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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하얀세계
작가 : 린키나
작품등록일 : 2019.9.3

잠에서 깨어나 보니 처음 보는 방 안에 있다?

벽도 바닥도 천장도 온통 하얀 방. 그리고 굳게 닫혀 있는 철문.

방 안에 낯선 사람의 목소리가 울리고, 그때부터 서로를 죽이는 살육게임이 시작되었다.

 
첫 번째 게임(3)
작성일 : 19-09-06 18:20     조회 : 250     추천 : 0     분량 : 5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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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돌아온 방은 여전히 공허했다. 차가운 공기가 감도는 바닥에 몸을 누인다. 딱딱한 바닥이 한층 더 싸늘하게 느껴졌다.

 

  믿을 수 없다.

  이 끔찍한 현실도 믿을 수 없지만 무엇보다 이런 짓을 아무렇지도 않게 계획할 수 있는 놈의 머릿속이 더 믿을 수 없다.

 

 ‘힘내자. 정신줄 놓으면 안 돼. 살아야 한다. 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때까지는, 최대한 버텨야 한다.’

 

  알고 죽는다고 덜 억울하지는 않겠지. 그렇지만 이대로 어둠 속에 떨어지는 것보다는 나을 거다. 이를 악물며 공모자들을 저주했다.

 

  이곳에 몇 명이나 갇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방금의 ‘게임’으로 그 수가 대폭 줄었을 것이다. 놈의 말에 비추어 본다면 반 정도. 마지막으로 본 철민의 얼굴이 잊히지 않는다.

 

 [한경서 군? 살아남은 게 꽤 불만인가 봐? 크크크.]

 

  놈이다.

  몸을 일으켰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알 수 없는 불안감에 소름이 돋는다.

 

 “……내 이름은 어떻게 알지?”

 [오호, 꽤 냉정하군. 이름만이 아니야. 네가 학생이라는 것도 집이 어디인지도 너의 잠버릇은 무엇인지도 전부 다 알고 있다고.]

 “그렇군.”

 [의외네. 어떻게 그렇게 침착하지? 놀랍지 않아?]

 “네 말을 전부 신뢰하지는 않아. 그리고 설사 사실이라 해도 그럴 수 있다고 여기고 있을 뿐이야.”

 

  이런 일을 계획한 조직이 평범한 사람의 신상을 터는 것 정도는 일도 아닐 것이다. 나는 집에서 잠을 자다가 소리소문 없이 납치당했다. 놈들은 그만큼 굉장한 거다.

 

  그는 낮게 웃었다. 내 차분한 대응을 비웃는 것처럼 들렸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대신 화제를 돌렸다.

 

 “날 위로하러 왔을 리는 없겠지. 용건이나 말해.”

 [저런~ 우리 경서는 너무 까칠한데.]

 

  역겨운 자식.

  속으로 욕설을 삼키면서 애써 웃음 지었다.

 

 “칭찬 고마워.”

 [그럼 바로 본론으로 들어갈까? 게임에서 통과했으니 다음 게임까지 살아있게 되었잖아. 그 소감을 들으러 온 거야.]

 “상은? 통과했으니까 상이나 줘.”

 

  그의 어조가 살짝 무거워졌다. 목소리만으로도 사람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게 어떤 것인지 확연하게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가라앉았다.

 

 [까불지 마 이 새끼야.]

 

  잘못 들은 게 아니다. 영혼을 파먹을 듯 으르는 어조. 가식을 벗은 목소리의 진짜 말투다.

 

  당혹스럽지도 않았다. 오히려 이쪽이 편하다. 미동도 하지 않고 앉아 있자니 놈의 억양은 한층 더 거세졌다.

 

 [죽이지도 못한 새끼가 어디서 입을 놀려? 벌레 같은 명줄을 유지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히 여겨라.]

 “킥.”

 

  이어지던 위협이 멈췄다. 잠시. 아주 잠시.

 

 [왜 웃는 거지? 실성하기라도 한 거냐?]

 “같잖은 협박이라도 들으니까 좀 살 것 같아서. 여기는 너무 고요하거든.”

 [뭐라고?]

 “누구 머리에서 나온 건지는 몰라도 그 사이코에게 전해. 머릿속에 아무것도 없어서 하얗게 만든 거냐고.”

 [뭐, 뭣!]

 “아니면 이 일을 꾸민 당사자가 바로 너라는 건가?”

 

  당황해서 펄펄 뛰던 그의 말이 끊겼다. 너무 도발했나? 이번에는 저쪽에서 웃음이 흘러나온다. 아무래도 들킨 것 같다.

 

 [큭큭, 교활한 자식. 나에게 뭔가 알아낼 속셈이지? 관두는 게 좋을 거야. 어차피 안다 해도 달라질 것도 없지만 지금 그 상태가 더 재미있으니까.]

