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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검은조각상
작가 : writer
작품등록일 : 2019.9.3

예술의 세상속에 남기를 바라지만
인정받지 못하는 한 예술가에게
검은조각상이 나타난다.

 
18
작성일 : 19-09-07 21:06     조회 : 267     추천 : 0     분량 : 5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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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은 조각상은 수풀에 숨어서는 집 안에서 평온한 표정을 하며 제 아이에게 자신의 젖을 먹이고 있는 여인을 바라보았다. 그 둘의 모습을 바라보는 검은 조각상의 마음에 알 수 없는 감정이 일렁거렸다. 그저 의욕도 없이 멍하니 그 둘의 모습을 바라보던 검은 조각상이 다급하게 자신이 들고 있던 캔버스를 나무에 탄탄하게 대었다. 그리고는 붓을 들었다.

 

 너무나도 찬 공기가 뷔르탱을 감싸고돌았다. 그러나 뷔르탱이 바라보고 있는 곳에 서 있는 검은 조각상의 주위에는 마치 뜨거운 공기가 흐르는 듯 했다. 뷔르탱은 그렇게 자신들의 주위를 형성하고 있는 공기조차 다름을 느꼈다. 차기만 한 자신과는 다르게 알 수 없는 무언가로 인해 뜨겁게 데워진 검은 조각상의 주위의 분위기는 그렇게 서로 다른 둘의 시각의 차를 보여주는 듯 했다. 검은 조각상은 자신의 뒤를 뷔르탱이 몰래 따라간 것을 모르는 듯 했다. 길을 걸어갈 때는 정신을 놓고 넋이 빠진 것만 같던 검은 조각상은 순간 자신이 집중할 것을 발견하자 그 자리에서 순간적으로 뜨겁게 달아올라버린 것이다. 뷔르탱은 조용히 숨을 죽이고는 어떠한 힘에 이끌려 뜨겁게 불타고 있는 검은 조각상을 몰래 바라보았다. 주위가 어두웠기에 검은 조각상의 눈에 띄지 않게 자신의 몸을 숨길 필요는 없었다. 그러나 뷔르탱의 마음에는 무언가 숨어야만 할 것 같다는 긴장감이 돌아 뷔르탱은 자신의 근처에 있는 커다란 나무 뒤로 제 몸을 숨겼다. 나무 뒤로 자신의 몸을 숨기며 검은 조각상의 행동을 엿보자 뷔르탱의 마음이 전보다 더욱 떨려왔다. 검은 조각상의 그림을 본 적은 있어도 정작 검은 조각상이 그림을 그리는 것은 처음 보는 것이었기에 뷔르탱의 눈은 자신의 내면에서 솟구치는 열망과도 같이 빛을 내뿜었다. 비록 자신이 빼앗아서는 자신이 그린 그림이라며 말을 했으나, 뷔르탱 자신은 그러한 그림을 그려내는 법을 알지 못했다. 그랬기에 검은 조각상이 자신이 그리고 싶은 것을 잡아내어 그것을 자신의 내면에서 재해석한 뒤에 텅 빈 캔버스에 그려내는 장면은 뷔르탱에게 있어서는 놓치고 싶지 않은 장면이었다.

 

 검은 조각상이 캔버스에 붓을 대었다. 그가 바라보는 장면이 그의 손을 통해서 캔버스 위로 표출되었다. 그는 아름다운 가족의 모습을 담아내었다. 그가 아이를 사랑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엄마의 모습을 그리자, 그들 곁으로 아이의 아버지가 다가왔다. 그는 자신의 아내와 아이를 사랑스럽다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검은 조각상은 그들의 순간을 놓치지 않고 재빠르게 캔버스로 옮겼다. 뷔르탱은 나무 뒤에서 검은 조각상과 창문을 번갈아가면서 바라보았다. 검은 조각상이 작은 캔버스에 담아내는 모습은 창문을 통해서 보이는 한 가정의 모습과 똑같았다. 검은 조각상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그려내는 것을 넘어서 그 가정이 공유하고 있는 아름답고 부드러운 순간을 자신의 붓에 녹여내고 있었다. 검은 조각상의 붓칠에 감탄하며 황홀감에 빠져 그 순간을 만끽하고 있는데, 순간 창문에서 한 어린아이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아이는 그 소리를 깨고 들어와서는 창문 속에 담겼다. 아이의 부모는 어린아이의 웃음소리에 환한 미소로 답했다. 아이는 부모 속에서 편안함을 느꼈다. 포근한 가족애가 그들의 가정을 끈끈하게 묶어주는 것만 같았다. 검은 조각상은 아이의 모습도 놓치지 않았다. 웃으며 뛰어오는 아이의 모습을 기억하려는 듯이 그 순간을 캐치하여 텅 빈 캔버스에 그려 넣었다. 아이는 천진난만하게 비어있던 공간을 채웠다. 그렇게 한 가족이 검은 조각상의 붓에 담겼다.

