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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검은조각상
작가 : writer
작품등록일 : 2019.9.3

예술의 세상속에 남기를 바라지만
인정받지 못하는 한 예술가에게
검은조각상이 나타난다.

 
02
작성일 : 19-09-07 20:55     조회 : 256     추천 : 0     분량 : 4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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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뷔르탱은 쉼 없이 돌아가는 회전목마에 자신의 몸을 맡긴 채로 그저 돌아가는 대로 돌아가기만을 하였다. 뷔르탱은 자신의 고개를 회전목마에 기댄 채로 아무런 힘없이 그저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자신이 존재했다는 흔적이 이 곳에 새겨지기를 바랬다. 끝없이 이어질 예술이라는 세계 속에 자신이 영원히 남기를 바랬다. 그저 지워지고 사라져버리는 저 뒤의 배경들과는 다르게 끝없는 긴 세월 속에서도 또렷이 새겨져서는 그 모습이 사라지지 않는 화가가 되고 싶었다. 기억되고 싶었고, 새겨지길 바랬다.

 

 그러자 에펠탑만을 바라보고 있는 회전목마를 향해 에펠탑에서 빛나는 빛이 너무나도 강하게 쏟아져 들어왔다. 회전목마로 들어온 빛은 회전축을 감싸고 있는 거울로 쏟아져 들어갔다. 거울이라는 것은 본디 자신이 받아드린 것을 그대로 반사하는 것이기에, 거울로 들이친 빛은 그대로 강하게 다시 거울의 밖으로 뿜어지게 되었다. 그렇게 거울은 에펠탑에서 자신을 향해 내리친 빛을 잠시 제 속에 품었다가, 자신이 품었던 빛을 그대로 뷔르탱을 향해 내뿜었다. 그러자 너무나도 강한 빛이 뷔르탱의 눈을 향해 치고 들어왔다. 그 순간, 뷔르탱이 손을 들어 눈을 가렸다. 그러자, 뷔르탱의 팔에 들려있던 그림이 떨어져 나갔다.

 

 뷔르탱의 손에서 떨어져 나간 그림은 회전목마 바닥에 부딪혀서는 바닥에 튕긴 뒤, 물기로 가득 젖은 땅바닥으로 내팽겨 쳐졌다. 그의 그림이 땅바닥에 고인 물에 흠뻑 젖어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그의 작품 속에 그려진 그녀는 하늘에서 내리는 비를 맞을 수 밖에 없었다. 축축하게 물이 고인 바닥에 눕혀져서는. 그렇게 그녀는 얼굴이 물에 빠진 채로, 등으로는 하늘에서 쏟아져 내리는 비를 받아내야만 했다. 점점 물이 그림의 끝에서부터 차올라서는 그녀의 몸을 적시기 시작했다. 그렇게 그녀는 사방으로 젖었다. 뷔르탱의 팔에서 그림이 빠져나가자, 뷔르탱의 가슴에 허한 느낌이 들이쳤다. 그 느낌이 너무나도 서늘하여 뷔르탱은 순간적으로 고개를 돌려 자신의 팔에서 빠져나가 바닥으로 떨어져버린 그림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의 시선이 향한 곳에서는 이미 그림이 물에 흠뻑 젖어있었다. 그림 속에 존재하는 그녀의 옷이 물에 빠져서는 점차 번져가고 있었다. 그림 속으로 물이 점점 차오르자 그녀를 구성하고 있던 여러 색체들이 제 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캔버스에서 떠나서는 그림 밖으로 흘러나왔다. 그렇게 흘러나온 물감들은 그저 물 위로 둥둥 떠버렸다. 그렇게 뷔르탱이 그려낸 사랑이라는 감정이 물에 젖어 흩어져만 갔다. 물에 젖자 그녀의 모습이 점차 흐릿하게 지워져만 갔다.

