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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아리따운 주꾸미야
작가 : 정민
작품등록일 : 2019.9.5

천신에게 바칠 제물을 해신이 가로챘다. 두 신의 줄다리기 속에 새우등 터지는 '그 제물', 인간처녀 주욱금의 이야기.

 
파도에 휩쓸려 (2)
작성일 : 19-09-06 21:07     조회 : 194     추천 : 1     분량 : 3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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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

 

  욱금은 물 먹은 기침을 목구멍이 헐도록 토해냈다. 그런다고 사방을 꽉 채운 바닷물이 흩어질 리는 없지만은. 정신이 혼미해져가는 와중에 귓가에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게 바다의 숨을 허하노라."

 

  파도에 휩쓸릴 때 들었던 그 목소리였다. 메아리치듯 울리는, 저음의 매혹적인. 그리고 욱금은 저도 모르는 새에 호흡할 수 있게 되었다.

 

  "헉, 허억…."

 

  시야도 되돌아왔다. 부옇게 보이던 풍경이 점차 또렷해졌다. 분명 바다에 빠졌었는데, 어느 새 주위는 평범한 땅이었다. 물은 공기처럼 느껴졌다.

 

  주변을 돌아보다가 뒤늦게 욱금은 저 혼자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누군가가 그녀의 곁에서 그녀를 내려다보고 서있었다.

 

  "안녕?"

 

  귀에 감기는 음색과 다르게 모습은 차가우리만치 섬뜩했다. 그는, 아니, 그것은 반인반수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애초에 살갗부터가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목덜미 근처부터 비늘이 돋아있었으며, 다리 사이로는 갈퀴 달린 비늘꼬리가 길게 늘어져 있었다. 몸집도 거대했다. 그나마 두 발로 서있는 점이 금수보단 인간에 가까웠지만… 커다란 발과 발톱은 스치기만 해도 살가죽이 찢길 것처럼 날이 서려 있었다.

 

  '바다괴물? 아니면 어떤?'

 

  그리 생각하는 욱금의 얼굴에 겁먹은 표정이 고스란히 떠오른 모양이었다. '그것'은 욱금을 빤히 보더니 제 주위로 물거품을 일으켰다. 순식간에 그는 인간 청년의 모습으로 변했다.

 

  변한 모습의 그는 무척이나 훤칠하게 생겼다. 깊고 짙은 눈, 굳게 다물린 듯 보이면서도 살짝 웃음기를 머금고 있는 입매. 욱금을 향하는 똑바른 시선. 결 좋은 칠흑의 머리칼. 그에 비해 옷차림은 영 흐트러져 있었지만.

 

  "영 대꾸가 없군. 혹 말을 못하느냐?"

 

  욱금은 흠칫 몸을 떨었다. 답답하게도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살면서 이런 적이 없었는데. 게다가 그는 참을성이 없는 모양이었다.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성큼 다가서는 통에 욱금은 저도 모르게 뒤로 나동그라지듯 주저앉았다.

 

  "허, 조심해야지."

 

  그가 욱금을 일으키려 다가왔고, 욱금은 소스라쳐 품속의 은장도를 움켜쥐었다.

 

  다음 순간 욱금은 은장도를 떨어뜨린 채 그의 품에 갇혀있었다. 그가 욱금의 은장도를 쳐내고 그녀를 보호하듯 끌어안은 것이다. 등 뒤로 그와 대치하는 누군가의 인기척이 느껴졌다.

 

  "나서지 마라, 사나."

 

  욱금은 그의 품 안에서 딱딱하게 굳은 채 눈알만 굴렸다. 그녀를 노리던 살의보다 그의 품 안이 더 무서워 심장이 저릿했다.

 

  겨우겨우 품에서 벗어나 뒤를 돌아보니 묘령의 여인이 복종하는 자세로 서있었다.

 

  "무기를 쥐고 있었습니다."

  "그래, 그래. 나라고 몰랐을까. 너는 항상 과한 것이 문제야."

 

  그는 사나라는 여인을 뒤로 물리고 욱금의 팔을 휘감아 훌쩍 일으켰다. 그녀의 옷을 툭툭 털어주며 그는 말을 이었다.

 

  "아랫것의 성급함은 사과하지. 나는 해신 이각타, 이곳의 수장이니라."

 

  한 단어가 욱금의 머리에 박혔다. 해신. 그러니까 천신이 아니라 해신이란 말이지. 그가 나를 '훔쳤다'고 했지.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문지기가 마중 나오면 다함께 수중궁궐에 들 것이다. 그 전에 너를 소개해보련?"

  "……."

  "역시나 말을 못하던가?"

  "…말할 줄 압니다. 약초 캐며 살던 주욱금이라 하나이다."

 

  이각타의 재촉에 그녀는 저도 모르게 생각나는 대로 말을 내뱉었다. 그리고 곧바로 후회했다. 저를 소개한다는 말이 고작 심마니라니. 아니나 다를까 머리 위에서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주꾸미라고! 푸하하!"

