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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잭 앤 블랑 Jack & Blanc
작가 : 힛쥐
작품등록일 : 2019.9.6

갈수록 부패해져만 가는 귀족사회. 상류층은 하류층을 억압하고 그들을 그저 자신들의 재산이라고만 생각한다.
이런 세상속에서 태어난 두 명의 살인귀. 그들의 이름은 잭과 블랑이라고 한다.

 
1. 두 명의 살인귀(上)
작성일 : 19-09-06 22:21     조회 : 331     추천 : 0     분량 : 9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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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도에서 걸어서 5일정도 떨어진 거리에 있는, 여름이 와도 겨울이 와도 어떤 이유에서 인지 항상 초록빛의 나무와 분홍빛의 나무가 시들거나 그 빛을 잃지않는다는 숲이 있다. 그 숲의 이름은, '영원한 봄의 숲'

 

  '분명 그렇게 알고있었는데 말이지….'

  '영원한 봄의 숲' 깊숙한 곳에 지어져있는 '아람가家'의 저택.

  가벼운 무장을 하고있는 한 경비병이 호 하고 소리를 내어 자신의 입에서 뿜어져 나오는 입김을 쳐다보며 이해가 안된다는 듯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순식간에 사라진 입김을 본 뒤, 그는 자신의 옆에 서 있는 또다른 경비병에게 고개를 돌리고는 입을 천천히 열었다.

  "선배님, 원래 여기는 '영원한 봄의 숲'이라고 불리던 숲이잖아요? 근데 지금 이건 아무리 봐도 겨울의 숲인데……."

  "뭐? '영원한 봄의 숲'이라니. 대체 언제적 얘기를 하는거야."

  선배라고 불린 경비병은 자신의 옆에서 추위 때문인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신입 경비병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그 시선을 의식한 신입 경비병은 궁금증을 가진 표정으로 그의 시선에 응답하였다.

  마치 설명이라도 해달라는 듯한 그 표정을 본 고참 경비병은 한숨을 가볍게 내쉬고는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영원한 봄의 숲'이란 것도 다 옛날 얘기지. 본래 이곳이 일년 내내 봄의 숲의 모습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은 '봄왕의 구슬'이라는 유물 덕분이었어. 그러던 40년 전 어느 날, 아람가의 한 사람이 그 구슬을 훔쳐서 누구한테 팔아 넘겼나봐. 구슬을 잃은 숲은 생기를 잃어가기 시작했지. 결국은 봄이 되어도 풀잎 하나 생기지 않아."

  앙상하게 가지만 남은 나무들을 쳐다보며 말을 마친 고참 경비병은 마치 신입 경비병의 반응을 기다리듯 잠시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대답이나 반응이 들려오지 않자 살짝 언짢은 표정으로 옆을 돌아보았다.

  "기껏 설명을 해줬는데도 왜 대답이 없─"

  ─그리고 그것이 그의 마지막 말이 되었다.

  옆을 돌아본 고참 경비병의 눈 앞에 우는 얼굴의 가면이 눈에서 어렴풋한 붉은 빛을 흩날리며 재빠르게 역수로 쥔 나이프를 경비병의 목을 향해 휘둘렀다.

  고참 경비병은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한 채, 목에서 피를 내뿜으며 그 자리에 무릎을 꿇어 자신을 내려다 보고 있는 우는 얼굴의 가면을 떨리는 눈동자로 보다가 그대로 앞으로 쓰러져 새하얀 눈을 자신의 피로 붉게 물들여갔다.

  옆에 있던 신입 경비병 또한 '잭'에게 당했는지 고참 경비병처럼 피를 흘리며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는 중이었다.

  그들의 죽음을 확인한 잭은 별다른 감흥 없이 자신의 앞에 있는 계단을 보고는, 천천히 시선을 들어 계단의 끝쪽에 있는 아람가의 저택 입구에 시선을 놓았다.

 

  동쪽 나라의 건축양식을 본따 만들어진 아람가의 저택.

  저택의 입구까지 올라온 잭은 숨을 죽인 채 저택의 마당에 있는 경비병의 수와 위치를 파악하였다.

