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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검은조각상
작가 : writer
작품등록일 : 2019.9.3

예술의 세상속에 남기를 바라지만
인정받지 못하는 한 예술가에게
검은조각상이 나타난다.

 
20
작성일 : 19-09-07 21:07     조회 : 241     추천 : 0     분량 : 5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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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보다는 옅은 빛이 무대에 쏘여지기 시작했다. 어둠 속에 있는 사람들의 시선은 모두 그 빛을 향하였다. 무대 중앙을 향한 빛이라는 것은 매우 약했으나, 어둠 속에 있었기에 강한 빛처럼 느껴졌다. 사람들은 무대가 어두워지기 전에 무대 중앙에 있던 남성을 다시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으나, 그는 그곳에 존재하지 않았다. 벌거벗은 채로 짐승의 소리를 내던 그 남성은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증발해버린 그를 대신해서 그 자리를 채운 것은 어느 가녀린 여인이었다. 너무나도 마른 몸을 가지고 있어서 마치 어린 아이라고 오해할 만한, 그러나 그녀는 성숙한 성인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는 여성이었다. 그녀가 가진 우아함이라는 것은 마치 더럽혀지지 않은 백조와도 같은 것이었다. 순백의 옷을 발레복을 입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단숨에 수 많은 관객들의 시선을 매료시켰다. 관객들은 재빠르게 자신의 눈에서 충격적이었던 벌거벗은 남성을 지우고는 아름다운 성숙미를 풍기고 있는 여성을 채워나갔다. 한 번의 어두움이 사람들의 시야를 바꿔놓았다.

 

 무대 중앙의 여성은 자신의 가녀린 팔을 저 멀리로 뻗었다. 그러자 느릿하게 펼쳐지는 그녀의 팔을 따라 사람들의 시선 또한 옮겨졌다. 마치 한 사람, 한 사람의 눈빛이 그녀의 팔을 태워버릴 듯이 뜨겁게도 불타오르고 있었다. 시선이라는 것은 그토록 강한 힘을 제 속에 내포하고 있었다. 무대 중앙에서 수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받고 있는 여성은 전보다는 빠르게 자신의 남은 팔을 더 멀리 뻗어내었다. 그렇게 그녀의 가녀린 두 팔이 완벽하게 그녀의 몸을 떠났다. 완벽하게 두 팔을 펼쳐낸 여인은 이번에는 우아하게 제 몸을 앞으로 숙였다. 그러자 그녀의 몸을 따라서 그녀의 등이 그녀에게서 점차 멀어져갔다. 그렇게 그녀의 등이 굽었다. 그녀는 자신이 할 수 있는 한에서 최대한 자신의 등을 굽혔다. 그러자 그녀의 마음과도 같이 그녀의 등이 그녀로부터 최대한 멀어졌다. 이제 그녀는 아래를 향한 자신의 고개를 위로 젖혀내었다. 빛이 쏘여지는 곳을 향해서 들려진 그녀의 얼굴은 너무나도 서글픈 표정을 하고 있는 그녀의 눈망울을 담아내었다. 빛이라는 것이 어둡게 칠해진 그녀의 검은 눈동자에 들어와 박혔다. 그렇게 아래를 향했을 때에는 어둡기만 하던 그녀의 눈빛이 그녀 안으로 들어와서는 여러 갈래로 뻗어나간 빛에 의해서 빛을 발하게 되었다.

 

 그녀의 눈이 자신의 어두움 속에 빛을 흩뿌리자, 순간 거대한 어두움이 그녀를 빛으로부터 가려내었다. 그렇게 거대한 누군가가 그녀 앞으로 뛰어들어서는 그녀에게로 향하는 빛을 다 막아내었다. 어리고 순수하기만 한 그녀가 빛나는 것을 어둠으로 막아버린 사람은 다름 아닌 짐승처럼 울부짖던 그 남성이었다. 밝은 빛에 둘러싸여서는 빛을 반사해 내고 있던 그녀 앞에 서서는 자신의 커다란 몸을 펼쳐 가녀린 여성에게로 향하는 빛을 어둠으로 바꾸어 버렸다. 빛은 강하게도 그의 등에 쏘여졌다. 그의 피부는 욕심 많게도 혼자서 빛들을 다 독차지해 버렸기에 그의 등은 빛과 같은 색으로 발광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내면이라는 것은 그의 등에 쏘여진 빛이라는 것과는 다르게 너무나도 어두울 것이 분명했다. 짙게도 짙게도 아무리 강한 빛으로 쏘아버린다고 할지라도 밝아지지 않는 그러한 어두움으로 가득 차 있을 것이었다. 검은 조각상은 희기만 한 그의 등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그 속에 담긴 그의 어두운 마음을 읽었다. 누군가에게는 보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보이지 않을 그러한 어둠을. 검은 조각상은 보았다.

