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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검은조각상
작가 : writer
작품등록일 : 2019.9.3

예술의 세상속에 남기를 바라지만
인정받지 못하는 한 예술가에게
검은조각상이 나타난다.

 
19
작성일 : 19-09-07 21:07     조회 : 245     추천 : 0     분량 : 4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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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곳에 그녀가 있었다. 뷔르탱의 시선은 자신의 그림을 담을 액자를 만드는 그녀에게로 향했다. 여전히 뷔르탱의 마음은 그녀에게로 향하고 있었으나, 여전히 뷔르탱은 그녀에게 다가가지 못했다. 뷔르탱은 오직 그녀를 담은 마음을 그려낼 줄만 알았다. 그렇게 뷔르탱의 손이 다시 자신의 붓을 들었다. 뷔르탱은 그녀를 위한 그림을 그리기로 했다. 자신도 예술적인 인정을 받았으며, 부도 갖추었기에 이제는 그녀에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그는 다시 그녀를 그려내었다. 자신의 머릿속에서 떠나가질 않는 그녀였기에 아무도 없는 작업실에서도 그녀를 그릴 수가 있었다. 텅 빈 캔버스가 그녀로 가득 채워졌다.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은 억지로 그려내려고 하지 않아도 제 스스로 살아있는 듯이 아름다움을 뿜어내었다. 뷔르탱은 그녀가 자신의 그림을 담을 액자를 작업하고 있는 모습을 상상했다. 그녀가 자신의 능력을 인정하고 자신을 사랑해 준다면 이 세상에서 모든 것을 가진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뷔르탱의 머릿속에서 그녀가 자신의 작품을 바라보고 있었다. 자신의 그림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이 반짝이면서 제 안에 황홀감을 담고 흘렀다. 별이 흩뿌려진 은하수가 어두운 밤하늘에서 조용히 흐르고 있는 듯이 그녀의 눈도 그렇게 빛나는 별들을 제 안에 감춘 채로 자신의 그림을 동경하고 있었다. 뷔르탱의 상상 속에서 그녀가 바라보고 있는 그림은 아름다운 가족의 그림이었다. 뷔르탱은 그녀가 바라보고 있는 그림을 보며 자신이 그리지 않았기에 약간은 죄책감 같은 감정도 느꼈지만 그녀가 그 그림을 좋아한다면 그 그림은 자신의 것이 되었다. 뷔르탱은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온전하고 화목한 가족의 모습을 보며 자신이 그녀와 함께 그러한 가정을 꾸리기를 원했다. 자신이라면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뷔르탱은 걱정스러운 마음이 올라오는 것을 애써 거부하고는 그녀와 자신이 그 그림 속에 있는 것을 상상했다. 그녀는 너무나도 아름다운 모습으로 자신과 그녀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뷔르탱의 상상 속에서 그녀는 그의 그림을 한참동안 바라보더니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액자틀을 만드는 책상으로 자리를 옮겼다. 액자를 만드는 공간은 살롱전이 열리는 미술관의 지하에 위치하고 있었다. 뷔르탱은 이전에 딱 한 번 그 공간을 본 것이 전부였지만, 평생 동안 그림을 그려온 화가였기에, 한번 본 공간도 뷔르탱의 머릿속에서는 온전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뷔르탱은 그렇게 그녀가 담긴 공간을 그려내기 시작했다. 뷔르탱은 일렁이는 촛불에 비친 자신의 작품을 그려내었다. 그리고는 자신의 작품을 바라보며 액자를 만들고 있는 그녀를 담아내었다. 그녀는 낡은 의자에 앉아서 책상 위로 허리를 숙이고 있었다. 책상을 바라보고 있는 그녀의 머리에서 컬이 진 옆머리가 조심스럽게도 그녀의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녀의 뺨은 일에 집중을 하여 약간은 상기된 표정이 되어서는 붉게 물들어 있었다. 액자를 다듬고 있는 그녀의 손은 오랜 작업으로 인해 성한 곳이 없었으나 그 모든 상처가 그녀를 더욱이 빛내고 있었다. 그녀는 예술가였다. 뷔르탱 자신이 그러한 것처럼. 그녀 또한 작품들을 담아내는 틀을 조각하는 예술인이었다. 뷔르탱의 손끝에서 태어난 그녀의 손은 섬세하고도 능숙한 손길로 액자 틀을 다듬어 나갔다. 그녀의 손으로부터 탄생되어나가는 조각들을 담아내기 위해 뷔르탱 또한 제 손 끝에 모든 신경을 집중했다. 그렇게 뷔르탱의 손에서 그녀가 그려나가졌다.

