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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완] 딕
작가 : 강냉구
작품등록일 : 2019.8.28

마약중독자 흑인 부모에게 태어나, 백인 가족들 밑에서 자라게 된 미국 뉴욕 버팔로 치크토와가 딕 로드(Dick Rd)에 사는 딕(Dick)이 있는 흑인 십대 소년 딕 존스(Dick Jones)의 아주 평범한 성장 이야기

+
사실 장르가 드라메디 장르인데 드라마, 코미디 장르를 선택할 수가 없네요ㅠ

 
CPR
작성일 : 19-09-07 09:04     조회 : 253     추천 : 0     분량 : 6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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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캐비닛 앞에 몸을 비스듬히 기대 토미와 얘기를 나눴다. 하지만 복도의 시끄러운 소음으로 인해 토미가 하던 중요한 얘기들이 묻혀버렸다.

 

  “저기. 딕 토마스”

 

  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정확히 말하자면 캐롤라인.

 

  나는 내 이름과 그 외 한 명의 이름을 부르는 캐롤라인의 목소리에 긴장해버렸다. “으…… 응. 캐롤라인 왜?” 너무 한심하게도 이 떨리는 목소리는 여자랑 한 번도 대화를 못 해본 사람의 목소리 같았다.

  나 대화 많이 해! 엄마도 여자고 사만다도 여자야! 대화가 아니라 연애를 못 해본 남자의 목소리라면 말이 달라지지…….

 

  “파티에 올래?”

 

  캐롤라인이 말했다.

 

  파티라니…… 파티라니……! 캐롤라인이 나와 그 외 한 명을 파티에 초대했다.

  너무 행복했다.

  토미랑 같이 가야 되는 게 흠이긴 하지만 캐롤라인이 나에게 직접 파티에 오라며 초대를 했다. 뭐 그 파티가 코믹콘이나 오타콘은 아니겠지만 그곳에 처음 갔을 때보다 더 행복할 것으로 예상한다.

 

  “캐롤라인!”

 

  그런데 그때 누군가가 캐롤라인을 불렀다. 캐롤라인은 그 누군가에게 가버렸다. 우리는 그 누군가를 쳐다봤다.

 

  풋볼 선수였다.

 

  우리는 다시 시선을 옮겼다.

 

  “갈 거야?”

 

  토미가 물었다.

 

  “당연하지.”

 

  내가 대답했다.

 

  “뭐 입고 가려고?”

 

  다시 한 번 토미가 물었다.

 

  “옷 입고 가야지. 벗고 가?”

 

  다시 한 번 내가 대답했다.

 

  토미는 지금 내가 입은 옷을 한 번 훑어봤다. 그러더니 턱을 괴곤 미간을 심하게 구겼다.

 

  토미가 심각할 때마다 나오는 표정이었다. 그러더니 토미가 크게 숨을 마시고 뱉더니 입을 열었다. 어떤 팩트로 나를 아프게 때려줄까 궁금했다.

 

  “너는 우리 학교 흑인들 중 얼굴은 제일 귀엽게 생겼는데 옷은 그게 뭐니. 인간 신호등이야? 네가 도로에 서 있으면 차들이 널 보고 멈출 지도 몰라.”

 

  아프진 않았다.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다음 얘기는 조금 많이 아팠다.

 

  “캐롤라인이 너랑 진도 나가려다가 네 그 시뻘건 티셔츠 때문에 멈출지도 모른다고.”

 

  나의 동공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빌리는 용돈 받으면 뭐 하는데?”

  “옷 사고 친구랑 놀고…… 차 산다고 모으고…….”

  “너는.”

 

  너는.

  토미의 두 마디가 나의 생각회로와 심장을 멈추게 만들었다. 나는 말이지…… 나는.

 

  “코믹북.”

 

  내 말에 토미가 실소를 내뱉었다. 토미의 표정은 내게 ‘한심한 새끼’라고 말하는 거 같았다.

 

  나는 상처받지 않았다.

 

  그런 거 가지고 상처받을 만큼 나약한 사람은 아니다. 그래, 나는 흑인에다가 입양아에다가 이름이 딕이고 딕이 달렸고 딕 로드에 살고 있어서 웬만한 건 내게 상처를 주지 않는다.

 

  “그러니까 캐롤라인이 풋볼 팀이랑 놀지.”

 

  하지만 이 말은 좀 상처였다. 그리고 네가 좋아하는 사만다도 풋볼 팀이랑 노는데 왜 나한테만 그러는 건지 모르겠다.