 

 순간, 빛을 막아낸 남성은 여성이 있는 제 앞으로 서서히 걸어 나가기 시작했다. 넓게도 벌려진 그의 덩치가 너무나도 커서 가녀렸던 그녀는 관객들의 시야에서 가려진지 오래였다. 멀리 뻗어진 그녀의 가녀린 팔만이 거대한 그의 몸 양 옆으로 마치 나뭇가지처럼 뻗쳐져 있었다. 그가 그녀에게 다가갈수록 그녀의 몸 또한 제 안으로 굽어만 갔다. 그렇게 간신히 자신의 팔만이라도 그의 몸 밖으로 뻗치고 있던 그녀의 팔이 그녀의 몸 안으로 굽어 들어갔다. 그렇게 그녀는 자신의 팔을 굽혔다. 그렇게 그녀의 팔 또한 다른 신체처럼 그의 몸 안으로 가려져 버리고 말았다. 더 이상 관객들은 그녀의 모습을 눈으로 확인할 수가 없었다. 그저 혼자서 빛을 독차지 해버린 그의 하얀 등에 자신들이 상상하는 그녀의 모습을 그려내는 것 밖에 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관객들은 제 각기의 머릿속에서 재생되어지는 그녀의 모습을 희기만 한 그의 등 위에 제 각기의 생각을 담아 그려내기 시작했다. 백지라는 것은 그렇게 사람들의 상상을 자극하는 것이었다. 보이지 않았기에 그려지는 것. 사람들은 자신들의 가려진 시야 앞에서 오히려 더욱 자신의 속과 같은 그림을 그려낼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그녀의 모습은 그 공연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의 수 만큼 다양하게 그의 등에 그려졌다.

 

 그가 그녀를 안았다. 그러자 가녀린 여자가 끊어질 듯 한 소리를 내며 괴롭게도 자신을 접어나갔다. 그녀는 팔조차 뻗어 내지를 못했다. 그저 팔 또한 너무나도 강하게 그의 품 안에 먹혀버린 채로 그 안에 가둬져 버렸다. 그녀를 안은 그는 더욱 강하게 제 몸을 좁혀나갔다. 그러자 그녀가 숨이 막힌 듯이 꺽꺽거렸다. 그 소리는 너무나 끔찍하게도 고요한 공연장을 가득 메웠다. 그렇게 그녀는 관객들에게는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오직 소리를 통해서 자신을 보여주었다. 관객들은 그녀의 비명을 자신들의 그림에 덧칠해 나갔다. 그녀의 찢어지는 고통의 비명이 한 번의 칠함이 되어서는 밝기만 했던 그의 등을 어둡게 칠해나갔다. 한 번의 소리침, 그리고 또 한 번의 어두움. 그렇게 그녀의 소리는 사람들에게 닿아 눈에 보이는 것이 되어버렸다.

 

 그는 그녀의 소리가 커져감에 따라 감정적으로 동요를 하는지 점점 더 거세게 그녀를 안아버렸다. 그리고는 자신의 힘을 감당하기가 벅찼는지 그녀를 안은 채로 무대의 뒤쪽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그가 관객들로부터 점점 멀어져 가자, 그녀의 비명 또한 커져만 갔다. 마치 실제 상황으로 착각할 만큼 진심을 담은 비명이었다. 몇 명의 관객은 그녀의 울부짖는 소리에 감정이 동요하기도 했다. 그러나 검은 조각상은 여전히 그저 남성의 등에 시선을 고정한 채로 가려져서 보이지 않는 것을 보려고 하였다. 그러나 그가 그녀를 꽉 하고 껴안은 채로 점점 무대 뒤 쪽으로 사라져가자, 그의 등에 쏘여졌던 빛 또한 그의 등을 벗어나버렸다. 그렇게 그가 그녀를 뒤로 밀고 자신의 앞으로 향할수록 희기만 했던 그의 등은 빛에서 점점 멀어져서는 어둠으로 가득 차게 되었다. 그렇게 그의 등이 어두움으로 그려지자 관객들은 더 이상 그의 등에 자신들이 상상하는 그녀의 모습을 그려낼 수가 없었다.