  마당에 있는 경비병은 총 일곱명. 잭은 곧바로 들어가지 않고 저택을 둘러싼 담벼락을 따라 오른쪽으로 조용히 이동하였다. 최대한 경비병의 시선이 닿지 않으며 수가 별로 몰려있지 않던 오른쪽을 공략하기 위한 생각이리라.

  가벼운 몸놀림으로 자신의 키의 두세배는 될법한 담벼락을 간단하게 넘은 잭은 곳곳에 있는 석탑과 벽에 몸을 숨기며 다른 경비병들과는 동떨어져있는 경비병의 뒷쪽으로 다가가 왼손으로는 그의 입을 막고, 오른손으로는 그의 목을 그어 조용하게 암살하였다.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은 깔끔한 암살. 동료의 죽음을 눈치채지 못한 여섯명의 경비병은 새벽에 근무를 서는 중이라 그런지 반쯤 감긴 눈으로 멍하니 허공을 주시하고 있었다.

  잭은 아까와 같은 방식으로 이동하며, 이번에는 함께 서있는 두명의 경비병을 표적으로 삼았다. 그들의 뒤까지 접근 한 순간, 오른쪽 모퉁이에서 또다른 경비병의 머리가 잭의 눈에 들어왔다.

  '경비병이 한명 더…"

  쯧. 갑작스럽게 나타난 경비병에 잭은 혀를 한 번 찬 후, 몸을 숙이고는 바닥을 강하게 발로 차 순식간에 앞에 있는 두명의 경비병에게 접근하였다.

  잭은 간결한 동작으로 오른쪽에 서있던 경비병의 목을 왼쪽으로 그은 후, 몸에 살짝 힘을 주어 몸이 왼쪽으로 쓰러지지 않게 버텼다. 그대로 아래쪽으로 내려간 팔을 다시 들어올려 왼쪽에 있는 경비병의 목에 나이프를 꽂아 넣었다.

  눈 깜짝할 새에 두명의 경비병을 암살한 잭은 방금전에 새롭게 발견한 오른편의 경비병에게 시선을 두었다.

  "치… 침입…!!"

  잭을 발견한 경비병은 눈을 휘둥그레 뜬 채 침입자의 존재를 다른 경비병들에게 알리기 위해 크게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잭이 더 빠르게 그의 목을 또다른 무기로 꿰뚫었다.

  어느샌가 잭의 왼손에는 나이프가 아닌 다른 무기를 쥐고있었다. 손잡이에서 곧바로 칼날쪽으로 이어지는 디자인의 칼. 길이는 단검보다는 훨씬 길고, 장검보다는 좀 짧은 길이였다.

  잭은 왼손에 힘을 주어 목을 꿰뚫고있는 칼을 빼낸 후, 자신의 뒤쪽에 있는 경비병의 시체에 다가가 목에 꽂혀있는 나이프를 오른손으로 뽑아냈다.

  '녀석이 소리를 지르는 걸 내가 끊어버렸으니…… 소리를 들은 다른 경비병들이 몰려오겠군.'

  잭은 뒤를 돌아보며 서서히 크게 들려오는 발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남은 경비병은 넷. 들리는 발 소리는 셋. 나머지 하나는 자리를 지키고 있을까, 아니면 저택 안으로 들어가 이 상황을 보고할까.

  "어떤 식으로 대처하든 상관 없지만."

  조용하게 중얼거린 잭은 소리가 들려오는 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바닥을 박차 달리기 시작했다.

  모퉁이를 돌자마자 눈에 들어온 세 명의 경비병. 그들이 반응하기도 전에 왼손의 칼을 맨 앞에 달려오고 있던 경비병의 심장에 찔러넣었다.

  뒤늦게 반응한 남은 두명의 경비병이 창과 검을 잭을 향해 겨누었다. 잭은 살짝 고개를 들어서 경비병들의 행동을 보더니 자신의 몸을 앞으로 내밀어 쓰러지던 맨 앞 경비병의 몸을 왼쪽 어깨로 받쳤다.