  그리고 네가 저번에 물었지? 본 치어리터가 너드랑 연애하는 영화. 여자가 치어리더는 아니지만 예쁜 여자가 너드랑 연애하는 드라마는 있어! <빅뱅이론>이라고……! 하지만 걔넨 똑똑하기라도 하지.

 

 

 

  벽에 달린 거울을 보며 머리를 매만졌다. 만져봤자 달라진 건 없다. 거울에 비친 내 뒤로 보이는 침대 위에 앉은 토미. 토미도 한껏 멋을 부렸다.

  멋은 내가 부려야 되는데 토미가 더 멋있어 보인다.

 

  “옷은 빨아서 줘라.”

 

  토미가 말했다.

 

  이번 달 용돈으로 코믹북을 샀기 때문에 남은 돈이 하나도 없었다. 그렇다고 엄마에게 내일 점심값을 달라고 하기에는 옷이 너무 비싸다. 그래서 토미의 옷을 빌려 입었다.

 

  카키색 스트라이프 셔츠와 베이지색 면 팬츠.

 

  토미는 이 옷이 한국 보이 밴드들이 입는 옷이라고 한다. 그런 옷을 내가 입으니 잘 어울리는지 모르겠다. 내가 보기에는 나무 같은데……. 내 피부는 흙이고…….

  그래도 토미에게 잘 어울린다는 말이 듣고 싶어 포즈를 취하며 토미에게 물었다.

 

  “나 어떻게 보여?”

 

  거울에 비친 나는 뒤를 돌아 토미를 처다 보며 물었다. 내 물음에 토미가 어깨를 으쓱였다. ‘별로.’ 토미의 대답은 아주 단칼 같았다.

 

  코에서 나오는 콧김, 꿈틀 거리는 눈썹이 토미의 대답이 더 별로라는 답을 주고 있다.

 

  “그래도 내 옷을 입어서 그런가 옷만 보면 괜찮아.”

  “그럼 전체적으론 어떤데?”

 

  토미의 인심 좋은 칭찬이었다.

  나는 그런 칭찬에서 또 한 번 더 칭찬이 듣고 싶어졌다. 비록 토미는 자신에 대한 칭찬을 내뱉었지만.

 

  “대학생 형 옷 빌려 입은 초등학생 꼬마 같아.”

 

  말을 말아야지.

 

 

 

  문을 열고 들어간 캐롤라인의 집. 밖에서 울려 퍼지던 음악 소리보다 더 크게 울려 퍼졌다.

  소리가 너무 커서 누구의 노래인지도 모르겠다. 원래 파티가 이렇게 시끄러운 건가? “토미! 원래 파티가 이렇게 시끄러운 거야?” 소리치며 토미에게 물었다.

  그러더니 토미가 내게 상처를 줬다.

 

  “처음 온 찌질이 티 나니까 닥쳐!”

 

  당분간은 토미랑 절연 해야겠다.

 

  토미는 계단을 올랐다. 토미는 내 속마음을 들었는지 나와 절연하기 위해 나를 두고 계단을 오른 거 같았다. “토미! 어디 가! 날 두고 떠나지마!” 비오는 날 버려진 여인처럼 처량하게 토미를 불렀다.

 

  하지만 토미는 내 목소리가 들리지 않은 건지 정말 나와 당분간 절연을 하려는 건지 나의 말에 대답을 하거나 뒤를 돌아보거나 하지 않았다.

 

  나는 하는 수 없이 토미를 좇는 걸 포기하고 1층에서 춤을 추는 학우들에게 섞였다.

 

  춤을 추는 학우들을 뚫고 가자 소파 위의 풋볼 선수와 치어리더들이 모여 있었다.

  그 사이에는 다행히도 캐롤라인이 없었다. 소파 위의 풋볼 선수와 치어리더들은 하드코어 포르노라도 찍을 모양인지 진한 애정행각을 보이며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리고 2층으로 올라가서 약을 흡입하고 포르노의 한 장면을 재연할 게 뻔하다. 나는 그곳에 캐롤라인이 없다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춤에도 술에도 약에도 관심 없다.

  내가 관심 있는 건 오로지 코믹…… 아니, 캐롤라인이지만 캐롤라인이 보이지도 않았고 시끄러운 곳을 빠져나가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컸다.

  빨리 토미를 찾고 캐롤라인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한 나는 술 취한 학우들을 뚫고 거실을 나와 다시 계단을 올랐다.

 

  2층에 방은 총 두 개였고, 화장실 하나 창고 하나가 있었다. 방을 열 때마다 보면 안 되는 것들을 보았다.

