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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겨우살이왕
작가 : 지놓
작품등록일 : 2018.12.23

30년전,

각지의 점쟁이들이 한데 모인 자리에서 모든 신들의 죽음이 예언되었다.

신을 죽음으로 몰아넣을 예언의 집행자는 과연 누구인가!

살신(殺神)의 운명을 거머쥐고 태어난 아이들 앞에서 지금,

세계의 운명이 들끓기 시작한다!

#동양판타지

 
3. 여명을 쫓는 이리(5)
작성일 : 19-09-07 19:25     조회 : 226     추천 : 0     분량 : 45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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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잠깐! 이봐…… 꼬맹이는 혼자 있다고 하지 않았나?”

 

  갑작스레 제자리에 멈춰선 ‘이리’가 난데없이 땅바닥에 귀를 대며 말했다. 이어 그는 길 주변에 흩어져있던 나뭇잎과 돌멩이들을 유심히 쳐다보는가 하면, 코를 높이 쳐들고 킁킁대며 냄새를 맡기도 했다.

 

  “……휘토 도련님 말씀이십니까? 예, 지금 홀로 수련 중…….”

 

  “이 길 주변에 숨어있는 인간이 최소 다섯이 넘는다에 내 한쪽 눈알을 걸지.”

 

  ‘이리’의 말에 순간적으로 당황한 듯 마르의 몸이 움찔했다.

 

  “역시…… 그 유명한 ‘여명을 쫓는 이리’답군요. 은밀하기로는 둘째가로도 서러운 일곱 두더지의 존재를 이리도 쉽게 파악하시다니…….”

 

  “일곱 두더지? 뭐하는 놈들이지?

 

  ‘이리’의 미간이 찌푸려지는 걸 본 마르가 급히 고개 숙여 사과했다.

 

  “불쾌하셨다면 죄송합니다. 그들은 가주님의 명으로 도련님을 호위하고 있는 자들입니다.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말라는 명이 있으셔서…….”

 

  “흥, 내 앞에서 몸을 숨길 수 있는 인간 따윈 없다. 어쨌거나 적은 아니란 거지?”

 

  “예.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을 것이니 경계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탈루는 둘의 대화가 굉장히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자신의 눈에 보이는 거라곤 검은 어둠이 내려앉은 고요한 숲길뿐이었다. 바람 부는 소리를 제외하곤 어떠한 소음도 없었으며, 이제까지 걸어온 길과의 차이점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그런데 무려 일곱에 달하는 사람들이 곳곳에 숨어있다고?

 

  무척이나 감이 좋고 예민한 프타 역시도 탈루와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았다. ‘이리’가 그랬던 것처럼 똑같이 땅에다 귀를 대고, 돌과 나뭇잎을 훑어보면서도 얼굴에 떠오른 의문이 사라지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야난 중 최고라는 으뜸신녀의 말이 빈말은 아닌 듯했다.

 

  이윽고, 길었던 숲길의 끝을 알리는 동그랗고 새하얀 빛이 저 멀리 보이기 시작했다.

 

  “도착했습니다. 바람이 세차니 옷깃을 여미시길.”

 

  숲을 벗어난 그들의 앞에 나온 것은 어느 높다란 절벽이었다. 줄곧 평지만을 걸어온 느낌이었는데, 어느새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산마루까지 올라와있다는 사실이 탈루를 당황케 만들었다. 갑작스레 트인 시야와 거센 바람 또한 기묘하게 느껴졌다.

 

  “어라? 여긴?”

 

  또한 ‘이리’ 역시도 꽤나 당황한 듯 두리번거리며 주위를 훑고 있었다.

 

  “이곳을 알고 계신가보군요.”

 

  그러나 ‘이리’는 마르 쪽은 쳐다보지도 않은 채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여기로 이어졌을 줄은 상상도 못했어. 분명 길의 방향은 이쪽이 아니었는데…… 진(陣)인가? 제법이야, 내 감각을 속일 정도라니.”

 

  “구름여우께서 도움을 좀 주셨습니다. 길을 모르는 이는 헤맬 수밖에 없죠.”