 

 여전히 그녀의 시선은 뷔르탱을 향할 줄을 몰랐으나, 뷔르탱은 땅위에 눕혀진 그녀를 향해 털썩. 하고 회전목마에서 주저앉듯 내려왔다. 그렇게 풀려버린 다리로 땅에 주저앉더니 뷔르탱은 빗물에 젖은 자신의 작품을 집어 들었다. 물에 빠진 그림은 이리저리 번져있었다. 물감이 물을 머금은 붓에 젖어서 텅 빈 캔버스에 스며들기 전과 같이, 흐릿하게 변해버렸다. 그녀가 지워지자 사랑이라는 감정이 지워졌다. 그는 그림을 들어서는 한참을 바라보더니 젖어서 지워져만 가는 그녀를 애처로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림 속의 그녀는 그런 그의 마음을 알지 못하는 듯이 그저 계속해서 자신의 모습을 지워나갈 뿐이었다. 내리는 비에 젖어서는, 서글픔에 젖어서는, 그의 눈물과도 같이 하늘에서 내리는 빗물에 젖어서는. 그렇게 그녀는 점차 그 모습이 모호해져갔다. 그러한 그녀의 위로 계속해서 굵은 빗방울이 떨어져 내렸다. 사랑 위로 슬픔이 떨어져 내렸다. 그렇게 슬픔은 사랑을 지워만 갔다. 사랑은 너무나도 쉽게 슬픔이 떨어뜨린 눈물에 제 자신을 녹여내었다. 그런 그녀를 들고 있는 뷔르탱의 몸으로도 빗방울이 내려서는 뷔르탱을 적셨다. 뷔르탱 또한 그의 작품과 마찬가지로 서글픈 빗물에 온 몸이 젖어버렸다. 그렇게 뷔르탱은 하늘에서 그치지 않고 쏟아지는 비라는 물을 받아내야만 했다. 그런 그의 안에서도 그의 밖에서 내리는 물과 같이 슬픔이 흘렀다. 그렇게 그는 겉과 속이 눈물에 젖었다. 그의 속은 슬픔의 눈물에 젖었고, 그의 겉은 서글픔의 비에 젖었다. 그의 안에 눈물이 가득 찼기에 그의 눈은 그의 안에 고인 물을 밖으로 내보냈다. 어두움이 가득찬 구름이 제 무게를 덜기 위해 비로써 자신의 무게를 더는 것과 같이. 그렇게 그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렇게 뷔르탱은 한참을 자신을 축축하게 만드는 빗속에서 그녀를 붙잡고 서글픔에 울음을 터드렸다. 그러자 그의 그림 속에 있는 여인은 그의 눈물에 젖어 그 모습이 더욱 흐릿하게 지워져만 갔다.

 

 회색빛의 울음 속에서 얼마나 서글픔을 토해냈을까. 그렇게 울음을 다 토해낸 뷔르탱의 정신이 돌아왔다. 뷔르탱은 자신이 품고 있던 여인을 조심스럽게 바라보았다. 그녀의 모습은 거의 다 사라지고 없었다. 오직 그녀는 그 곳에 존재했었음을 얄팍하게나마 남기고는 어디론가 증발해 버렸다. 그렇게 그의 사랑이 옅은 흔적만을 남기고 사라져 버렸다. 얇은 선만을 남긴 채로 지워나간 그림을 바라보며 뷔르탱은 서글퍼한 자신을 책망했다. 그녀는 그의 눈물에 녹아 흘러내렸기에 그는 다시는 사랑을 볼 수가 없었다. 그렇게 그의 눈물이 그녀를 지워나간 것이었기에. 뷔르탱은 눈물을 흘린 자신을 후회 하였다. 서글픔 속에 빠져서는 사랑을 지워버린 자신을 원망하였다.

 

 그렇게 뷔르탱은 자신의 슬픔이 지워버린 자신이 그려낸 사랑을 자신의 손으로 들고는 자신의 작업실로 향했다. 그렇게 그의 손은 자신이 그려내고 자신이 지워버린 그의 작품을 들고는 작업실로 향하였다.

 

 

 

 그의 작업실은 너무나도 어두운 지하에 위치하고 있었다. 100년이 훨씬 넘어서 다 깨지고 더러워진 계단을 내려가면 그곳에 그의 작업실이 있었다. 그의 투박한 신발이 먼지가 쌓인 돌계단을 밟을 때마다 먼지가 풀썩하며 솟아올랐다. 그렇게 그의 한 걸음, 한 걸음은 수북히 쌓인 먼지위에 올려 졌다가 떼어질 때마다 먼지를 계단으로부터 떼어냈다. 그러나 그의 발이 계단을 지나자마자, 먼지는 다시 계단으로 내려앉았다. 그렇게 그의 발자취가 계단에 아주 잠시 머물다 갔다.