 

  포르노에서만 보던 걸 실제로 눈앞에서 보니까 기분이 너무 이상했다.

 

  두 방과 하나의 창고의 문을 열었는데도 토미가 보이지 않았다. 오줌을 싸고 있나……? 생각한 나는 화장실 문을 열었다.

  화장실 안에는 아주 진한 애정행각을 하는 남자와 남자……? 남자 두 명이 있었다.

 

  나는 게이 포르노는 본 적이 없어서 이상했다.

  그런데 저 등을 보이는 남자가…… 토미……? 토미와 같은 옷을 입었다. 나는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지만, 토미를 위해 화장실 문을 잠그고, 문을 닫았다. 그리고 곧바로 1층으로 내려갔다.

 

  토미가 게이였어? 난 왜 몰랐지? 토미는 사만다를 좋아했는데……. 아니 지프 차를 좋아한 건가? 이런 저런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와 부딪히고 그 누군가가 나를 향해 욕 하고 과자를 던져도 나는 무시했다.

 

  그리고 나는 베란다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 수영복을 빼입은 학우들과 수영장 안에서도 끊이지 않는 애정행각을 보이는 학우들이 있었다. 그래도 밖은 집 안 보다 덜 시끄러웠고 덜 답답했다.

 

  나는 수영장에 발을 담근 채로 앉아있었다.

 

  “내가 몰라본 건가……?”

 

  캐롤라인을 찾겠다는 생각 보다 화장실에서의 토미 모습이 더 내 뇌 속에 가득 차버렸다. 토미랑 키스하던 남자는 누구일까. 내가 아는 사람일까? 아쉽게도 난 그 남자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으아악!”

 

  방심했다.

 

  누군가가 나를 밀어버렸고 나는 수영장에 빠져버렸다. 나 수영 못 하는데…… 이러다 죽는 게 아닐까? 난 여자랑 키스도 못 해봤는데…….

  수영장에 빠져 허우적거리면서 물에 비춰 보이는 사람들의 표정. 내 모습에 웃음을 터트린다. 아무도 날 구해주지 않는 거야? 어라? 쥐가 난거 같다.

  발이 저려온다.

  살아남기 위해 허우적거렸지만, 이젠 발은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발에 힘이 들어가지 않으니 물에 가라앉는 건 케이크 조각 보다 쉬웠다.

 

  안녕, 나는 딕이야. 딕 존슨. 나는 16년 동안 아주 아름다운 인생을 살았어. 치크토와가 고등학교에서 캐롤라인을 만나고 토미를 만나고 토미 너의 게이 남자친구를 볼 수 없어서 아쉽지만 난 네가 행복하길 바랄게…… 그리고 캐롤라인…….

 

  캐롤라인?

 

  반 즈음 떠진 눈과 반 즈음 깬 정신으로 내 앞에 있는 캐롤라인을 보았다.

  캐롤라인이 내게 다가왔다. 나는 정신이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상적인 십대의 반응이 나와 눈을 감고 죽은 척을 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숨을 잠시 멈추고, 기절한 척.

 

  내가 기절한 척 하고 있자 캐롤라인의 내게 다가와 입을 맞추었다.

  스노우 화이트가 독 사과를 먹은 프린스 챠밍…… 아니, 흑인 왕자가 있나……? 아무튼 그런 장면 같았다. 물론 캐롤라인이 내게 한 건 인공호흡이지만. 나는 정말 변태가 맞는 건지 캐롤라인이 또 다시 다가오길 기다렸다.

 

  입술을 주욱 내밀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나는 계속해서 눈을 감고 캐롤라인의 입술을 기다렸다.

 

  그때였다.

 

  캐롤라인이 내게 CPR을 하기 시작했다.

  CPR은 처음이었다.

  사람들이 왜 CPR을 받고 깨어나는지 알겠다. 갈비뼈가 부서질 거 같고, 캐롤라인과 입맞춤 했던 그 입으로 내장이 다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아! 그만 해! 나 깼어!”

 

  나는 자다가 발작을 일으킨 사람처럼 일어났고, 내게 CPR을 하려는…… 빌리……? 빌리의 머리에 부딪혀 진짜로 기절을 해버렸다.

 

 

 

  “아…… 아파…….”

 

  빌리와 부딪힌 곳에 크게 혹이 나버렸다. 만질 때마다 너무 아프다. 그런 나를 불쌍하게 본 토미는 내게 아이스크림을 건넸다.

