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 시험공부
연말의 시간은 달리는 말처럼 빨라서 어느새 12월 둘째 주가 찾아온다.
이것은 블루고의 학생들에겐 좋지 않은 소식이었다.
왜냐하면 공포의 기말고사가 딱 1주일 앞으로 다가왔단 얘기였으니까.
"헉! 벌써 다음 주가 기말고사 기간이야?"
"어떡해~ 나 공부 하나도 안 했는데."
위와 같은 대사들이 학생들 사이에서 난무하고, 교사들은 기말고사 출제를 이렇게 저렇게 할 거라며 애들을 압박한다.
그런고로 학생들은 시험을 1주일 남긴 지금부터라도 공부하기 시작한다.
춘회파와 여자 일행들도 마찬가지.
그들은 잠시 전투훈련, 던젼 깨기, 퀘스트 해결 같은 활동을 접어두고 시험공부에만 열중한다.
"공부공부."
"열공열공."
이들이 카페인 함량 높은 에너지 드링크를 들이켜 가며 공부하는 동안, 분야와 계열에 대해 설명하겠다.
블루고 학생들은 입학할 때부터 자신의 분야와 계열을 결정하고 들어온다.
큰 항목인 분야는 다음과 같다.
- 전투 분야 : 검, 창, 도끼, 격투, 활 등등 육체의 힘을 이용하는 분야
- 마법 분야 : 기초 원소, 소환, 생활 마법 등등 마법을 다루는 분야
- 치유 분야 : 회복 기술, 의술, 포션 제조 등등 치유를 담당하는 분야
- 학문 분야 : 지식을 탐구하는 분야
- 기타 분야 : 매점 사냥꾼, 주번 등등.
분야는 다시 계열로 나뉘었다.
전사 분야는 검, 창, 해머 계열, 마법 분야는 화염, 소환, 얼음 계열 하는 식으로 말이다.
우리 춘회파 일행들은 무슨 분야/계열인지 살펴보도록 하자.
백발의 리더 춘회는 마법 분야 빛 계열(화염 계열에서 바뀌었다.).
은발의 엘프남 제로는 마법 분야 전기 계열.
금발 전사 윌리엄은 전투 분야 양손 검 계열.
흑발 냉혈한 네파리안은 마법 분야 얼음 계열.(부직업으로 암살자도 겸하고 있다.)
녹발의 힐러 케이타는 치유 분야 회복 계열.
정보원 클라이드는 전투 분야 검 계열.
빈약한 말단 촉호는 마법 분야 순간이동 계열이었다.
여기까지가 남자애들이고 다음은 여자애들이다.
주황머리 전기소녀 윗키는 마법 분야 전기 계열.
보라머리 여검객 아스나는 전투 분야 도 계열.
적색 머리 소녀 셀린은 마법 분야 화염 계열.
하늘 머리 안경녀 에블린은 마법 분야 얼음 계열.
분홍머리 미소녀 규리는 치유 분야 상태이상 계열.
흑여우 소녀 아라는 치유 분야 회복 계열이었다.
모두의 분야와 계열을 살펴보고 온 지금도 춘회파 애들은 열심히 공부하고 있었다.
"열심열심."
"밤샘밤샘."
그들은 학교에 있을 때뿐만이 아니라 아지트에 돌아오고 나서도 공부한다.
딱 한 사람만 빼고...
"하아암~ 지겨운 공부."
리더 춘회는 학교에서만 대충 책을 훑어본 뒤, 아지트에 와서 침대 위에 벌렁 드러눕는다.
그는 필기보단 실전을 중요시했기 때문에, 적당히 바보 소리 안 들을 정도로만 공부하고 말았다.
춘회를 제외한 나머지 애들은 시험을 1주일 남긴 지금 벼락치기로 열심히 교과서 내용을 머릿속에 구겨 넣는다.
여기서 잠깐 춘회파 애들의 지난 시험 성적을 엿보도록 하자.
블루고엔 중간고사가 없으므로 지난 1학기 기말고사 성적을 기준으로 보겠다.
먼저 춘회는 필기 평균 70.8점(100점 만점 환산)으로 중위권이었다.
그는 머리는 좋은데 공부를 안 하는 타입의 전형이었다.