 

 작업이 끝난 뒤, 뷔르탱은 밀려오는 피로감을 참지 못하고 그림을 조심스럽게 작업대에 올려놓고는 침대로 향했다. 그녀를 그릴 때면 다른 것을 그릴 때보다 더욱 신경을 쓰고 긴장을 많이 했기에 피로도가 더했다.

 

 뷔르탱이 잠에 들자, 검은 조각상이 뷔르탱의 그림을 조심스럽게 바라보았다. 검은 조각상은 뷔르탱이 자신의 그림을 바라볼 때, 전과는 다른 마음으로 바라본다는 것을 느꼈다. 검은 조각상에게 있어서의 그림을 그리는 목적은 오직 뷔르탱의 사랑과 인정이었다. 그러나 처음 살롱전에서 대상을 탔을 때, 뷔르탱이 보여주었던 사랑과 인정을 그 이후로는 느낄 수 없었다. 검은 조각상은 자신을 탓했다. 무언가 만족스럽지 않은 점이 있어서 자신을 인정해주지 않는다고 느꼈다. 검은 조각상은 뷔르탱이 자신의 그림을 보여주면서 똑같이 따라서 그리라고 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그 순간 자신의 마음대로 그림을 그렸던 것이 실수라고 생각했다. 뷔르탱이 원한 대로 똑같이 그림을 그렸어야 했는데, 자신이 원하는 대로 그림을 그린 것이 잘못이었다. 그랬기에 다시 전과 같은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뷔르탱의 그림과 똑같이 그려야한다고 생각했다. 뷔르탱에게 인정을 받고 싶다는 열망이 점점 강해지게 되었다. 뷔르탱에게 인정을 받지 못한다면 더 이상 검은 조각상에게 있어서 삶이라는 것은 가치가 없는 것이었기에. 그렇게 처음에는 그저 아무 감정없이 그림이라는 것을 그렸던 검은 조각상은 점점 강박적인 태도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뷔르탱의 마음에 들어야한다는 그러한 마음에 사로잡혀서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검은 조각상은 붓을 들었다. 검은 조각상은 자신이 뷔르탱의 그림대로 똑같이 그려낸다면 뷔르탱이 다시 자신을 바라봐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똑같이 그림을 그려내었다. 검은 조각상의 손이 마치 뷔르탱이 그렸던 것과 같이 그녀를 그려내었다. 검은 조각상은 뷔르탱의 그림을 똑같이 그려내면서도 그 그림속에 있는 자신의 그림을 그리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곳에 자신의 그림이 있다면 액자를 만들고 있는 그녀의 일이 덜 중요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그녀의 일 자체로 온전해야했다. 그림을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액자뿐이어야만 했다. 액자를 만드는 일을 한다고 해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을 위해서 존재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검은 조각상은 자신을 억눌렀다. 그러내야만 뷔르탱이 자신을 인정해줄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검은 조각상은 자신의 그림을 가장 마지막에 그려내었다.

 

 그러나 그것은 착각이었다. 뷔르탱은 자신이 그린 그녀의 그림과 완전히 똑같은 검은 조각상의 그림을 보고는 분노를 느꼈다. 겉으로 보기에는 똑같았으나 뷔르탱은 느낄 수 있었다. 검은 조각상의 그림에는 자신이 알지 못하는 무언가가 담겨져 있다는 사실을. 검은 조각상의 그림은 제 안에 뷔르탱이 알지 못하는 것을 담고 있었다. 검은 조각상이 자신이 그려낸 그림보다 더욱 잘 그리자 뷔르탱의 시기는 극에 달해갔다.