 

  헤맬 수밖에 없다고? 탈루는 의아함이 가득 담긴 눈으로 마르를 쳐다보았다. 분명 자신들이 걸어온 길은 일직선이었다. 어둡긴 했으나 딱히 헤매고 자시고 할 건 없었던 것이다.

 

  그 순간 탈루의 궁금증을 풀어준 건 놀랍게도 길을 안내한 이가 아니었다.

 

  “오른쪽으로 두 번, 왼쪽으로 두 번 꺾었죠? 차례로 오동나무, 적갈색 바위, 나뭇잎 무더기. 그리고 다시 오동나무 기준으로.”

 

  프타의 말에 마르는 물론이고, ‘이리’조차 놀라 입을 떡하고 벌렸다.

 

  “뭐…… 어떻게……?”

 

  “장난꾸러기 신은 골탕 먹이는 것도, 또 먹는 것도 좋아해요. 미로와 함정은 그의 전문분야죠. 다 가르쳐 주던데요?”

 

  “……놀랍구나.”

 

  황당해하는 마르의 뒤편에서 커다란 웃음소리가 났다. ‘이리’의 것이었다.

 

  “좋아, 아주 좋아! 갈수록 마음에 든다고 너.”

 

  다른 이들의 흥분된 기색에도 프타는 그저 태평할 뿐이었다.

 

  “그런데 여기가 어디죠? 휘토는 어디 있고요?”

 

  프타의 물음에 그제야 본래의 목적을 떠올린 듯 마르가 헛기침을 하며 목을 풀었다.

 

  “아주 오래전, 초대 샤 ‘세상을 토해낸 불새’께서 신들께 제(祭)를 올리곤 하셨던 장소란다. 이곳에선 하루 밤낮 돌풍이 멈추질 않지. 마치 남쪽의 바람신이 잠들어 있기라도 한 듯이 말이야. 또한 ‘불새의 날갯짓이 온 세상을 휩쓸 것’이라는 옛 신언(神言)이 적혀있는 곳이기도 하단다.”

 

  “신언(神言)이요?”

 

  “이제는 전설이 된 옛 선인들의 격언을 말하는 거야. 휘토가 있는 수련동(修鍊洞)의 바닥 중앙에 그것이 새겨져있단다. 신언은 개인의 정신을 고양시키고, 그의 메를 성장시키는데 도움을 주지.”

 

  “이곳에 동굴이 있다고요?”

 

  “어때, 이번에도 찾을 수 있겠니?”

 

  눈에 보이는 거라곤 안개 자욱한 뿌연 하늘과 태양, 그리고 전면의 높이 솟은 산등성이가 전부인 낭떠러지 위에서 과연 숨겨진 동굴을 찾을 수 있을까? 마르는 마치 수수께끼를 내는 도깨비마냥 신이 난 얼굴이었다.

 

  하지만 탈루는 마르의 즐거움이 곧이곧대로 충족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입장에서는 조금 허탈할 수도 있겠지만, 프타가 동굴의 위치를 찾기 위해 굳이 장난꾸러기 신께 도움을 청할 것 같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탈루 역시도 동굴의 위치를 쉬이 짐작해볼 수 있었다. 애초에 동굴이 숨겨져 있을만한 곳이라야 단 한군데뿐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탈루의 예상대로, 프타는 조금의 머뭇거림도 없이 곧바로 그에게 되물었다.

 

  “혹시 이 아래에 있는 건가요?”

 

  프타의 손가락은 자신이 딛고 있던 땅 아래를 가리키고 있었다.

 

  “정확히는, 절벽의 중간부근에 위치해있지.”

 

  프타의 물음에 대답한 이는 ‘이리’였다.

 

  탈루는 절벽 끝에서 고개를 쭉 내뻗어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하지만 자욱한 안개 탓에 중간쯤에 있다는 동굴은커녕 바로 밑의 벽조차 확인할 수 없었다.

 

  “역시나 들어가 본 적이 있으셨군요.”

 

  “불새동(洞)은 사냥꾼이라면 누구나 다 한 번씩 들어갔다 나오는 곳이야. 일족의 장구한 역사가 깃든 장소가 언제부터 누마의 사유지가 됐지?”