 

 

 먼지 계단

 

 계단

 

 계단

 

 

 

 물에 젖은 그의 몸에서 물이 계단으로 흘러내렸다. 턱. 하고 그의 손에 들린 그의 상반신만한 그림이 바닥에 닿아서는 턱하는 소리를 내었다. 그러자 그의 발이 땅에 닿으며 일었던 먼지들이 물에 젖은 그림에 가 달라붙었다. 그렇게 사랑을 담아내었던 그의 작품에는 그저 풀럭이는 먼지가 가 붙을 뿐이었다. 그렇게 서글픔 속에서 녹아내려진 사랑의 빈자리를 그저 흩어지는 먼지가 채워버렸다.

 

 그렇게 그는 한 걸음, 한 걸음을 지하를 향해 내딛었다. 그렇게 그는 점점 더 낮은 곳으로, 점점 더 깊은 곳으로 빠져들게 되었다.

 

 그는 그의 우중충한 작업실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신이 들고 온 작품을 올려다 놓았다. 그렇게 그의 작품이 더럽혀진 그의 작업 책상 위에 세워졌다. 여전히 그림에서는 뚝뚝 거리며 물이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그 바람에 그의 작업 책상 위에 놓여있던 다른 작품들도 물에 그만 젖어버리고 말았다.

 

 그는 멍하니 자신의 작품을 바라보더니 이내 다시 작업 책상의 서랍을 열었다. 그리고는 서랍을 뒤지기 시작했다. 서랍에서는 더러운 종이뭉치들과 말라비틀어진 물감들 그리고 수 많은 붓들이 쏟아져 나왔다.

 

 뷔르탱은 그 수많은 자신의 흔적들을 서랍 밖으로 끄집어내고는 그 틈에서 동전들을 찾아내었다. 다음 살롱 전을 위한 준비를 해야만 했다. 새 캔버스를 사러 미술상으로 향해야만 했다. 다 지워져 버린 사랑 앞에서 새로운 시작을 찾는 그의 손은 점점 더 다급해 지기만 했다. 그렇게 뷔르탱은 손에 동전들을 꽉하고 쥐고는 집을 나섰다. 터벅. 터벅. 터벅. 터벅. 그렇게 그가 자신의 집을 올라 미술상으로 향했다.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었으나 전보다 심하게 내리지는 않았다. 그저 추적추적거리며 하늘에서 땅으로 떨어져 내릴 뿐이었다. 뷔르탱은 동전들을 쥔 손을 꽈악 하고 쥐었다. 순간, 살롱 전에서 보았던 그녀가 떠올랐다. 살롱전에서 대상을 차지한 작품이 자신이 만든 액자에 끼워져서는 작품전에 전시된 모습을 행복하게 바라보던 그녀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녀는 모를 것이다. 그 그림에 담긴 여인의 모습이 그녀 자신을 상상하며 그린 것이라는 사실을. 뷔르탱은 그녀가 알아주기를 바랬다. 사랑을 그린 작품에 그녀가 들어가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세상이 자신의 예술성을 인정해 주기를 바랬다. 현재를 넘어 영원히 기록되는 예술의 세계에서 자신의 이름이 영원히 기억되기를 바랐다. 그저 쓰윽_ 하고 사라져 버리는 존재가 아니라 지워지지 않는 존재가 되기를 바랐다. 성공에 대한 강한 열망이 그를 집어 삼켰다. 그러나 현실은 너무나도 냉혹했다. 아무도 그의 작품을 알아봐 주지 않았으며 그의 작품이 유명하지 않았기에 그의 생활은 궁핍하기만 했다. 그렇게 돈이 다 떨어져서는 이제는 얼마만큼의 살롱전을 준비할 수 있을지도 알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뷔르탱은 얼마 남지 않은 전 재산을 들고는 다시 작업실을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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