 

  예상치 못한 데서 웃음을 터뜨리는 그를 보며 욱금은 황당함을 감출 수 없었다. 내 이름이 왜? 그보다 주꾸미라니? 그게 뭔데? 산마을에서 평생 살았던 욱금은 그 주꾸미라는 게 무엇인지 전혀 몰랐다. 그러나 감이라는 것이 신묘해서, 직감적으로 그것이 그다지 우아하게 생기지는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욱금이 묘하게 울컥해서 다시 아뢰려는데, 때마침 소란이 일더니 앞서 말했던 바다의 문지기가 도착했다. 배꼽 밑으로 뱀의 몸뚱아리가 달린 한 쌍의 반인반수. 서로 똑 닮은 것이 자매 혹은 쌍둥이라고 어렵지 않게 가늠되었다. 그나마 머리끈의 색으로 구분할 수 있었다.

 

  "막자매야. 새 식구에게 인사할까?"

  "사나가 왜 여기에 있담. 이건 인간 계집이야?"

  "아휴, 냄새! 인간 냄새."

 

  막자매는 꼿꼿이 서있는 사나를 한 번씩 흘기고는 욱금에게 다가와 뱀 혀를 날름거렸다. 욱금은 속으로 질색하면서도 내색하지 않으려 애썼다. 이제껏 마주친 이각타나 사나보다 눈매가 훨씬 매서운 것이, 심기를 거스르면 당장 물려죽을 수도 있을 것 같아서였다.

 

  "그래, 인간이다. 주꾸미라 부르련."

 

  이것도… 욱금은 이젠 그러려니 했다.

 

  "내 신부가 될 아이야."

 

  아, 이건 그냥 넘길 수 없다. 뒤통수를 때리는 황당함에 욱금은 갈댓잎 같은 눈썹을 잠시 찡그렸다.

 

  "신부가 된다는 말은 금시초문입니다."

  "그야 방금 내가 정했으니까."

  "혼례는 혼자 치르더이까? 저는 그리 정하지 않았습니다."

  "네 혼례는 혼자 치르지 않았든? 천신의 신부님이시여."

 

  욱금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비꼬는 저의가 다분했지만 틀린 말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 옆에서 뱀 자매가 조잘거렸다. 천신이 새 아내를 들였어? 나도 몰라. 그러거나 말거나 이각타는 얼굴색도 변하지 않고 뻔뻔스레 말을 이었다.

 

  "대꾸할 말이 없다면야 뜻이 맞는 걸로 알고 문지기의 안내를 따르도록 하지."

  "그런…!"

  "자자잠깐! 문지기의 안내라니?"

 

  뜻밖에 뱀 자매가 욱금보다도 빨리 반발했다.

 

  "우리더러 바다에 들이라고? 이 인간 계집을?"

 

  마치 자존심에 상처라도 입은 것처럼 뱀 자매는 몸을 파르르 떨었다. 우리더러 감히 인간을 안내하라고! 두 쌍의 노란 눈에 그렇게 떡하니 써져 있었다.

 

  "허면 네들에게 직무유기의 벌을 내리고 내 친히 안내토록 할까?"

 

  그제야 잔뜩 일그러져있던 얇은 입술이 꼭 다물렸다. 그러나 욱금을 노려보는 눈에는 여전히 한기가 서려 있었다. 이각타가 등 떠밀고 나서야 뱀 자매는 이를 갈며 바다세계의 문을 열었다.

 

  문은 욱금이 인식하고 있지 못했던 곳에서 스르륵 나타났다. 뱀 자매는 각각 문의 왼편과 오른편에 자리를 잡았다. 욱금이 놀라서 눈을 깜빡이는 사이 사나가 먼저 그 안으로 사라지고, 다음으로 이각타가 들어섰다.

 

  "자."

 

  그는 문지방을 밟고 서서 욱금에게 손을 내밀었다. 욱금은 비늘이 살짝 돋은 그의 손을 빤히 바라보았다. 이들에게 욱금의 의사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없는 것 같고, 그러니 이 손을 잡는다는 선택지밖에 없는 듯 보였다. 게다가 도망쳐봤자 바다 속이다. 예까지 끌려온 이상 이 손을 잡지 않을 수 있을까.

 

  이각타는 욱금을 똑같이 빤히 쳐다보았다. 손은 얹을 듯 말 듯, 얼굴은 우물쭈물. 아직 몇 마디 섞어보지도 않았는데 벌써 표정이 이리 훤히 읽힌다. 그는 속으로만 웃었다. 그리고 제 손 위에서 움찔거리던 욱금의 손을 먼저 덥석 잡았다.

 

  "가자꾸나. 아리따운 주꾸미야."

 

  그렇게 욱금은 신들의 세계에 발을 들였다.

 
작가의 말
 

 다음 챕터는 '수중궁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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