  마치 그의 몸을 방패 혹은 엄폐물로 삼는듯한 행동. 뒤쪽에 있던 경비병은 잭의 행동에 살짝 움찔했지만, 곧바로 마음을 가다듬었는지 용맹하게 소리를 지르며 옆으로 돌아 몸에서 걸쭉한 피를 뿜고 있는 경비병의 뒤쪽으로 달려갔다.

  그들이 뛰어오는 소리를 유심히 듣고있던 잭은 곧바로 오른쪽으로 몸을 빙글 돌리며, 동시에 꽂혀있던 검을 뽑아냈다. 그 기세로 오른쪽으로 돌아오던 경비병의 목에 오른손의 나이프를 꽂아넣은 후, 발과 몸에 힘을 주어 돌아가던 몸의 기세를 죽였다.

  잭은 빠르게 나이프를 뽑아 낸 후, 왼쪽으로 도약하여 마지막 살아남은 한 명의 경비병과 거리를 두었다. 경비병은 자신이 노린 곳에 있어야 할 침입자가 없어 당황한 얼굴을 짓고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잭은 지금의 행동을 불과 1초만에 해낸 것이니.

  "나머지 하나는…. 역시, 저택 안으로 도망쳤나."

  잭은 시선을 마지막 남은 경비병에게 고정해 둔 채 혼자 중얼거렸다. 경비병은 침을 꼴깍 삼키며 자세를 바로잡았다. 하지만 그 행동은 인간을 초월한 듯한 잭의 속도의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순식간에 경비병의 목에 오른팔을 휘두른 잭은 경비병의 목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를 몸에 적시며 기울어진 몸을 천천히 일으켰다. 그와는 정반대로 목숨을 잃은 경비병은 앞으로 힘없이 고꾸라졌다.

  피에 젖은 자신의 옷과 가면에 아랑곳 하지 않으며 잭은 나이프와 검에 묻은 피를 대충 털어내며 저택의 안으로 향하였다.

 

 * * *

 

  "오늘따라 숲의 동물들이 소란스럽군요."

  뒷짐을 진 채, 커다란 창문을 통하여 바깥의 풍경을 바라보고있는 한 남성이 온화한 목소리로 말하였다.

  저택과 마찬가지로 동쪽 나라의 전통복장을 입고있는 그는 젊어보이는 외모와는 다르게 어딘가 고풍스러운 느낌이 나고 있었다.

  "동물들이 이렇게 울어대는 건…. 한 40년 쯤 된 것 같네요."

  "40년 쯤이라…. 그럼 40년 전에 동물들이 시끄럽게 울어댄 이유는 '봄왕의 구슬'이 사라졌기 때문이려나요?"

  "…네, 그렇습니다만."

  뒤에서 들려온 여성의 목소리에 남성이 곁눈질로 뒤쪽을 흘끗 쳐다보았다.

  온화한 남성의 목소리와는 정반대의, 얼음같이 차가운 여성의 목소리.

  그녀는 또각 또각, 구두소리를 울리며 어둠 속에서 천천히 남성쪽으로 걸어나왔다. 상의는 흰색 셔츠에 진한 네이비 색의 롱코트를 걸치고 있었고, 하의로는 검은색의 치마를 입고있었다.

  양쪽으로 묶은 트윈테일 머리를 찰랑이며 어둠 속에서 걸어나온 여성은 귀여운 눈으로 남성을 웃으며 바라보았다. 방금 전의 차가운 목소리의 주인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얼굴이었다.

  "그나저나 이거 꽤나 놀랐습니다. 당신같이 아름다운 여성분이 직접 저희 가문을 찾아와 주시다니."

  "어머, 감사합니다. 가주님도 생각보다 엄청 젊으시네요."

  여성의 말에, 가주라고 불린 남자는 잠시 침묵하더니 반정도 뜬 눈으로 여성을 노려보았다. 마치 사람을 살펴보는 듯한 눈빛이었다.

  하지만 금새 눈빛을 고치고는 온화한 목소리에 어울리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래서, 이렇게 직접 저희 가문으로 찾아오신 이유가 뭔가요? 저를 직접 만나고싶다고 들었는데."

  "으음…. 막상 말하려니 되게 부끄러운데…. 저희 어머니가. 항상 말씀하셨죠. 나중에 시집을 가려면 무조건 힘이 있으며 돈도 많은 가문으로 시집을 가라고."

