는 다는 것은 죽음과도 같았다. 이러한 어두움 속에서는. 노숙인은 너무나도 쉽게 뷔르탱의 손에서 자신을 놓아버렸다. 무엇이 그토록 쉽게 그를 무너뜨렸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어쩌면 뷔르탱의 저명함. 대상을 받은 그의 얼굴을 알아본 것이 노숙인이 자신을 포기하게 만든 것만 같았다. 뷔르탱은 그 어떠한 반항도 하지 않는 노숙인의 몸짓에서 그가 자신의 생명을 포기했다는 사실을 느낄 수가 있었다. 그 힘과는 대조적으로 노숙인의 목을 조르고 있는 뷔르탱의 손에는 너무나도 많은 힘이 들어갔다. 뷔르탱의 손이 노숙인의 목을 조를수록 노숙인의 눈에서 옅게도 빛을 발하던 마지막 남은 기억의 조각이 어둠에 물들어갔다. 그렇게 노숙인의 눈이 본래와도 같게 어둠으로 가득 차 버렸다. 노숙인의 몸에서 마지막 남은 숨이 빠져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뷔르탱은 자신의 손 끝에서 그의 몸 속으로 죽음이 침투하는 것을 느꼈다. 그러자 어두웠던 그의 눈이 제가 가지고 있던 그 어둠조차 잃어버린 듯이 굳어버렸다. 뷔르탱은 자신이 빼앗아버린 그의 몸을 바라보면 떨려오는 가슴을 간신히 진정시켰다. 더 이상 그 어떠한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 노숙인의 몸과는 다르게 뷔르탱은 마치 죽은 그의 심장을 빼앗기라도 한 듯이 흥분으로 떨려왔다. 뷔르탱은 자신의 손을 노숙인의 목에서부터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가슴 위로 옮겼다. 죽음이 도달하기 전 미친 듯이 발악하며 뛰어대던 그의 목과는 다르게 심장은 미세한 진동도 남기지 않은 채로 굳어있었다. 굳은 피부가 뷔르탱에게 있어 너무나도 익숙한 캔버스의 표면을 떠오르게 하여 뷔르탱의 손바닥이 떨려왔다. 그 때문에 순간, 뷔르탱은 노숙인의 심장이 다시 뛰고 있다고 착각하였으나 곧 그의 몸에 숨이 들어가지 않음을 확인하고는 죽음을 확신하였다. 완벽한 죽음이었다. 죽음. 그 자체의 생생함. 죽음을 담아내야만 했다. 예술의 세계에. 예술의 경지에 뷔르탱 자신의 이름으로 남길 원했다. 순간을 담아내야만 했다. 부패하지 않게. 이 세상에 남겨야만 했다. 뷔르탱은 순간 검은 조각상의 그림을 생각했다. 그러나 곧이어 어떠한 반발심이 그 뒤를 따랐다. 검은 조각상과 똑같이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 전과는 달랐다. 검은 조각상과 같은 수준만 되어도 좋겠다고 생각했었던 과거와는 다르게 이제는 검은 조각상과는 달라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뷔르탱은 생각에 잠긴 채로 심장과 같이 떨려대는 손바닥으로 사늘하게 식어가는 노숙인의 흉부를 매만졌다. 오랜 시간 씻지 못해 떼가 덕지덕지 붙은 노숙인의 표면은 짙은 얼룩과 같았다. 뷔르탱에게 있어 그 모습이 마치 자신이 그림을 그렸던 검은 캔버스와 같았다. 희기만 한 캔버스와는 다른 특별함을 가진 검은 캔버스. 검은 캔버스에 처음 붓을 데었던 순간이 떠올랐다. 전에는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낯설었던 창의성이 다시 한 번 뷔르탱에게 스몄다. 피. 피가 이 검은 표지 안에 아직 마르지 않은 채로 담겨져 있을 것이다. 죽음이 그의 몸을 완전히 잠식하여 온 몸의 피를 다 빼앗아 가기 전에 그의 몸 안에서 피를 빼내야 했다. 그의 몸 안에서 물감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은 피 뿐이기에. 뷔르탱은 생생한 손으로 검게도 얼룩진 노숙인의 겉 피부를 비벼대었다. 그러자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제 몸 위로 쌓여갔던 모든 떼가 뷔르탱의 손바닥 안에서 뭉쳐갔다. 더러운 떼들이 벗겨졌음에도 그의 몸은 여전히 더러웠다. 제 속에 갇혀 있을 피를 보이지 않은 채로 어둡게도 제 본 모습을 가리고만 있었다. 벗기고만 싶었다. 피를. 죽어서 식어버린 시체 안에 갇혀 있는 피를 두 눈으로 확인하고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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