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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검은조각상
작가 : writer
작품등록일 : 2019.9.3

예술의 세상속에 남기를 바라지만
인정받지 못하는 한 예술가에게
검은조각상이 나타난다.

 
17
작성일 : 19-09-07 21:06     조회 : 248     추천 : 0     분량 : 53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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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뷔르탱은 혼이 빠져 나가서는 텅 빈 파티장 정 가운데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텅 빈. 너무나도 넓은 공간에 혼자서 앉아 있으려니 적막함이 뷔르탱을 찾았다. 명예로운 대상을 받았으나, 그것을 축하해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파티장은 텅 비어있었으나, 뷔르탱의 머릿속에서 뷔르탱을 괴롭히는 존재에 의해서 금세 꽉 차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축하 속에 숨겨진 질투와 시기심으로 가득 찼어야만 했을 파티장이 자기 자신을 향한 실망과 다른 사람들에 대한 미움으로 가득 차 버렸다. 뷔르탱의 머릿속에 든 생각들은 너무나도 금세 파티장을 채워나갔다. 뷔르탱의 생각들은 그렇게 뷔르탱 밖으로 녹아나왔다. 눈에 보이지 않는 생각이라는 것들이 보이지 않는 공간 속으로 자신들을 밀어 넣었다. 그것이 뷔르탱을 더욱 괴롭게 만들었다. 그저 생각으로만 존재했던 말들과 제 밖으로 끄집어 내어져 버린 생각은 매우 다른 것이었다. 그렇게 뷔르탱을 괴롭히는 생각이라는 것이 뷔르탱의 곁에서 뷔르탱을 찔러버렸다. 가슴을 . 눈을. 귀를. 생각을. 마음을. 그렇게 뷔르탱은 찔러버렸다. 자신에게. 초라한 현실을 지난 자신에게. 찔려버리고 말았다. 찌르고 찔렸다.

 

 싫다 하였다. 그러나 싫다고 한다고 해서 현실을 바꿀 수는 없는 것이었다. 그렇게 뷔르탱은 삭막한 자신의 현실 속에 파묻혀 버렸다. 인생 전반에 비하면 잠시라고 할 수도 있겠으나, 상처 뿐인. 기억은 그에게 있어서 영원과도 같았다.

 

 화려하기에 더욱 초라한 자신을 그곳에 버려둔 채로 뷔르탱은 파티장을 나섰다. 외롭고도 처참하기에.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뷔르탱은 홀로 길을 걸었다. 어째서 아무도 없는 거지. 뷔르탱은 생각에 잠겼다. 생각이라는 것이 새로 드는 것마다 너무나도 부정적이어서 그만하고 싶었으나 마음대로 멈출 수가 없었다.

 

 뷔르탱은 텅 빈 공터를 지났다. 땅바닥 위로 푸르게도 솟아있었던 풀꽃들이 얄팍하게도 시들어 있었다. 그 여린 풍경이 뷔르탱의 마음을 더욱 차갑게 식혀 놓았다. 자라나지 못한 푸름이 노랗게도 시들어서는 제 생명력을 펼치지도 못하고는 그렇게 초췌하게 바닥에 빌붙어 있었다. 풀꽃은 메마른 땅에 그저 그렇게 매달려 있었다. 떨어질 줄을 몰랐다. 이미 죽은 것을 알면서도 무엇을 원하는지 그렇게 땅에 꽉 하고는 자신의 몸을 구겨 넣고 있었다. 뷔르탱은 제자리에 가만히 서서는 죽어버린 풀꽃을 바라보았다. 떨어뜨려 놓고만 싶었다. 이미 죽어버린 것을.

 

 뷔르탱은 자신의 몸을 숙였다. 그리고는 손을 뻗어 풀꽃을 땅에서 뽑아내었다. 가녀린 것이 힘이 없어서 그저 손쉽게 땅 밖으로 뽑혀져 나올 줄 알았는데, 풀꽃이라는 것은 너무나도 강해서 제 뿌리를 끊고는 땅 밖으로 끊겨 나왔다. 아니 어쩌면 끊어진 것은 뿌리가 아닐지도 몰랐다. 끊어진 것은 어쩌면 누렇게 죽어버린 시들어버린 줄기와 잎, 그리고 꽃일지도 몰랐다. 아니, 뷔르탱은 확신했다. 끊겨져 버린 것은 뿌리가 아니라 뷔르탱의 손에 들려있는 시들거리는 나머지의 것이 분명하다고. 그것들이 죽은 것이었다. 뿌리가 아니라. 뿌리는 살아있었다. 뷔르탱에게 제 생명을 뜯겨버린 것이 아니라 제 자신에게 쓸모가 없는 것을. 땅 밖으로 내보내서는 뷔르탱의 눈에 띄게 한 것 일지도 모르는 것이었다. 그렇다. 그런 것이었다. 얄팍하게도 약은 뿌리라는 것이 땅 밖으로 제 쓸모없는 부분들을 올려 보내서는 차디찬 바람에 그것들이 흔들리게 하여 누군가의 눈에 띄어 제 자신으로부터 멀어지는 것을 바란 것이 분명하였다. 뷔르탱은 땅에 굳건하듯이 박혀 있는 식물의 뿌리를 보며 제 손 안에서 바스락거리는 나머지 것들을 움켜쥐었다. 뷔르탱이 그것들을 움켜쥘수록 그것들은 더욱 자잘하게 잘려져 나갈 뿐이었다.