 

 검은 조각상은 뷔르탱의 반응을 이해하지 못했다. 자신을 대하는 뷔르탱은 전보다 더욱 냉정했다. 자신을 바라봐주지도 않는 뷔르탱의 대응에 검은 조각상은 혼란스러워했다. 그러나 더 이상 그저 물감과 붓을 가지고는 뷔르탱을 만족시킬 수가 없었다. 고작 일상적인 감정들과 흔해빠진 재료들로는 사람들의 정서적인 측면을 만족시켜 줄 수가 없었기에 더 파격적인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온 세상 그 누가 보더라도 예술이라고 인정할 만한 그런 것을 탄생시켜 내야만 했다. 검은 조각상은 그렇게 인정받지 못하는 자신을 끊임없이 괴롭혔다. 자신의 작품을 그려내지 못하기에 내면적으로 무너져서 괴로워하는 뷔르탱을 보며. 검은 조각상 자신은 더더욱 괴로워했다. 자신을 이 세상에 탄생시켜 준 자에 대한 고마움과 평생 갚지 못할 무거운 은혜를 지니고는 그 무게만큼 갚지 못한 보은에 대한 무게를 느꼈다. 세상에 탄생시켜 줬다는 이유로 인해 검은 조각상이 뷔르탱에게 갚아내야만 하는 빚이라는 것은 너무나도 무거운 것이었다.

 

 검은 조각상은 그저 눈으로 바라본 뒤에 손으로 그려내는 것으로는 더 이상 뷔르탱을 만족시킬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검은조각상은 자신의 그림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뷔르탱에게 상처를 입고는 길을 나섰다. 발걸음이 닿는 대로 흘러가던 검은 조각상은 어느 공연장으로 들어서게 된다. 그곳에서는 몸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는 무용극이 한창이었다. 검은 조각상은 자신이 들어간 2층 관객석의 어두운 구석에 숨어서는 공연을 지켜보았다. 뷔르탱이 사람들의 눈에 띄면 안 된다고 단단히 엄포를 놓았기에, 검은 조각상은 전과는 다르게 더더욱 자신의 모습을 감추었다.

 

 한 벌거벗은 남성이 목에 끈이 묶인 채로 무대의 중앙에서 불안하게 제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그 남성은 제 안에서 무언가가 무너진 듯이 괴롭게도 울부짖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짐승의 울부짖음과 같은 것이었다. 검은 조각상은 아직 이 세상의 소리를 다 알지는 못했으나, 무대의 중앙에 있는 벌거벗은 남성의 소리는 자연스러운 소리가 아니라는 사실 정도는 알고 있었다. 내면적으로 무너져 내린 남성의 울부짖음은 멈출 새도 없이 계속되었다. 여느 짐승과 같은 소리가 검은 조각상을 사로잡았다. 남성은 불안한 듯이 제 몸을 가만히 두지 못했다. 그렇게 이리저리 제 마음이 가는 대로 제 몸 또한 움직였다. 검은 조각상은 재빠른 자신의 눈으로 불안한 남자의 모든 움직임을 담아내었다. 한 번의 움직임, 또 다른 한 번의 움직임. 그렇게 검은 조각상은 움직임이 거의 없었던 전의 그림과는 다른 대상을 만나면서 또 다른 흥분감을 느꼈다. 순간적인 움직임을 자신의 눈에 담아낸다는 새로운 도전의식이 검은 조각상을 들뜨게 했다. 어쩌면 그러한 순간의 기록이 뷔르탱이 원하는 것일지도 몰랐기에 검은 조각상은 자신의 내면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남성을 한 순간도 놓치지 않으려고 애썼다. 그렇게 검은 조각상이 무대 중앙의 남성만을 뚫어지게 바라보던 중 갑자기 무대의 불이 꺼져버렸다. 그렇게 온 무대가 검은 조각상의 몸과 같이 어두워져 버렸다. 그렇게 검은 조각상은 자신의 존재를 애써 숨기지 않아도 되었다. 어두운 곳에서 어두움은 더 잘 가려지기에. 그렇게 검은 조각상은 최대한 소리를 내지 않으면서 구석에서 점점 멀어져 갔다. 그러자 뷔르탱의 시선에 무대가 더 자세히 들어와 담겼다. 무대를 장악하고 있는 예술가들의 힘이 검은 조각상을 자신들의 세계로 끌어당겼다. 그 힘은 너무나도 거대했기에, 검은 조각상이 감히 맞설 수 없는 것이었다. 그렇게 검은 조각상은 그들의 이끌림에 끌려들어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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