 

 관객들은 점점 커져가는 그녀의 비명소리와 점점 어두워져가는 그의 등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한 걸음, 한 걸음. 그렇게 그가 그녀를 제 품에서 놓아주지 않고는 빛으로부터 완벽하게 사라져 갔다. 그들이 완벽하게 무대의 끝으로 향하자 쿵 하는 커다란 소리와 함께 빛이 꺼져버렸다. 그렇게 무대 위는 완벽한 암전에 들어갔다. 어떠한 소리도 어둠속에서 새어나오질 못했다. 완벽한 어둠과 완벽한 고요함이 적막하게도 무대 위를 흐르고 있었다.

 

 검은 조각상은 어두움이 찾아오자 관객들 사이를 걸어서는 더욱 무대에 가까이 다가갔다. 무대와 관객석을 가득 메우고 있는 것이 뷔르탱에 의해서 입혀진 검은 외투의 색과도 같은 빛을 띄고 있었기에 검은 조각상은 사람들에게 들킬 걱정 없이 앞으로 나아갈 수가 있었다.

 

 그렇게 검은 조각상이 2층 난간에 다다른 순간, 무대 중앙에 다시 빛이 환하게 비쳐지며 무대가 환히 밝아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그곳에 나타나기를 기대했던 사람은 가녀리게도 밝았던 그녀였지만, 그녀는 자신의 모습을 바꿔서 돌아왔다. 짙게도 어두운 흑조가 되어. 관객들의 앞에 제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러나 그녀의 모습을 칠해버린 것은 검은 색만이 아니었다. 제 희던 온 몸을 검은 먹물에 담근 듯이 어둡게 칠해진 그녀는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소름이 끼치게 만드는 붉은 핏물을 제 가슴에 드리우고 있었다. 마치 어두운 제 본모습에 떨어지지 않고 매달려 있는 붉은 그림자라도 된다는 듯이. 그렇게 붉음이 그녀의 아픈 가슴을 그녀 밖으로 끄집어내 보이고 있었다. 그러한 그녀를 환한 빛이 맞이했다. 관객들은 너무나도 끔찍하게 변해버린 그녀의 모습을 쉽게 받아드리지 못했다. 희기만 했던 그녀가 자신에게 쏘여졌던 빛을 잃자, 너무나도 처참하게 변해버렸기에. 관객들은 순간 그녀가 자신들이 보았던 그 여성이 맞는지를 생각해야했다. 그 여성은 검어진 자신의 손바닥으로 붉게 찢겨져 버린 자신의 가슴을 더듬었다. 자신 또한 자신의 가슴에 난 상처를 인지하지 못하는 듯 했다. 아니 어쩌면 그 상처라는 것이 너무나도 급작스러웠기에 아직은 받아들이지 못한 것일지도 모르는 것이었다. 그렇게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 뚫려버린 자신의 가슴을 어두워진 자신의 손으로 더듬거렸다. 자신의 가슴처럼 텅 비어버린 표정을 제 어두운 얼굴에 드리운 채로. 그녀는 얼굴을 들고는 자신의 가슴조차 쳐다보지 않은 채로 자신의 가슴을 멍하니 만져대었다. 관객들의 시선은 그녀의 공허한 얼굴을 바라보았다가 다시 뜯겨져 나간 그녀의 가슴을 바라보았다. 더듬거림이 계속되었으나, 여전히 그녀의 표정은 모든 것을 잃은 채로 표정을 잃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 안에서 지어질 줄을 몰랐다. 감정을 지닌 표정이라는 것은. 그녀의 가슴 속에서 지워질 줄을 몰랐다. 고통을 지닌 상처라는 것은. 그렇게 그녀의 모든 것을 잃어버린 듯 한 텅 빈 감정이 공연을 보고 있는 모든 관객들의 마음을 채워나갔다. 빈 것은 그녀였으나 그러한 빔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이 채워지기 시작했다. 어떠한 감정으로, 알 수 없는 느낌들로. 그렇게 사람들의 안이 채워졌다.

 

 그녀가 서서히 자신의 고개를 숙여서는 자신의 가슴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그제 서야 자신을 끊임없이 아프게 만드는 상처를 찾아낸 것이었다. 너무 깊은 상처여서 차마 그 고통을 느끼지도 못하고 그저 감정의 상실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게 그녀는 자신의 모든 것을 앗아간 상처를 눈으로 바라보았다. 온통 검은 색으로 둘러싸인 곳에 난 상처는 흰 곳에 난 상처보다 더 아리게 보였다. 자신의 상처를 보던 그녀가 자신의 아픔을 인지하고는 찢어지도록 소리를 질렀다. 자신의 상처만큼 찢어지게. 그렇게도 비명을 질러대었다. 그 소리가 그녀의 감정에 공감하고 있던 어두운 관객들을 깨어놓았다. 그렇게 그녀는 모든 것을 깨뜨려 버릴 정도로 찢어질 듯 한 비명을 질러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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