 

 

 

 뷔르탱이 하염없이 떨어져 나가는 뿌리를 바라보는데 텅 빈 공터의 골목에서 한 노숙인이 나왔다. 그 노숙인은 때가 껴서 본래의 색을 잃어버린 낡은 옷을 입고 있었다. 그가 입은 옷에서 오랜 세월의 냄새가 났다. 그 냄새와 짙은 색채가 뷔르탱의 시선을 제 안으로 끌어당겼다. 뷔르탱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그 노숙인을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혼자 중얼거리며 길을 걷던 노숙인은 뷔르탱의 시선을 눈치 채기라도 한 듯이 갑자기 우두커니 제자리에 멈춰섰다. 그가 멈춰서자 그에게로 향하고 있던 뷔르탱의 발걸음 또한 걸어지지 않았다. 뷔르탱은 더 이상 걷지 못하고 그저 전보다는 가까워진 거리에서 그 노숙인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 노숙인은 슬쩍하고 눈을 돌려 뷔르탱을 흘끗하고 바라보았다. 그러나 뷔르탱을 바라보는 노숙인의 고개는 돌아가지 않았다. 마치 무슨 죄라도 진 듯이 잔뜩 눈치를 보며 눈만을 굴려 뷔르탱을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뷔르탱을 알아채기라도 한 듯이 제 걸음을 재빠르게 옮겨 걸어 나왔던 골목으로 다시 향하고 말았다. 그가 움직이자 뷔르탱의 굳었던 몸 또한 풀려난 듯이 그 움직임이 자유로워졌다. 뷔르탱의 발걸음이 재빠르게 노숙인의 뒤를 따랐다. 그러나 노숙인의 마음이 뷔르탱보다 앞서 있었기에. 뷔르탱이 차마 골목에 들어서기도 전에 노숙인의 모습이 사라지고 없었다. 땅으로 꺼지기라도 한 듯이 노숙인은 찰나의 순간에 뷔르탱의 앞에서 사라졌다. 뷔르탱은 여전히 골목에 남아있는 노숙인의 기운을 제 눈에 담아내려고 했다. 사늘하게도 차가운 노숙인의 태도가 뷔르탱의 마음 한 구석을 강하게 울리고 지나갔기에 뷔르탱은 쉽사리 골목을 떠나지 못했다. 찰나의 순간 허공에서 마주한 노숙인의 눈빛이 뷔르탱의 뇌리에 박혀서는 어떠한 예술적인 충동을 일으켰다. 뷔르탱은 그가 분명히 자신을 알아보았다고 생각했다. 자신과 눈이 마주친 후에 빠른 진동으로 떨려버린 그의 눈동자를 보았기 때문이었다. 자신을 알아보고 왜 도망치듯 골목으로 다시 들어간 것인지 뷔르탱은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 뷔르탱은 노숙인이 사라진 골목을 바라볼 뿐이었다. 뷔르탱은 발길을 돌려서는 자신의 작업실로 향했다.

 

 

 자신의 대상을 축하하는 파티에 단 한명의 사람들도 오지 않은 것을 본 뷔르탱은 우울함에 빠졌다. 그렇게 뷔르탱은 홀로 그 누구도 찾아오지 않은 파티장에서의 감정을 잊지 못한 채로 길을 걸었다. 뷔르탱은 상실감에 빠져있었다. 이미 어둑해진 저녁거리가 뷔르탱의 어두운 마음에 더해져 더욱 짙은 어두움을 뿜어내고 있었다. 뷔르탱은 혼이 빠져나간 듯한 눈빛으로 멍하니 길을 걸었다. 그런데 순간 어둑어둑한 길거리에서 누군가의 느릿한 움직임이 보였다. 사람들이 저녁거리를 걷는 것은 그리 이상할 일이 아니었으나, 마치 그림자와도 같이 어두움을 풍기는 그 사람의 움직임은 일반적인 사람의 모습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이상하게 느껴졌다. 검은 조각상이었다. 검은 조각상을 따라 올라간 곳에서는 회전목마가 씁쓸하고도 외롭게 돌아가고 있었다. 순수하게 자신이 생각하고 느꼈던 사랑이라는 감정을 그렸을 때와 같이. 그렇게 회전목마는 그곳에서 여전히 홀로 돌아가고 있었다. 단 한 번도 멈춘 적이 없다는 듯이. 그렇게. 뷔르탱은 검은 조각상 몰래 그의 뒤를 밟았다. 조심스럽게. 그러나 자신이 그를 몰래 쫓는 다는 사실은 들키고 싶지 않았다. 자신이 만들어낸 것의 능력을 부러워하고 그것을 넘어 시기한다는 사실을 검은 조각상한테 들키고 싶지 않았기에. 자신이 검은 조각상의 예술적인 능력을 부러워하는 사실 그 자체가 뷔르탱 자신의 자존심을 긁어놓았기 때문이다. 그랬기에 뷔르탱은 제 몸을 숨긴 채로 검은 조각상의 뒤를 따랐다. 검은 조각상은 한 팔로는 제 상반신만한 크기의 캔버스를 들고, 또 다른 손에는 여러 그림 재료들을 가지고는 골목길을 지나쳐갔다.