  그녀는 오래전에 들었던 말을 떠올리듯이 눈을 지긋이 감은 채 말을 이어나갔다.

  "아람 가문은 나름 힘 있는 가문이잖아요? 다른 가문은 아무래도 좀 부담이 가다 보니…. 어머니의 말을 지키기에는 아람 가문이 제격인 것 같더라고요."

  "하하하. 저희 가문이 그만큼 만만하다는 소리인가요?"

  "에이, 설마요. 그런 뜻으로 말한건 아니죠."

  여전히 뒷짐을 진 채 여성의 농담을 받아친 가주는 여유있는 걸음으로 한발짝 한발짝 앞으로 걸어와, 여성의 앞쪽에 멈춰섰다.

  온화한 표정을 지키고 있던 가주는 여성의 앞에 멈춰서자, 아까의 표정은 온데간데 없고 날카로운 표정으로 여성을 내려다 보았다.

  "헛소리 하지 말고, 진짜 이유를 밝혀라. 내가 너같은 사람을 몇번이나 보아왔는지 아느냐?"

  그 말을 들은 여성도 고개를 들어 가주와 시선을 마주쳤다. 가주가 마치 깔보는 듯한 눈빛으로 노려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눈빛에는 여유로움이 묻어나오고 있었다.

  그녀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는 가주의 말에 대답을 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역시 한 가문의 가주. 눈치가 빠르시네요. 아니면 연륜에서 나오는 지혜이려나?"

  마치 비아냥거리는 듯한 말투. 그녀의 말에 노려보고 있는 가주의 눈이 조금 움찔하였다. 그의 반응을 살핀 여성은 다시 눈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럼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볼게요. 가주님의 그 젊은은 대체 어떤 식으로 유지하고 있는 걸까요?"

  여성의 목적을 알아 낸 가주는 노려다 보던 눈빛을 풀어 아까와 같은 온화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뭐야. 결국 너도 그걸 노리고 온 것이었나. 많은 사람들이 내게 찾아와 묻고는 하지. 몇십년이 지났는데도 젊음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이유가 뭐냐고."

  가주는 몸을 돌려 자신이 걸어왔던 곳을 돌아가고는 다시 바깥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차가운 밤바람에 휘날리는 회색머리를 신경도 쓰지 않으며 눈을 살짝 감았다.

  "결국 아무도 정보를 얻지 못한 채 돌아가버리고 말았지만. 돌아가기 전에 모두들 내게 돈 혹은 유물을 줄테니 제발 알려달라고 빌더군. 하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전부 필요 없는 것들이다."

  다시 눈을 크게 뜬 가주는 몸을 살짝 틀어 여성을 바라보았다.

  "그래. 너는 나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느냐?"

  "흐음…. 그렇네요…. 저는 뭐 돈이 있는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유물이라던지 권력이 있는것도 아니니까요."

  그녀는 고개를 살짝 꼬고는 오른쪽 손의 검지를 머리에 대어 마치 생각을 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했다. 눈을 감은 채 생각을 하던 여성은 눈을 살며시 뜨며 고양이 같은 눈빛으로 가주를 보았다.

  "제가 아는 정보를 하나 드릴 수 있는데."

  "정보라…?"

  생각도 못한 대답에 가주는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 반응이 마음에 들었는지 여성은 생긋 웃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당신. 그 젊음을 얻기 위해, '봄왕의 구슬'을 누군가에게 팔아 넘기고는 그것을 아들에게 누명을 씌웠다며?"

  "──?!."

  순간, 가주가 숨을 큰 소리로 집어 삼키며 몸이 크게 움찔하였다. 표정도 이번에는 온화하거나 날카로운 표정이 아닌, 크게 놀란듯한 표정이었다. 그의 사소한 모든 행동에서 여유가 사라졌다는 걸 쉽게 알 수 있었다.

  "억울하게 누명을 쓴 당신의 아들은 필사적으로 도망쳤지만 얼마 못가 붙잡히게 되었고... 결국 처형 시켜버렸다지?"

