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구름따라 날개따라
작가 : 늘리혜
작품등록일 : 2019.9.2

#과거 기억도 잃고 정인마저 잃고서 슬픔 속에 살아가던 운 앞에 옛 정인의 모습과 자꾸만 겹치는 정체불명의 소녀가 나타났다! 그 소녀의 고집으로 그의 호위무사가 된 운은 그가 데려가 달라고 하는 약속의 장소로 향하게 되는데...... "좋아. 데려다 줄게, 그 약속의 장소로. 그런데 말이야, 아가씨. 난 선불만 받는데 어떡하지?" "좋다. 너의 잃어버린 기억을 주겠다." 그렇게 가게 된 곳은 옛 정인이 죽기 직전 망가져버린 바로 그 장소인데......

# 외모가 비상한 남주 / 이따금 짓궂은 여주 / 닿을 듯 닿지 않는 두 사람

# 왜곡과 진실. 잊는 것과 잊히는 것. 그리고 기억에 대한 이야기

# 반드시 지켜야 하는, 잊어서는 안 되었던 소중하고 소중한 약속 이야기

 
4장. 추억과 악몽이 깃든
작성일 : 19-09-06 11:53     조회 : 231     추천 : 0     분량 : 6574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난.......”

 “거기! 멈추어라!”

 그 때 담벼락 위로 제법 위협적인 말이 들려왔다. 위를 올려보니 풍천대원들이 보였다. 금방이라도 그대로 뛰어내려 두 사람을 붙잡을 기세였다.

 잠깐 어떻게 할까 고민하는데 품 속에 있던 소녀가 품을 벗어나더니 운의 팔목을 잡아당겼다. 땅을 내디딘 소녀는 갈대숲에 폭 파묻혀 잘 보이지도 않았다.

 “어서! 어서 도망가거라!”

 도망가거라? 물론 제법 긴박한 외침이었다. 허나 운은 소녀의 그 말에 자존심이 상해 버렸다. 어디를 보아도 지금 이 순간 가장 약자는 그였다.

 운이 수풀에 묻혀 잘 보이지도 않는 소녀를 다시금 보았다. 제 가슴팍 밖에 오지 않는 작은 소녀의 둥글고 큰 눈동자색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당신은? 저것들 당신 잡으려는 거 아냐?”

 “내 걱정은 말고.......”

 “무슨 일인지 모르겠고, 당신이 누군지도 전혀 모르겠지만. 뭔가 이 상황 마음에 안 들어.”

 그건 어쩌면 제 희망이 덧없이 사라져 버려서 그런 것인지도 몰랐다.

 운이 소녀의 팔목을 잡고 당겼다. 일단 이곳에서 벗어나야 했다. 순간 소녀가 움찔했다. 운이 그것을 느끼고 뒤돌아 보았다.

 “안 잡아먹어.”

 가면으로 가려지지 않은 그의 입가가 순간 부드럽게 휘었다. 그 모습을 본 소녀가 말없이 그의 이끌림을 받아들였다.

 어디로 도망가야 저들을 떨쳐 낼 수 있을까. 운은 생각했다. 지금 이 소녀를 쫓아오고 있는 그림자는 황제의 친위를 담당하기 위해 매일같이 훈련을 받는 특수군병들이었다. 운이 그것을 알고 있는 이유는 그가 나린 공주의 전속 호위대인 풍화대 대장으로 두 해를 지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반대로 그들도 운을 잘 알고 있었다. 저들에게 붙잡히면 그것으로 끝이었다.

 운은 최대한 자신의 정체가 밝혀지지 않도록 도망치는 것에 집중했다. 그들과 싸우면 아무리 가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다 하여도 그들에게 자신이 누구인지 밝혀질 것이 뻔했다.

 “저기에 있다! 어서 포박하라!”

 어디로 도망을 가야 뱀처럼 달려오는 저들에게서 벗어날 수 있을지 운은 알 수 없었다. 허나 그렇다고 가만히 저들이 다가오는 것을 기다릴 수 없었다. 운은 일단 북쪽으로 무작정 달렸다.

 달리며 운은 생각했다. 이 소녀가 누구이기에 풍천대에서 이 소녀를 붙잡으려고 하는 것인가. 누구이기에 만월전 담벼락에서 떨어진 것인가. 도대체 누구이기에 시아복을 입고 있는 것인가.

 무엇보다 왜 이 작은 소녀에게서 나린 공주의 모습이 떠오르는 것인가.