 

  놈이 말하는 재미가 뭔지는 알 것 같다. 그래서 더 짜증이 난다. 인간이 두려움을 느끼는 형태 중에는 무지에서 비롯되는 것이 있다. 저자의 말도 이 괴상한 건물도 그런 것을 위해 준비된 것일 거다.

 

  비아냥거리는 그에게 나는 어떤 대꾸도 할 수 없었다.

  지금 상황에서는 무슨 말을 해도 놈에게 한 방 먹일 수 없다.

 

  그래도 이 도발로 확신한 게 하나 있었다. 지금 당장 놈들의 정체를 파헤치거나 이곳에서 탈출할 수는 없다 해도 압도적인 을의 위치를 벗어날 만한 구석이. 그건 바로 난 살해당하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다.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편한 자세로 고쳐 앉았다. 그런 위협으로 흔들리지 않고 있다는 걸 드러낸 태도다. 녀석들이 이 짓을 게임이라고 칭하는 것, 통과와 탈락 기준에 여지를 둔 것, 아무리 속을 긁어 대도 제재를 가하지 않는 저 남자의 태도 등 많은 것들이 간접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이들은 납치한 사람들을 죽이지 않는다. 그들 스스로 게임을 통해 죽거나 죽이기를 바라는 것이다.

 

  보상이 없다는 건 알고 있었다. 룰을 어긴 건 나다. 이런 정보를 확신하게 된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런데 남자의 반응이 이상해졌다.

  죽일 듯 쏘아붙이던 그의 음성이 노이즈에 휘감겼다.

 

  무슨 일이지? 빈정대기 위해 온 놈이다. 용건이 더 있다면 저러지 않는다. 나와 대화하던 중 누군가와 교신? ‘누군가’가 개입한 건가?

 

  궁금증은 금세 풀렸다.

 

 [야, 너 운이 좋구나. 원래 이런 경우 상이 있을 리 없는데.]

 “무슨 뜻이지?”

 [예외의 포상이 생겼다는 거다. 당황하지 않고 한 발 더 나아가는 용기, 룰에 맞서면서도 자신의 의지를 관철하려는 태도가 그분들 중 하나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거지.]

 

  그분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이 일을 꾸민 주모자 중 하나임에는 틀림없다. 예상이 맞았다. 이 남자는 단순한 진행자. 거물은 아니다.

 

  그는 일을 공모한 그들의 말을 철저히 따르고 있다. 그것이 본인 의사에 반하는 뜻이라 해도 말이다. 남자의 불쾌한 어조가 그것을 대변해주고 있다.

 

 “룰을 어겼는데도?”

 [분명히 너는 죽이지 못했기에 탈락이다. 사실 탈락자는 이곳에서 다시 일주일을 대기하는 거야. 상을 받는 건 게임의 목적을 달성한 사람에 한해서지. 그러나 네놈의 후원을 맡기로 한 분은 네가 상대방을 ‘죽였다’고 믿기로 하셨지. 너에게 칼을 휘두르던 철민이는 스스로 공격을 멈추고 무언가에 기가 눌린 듯 떨어졌으니까. 그가 그렇게 된 걸 네놈이 꾸몄을 수도 있다고 판단하신 거야.]

 “헛소리하지 마!”

 

  듣자듣자 하니 못하는 말이 없다. 멋대로 사람들을 납치해 와 죽게 내버려 둔 주제에 그걸 내 탓으로 돌린다고? 어이가 없다.

 

 “그걸 어떻게 내가 꾸미지? 난 분명히 ‘죽음’이 아닌 ‘탈락’이라는 말에서 힌트를 얻어 살려고 했어. 그와 함께 살려고 했다고.”

 [인간은 부서지기 쉬운 유리컵과도 같다. 특히 그 같이 심약한 자들은 더 그렇지. 그가 네 녀석을 통해 희망을 얻었다면, 환경의 변화로 인해 절망을 얻었겠지. 살 수 있다는 희망이 커지면 커질수록 떨어질 수 있는 높이도 높아지는 법이야. 뭐 영악한 네놈이라면 이해하겠지?]

 

  답하지 못했다. 그가 말하는 경우가 억측이라 해도 아주 불가능한 소리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나는 분명 철민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다. 그는 나를 믿었다. 그러나 방이 무너지는 순간 나는 그에게 아무 힘이 되지 못했다. 차례대로 무너지며 단계별로 공포심을 상승시키는 게임의 룰 안에서 나는 그와 마찬가지로 일개 플레이어였을 뿐이다.

 

  차라리 아무 말도 하지 않았거나 적대했다면 철민은 정말 날 찔렀을 지도 모른다.

  그의 양심을 자극한 것은 바로 나다.

 

 [그러니 앞으로는 까불지 말고 룰에 따라라. 네놈이 할 수 있는 건 없어.]