다음은 네파리안.
그는 필기 평균 무려 96.3점으로 전교 10위권에서 노는 뛰어난 성적의 소유자였다.
특히 역사나 고대학 과목에선 항상 만점을 받을 정도로 우수했다.
윌리엄 진은 성실히 공부해서 좋은 성적을 받았다.
필기 평균 90.2점으로 상위권.
평소 수업시간에도 좋은 태도여서 참여도 점수도 높았고 말이다.
제로의 평균 점수는 84.6점이었다.
노력파인 그는 시험공부도 엄청나게 열심히 했는데, 아쉽게도 성적은 그만큼은 따라주지 않았다.
중상위권 정도의 약간 애매한 성적이랄까?
어쨌거나 열심히 노력했단 점에서 고평가해줄 만했다.
1군들은 대체로 공부를 잘하는 가운데, 다음은 2군들의 성적이다.
녹발의 힐러 케이타는 필기 평균 86.5점으로 중상위권.
치유 분야에 관련된 과목들은 거의 100점을 받았지만, 다른 과목에서 평균을 깎아 먹고 말았다.
다음은 정보원 클라이드.
그는 91.6점으로 상위권의 성적이었다.
모든 과목 고르게 좋은 성적.
마지막은 2군 중에서도 말단인 촉호.
그는 필기 평균 61.3점으로 중하위권에서도 간당간당한 실적이었다.
노력을 꽤 하는데 점수는 별로 안 좋다.
역시 말단다운 초라한 성적이었다.
여자애들의 성적은 어떨까?
먼저 윗키의 필기 평균은 공개 불가다.
최하위권에 속한다는 사실만 알고 있자.
반면 절친 아스나의 성적은 무려 평균 97.5점이었다.
검술과 시험 성적 모두 우수한 그녀는 문무를 겸비한 이 시대의 진정한 검객이라 할만했다.
셀린은 75.9점의 중위권 성적이었다.
다만 포션 제조에 일가견이 있었기에 약 제조 과목에서는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았다.
네파리안의 동급생 에블린은 필기 평균 98.6점으로 초 모범생이었다.
무려 전교 3등.
진짜 부러운 성적이었지만, 이곳 세계관에서는 솔직히 학자가 될 거 아니면 필기 평균은 그닥 쳐주지 않았다.
필기파 학생들에게는 조금 눈물 나는 현실이었다.
미소녀인 규리는 필기 평균 53.5점이었다.
하위권이 틀림없는 성적.
가슴 크기와 시험 성적은 반비례한다는 말이 어쩌면 사실인지도 모르겠다.
지금까지 모두의 성적을 살펴보았다.
Savior. 2007년 12월 12일 (토)
기말고사를 이틀 앞둔 이 날 밤, 춘회파의 말단 히로 촉호는 깜빡하고 행성의 역사 교과서를 교실에 두고 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어떡하지? 내일모레가 행성의 역사 과목 시험인데..."
한참을 고민하던 그는 교과서를 가지러 학교에 가기로 결심한다.
"지금이라도 교과서를 가지고 와야지. 그런데 지금 9시인데 학교에 가도 되려나?"
"왜? 밤에 학교 가는 게 무서운 거니, 촉호?"
흑여우 소녀가 침대에 누워서 조롱하듯 묻는다.
그러자 발끈한 촉호가 소리친다.
"무섭긴 뭐가 무섭다는 거야? 오, 온갖 귀신이 나오고, 도끼를 든 학교 관리인들이 돌아다니는 밤의 학교 같은 거 전혀 무섭지도 않다고!"
"흐응~ 그래애? 혹시 무서우면 같이 가주려고 했는데."
"필요 없어! 나 혼자 갔다 올 테니까 아라 넌 공부나 열심히 하고 있어! 힐러들도 다음 주 시험인 건 마찬가지니까!"
그리고 촉호는 아라를 침실에 남겨둔 채 혼자서 아지트 밖으로 나간다.
"참나, 누가 무섭다는 거야? 그나저나 되게 어둡네... 달빛도 거의 없고... 에잇, 몰라 빨리 갔다 오기나 하자."
계속해서 궁시렁거리며 블루고로 향하는 촉호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