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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검은조각상
작가 : writer
작품등록일 : 2019.9.3

예술의 세상속에 남기를 바라지만
인정받지 못하는 한 예술가에게
검은조각상이 나타난다.

 
22
작성일 : 19-09-07 21:08     조회 : 254     추천 : 0     분량 : 4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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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은 검은 조각상이 지나갈 때마다 불평의 소리를 내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전히 자신들의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훌쩍거리고 있었기에, 검은 조각상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은 없었다. 다급한 마음으로 공연장을 빠져나오자 밖은 전보다 더욱 어두워져 있었다. 그러나 잠시 후면 사람들이 공연장에서 나올 것이었기에 검은 조각상은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어두운 골목으로 몸을 피했다. 아무도 없는 골목에서 숨을 고른 검은 조각상은 간신히 마음을 진정시키고는 자신이 들고 나온 캔버스를 바라보았다. 골목이 너무 어두웠기에 캔버스 그 흔적만이 어렴풋하게 보일 뿐이었는데, 검은 조각상은 그 와중에도 캔버스의 한 가운데에 찔러 넣어진 붓을 또렷하게 감지해 낼 수 있었다. 보이지 않아도 느껴졌다. 그 곳에 무언가가 굳건하게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검은 조각상은 다시 자신의 손을 들어 붓을 뽑아내려고 했다. 그러나 웬일인지 붓은 전보다 더 강하게 캔버스에 박혀있었다. 마치 캔버스가 붓을 삼켜버린 것만 같았다. 아무리 애를 써도 빠지지가 않았다. 검은 조각상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붓이 꽂혀진 부분의 캔버스를 손가락으로 뚫으려고 했다. 그러나 캔버스는 검은 조각상의 손가락에게는 자신의 틈을 보여주지 않았다. 검은 조각상의 손으로는 뚫을 수 없는 것이었다. 검은 조각상은 투박한 자신의 손으로 캔버스의 표면을 계속해서 긁어대었지만 그저 아직 마르지 못한 물감만이 그 표면 위로 번질 뿐, 캔버스는 뚫리지가 않았다. 검은 조각상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여 캔버스를 돌려 보았다. 캔버스의 뒷부분은 그림이 그려지기 전의 앞면과도 같이 새하얀 색을 담고 있었다. 캔버스가 너무나도 하얬기에 어두운 골목 속에서도 희게도 빛을 발했다. 아주 적은 양의 불빛만 있어도 자신의 빛을 뿜어낼 수 있는 것이었다. 캔버스는. 검은 조각상은 시선을 돌려 캔버스를 뚫어버린 붓을 바라보았다. 붓은 제 안에 여러 색들을 담은 채로 여전히 마르지 않은 물감만을 뚝뚝 거리며 땅 바닥으로 흘러내고 있었다. 그러나 제 붓 갈기 안에 온갖 색을 담고 있는 붓과는 다르게 새하얀 캔버스의 표면은 젖어있지 않았다. 너무나도 메말라 있었다. 검은 조각상은 손가락을 들어서는 젖어버린 붓의 끝에 자신의 손가락 끝을 데었다. 그러자 그곳에서 자신이 찍어 내렸던 색들이 검은 조각상의 손가락에 묻어났다. 그러나 색이라는 것은 무대 위에 내리 쬐어졌던 빛과는 다르게 섞일수록 어두워지는 것이었기에, 온갖 색이 섞인 붓은 더러운 구정물의 색을 내었다. 검은 조각상은 괜히 그것에 기분이 나빠져서는 붓의 끝에서 자신의 손가락을 떼어내었다. 그러나 검은 조각상 또한 검은 색이었기에 손가락 위에 닿은 물감의 색은 어둠 속에서 구분되지 않게 검은 조각상과도 같은 색을 내었다. 그럼에도 기분이 더러워진 검은 조각상은 자신의 검은 망토에 손을 닦고는 다시 메마른 손가락으로 새하얀 캔버스를 만졌다. 붓이 자신을 뚫고 들어왔기에 터져나간 종이조각들이 여러 모양으로 갈기갈기 찢겨 나가 있었다. 검은 조각상은 조심스럽게 붓의 경계를 놓아주지 않고 있는 뾰족하게 찢어진 종이 끝부분을 매만졌다. 종이조각은 뾰족하게 뜯겨져 나갔기에 단단한 검은 조각상의 손가락에서도 그 따가움은 느껴지는 것이었다. 검은 조각상은 그 따갑게도 뜯겨져 나간 종이의 끝부분들을 부드럽게 눌러주었다. 그러자 캔버스가 조심스럽게도 검은 조각상의 손길을 받아들였다. 그렇게 뾰족하기만 했던 캔버스가 검은 조각상의 손길에 제 자신의 날카로운 끝부분을 뭉툭하게 접어나갔다. 검은 조각상이 조심스럽게 캔버스를 어루만지는 순간 골목 밖에서는 공연장에서 관객들이 빠져나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웅성거리며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와 발자국 소리 그리고 여전히 울먹거리면서 자신의 감정을 추스르지 못한 사람들이 어두운 밤을 지나 자신들의 집으로 향했다. 검은 조각상은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게 모든 사람들이 다 빠져나갈 때까지 기다리기도 하였다. 그렇게 검은 조각상은 숨을 죽인 채로 사람들로부터 자신의 모습을 숨겼다. 무대가 워낙 컸기에 관객들이 다 빠져나가는 데에도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관객들이 다 빠져나가자, 검은 조각상은 그제 서야 어두운 골목길을 빠져 나왔다. 그리고는 조심스럽게 뷔르탱이 있는 작업실로 향했다. 여러 번의 시도에도 붓이 캔버스 밖으로 빠져 나오지 않았기에 검은 조각상은 어쩔 수 없다하며 작업실을 향해 걸었다. 그러나 검은 조각상은 차마 망가진 작품을 뷔르탱에게 보여줄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검은 조각상은 붓이 빠지지 않는 그림을 건물 밖 도로에 버리고는 집 안으로 들어갔다. 검은 조각상은 뷔르탱이 그림을 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그림은 새벽에 길을 나서는 뷔르탱에 의해서 발견되었다.