 지금 당장에라도 물어 그 답을 알고 싶었지만 운은 그 물음을 삼켜야 했다. 상황이 좋지 못했다. 저들과 대적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 불편한 비단옷까지 겹겹이 걸치고 있는 소녀를 데 리고 도망칠 수 있을지 여전히 미지수였다.

 “잠깐! 잠깐만 서거라. 가져가야 할 것이 있다!”

 그런데 갑자기 작은 소녀가 운의 손을 뿌리치고 반대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키가 자그마하여 수풀 아래로 폭 잠긴 소녀를 찾는 건 꽤나 번거로운 일이었다.

 운이 다급히 수풀 속에 잠긴 소녀에게 외쳤다.

 “돌아와! 그게 뭐든 버리라고!”

 “안 된다!”

 “목숨보다 소중한 거야? 돌아와!”

 “.......”

 소녀는 조금도 고집을 꺾지 않았다. 그대로 자신을 잡으러 달려오는 큰 사내들의 품으로 스스로 내달렸다.

 운은 잠깐 난감해하다 곧 소녀를 뒤따라 달렸다. 오래지 않아 소녀가 운에게 따라잡혔다.

 “진정 죽을 수도 있다고!”

 겨우 다시 붙잡은 손목에 힘을 주며 운이 외쳤다. 허나 소녀의 관심은 수풀 아래에만 있었다.

 소녀가 주변을 재빨리 훑었다. 멀지 않은 곳에 한껏 젖혀진 수풀더미가 보였다. 그 위에서 무언가가 번쩍였다. 소녀는 그곳을 향해 있는 힘껏 손을 뻗었다.

 “말 좀 들어, 이 꼬맹아!”

 운이 그대로 달려오는 풍천대원을 업어치기로 날려 버렸다. 운의 매침에 한 풍천대원이 저 멀리 날아가 수풀 아래로 떨어졌다.

 그럼에도 소녀는 운을 신경조차 쓰지 않고 떨어져 있던 그것을 소중하게 품에 꼭 품었다.

 “찾았어? 찾았으면 그거 들고 저리로 달려!”

 그제야 운의 목소리가 소녀에게 닿았다. 소녀가 묵직한 무언가를 품에 품고서 운이 가리킨 곳으로 달렸다. 그 뒤를 운도 함께 달렸다. 이번에도 역시 운은 금방 소녀를 따라잡았다.

 운이 소녀를 제치고 앞으로 치고 가려 했다. 그가 손을 뻗어 다시 소녀의 손목을 잡았다. 소녀도 그의 손길을 거부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한동안 그렇게 함께 달렸다.

 풍천대도 포기하지 않고 두 사람을 계속 좇았다. 몇 차례 두 사람은 풍천대원에게 따라잡혔지만, 그 때마다 운이 풍천대원을 업어치기로 날려 버렸다.

 그것이 몇 번 반복되자 운은 이 소녀가 매우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풍천대원 어느 누구도 무기를 손에 들고 있지 않았다. 그건 이 소녀를 아무런 상처없이 데리고 가야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어이, 꼬맹이. 저들한테서 도망치게 해 준 다음 네가 누군지 정도는 꼭 알려 주기다? 뭔가 평범한 존재는 아닌 것 같거든, 너.”

 운의 말에 소녀가 잠깐 고민하더니 미간을 잔뜩 일그러뜨렸다.

 “꼬맹이라 하지 말거라. 난 꼬맹이가 아니다.”

 “아니라면 지금 알려줘도 되고.”

 “.......”

 운이 뒤돌아 소녀를 향해 싱긋 웃어 보였다. 소녀의 뺨이 붉게 부풀었다.

 그건 긴박한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운의 다정한 미소에 당황해서 그랬을지도 몰랐다. 혹은 계속해서 달려 볼이 상기되어 그런 것인지도 몰랐다. 실제로 소녀의 숨이 점차 차오르고 있었다.

 어느덧 북쪽에 위치한 수지방과의 경계지점에 도달했다. 대경과 수지방의 경계를 나누는 강의 물소리와 물비린내가 나기 시작했다.

 그건, 배가 없는 두 사람에게 더 이상 도망칠 곳이 없어진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는 풍천대원들을 바라보는 운의 짙은 눈썹이 움찔했다. 더는 지체할 수 없었다. 운은 소녀를 번쩍 안아 들었다.

 “무, 무슨 짓이냐!”

 “꼭 붙들고 있어. 헤엄쳐서 갈 거니까.”

 정말 운이 그대로 물속에 들어가려 했다. 이곳은 대경을 빙 둘러 흐르는 경계선상이었다. 다른 지방들 사이에 흐르는 작은 하천과는 크기와 깊이가 달랐다.