 

  ‘이리’의 말투에서 적잖은 적의를 느꼈는지 마르가 황급히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오해십니다. 이곳에서의 수련은 샤께서 먼저 제안하셨던 겁니다. 어쨌거나 불새의 동굴이니 주인이 써야 맞지 않겠냐면서 말이죠.”

 

  마르의 대답에 할 말을 잃은 이리가 ‘쯧’ 하고 혀를 찼다.

 

  “……어지간히도 밀어주는군. 쳇, 그래 얼마나 대단한지 한 번 두고 보자고.”

 

  그러고 투덜대는 와중에도 ‘이리’는 두 눈에 떠오른 기대감을 숨기려하지 않았다. 어쨌거나 그 역시도 불새일족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다. 이천 년 만에 세상에 재림한 불새의 후계자를 그저 차분히 볼 수만은 없는 것이다.

 

  “그런데 그 동굴이란 곳엔 어떻게 들어가죠? 설마 여기서 각자 뛰어내린 후 알아서 찾아 들어가라는 말은 아니겠지요?”

 

  “아, 그건…….”

 

  그러고 마르가 막 설명을 시작하려던 순간이었다.

 

  갑작스레 지진이라도 난 듯 절벽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이어 땅이 꺼지는 듯한 굉음이 들려왔다.

 

  “……그건 나중에 알려주도록 하마. 우리가 온 걸 알고 휘토 도련님이 나오시는 것 같구나. 동굴의 문이 열렸다.”

 

  그러나 굉음이 잠잠해지고, 땅의 진동이 멈춘 다음에도 별다른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프타와 탈루의 눈이 의아함으로 물들어갈 무렵이었다.

 

  “저기 봐!”

 

  프타가 가리킨 곳은 절벽의 끝부분이었다.

 

  “저, 저것……!”

 

  그것은 참으로 진귀한 광경이었다. 눈동자와 부리를 제외한 온몸이 불처럼 타오르고 있는 어린아이 팔뚝만한 새가 천천히 절벽 위로 날아오르고 있었던 것이다. 파랑과 빨강, 그리고 노랑의 불꽃들이 켜켜이 쌓인 날개가 한 번 펄럭거릴 때마다 자그마한 불씨들이 주변으로 흩날렸고, 더운 열기가 거센 바람을 타고 사방으로 퍼졌다.

 

  “불새다, 진짜 불새야!”

 

  ‘이리’ 역시 아이처럼 흥분한 모습이었다.

 

  “저것이 불새구나…… 엄청 예쁘다.”

 

  영신제날 하늘을 뒤덮었던 누마 메토의 불새와는 확연히 달랐다. 그것은 단지 새의 형태를 띤 거대한 불꽃일 뿐이었다. 반면, 눈앞에 보이는 건 분명 살아있는 생물이었다. 마치 불에 의해 잉태된 것만 같은, 혼이 빠질 정도로 놀랍고 또 아름다운 새였다.

 

  “근데 조금 힘들어하는 것 같아. 도와줘야 하나?”

 

  “응?”

 

  프타의 말에 다시 한 번 자세히 살펴보니 날갯짓에 맥아리가 없고 푸다닥 거리는 게, 어쩐지 낑낑대는 듯한 모습이었다.

 

  “왜…… 아!”

 

  조금씩 불새의 몸이 위쪽으로 떠오르면서, 탈루는 그제야 왜 이렇게 불새의 움직임이 시원찮게 느껴졌는지를 알 수 있었다. 놀랍게도 불새는 조막만한 자신의 갈고리발톱으로 휘토의 손목을 움켜쥔 채, 그를 낑낑대며 끌어올리고 있었던 것이다.

 

  “저…… 저!”

 

  자기보다 수십 배는 더 큰 휘토를 들어 올리는 불새의 힘에 감탄하기도 잠시, 현저히 줄어든 불새의 날갯짓 속도에 탈루는 진심으로 휘토와 불새의 동반추락을 걱정하게 되었다.

 

  그때였다.

 

  “됐어. 이제부턴 내가 알아서 올라갈게.”

 

  주위의 걱정 어린 시선과는 꽤나 동떨어진, 기묘할 정도로 무미건조한 음성이 불새의 아래쪽에서 들려왔다. 휘토의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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