 

  남자는 잠시 숨을 돌린 후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분의 뜻을 다른 분들이 꺾지 못한 이유는 또 있어.]

 “게임이 불공정한 룰로 시작했기 때문이지?”

 [호오~ 알고 있었군.]

 “당사자니까.”

 

  단검을 하나씩 나누어 준다고 했는데 저쪽에만 있을 때부터 알아보았다. 이 게임은 모종의 세력에 의한 강제 살육전이지만 단순한 살인을 위해 만들어진 게 아니다. 단검을 한쪽에만 준 게 그 증거였다.

 

  인간의 심리를 교묘하게 찌르고 있는 시스템이다.

 

 [말한 그대로야. 그분은 룰의 함정에 대해 반대했던 입장이니까.]

 “친절한 설명 고마워.”

 [상을 받는 자에게 주어지는 특권일 뿐이야. 앞으로 일주일 동안 네놈의 무료함을 달랠 일은 없을 거다. 그럼 상을 주마. 일주일 뒤에 보지.]

 

  목소리가 사라졌다. 거센 바람이 순식간에 잠잠해진 것처럼, 배를 삼킬 듯 굽이치던 파도가 갑자기 수그러든 것처럼 머리를 울리던 것이 없어졌다.

 

  그 대신ㅡ

  내 앞에는 검은 유리창 같은 것이 생성되어 있었다.

 

 [배포가 제법이네. 앞으로 응원할게. 네게는 ‘한 가지 능력을 가진 단검을 만드는 능력’을 줄게. 잘 활용해서 살아남아 봐. - By 대장장이의 신 -]

 

  영문모를 말이다.

 

  이게 사실일까? 사실이라면 인지를 벗어난 이 환경도 이해가 간다. 문제는 왜 나나 철민 씨 같이 평범한 사람들이 이런 곳에 잡혀왔냐는 것이다. 이유가 있을 거다. 아무런 이유 없이 불특정 다수를 납치했을 리가 없다.

 

  저 메시지에 있는 ‘신’이 진짜 ‘신’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정말 내게 그런 능력을 부여할 수 있는 존재라면 단순한 유희로 이 일을 꾸몄을 리는 없다. 이만한 무대를 갖춰 놓고 기준 없이 참가자를 모은다니, 그 얼마나 한심한 행태겠냐.

 

  게임은 공평해야 한다. 그들은 시험을 게임이라 칭하고 있다.

 

  그렇다면 게임 참가자 역시 공평해야 한다. 그들이 어떤 기준으로 선발되었든 우연히 어떤 상황에서 끌려 들어온 것이든 공평해야만 이 무대가 가치가 있다.

 

 ‘게임 속 세상이든 다른 차원이든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아. 모든 것이 공정할 수는 없겠지만 출발선이 동일하다면 난 반드시 이길 거야. 그럴 수 있어.’

 

  주먹을 불끈 쥐고 결의를 다졌다.

  어쩌면 그것이 오늘 철민처럼 허무하게 죽어간 사람들을 위해 보여줄 수 있는 인간의 의지일 것이다.

 

 

 

 

 

  다시 일주일이 지났다. 간단한 스트레칭과 근력 운동을 마치고 일찌감치 휴식에 취해 있었다. 오늘도 시작될 것이다. 하얀 세계에서 펼쳐지는 죽음의 게임이.

 

 ‘지난주보다 크게 나아진 건 없지만 꾸준히 몸을 움직인 건 정답이야. 예전에 비해 뻣뻣한 감이 적다. 능력도 충분히 숙달했어. 해 보자.’

 

  천천히 들숨과 날숨을 반복하며 정신을 가다듬었다.

 

  내게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생사의 기로에 서 있는 주제에 그런 감상을 품는 것도 우습지만, 얼룩처럼 남아 있던 번뇌는 모조리 지워냈다. 철민을 잊은 것은 아니다. 더욱더 냉정하게 기이한 현실을 딛고 나아갈 준비를 마친 것이다.

 

  놈들이 말한 상은 특수한 초상능력만 있는 건 아니었다. 아무것도 없던 하얀 공간에 약간의 가구가 갖춰졌다. 딱딱한 바닥 대신 하얀 침대, 식사를 하기 적당한 간이 테이블, 그리고 몸을 씻을 수 있는 욕조 등.

 

  불편한 건 여전했고 가구마저 하얀색으로 칠해진 탓에 혀를 내둘렀지만 내심 기뻤다. 삶의 질이 나아지니 모든 것이 좋아졌다. 마음도 한결 가벼워졌고.

 

  딩~동~댕~동. 딩~동~댕~동.

 

 ‘시작이군.’

 

  우리들을 악몽 속으로 빠뜨려 놓았던 벨이 울린다.

  죽어간 사람들을 가슴에 품고 일어났다.

 

 [모두 잘 지냈나? 크크, 그럼 새로운 게임을 시작하자.]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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