 말 그대로 강이었다. 저 건너편의 수 지방은 지극히 아득하게 보였다. 소녀가 놀라 버둥거렸다. 이대로 물 속으로 들어간다는 것은 자살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어찌 맨 몸으로 여길 건넌다는 말이냐!”

 “가만히 좀......”

 그런 소녀를 운이 온 몸으로 막으며 지체없이 물로 다가갔다. 물에 가까워질수록 소녀의 얼굴이 더욱 새하얗게 질렸다

 “장, 아니 나으리! 나으리!”

 그 때 한 쪽에서 운을 부르는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려 그곳을 보니 정말로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사공이었다.

 사공을 보자 운의 입꼬리가 불쑥 올라갔다. 운은 그대로 사공 쪽으로 뛰어 올랐다.

 아직 사공의 배가 뭍에서 꽤나 멀리 떨어져 있었으나, 운은 아랑곳하지 않고 사공의 배로 뛰어 올라 안정감 있게 착지했다.

 “이대로 운무 속으로 사라져 주십시오, 사공!”

 “말 안 하셔도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요.”

 운이 뒤돌아 쫓아오던 풍천대원들을 확인했다. 그들은 어디에서 났는지 어느새 활을 들어 운과 소녀가 탄 배를 겨냥하고 있었다.

 이어 곧 비처럼 화살이 그들에게 쏟아지기 시작했다. 사공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 졌다.

 “히잇- 아직 죽고 싶지 않......”

 사공이 눈을 질끈 감았다. 그 때 커다란 바람이 사공의 얼굴 앞을 스쳤다. 그 뒤 꽤 시간이 흘렀는데도 아무런 변화를 느끼지 못했다.

 눈을 천천히 떴다. 조금씩 벌어지는 시야로 태연히 검을 갈무리하고 있는 운의 모습이 들어왔다.

 사공이 서둘러 노를 저었다. 그렇게 운과 소녀가 탄 배가 유유히 운무 속으로 사라졌다.

 더 이상 두 사람을 쫓을 방법을 잃은 풍천대원들이 강가에서 우뚝 서 버렸다. 그들 뒤로 검은 눈동자 하나가 번뜩였다.

 

 * * *

 

 운과 소녀를 태운 배가 유유히 북쪽 수지방을 향해 물길을 나아갔다. 풍천대원이 더 이상 쫓아오지 못한다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운이 배에 풀썩 주저 앉았다.

 그와 동시에 사공의 배 뒤로 연어 한마리가 고개를 내밀었다가 곧바로 물 속으로 들어갔다.

 눈 앞에 운무가 잔뜩 서렸다. 누군가의 눈물일지도 모를 그것을 온 몸으로 느끼며, 운은 안도감을 느꼈다.

 그렇게 추억과 악몽이 깃든 장소에서 멀어지고 있었다.

 “고맙습니다, 사공. 덕분에 살았습니다.”

 운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다 배 한 편에서 무언가를 꼭 끌어안은 채 앉아 있는 소녀의 작은 등이 보였다. 그것이 무엇이도 그리 소중한지 꼬옥, 품에 안고 잠시도 떼어내지 않았다.

 “그런데 나으리, 저 작은 아씨는.......”

 사공이 소녀를 힐끗 바라보며 끝을 흐렸다. 저 멀리 운이 누군가에게 쫓기는 것을 발견하고 급하게 달려왔지만, 그가 그 분 말고 다른 여인과 함께 있다니. 이 상황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건 저도 궁금합니다.”

 운도 사공이 무엇을 궁금해 하는 것인지 알겠다는 듯 소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어이, 꼬맹이. 너 누구야? 누군데 풍천대원들한테 쫓기고 있었던 거지?”

 그의 비범한 머리색과 눈동자색도 신경이 쓰였다. 아니, 그 전에 자꾸만 소녀에게서 그의 모습이 겹쳐 보이는 것이 가장 신경에 거슬렸다.

 “어째서 그 옷을 입고 있는 거지?”

 운은 소녀가 그와 똑같은 옷을 입고 있어서 그런 것이라 생각했다. 저 옷은 류국에서 오직 그 분만이 입을 수 있는 옷이라 생각해 왔다.

 운의 물음에 작은 등이 움찔거렸다.

 “......나는 꼬맹이가 아니라고 하지 않았느냐?”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근엄한 목소리였다. 그래서 운은 저도 모르게 피식하며 웃고 말았다. 운이 소녀에게 다가가 그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다시 한 번 작은 등이 움찔거렸다.

 “그래, 미안하구나. 나이가 어떻게 되니? 열다섯? 열여섯?”