 

 살롱전이 다가왔기에 뷔르탱은 그 그림을 살롱전에 제출하였다. 이번에도 너무나 쉽게 대상을 받았다. 그러나 이번 작품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는 전과 달랐다. 뷔르탱의 그림을 겉으로 찬양하면서도 속으로는 거부감을 느꼈던 사람들이 작품을 보고는 전과는 다르게 작품이 아름답지 않았기에 불편함을 느끼지 않았다. 검은 조각상이 끔찍한 감정을 담아내면서도 연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도 그림 속에 담아내었기 때문이다. 그와 동시에 사람들이 외면하고 싶어 하는 감정을 담아낸 작품을 높이 샀다. 전과는 다르게 부정적인 감정을 그려낸 뷔르탱에게 사람들이 찬사를 보냈다. 그러나 그 마음속에서는 자신의 부족함과 비정상적인 면모만 느끼게 해준 전의 그림과는 다르게 자신보다 끔찍한 감정을 겪는 그림을 보며 위안을 얻은 감정이 담겨져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뷔르탱의 그림을 전과 다르다 했다. 뷔르탱 또한 검은조각상의 그림을 마음에 들어 했다. 그 안에는 진짜 사건이 아닌 거짓이 담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전과는 다르게 거짓되고 연기된 순간이 담겨져 있었다. 검은 조각상이 그린 그림이 현실만을 담지 않는다는 생각이 뷔르탱을 기쁘게 했다.

 

 뷔르탱은 살롱전이 끝난 뒤에, 검은조각상의 그림을 들고서는 다시 집으로 들어왔다. 밖에서 나는 소리에 검은 조각상이 입구로 향했다. 순간 뷔르탱과 검은 조각상이 마주쳤다. 뷔르탱은 두 손에 검은 조각상의 그림을 들고 있었으며 입가에는 웃음을 띄고 있었다. 검은 조각상은 차가운 공기를 맞으며 자신의 그림을 보며 행복하게 웃고 있는 뷔르탱을 보았다. 순간 자신의 그림이 뷔르탱을 만족시켰다는 생각에 검은 조각상의 내부에서도 행복함이 차올랐다. 드디어 자신이 처음 그림을 그렸을 때와 마찬가지로 뷔르탱이 웃으면서 자신의 그림을 바라보았다. 검은 조각상은 뷔르탱이 원하는 것을 알았다. 뷔르탱의 그림을 똑같이 그리는 것도, 자신만의 해석을 담아서 그려내는 것도 아니었다. 검은 조각상은 웃음을 띈 뷔르탱을 보며 앞으로는 더욱 뷔르탱이 원하는 그림을 그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검은 조각상은 그저 멀리서 사람들을 관찰한 뒤에 그들의 속을 그려내는 것을 멈췄다. 그리고는 더욱 가까이 그들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한 걸음, 한 걸음. 그렇게 검은 조각상은 사람들과 자신간의 거리를 좁혀나갔다.

 

 검은 조각상이 사람들에게 다가갈수록 사람들이 풍기는 짙은 향내가 검은 조각상 안으로 들어왔다. 그저 멀리서 그들을 관찰하고 자신의 손으로 그려냈을 때와는 다르게 가까운 거리에서 마주한 그들의 모습은 검은 조각상의 모든 감각을 마비시켰다. 멀리서 있을 때에는 그저 시각만을 빼앗겼었는데, 사람들에게 다가갈수록 검은 조각상은 시각을 넘어 더 많은 것을 뺏기게 되었다. 그저 돌덩어리로 이루어진 자신은 절대로 낼 수 없는 인간의 향이라는 것이 검은 조각상 안으로 들어와서는 검은 조각상을 매료시켰다. 자신은 가져본 적이 없는 향이기에 검은 조각상은 그 향에 더욱 취해버리고 말았다.

 

 그러나 검은 조각상의 마음 한 켠에서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들킬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랬기에 검은 조각상은 뷔르탱이 입혀준 검은 망토를 더더욱 자신의 몸을 향해 옭아매었다.

 

 천천히, 천천히 검은 조각상은 두 손으로 검은 망토를 옥죄고는 사람들 속으로 들어갔다. 섞일 수 없었으나, 그들 곁에 서 있는 것은 할 수 있었음으로. 온갖 냄새를 내뿜고 있는 사람들은 이미 제 향에 취해서는 향이 나지 않는 검은 조각상을 그저 지나칠 뿐이었다. 그러나 검은 조각상에게는 자신을 스치는 모든 이들이 다들 새롭게 느껴졌다. 사람들은 자신의 향에 가려져서는 타인의 향을 제대로 맡지 못했는데, 검은 조각상에게는 자신의 향이 없었기에 사람들이 가진 각각의 향이 너무나도 짙고 개성 강하게 느껴졌다. 사람들의 향은 제 각자의 삶을 담고 흘렀다. 그렇게 서서히 검은 조각상 안으로 인간의 향이 새어 들어왔다. 너무 많은 향이 한꺼번에 검은 조각상의 안으로 밀고 들어왔기에, 검은 조각상은 사람들이 적은 곳으로 옮겨가기로 하였다. 그렇게 검은 조각상이 한적한 곳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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