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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내 손가락의 남은 시간
작가 : 모험
작품등록일 : 2019.9.3

"제가 당신께 드릴 능력은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입니다. 언제든 저를 떠올리며 시간을 되돌려달라고 비는 순간 전 당신의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게 해줄 겁니다. 당신이 능력을 사용하고 지불할 대가는 [당신의 신체의 일부, 손가락] 을 주십시오."

.. 예기치 않은 악마와의 만남을 통해 얻은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 허나 능력에 따른 대가는 어마어마 했다

 
1부 4회 - 과욕
작성일 : 19-09-06 13:37     조회 : 190     추천 : 0     분량 : 4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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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 이 아저씨 보게! 꾼이었구먼 꾼!"

 

 놀라서 오두방정을 떠는 현태엄마를 뒤로하고 성식은 10개의 칩을 받아 잠시 물러나 고통이 잠잠해지길 기다렸다.

 

 '다음은 짝..'

 

 잠시 뒤 바로 시작하는 게임에 성식은 또다시 모든 칩 10개를 [짝]에 걸었다. 그의 행태가 궁금했던 현태엄마는 옆에서 다시 한번 올인을 하는 그를 보곤 화들짝 놀랐다.

 

 "어머머! 또 다 거는 거야?!"

 

 역시나 놀라 말을 걸었지만 성식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저 고통을 참으며 주사위만을 바라보았다.

 

 또그르르르르르..

 

 주사위의 숫자는 [2,3,1]. [짝]이다.

 

 "오오오!! 이 친구 보게나?"

 "10개나 건 거야?"

 

 주변 사람들도 연속으로 따낸 성식에게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이번에도 성식은 내색하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했다.

 

 '침착하자.. 침착해. 아직 다 된 게 아니야.'

 

 칩은 이제 20개. 2천만 원이다.. 생전 2천만 원을 손에 쥐어본 적이 있었던가? 어마어마한 흥분과 긴장에 온몸이 떨려왔지만 심호흡을 크게 하고 칩 20개를 [짝]에 다시 걸었다.

 

 1분이 지나 다시 주사위는 돌았고. 나온 숫자는 [6,5,3]. [짝]이다.

 

 "으읍!"

 

 성식은 소리를 지를뻔한 걸 가까스로 참고 칩 40개를 거머쥐었다. 현태엄마는 주머니에서 아끼던 칩 3개를 조심스럽게 꺼낸 후 말했다.

 

 "이.. 이봐. 아저씨. 뭔가 있지? 그치?"

 

 하지만 성식은 여전히 눈을 지긋이 감은 채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리곤 곧 칩 40개를 [짝]에 걸었다.

 

 "오오오~"

 

 통 크게 40개를 다 건 성식을 보고 현태엄마도 갖고 있던 칩 3개를 [짝]에 따라걸었고 주변 사람들도 하나둘 눈치를 본 후 따라 걸기 시작했다. 40개를 올인한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주변에서 슬롯머신을 돌리던 사람들도 모두 중앙 배팅판으로 모여들어 다음 게임을 관전했다.

 

 그리고 4번째 게임이 시작되었다.

 

 또그르르르르르..

 

 주사위의 숫자는 [2,2,4]. 또 [짝]이다.

 

 "와아아아아!!"

 "우와아아!"

 

 놀란 주변 사람들이 소리를 질렀고 이번엔 성식도 참지 못하고 외쳤다.

 

 "좋아! 됐어!!"

 

 후끈 달아오른 사람들의 함성 소리를 들은 [놀이터]의 책임자가 험악한 덩치들을 데리고 배팅판으로 나왔다.

 

 "뭐야. 무슨 일이야?"

 

 책임자가 묻자 주변에 있던 직원이 귓속말로 속삭이며 말했다.

 

 "어떤 놈이 들어와서는 4번 연속을 맞췄습니다. 5개로 시작했는데 지금 80개를 땄습니다."

 "뭐? 뭔가 잘 못 된 거 아냐? 가서 확인해봐."

 

 심각한 [놀이터]의 직원들과는 반대로 배팅판 앞은 축제 분위기였다. 딜러는 곧 칩 80개를 성식에게 전달했고 그걸 본 사람들은 쉴 새 없이 웅성거리며 떠들어댔다.