 

 뷔르탱은 한참을 나무 뒤에서 서 있었다. 검은 조각상이 그림을 그리는 모습과 한 가족의 단란한 순간이 뷔르탱의 속으로 들어왔기에 쉽사리 자리를 뜰 수 없었다. 벗어나기 힘든 순간에 갇혔다고 생각했다. 뷔르탱은 아름다운 장면에 감격하면서도 깊이 있는 공감은 하지 못했다. 평생 느껴본 적이 없는 감정이었기 때문이다. 엄마와 아빠 그리고 아이들은 정형화된 사랑이 넘치는 가족의 모습이었다. 뷔르탱은 그 가족의 모습을 보며 정상적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은 가져본 적이 없는 행복이 가득한 가족의 모습이었다. 자신은 비정상적인 사랑이 없는 가족이었다. 불완전했으며 사랑 또한 없었기에. 뷔르탱은 자신은 검은 조각상이 담아낸 감정을 절대로 그릴 수 없다고 생각하였다. 그것이 뷔르탱을 좌절케 만들었다. 그러나 검은 조각상 또한 사랑이 있는 가정을 알 리가 없었다. 그럼에도 검은 조각상은 그 아름다운 순간을 담아내었다. 그럴 능력이 있는 것이다.

 

 뷔르탱은 그렇게 몰래 숨어서는 검은 조각상이 그림을 그리고 예술을 하는 것을 바라보았다. 너무나도 부럽고 너무나도 빼앗고만 싶은 능력이었다. 검은 조각상이 그림을 그릴 때면 그의 주위에서는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어떠한 아우라 같은 것이 느껴졌기에. 뷔르탱은 그렇게 검은 조각상이 풍기는 분위기에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 홀려버리고 말았다. 검은 조각상이 자신의 눈에 사람들을 담고는 제 안에 담긴 그들의 감정 중에서 가장 정확하게 표현될 수 있는 장면을 잡아채서 자신의 손으로 표현해내는 것만 같았다. 그렇게 현실이라는 것이 검은 조각상의 안으로 들이칠 때마다 정확하게 인지되어지는 현실보다 더욱 아름답게 재해석되어 검은 조각상의 밖으로 빠져나오는 것만 같았다. 검은 조각상 안에 있는 무엇이 현실을 그토록 아름답게 포장하는 가에 대해서는 뷔르탱 자신은 알 길이 없었다. 그러나 검은 조각상 내면에 있는 그 무언가가 현실에서 벌어지는 감정이라는 것을 너무나도 아름답게 변형시키고 있었다. 그 아름다움이라는 것은 현실을 미화한 것이 아니라 매우 정확하게 현실을 담고 있었는데, 현실에서 느끼는 것보다 훨씬 세심하고 아름답기에 그림을 바라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현실을 바라보는 것보다 더욱 감정적으로 받아드리게 만드는 것이었다.

 

 

 

 시간이 흘러 또다시 살롱전이 열렸다. 이번에도 검은조각상의 작품을 살롱전에 제출한 뷔르탱이 대상을 차지했다. 그러나 대상을 받은 뷔르탱의 표정이 전과 같지 않았다. 살롱전에서 대상을 받을 수만 있다면 그 그림이 검은 조각상의 것이어도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던 뷔르탱은 이제는 자신의 그림이 아닌 검은 조각상의 그림으로 탄 상에 기뻐하지 않았다. 뷔르탱의 마음에 스민 감정은 자신에 대한 좌절감이었다. 전과는 다르게 이번에는 자신의 그림도 살롱전에 제출하였는데, 이번에도 대상을 탄 것은 자신의 작품이 아닌 검은 조각상의 작품이었다. 그러했기에 뷔르탱은 대상을 타고도 기뻐하지 못했다. 뷔르탱이 실망한 것은 자신의 실력이 낮은 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자기 자신 스스로도 자신의 부족한 실력을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검은 조각상이 그린 작품을 너무나도 당당하게 자신의 작품이라고 살롱전에 내놓던 뷔르탱은 이제 사라지고 없었다. 검은 조각상이 바라보는 세상을 뷔르탱 본인은 절대로 그와 같이 바라볼 수 없다는 사실이 뷔르탱을 충격에 빠지게 했다. 자신은 절대로 검은 조각상만큼 그림을 그려내지 못한다는 사실이 그제 서야 자신과 검은 조각상을 분리하게 만들었다.