  말을 마친 여성은 싱글벙글 웃으며 가주의 반응을 계속해서 살펴보았다. 가주는 고개를 내려 자신의 표정을 숨기고 있었고, 양 손은 주먹을 꽉 쥔 상태로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누구한테서 들은 정보냐. 설마 나에게 그 물약을 판 사람이…?"

  가까이 있는게 아닌 이상 잘 들리지 않을법한 크기의 소리로 중얼거리던 가주는 고개를 홱 들고는 큰 발걸음으로 여성에게 다가갔다.

  표정에는 당혹, 분노의 감정이 섞여있었다. 그의 걸음걸이가 점점 위협적이게 변하자 웃고 있던 여성도 표정을 풀고는 오른손을 들어 자신에게서 조금 떨어진 곳을 가리켰다.

  "왜. 뭐 하려고? 충고하는데 내가 가리키고 있는 곳을 넘어오면 당신, 어떻게 될지 몰라."

  "…다른 사람도 알고 있는건가? 대체 어디서 정보가 새어 나간거지...? 대체.. 대체 누가..."

  "이봐. 내 말 듣고있어?"

  "대체…. ─대체 누가 그걸 말한거야!"

  여성의 말을 무시한 채 걸어오던 가주는 그만 이성을 잃고 여성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그의 눈에는 광기가 깃들어있었고 당장이라도 여성의 목을 졸라 누군지 알아내려는 듯한 기세였다.

  "─난 이미 충분히 경고했어."

  방금까지의 귀여운 얼굴은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고 마치 비웃는듯한 눈빛으로 바뀐 여성의 얼굴. 그녀는 아까보다 훨씬 여유로운 표정으로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가주를 별다른 대처도 하지 않은 채 그저 쳐다만 보고 있었다.

  결국 여성이 가리켰던 지점을 넘어버린 가주는, 왼손을 거칠게 뻗어 여성의 목을 붙잡으려고 하였다. 그 순간,

  "지금 '블랑'한테 무슨 짓을 하려는거야."

  가주의 뒤에서 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순식간에 가주의 뒤에까지 도달하였고, 그 상태로 오른팔을 크게 휘둘렀다.

  우는 얼굴의 가면을 쓰고있는 남성, 잭의 나이프가 가주의 발목을 노렸고 뒤늦게 눈치를 챈 가주는 순간적으로 몸을 틀어 피하려고 했으나 잭의 나이프가 발목을 베어버리는 것이 훨씬 빨랐다.

  "크……으아아아아아악!"

  가주는 달려가던 기세를 죽이지 못해 발목에서 피를 흩날리며 앞으로 크게 쓰러졌다. 옆으로 살짝 빠져 가주와의 충돌을 피한 여성, 블랑은 비웃는 듯한 눈으로 가주를 내려다보았다.

  "크으윽…. 뭐야…. 대체 누구야…. 지금 내가 누군지 알고 이런짓을 하는─"

  "아, 잘 알고있지. 아람 가문의 6대 가주, '요하네 아람'."

  잭은 앞으로 기울어져 있던 상체를 천천히 일으켜세우고는 블랑에게 다가가 그녀가 다친곳이 없는지 조심스럽게 확인하였다.

  "괜찮아, 블랑? 다친곳은..."

  "없어. 내가 고작 저런 녀석한테 당하겠니."

  잭과 블랑의 대화를 듣던 가주, 요하네 아람은 몸을 부들부들 떨며 고개만은 최대한 돌려 뒤쪽에 있는 잭과 블랑에게 시선을 두었다. 이번에는 그의 표정에 공포가 가득 들어있었다.

  "너희…들….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이지… 둘이 한 패…?"

  "보면 모르겠어? 정말, 멍청하기는. 자신의 젊음에 관한 것만 눈치가 좋아가지고."

  "그럼 너는… 처음부터 나를 죽이려고… 찾아온건가…? 젊음을 유지하는 법을… 알아내려 온 것이 아니라…?"

  "빙고. 난 아직 젊어서 다른 사람들이나 댁처럼 젊음에 크게 얽매일 필요가 없거든."

  상황을 어느정도 파악한 요하네 아람은 입술을 세게 깨물더니 모든 힘을 짜내 입을 크게 열어 소리쳤다.