 

 "이봐. 자네 이번엔 어디로 걸 텐가? 이번엔 나도 따라가야겠어."

 

 시끄러운 배팅판 앞에서 성식은 다시 한번 눈을 감고 심호흡을 했다. 이미 그의 몸은 사시나무 떨리듯 떨고 있었으나 혼잣말로 계속 침착하자를 외치며 간신히 정신을 붙잡고 있었다.

 

 '8천만 원이다. 8천만 원.. 미래를 알면서도 그만두고 싶다.. 하지만 안돼. 난 이미 손가락을 잃었다. 그에 상응하는 돈을 벌려면 아직이야. 겨우 8천만 원에 안도할 순 없어. 게다가 다음번엔 트리플.. 200배다. 최대한도 50개의 200배면 10000개.. 100억.. 맙소사. 100억이라니. 그런데 정말 100억을 순순히 줄까? 그럴 리가 없어.. 지금 직원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잘 생각해야 돼. 김성식. 머리를 굴려보자.. 수십억의 돈을 갖고 이곳을 무사히 벗어날 생각을..'

 

 성식이 여전히 생각에 잠겨있는 사이 배팅이 시작되었다. 사람들도 섣불리 걸지 않고 성식의 결정을 기다렸다. 그리고.. 성식은 걸었다.

 

 [홀]에 45개. [트리플]에 5개.

 

 또다시 배팅판앞은 소리를 지르는 사람들로 인해 한바탕 난리가 났다.

 

 "트.. 트리플에 5개? 미친 거 아냐?"

 "이봐. 트리플에 5개면 버리는 거야. 그냥."

 "나.. 나는 홀에 따라 걸 거야."

 

 배팅 마감 직전까지 사람들의 만류와 물음에도 성식은 아무 소리도 내지 않은 채 생각했다.

 

 '트리플에 50개를 걸어서 따면 100억. 하지만 말도 안 되는 배팅 성공에 주최 측에서 의심할 확률은 100프로다. 차라리 버리는 카드 인양 소규모만 걸어서 10억이라도 버는 게 나아. 10억이면 새끼손가락의 대가론 충분해. 이곳 배팅금액의 크기를 보면 그 정도는 순순히 내어줄 거다..'

 

 성식은 큰 의심을 피하기 위해 금액을 낮췄다. 그것이 옳은 선택이길 바라면서..

 

 곧 배팅이 마감되고 성식의 마지막 주사위가 돌기 시작했다.

 

 또그르르르르르..

 

 아직까지도 남아 있는 손가락의 아픔을 참으며 두 손을 모아 주사위를 바라보았다.

 

 '제발.. 제발.. 제발.. 천사든 악마든.. 상관없다. 나에겐 이게 일생일대의 기회. 어제 그를 만난 건.. 내 인생 최고의 행운이었는지도 모른다.. 제발.. 나와라.. 트리플..'

 

 주사위는 하염없이 돌다.. 멈춰 섰다.

 

 숫자는..

 

 [2,3,3] ..

 

 [트리플]이 아니었다! 하물며 [짝]. 딴 금액의 대부분을 잃었다.

 

 "뭐.. 뭐야! 말도 안 돼! 왜 트리플이 아니야!"

 

 미래가 바뀐 것인가? 성식은 말도 안 되는 결과에 이성을 잃고 소리를 지르며 [놀이터]에 항의하기 시작했다.

 

 "이 새끼들! 이거 조작한 거야! 원래 트리플이 나와야 정상인데 이 새끼들이 방금 주사위를 조작했어! 야이 시팔놈들아!!!"

 

 바뀌어버린 미래와 한 번에 없어져버린 5천만 원.. 그리고 대가로 지불한 왼손 약지.

 

 흥분할 대로 흥분한 성식은 눈에 쌍심지를 켜고 욕설을 내뱉었다.. 그리곤 곧 둔탁한 소리가 충격과 함께 들려왔다.

 

 퍽!

 

 "어흑..!"

 

 성식은 찰나의 아픔을 느꼈고 곧 땅이 눈앞으로 솟구치는 현상을 경험했다. 그리곤.. 정신을 잃었다.