 

 사람들이 뷔르탱의 아니, 검은 조각상의 작품을 칭찬하였다. 대상을 받고도 축하파티에 단 한 명도 오지 않았던 과거와는 매우 달랐다. 그러나 뷔르탱은 기쁘지 않았다. 혼자였을 때보다 더욱 적막한 외로움이 뷔르탱을 찾았다.

 

 사람들은 뷔르탱이 그린 행복한 가족의 모습을 보고는 행복감을 느꼈다. 적어도 가족에 대한 행복한 기억이 있는 사람들은 그랬다. 그러나 뷔르탱과 같이 정상이라고 생각되지 않는 가족구성원을 가졌거나, 폭력으로 얼룩진 가정사를 가졌거나, 아빠와 엄마로 구성된 가족이 아니거나, 자녀를 가지고 있지 않거나 원하지 않았던 가족들은 그 그림을 보면서 자신의 삶이 잘못된 것인가 하는 혼돈에 놓이게 되었다. 행복하고 정상이라고 여겨지는 가정에서 자라왔으며 그러한 가족을 이루고 사는 사람들이 뷔르탱의 그림을 칭송할수록 비정상이라고 규정되는 사람들은 더욱이 굳게 제 입을 닫았다. 그들은 자신의 본 모습을 말하지 못했다. 부족하게만 느껴지는 모습들이었으며 옳지 못하다고 여겨지는 모습이었기에 그들 자신의 가정 또한 뷔르탱의 작품이 담아내는 행복한 가족의 모습이라고 속였다. 그들은 타인을 속였을 뿐만 아니라 제 자신 또한 속여 냈다. 스스로 거짓의 기억을 만들어서 아픈 가정사를 각색했다.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해야 했으며, 원하지 않는 가족의 모습을 만들어야한다고 자기 자신을 강제하기도 했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뷔르탱의 가족에 대한 그림을 보며 그것이 옳다고 말하자, 자신은 틀렸다고 느꼈다. 그리고 옳은 가족의 모습으로 만들어야한다며 제 자신과 가족을 강제했다. 아이가 없는 가족은 밝고 건강한 아이가 있어야만 가족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했고, 이성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들은 결혼만은 이성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태어나서 단 한 명도 사랑해본 적이 없는 사람도 사랑이 없더라도 외형적인 모습만은 갖춰야 한다고 생각해서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살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사람들은 제 모습을 숨겼다. 제 모습을 지워나갔다. 그리고는 뷔르탱의 그림이 정의내린 모습으로 살아가야만 한다고 제 자신을 강요했다. 사람들은 그것이 옳은 가족의 모습이라고 생각했으며, 타인뿐만 아니라 자신에게도 그러한 삶을 강제했다. 제 스스로가 틀에 박힌 모습 속에 제 자신을 가두었다. 그들은 사랑을 읽지 않았다. 그림이 보여주는 내용이 사랑이라고 생각했기에 그 외형만을 따라잡기에 급급했다. 그렇게 자신이 원하지 않는 삶을 살아야만 했다. 사람들이 그것이 옳다고 생각했으며 그렇게 사는 삶이 정상이라고 믿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제 속에서 스스로를 싫어하기 시작했다. 그 싫음은 자신의 본모습이 비정상의 범주에 속하기 때문에 생기는 결과였다. 그들 자신은 뷔르탱의 그림처럼 사랑하는 사람을 바라보지 않았으며, 질투하며 시기하고 타인의 사랑이 끝나길 바랐기 때문이다. 그들 자신은 뷔르탱의 그림처럼 온전한 가족의 모습을 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랬기에 사람들은 사람들이 칭송하는 삶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애썼다. 그러나 그 모든 과정에서 사람들은 행복이 아닌 불행을 느꼈다. 자기 자신을 속이는 것이 그들에게는 해가 되었으나 사람들은 그 진실조차 거부했다. 그들에게는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 더 중요했기에. 사람들이 평가하고 옳다고 믿는 삶을 살기 위해 제 자신을 깎아나갔다. 그러나 겉으로는 아름답다고 말했다.

 

 뷔르탱은 사람들이 검은 조각상의 그림을 따르는 것을 보았다. 사람들은 그림을 좋아하는 것을 넘어서 그 그림대로 행동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소름이 끼치기도 했으나 자신의 그림이 영향력이 있다는 것을 뜻하기에 속으로는 어느 정도 만족스럽게 느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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