  "경비병─!! 대체 뭐하는거─"

  "아. 경비병이라면 내가 다 죽여버렸으니 괜히 힘들게 소리지르지 않는 편이 좋을거야."

  요하네 아람은 잭의 말에 질러대던 소리를 멈추고 눈을 크게 뜬 채 잭의 가면을 바라보았다.

  잭의 검은색 옷과 흰색의 우는 얼굴 가면 곳곳에는 진한 피들이 묻어있었다. 그 피를 본 요하네 아람은 잭의 말이 허풍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렸고 결국 고개를 제자리로 돌려 바닥에 이마를 대었다.

  "아내는 오래전에 병을 얻어 사망. 다른 가족들은 모두 따로따로 떨어져 사는 중. 이곳에 남아있는 사람은 너와 우리뿐이야."

  블랑에게 아무런 해가 없었다는 것을 확인한 잭은, 요하네 아람의 앞까지 걸어가서는 천천히 내려 앉으며 엎드린 채 계속해서 자그마한 신음소리를 내는 요하네 아람과 최대한 시선을 비슷한 선상에 놓으려하였다.

  "자, 그럼 얘기를 시작해볼까. 우선 요하네 아람, 당신은 40년 전 젊음을 얻기 위해 이 숲의 아름다움을 지켜주던 봄왕의 구슬을 한 연금술사에게 팔아넘겼어. 그리고나서는 아들에게 봄왕의 구슬을 빼돌렸다고 누명을 씌웠고. 결국 아들은 처형당하게 되었고, 당신은 연금술사에게서 받은 물약을 마셔 젊음을 되찾고 지금까지 잘 살고 있었지."

  "으윽…. 대체 어디서 그 정보를 들은거야…. 너희들 대체 뭐하는 녀석들이지…?"

  잭은 쪼그려 앉은 채 요하네 아람을 내려다보았다. 잭의 표정은 가면으로 가려져있지만, 그 가면 안에는 분명 한심하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으리라.

  "우리들은 그저, 당신같은 쓰레기들을 죽이는 살인귀.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야."

  "크…흐윽…. 그렇다면…. 저 여자는 대체 뭐하러 먼저 나를 찾아온거야…. 결국 언제든지… 나를 죽일 수 있었잖…"

  요하네 아람은 아픔을 찾지 못하고 계속해서 신음 소리를 내뱉으며 힘들게 말을 이어나갔다. 팔짱을 낀 채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블랑은 고개를 살짝 들어 마치 깔보는 듯한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뻔한걸 물어보네. 이러는 편이 더 재미있고, 더 절망감을 줄 수 있잖아?"

  블랑의 대답을 들은 요하네 아람은 눈동자를 크게 떨며 굵은 눈방울을 떨어트렸다.

  "우린 너같은 쓰레기가 편하게 죽게 놔둘 수 없어. 자신이 했던 일을 떠올리며, 고통스럽게 죽어야하지."

  블랑의 말을 보충하듯, 앞쪽에서 잭의 말이 들려왔다. 요하네 아람은 입술을 꽉 깨문 채 엎드려있다가 잠시 후,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살려줘…."

  요하네 아람이 부들부들 떨며 내뱉은 한 마디. 그는 침과 눈물로 얼굴을 더럽히며 애원하듯 말을 이어나갔다.

  "제발 살려줘…. 나는 아직…. 가문을 이끌어야 할 의무가 있─"

  "─지금 당신이 하는 그 말과 이 상황"

  요하네 아람의 말을 끊은 잭이 손가락으로 대충 잡고있던 나이프를 손가락으로 가볍게 튕긴 후, 평소 자신이 잡는 방식인 역수로 나이프를 쥐었다.

  "어딘가 익숙하지 않아?"

  "──."

 

  "아버지─!!"

  한 남자가 제압당한 상태로 돌바닥에 엎드린 채 최대한 고개를 들어 앞을 보며 소리질렀다. 아버지라고 불린 남자, 요하네 아람은 자신의 수염을 어루만지며 자신의 앞에 제압당해있는 자신의 아들을 보았다.