 

 

 ***

 

 

 "어이. 형씨. 정신이 드나?"

 

 성식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가까스로 눈을 뜨자 호리호리한 체격에 예쁘장한 얼굴을 가진 미남형의 남자와 그 주위에 버티고 서있는 덩치들이 보였다.

 

 "누.. 누구..?"

 "나?"

 

 미남형의 남자는 성식의 더듬거리는 질문에 손가락을 자신을 향해 가리키며 말했다.

 

 "내가 여기 책임잔데 말이야.."

 

 그는 잘생긴 외모와 달리 위험한 냄새를 물씬 풍기고 있었다. 그는 눈을 독사처럼 찡그리며 성식을 바라보았지만 입은 미소를 머금은 듯 살짝 올라가 있었다.

 

 "당신. 어떻게 알았어?"

 

 그의 물음에 일순간에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성식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모른 척 말했다.

 

 "뭐.. 뭐를요?"

 "뭐긴 머야. 트리플인 거 어떻게 알았냐고."

 "모.. 몰랐어요. 저는.."

 

 성식의 대답을 듣자마자 그는 오른발을 들어 얼굴을 냅다 걷어찼다.

 

 퍽!

 

 우당탕 소리와 함께 뒤로 나자빠졌고 그는 그대로 다가와 성식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어떻게 알았냐고. 이 새끼야. 이게 지금 어떤 상황인지 이해가 안 되냐?"

 

 강렬한 충격이 얼굴에 퍼지는 것과 동시에 사태의 심각성을 눈치챘다. 이건.. 위험하다. 곧바로 엎드린 자세로 주변을 다시 한번 주의 깊게 살펴봤다.

 

 어두운 공사장. 책임자라 말한 젊은 사내외의 덩치가 3명. 그리고 덩치 중 한 명의 손에는.. 보기만 해도 오금이 저리는 손도끼가 쥐어져 있었다. 위험하다. 정말 위험한 상황이다.

 성식은 악마 같은 그를 만났을 때 보다 훨씬 더 큰 위험이 다가왔음을 직감했다. 죽음이 눈앞에 보이는 듯했다. 다리끝까지 퍼지는 공포에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엎드려 빌었다.

 

 "죄.. 죄송합니다. 그.. 그런데 말해도 안 믿어주실 것 같은데.."

 

 성식의 말에 잠시 생각하던 그는 손도끼를 든 덩치를 쳐다보았다. 그리곤.. 무언의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손도끼를 든 덩치는 느릿느릿 다가와 성식의 왼손을 덥석 잡았다.

 

 "아.. 안돼!! 안돼요!!"

 

 손이 잘릴 것이다. 성식은 강하게 저항하며 소리를 질렀다!

 

 "뭐.. 뭐든지 말할게요! 안됩니다! 정말 안돼요!!"

 "너 같은 새끼들을 한두 번 본 줄 아냐? 손가락 하나 잘린 걸 보니 이 판에서 좀 구르던 놈이구먼. 그런데 이번엔 잘못 골랐어. 다시는 장난질 못 치게 해주는 게 우리 업계의 상도 아니겠냐."

 

 책임자는 덩치에게 평생 기억에 남을 음성으로 말했다.

 

 "애야. 잘라라."

 

 머릿속에 메아리치듯 울려 퍼지는 그 말과 함께 주위의 모든 것이 느리게 느껴졌다. 극도의 긴장감에 시간이 압축된 듯 느리게 흘렀던 것 같지만 해결 방법은 없고 공포만 길게 느껴질 뿐이었다.

 

 곧 덩치는 손도끼를 높이 들었고.. 성식은 마지막 힘을 다해 소리를 질렀다.

 

 "하.. 하나만요! 지.. 지금이 몇 십니까!!"

 

 덩치는 손도끼를 뒤로 젖혀 온 힘을 모아 내려치기 직전에 나지막이 말해주었다.

 

 "밤 12시다."

 

 시간을 되돌리기엔.. 너무 많이 흘렀다. 성식은 두 눈을 질끈 감았고.. 도끼는 큰 포물선을 그리며 내려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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