  나는 토미가 건넨 아이스크림을 혹이 난 이마에 갖다 댔다. 아이스크림을 이마에 대니 혹이 난 부분이 아프지 않았다. 그 대신 머리가 띵하다.

 

  “네가 사는 거야?”

 

  내가 물었다.

 

  “아니.”

 

  토미가 말했다.

 

  토미는 진열대 앞에 쭈그려 앉아 과자를 고른다. “뭐 먹을까…… 넌 뭐 먹을래?” 과자를 고르다 나를 보며 말했다. “나쵸.” 내 말에 토미는 나쵸 한 봉지를 골랐다. “이건 내가 살게.” 토미의 말에 조금 설렐 뻔했다. 그건 그렇고.

 

  “어제 뭐였어?”

 

  내가 물었다.

 

  내 말에 토미는 살짝 놀란 듯 흠칫 거렸다. 토미가 흠칫 거릴 필요는 전혀 없었다. 난 친구가 말하기 전에 먼저 묻지 않는 타입이니까.

 

  “뭐가?”

 

  흠짓 거리던 토미가 내게 되물었다.

 

  “아니 나 어제 집으로 데려다 준 사람. 수영장에 빠지고 캐롤라인이랑 키스한 건…….”

  “키스가 아니지. 인공호흡이지.”

  “뭐 그거 까지 잡고 싶냐……? 친구가 설렜다는데.”

  “확실히 넘어가야지.”

  “쳇.”

  “그래서 뭐.”

  “아니, 그거랑 빌리랑 머리 부딪힌 거 까진 기억나는데 도대체 누가 날 데리고 집으로 간 거야?”

  “빌리.”

  “뭐?”

  “빌리가 너 수영장에 빠트리고 네가 죽는 줄 알고 물에 건져내고 인공호흡은 도저히 못하겠다고 캐롤라인이 대신하고 CPR하고 기절한 너 집으로 데려가고…… 난 못 봤어. 나도 들은 거야. 널 찾으러 가니까 젠슨이 그렇게 말 하더라.”

  “아…….”

 

  나는 토미의 말에 짧게 탄식을 내뱉었다.

  캐롤라인이 데려다 줬으면 좋았을 걸. 그래도 캐롤라인이 내게 인공호흡을 해줬으니까 그걸로 된 거다.

 

  “야!”

 

  토미가 멍을 때리던 나를 부르자 나는 깜짝 놀랐고, 토미가 던진 나쵸가 내게 날라 오자 또 한 번 놀랬다. 나는 재빠르게 토미가 던진 나쵸를 받았다.

 

  계산을 하고 편의점을 나왔다.

 

  토미와 내 손에는 탄산음료와 과자 한 봉지씩 들려있었고, 방금 전 까지 내 이마를 지켜주던 아이스크림은 녹기 전에 제자리에 가져다 놨다.

 

  편의점 앞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자전거 바구니에 탄산음료와 과자를 넣었다. 토미는 하얀색 자전거, 내 자전거는 빨간색 자전거이다.

 

  나는 자전거 위에 올라타지 않았다.

  자전거를 질질 끌며 바구니에 있던 탄산음료를 꺼내 마셨다. 트름이 끄억 하고 나왔다. 토미는 그런 나를 경멸하는 표정으로 쳐다봤다.

 

  그러더니 토미는 아무렇지 않은 듯 자전거 위에 올라탔다. 그리고 천천히 내 걸음에 맞춰 움직였다.

 

  “나쵸 하나만.”

 

  토미가 내게 말했다.

 

  나는 토미의 발에 잠시 멈춰 바구니에 있던 나쵸를 뜯어 토미에게 건네줬다. “자.” 토미는 한웅큼 크게 쥐곤 입에 털어 넣었다.

  나는 그런 토미를 신기하게 쳐다봤다.

 

  “왜?”

 

  그런 내게 토미가 물었다.

 

  “안 짜?”

 

  다시 내가 토미에게 되물었다.

 

  “짜.”

 

  토미가 대답했다.

 

  나는 그런 토미의 대답에 헛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내가 마시던 탄산음료를 토미에게 건네줬다. 토미는 탄산음료를 건네받고 벌컥벌컥 마셨다.

 

  다 마셨다.

  탄산음료를 다 마셔버린 토미는 고통스러운 듯 명치를 여러 번 두들기다 이내 시원한 트림이 나와 버렸다. 입 안에 나쵸의 짠 맛이 사라졌는지 토미는 환하게 웃으며 내게 말했다.

 

  “햄버거 먹으러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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