  "아버지, 제 얘기를 한번만 들어주세요!! 하늘에 맹세하고, 절대 제가 한 것이 아닙니다!! 저는 억울하다고요!!"

  필사적으로 소리를 지르며 자신의 억울암을 호소하는 요하네 아람의 아들. 하지만 요하네 아람은 그의 말을 들은채도 하지 않고는 한 마디 툭 내뱉었다.

  "처형해라."

  그 말을 들은 아들은 몸부림을 치며 계속해서 소리쳤다. 그의 얼굴은 이미 눈물에 흠뻑 젖어있었다. 아들의 부름에도 그의 아버지는 그의 목소리를 뒤로 한 채, 저택의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아버지!! 제발 살려주세요!! 제가 이런일을 할 이유가 없다는 걸 알지 않으십니까!!"

  하지만 그의 말은 결국 요하네 아람에게 닿지 못한 채 허공을 맴돌았고, 잠시 후 거대한 칼이 아들의 목을 향해 떨어졌다.

 

  "으으, 벌써 아침이잖아. 피곤해 죽겠네. 얼른 돌아가서 잠이나 자자, 잭."

  어느새 해가 떠올라 영원한 봄의 숲의 차가운 풍경을 밝게 비추었다. 앙상하게 가지만 남은 나무들 위에 새들이 올라타 지저귀는 소리가 마치 아침을 맞이해주는 듯 하였다.

  "같이 가, 블랑~."

  뒤늦게 요하네 아람의 방에서 나온 잭은 나이프에 묻은 피를 뚝뚝 흘리며, 먼저 걸어가는 블랑의 뒤를 허겁지겁 쫓아갔다.

  그들은 아침의 햇살과 차갑게 불어오는 바람, 새들의 노랫소리를 들으며 경비병들의 시체로 뒤덮인 저택의 복도를 천천히 걸어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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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5. 겨울을 맞이하는 밤 (5) 2019 / 11 / 1 306 0 6688   
25 24. 겨울을 맞이하는 밤 (4) 2019 / 10 / 31 321 0 4429   
24 23. 겨울을 맞이하는 밤 (3) 2019 / 10 / 30 324 0 5324   
23 22. 겨울을 맞이하는 밤 (2) 2019 / 10 / 29 320 0 6197   
22 21. 겨울을 맞이하는 밤 (1) 2019 / 10 / 28 306 0 5035   
21 20. 레 미제라블 (7) 2019 / 10 / 27 314 0 5614   
20 19. 레 미제라블 (6) 2019 / 10 / 26 314 0 5051   
19 18. 레 미제라블 (5) 2019 / 10 / 24 315 0 5395   
18 17. 레 미제라블 (4) 2019 / 10 / 16 319 0 5295   
17 16. 레 미제라블 (3) 2019 / 10 / 13 313 0 4742   
16 15. 레 미제라블 (2) 2019 / 10 / 12 331 0 5709   
15 14. 레 미제라블 (1) 2019 / 10 / 9 304 0 6041   
14 13. 황금과 선혈의 도박장 (下) 2019 / 10 / 1 294 0 6675   
13 12. 황금과 선혈의 도박장 (中) 2019 / 9 / 29 326 0 6756   
12 11. 황금과 선혈의 도박장 (上) 2019 / 9 / 27 316 0 5006   
11 10. 휴일 2019 / 9 / 26 301 0 4680   
10 9. 엘렌의 정원 (6) 2019 / 9 / 22 313 0 10344   
9 8. 엘렌의 정원 (5) 2019 / 9 / 21 310 0 4682   
8 7. 엘렌의 정원 (4) 2019 / 9 / 18 307 0 7061   
7 6. 엘렌의 정원 (3) 2019 / 9 / 13 317 0 4693   
6 5. 엘렌의 정원 (2) 2019 / 9 / 12 306 0 5075   
5 4. 엘렌의 정원 (1) 2019 / 9 / 11 319 0 5745   
4 3. 달빛의 도시의 하루 2019 / 9 / 9 305 0 7448   
3 2. 두 명의 살인귀 (下) 2019 / 9 / 7 288 0 7968   
2 1. 두 명의 살인귀(上) 2019 / 9 / 6 332 0 9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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