 

 

 

 검은 조각상은 멍하니 길을 걸었다. 아무런 의욕이 없었다. 자신이 그린 그림을 본 뷔르탱이 행복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자신이 그린 그림을 바라봤을 때와는 다른 태도로 자신의 그림을 대했기에, 검은 조각상은 뷔르탱이 자신의 그림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살롱전에서 대상을 탄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검은 조각상이 필요로 하는 것은 오직 뷔르탱의 인정이었다. 그렇기에 뷔르탱에게 인정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 검은 조각상을 좌절하게 만들었다. 검은 조각상은 뷔르탱의 손길로 인해 완성되면서부터 뷔르탱에게 인정받지 못하면 무너질 수밖에 없는 존재로 탄생되었기에. 뷔르탱에게 인정받지 못한 검은 조각상은 자신의 존재 가치를 잃어버린 듯한 감정을 느꼈다. 그렇게 검은 조각상은 마치 모든 것을 잃어버린 듯 한 표정을 하고는 길을 걸었다. 제 한 팔로는 텅 비어있는 캔버스를 잡고, 다른 팔로는 그림을 그리기 위한 도구들을 들고는 모든 것을 잃은 듯 한 상실감을 가지고는 길을 걸었다.

 

 그렇게 얼마나 하염없이 길을 걸었는지,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주위는 어둑어둑해져 있었다. 검은 조각상은 그제 서야 땅으로 숙여져 있었던 자신의 고개를 들어서는 앞을 바라보았다. 검은 조각상의 주변에는 사람들이 한 명도 남아있지 않았다. 날이 어두워지자, 사람들이 다들 자신들의 집으로 들어간 것만 같았다. 뷔르탱은 고개를 들어서는 사람들이 들어찬 건물들을 바라보았다. 옅은 조명이 은은하게 각 개인들의 집에서 영롱하게도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열린 창밖으로 퍼져나가는 빛 사이로 사람들의 그림자가 일렁였다. 그렇게 사람들의 모습은 그림자가 되어 뷔르탱의 눈을 사로잡았다. 사람들은 같은 빛 안에서 제 각기 다른 움직임을 내면서 다른 어두움을 내었다. 검은 조각상은 느릿한 감정으로 그들이 내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누군가는 느릿한 움직임으로 어두움과 밝은 빛을 일정한 속도로 밝았다 어두웠다 했다. 검은 조각상은 눈을 돌려서 다른 집을 바라보았다. 그곳에서는 여러 명의 사람들이 제 각기 다른 어두움을 내고 있었다. 누군가는 크고 묵직하게도 짙은 어두움으로 빛을 가리고 있었으며, 또 다른 누군가는 통통거리며 뛰고 있는지 빛이 가려졌다, 창밖으로 나왔다 했다. 검은 조각상은 높아서 보이지 않는 그들의 모습을 빛을 통해 상상해 보았다. 밝았다가 사람들의 존재에 의해서 어두워지는 빛을 통해서 검은 조각상은 인간들의 감정을 짐작해 보았다. 누군가는 행복함의 움직임을, 누군가는 느릿하고도 여유로운 움직임을, 또 다른 누군가는 정지되어 있는 어두움을 발산하고 있었다. 검은 조각상은 확실하게 알 수 없는 장면들을 그렇게 빛과 어둠이라는 것을 통해 짐작하였다. 검은 조각상은 건물의 높은 층에서 시선을 내렸다. 높은 층에 있는 사람들의 모습은 검은 조각상의 시선에서는 보이지 않았으나, 낮은 층에 있는 사람들의 모습은 생각보다 자세하게 검은 조각상의 시선에 잡혀 들어왔다. 밖이 어두웠기에 빛이 새어나오고 있는 건물의 안은 더욱 자세하게 보였다. 낮은 층의 집에서 쏟아져 나오는 빛은 위층에 있는 집의 빛보다 밝게도 밖으로 들이치고 있었다. 사람들의 집은 그 안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움직임에 따라 밝았다가 어두웠다 를 반복했다. 다들 그들의 삶의 리듬대로 빛을 가리고 있었다. 검은 조각상은 전보다 더 자세하게 어두워진 부분을 살펴보았다. 빛을 가려버린 사람들의 모습이 만들어낸 그 어두움을. 사람들을 비추느랴고 차마 사람들을 지나치지 못한 빛이라는 것을 검은 조각상은 그토록 깊은 시선으로 그 속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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