 “스무셋이다.”

 소녀가 고개를 돌려 운을 보았다. 볼은 잔뜩 부풀어 있고 눈동자는 강직한 듯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운이 소녀의 예상치 못한 대답에 잠깐 멈칫했다. 그러다 다시 귀엽다는 듯 소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소녀가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지만 운이 자신을 쓰다듬는 손길은 뿌리치지 않았다.

 “그래, 그래. 옳지, 착하지. 그러면 왜 한요궁에 있었던 거야? 언제부터 있었던 거지? 네가 입고 있는 그 옷이 어떤 옷인지는 알고 있니?”

 최대한 다정하게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허나 괜히 긴장되는 심정은 채 다 억누르지 못했다. 여전히 태조 류하랑의 가면으로 가리워지지 못하는 운의 아름다운 입술이 가로 길게 벌어졌다.

 “너야말로 어찌 그런 곳에 있던 것이냐?”

 소녀가 운의 손을 쳐냈다. 이번에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소녀의 반응에 운이 당황했다. 허공에 갈 길을 잃은 운의 손이 머뭇거렸다.

 그런 운을 아랑곳하지 않고 소녀가 조용히 일어섰다. 그대로 운의 앞에 바로 섰다. 그럼에도 운의 앉은 키와 그다지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시선으로 운을 직시했다.

 운도 소녀를 직시했다. 이유를 알 수는 없었지만 도저히 그에게서 시선을 떼어낼 수 없었다.

 다소 비장한 표정으로 소녀가 운을 바라보았다. 두 사람의 뒤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던 사공이 묘한 긴장감에 마른침을 삼켰다.

 “나의 호위무사가 되거라.”

 “뭐?”

 운은 제 귀를 의심했다. 운은 이 소녀가 자신의 보랏빛 눈동자를 알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무리 조금 전 저를 도왔다 하더라도 그런 부탁을 할 줄은 조금도 예상하지 못했다.

 “못 들었느냐? 나의 호위무사가 되라 하였다.”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운이 고민했다. 혹여 저를 붙잡기 위한 계략은 아닐까. 그런 생각마저 들었다. 운이 실처럼 가늘어진 눈동자로 소녀의 얼굴을 살폈다.

 그런 운 앞에 나래가 털썩 주저앉아 제 작고 하얀 얼굴을 운 앞에 가득 들이댔다. 운은 그 순간 그 날 나린 공주의 얼굴을 떠올렸다. 운의 눈동자가 순식간에 커졌다.

 “반드시 가야하는 장소가 있다. 도와 주거라.”

 -운! 나 잠깐 한요궁을 나가 가 보고 싶은 곳이 있어요. 도와 줄 거죠?

 다시금 그의 목소리가 겹쳐 들렸다. 운의 보랏빛 눈동자가 심히 떨렸다.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여전히 알 수가 없었다.

 드디어 그리움에 제가 미친 것은 아닐까. 그래서 그와 조금만 비슷하면 그의 모습을 떠올리고, 그 때와 비슷한 상황이면 그 날의 모습이 겹쳐 보이고 들리는 것은 아닐까.

 “.......”

 운이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한 채 떨리는 눈동자로 소녀만 바라보았다. 그런 운을 소녀도 진득하게 바라보았다. 그러다 한순간 그의 천청색 눈동자가 일렁였다. 어린 얼굴에 어울리지 않게 무척이나 서글픈 표정이었다.

 소녀가 제 얼굴을 운에게서 조금 물렸다. 그 뒤 천천히 제 품에 있던 무언가를 운에게 내밀었다.

 “!”

 운은 그 무언가를 본 순간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운의 눈동자가 조금 전보다 더 커졌다. 가면 아래로 보이는 입술마저 잘게 떨렸다.

 소녀가 소중하게 품고 있던 그것이, 조금 전 소녀와 함께 떨어졌고 소녀가 제 목숨보다 먼저 챙기려 했던 그것이, 검이라는 건 일찍이 알고 있었다.

 “이것을 너에게 주겠다. 내 호위무사가 되거라.”

 소녀가 시아식 때 제가 들고 검무를 추던 검을 운에게 건넸다. 허나 그 검을 운은 전혀 다른 것으로 알고 있었다.

 “이 검은.......”

 운이 겨우 말을 내뱉었으나 끝을 맺지 못했다. 소녀가 아랫입술을 잘근 씹었다.

 “나린 공주가 시해될 당시 그의 가슴에 꽂혀 있던 검이다.”

 푹 숙인 운의 고개 위로 경악하는 사공의 모습이 보였다.

 소녀가 그리 설명해 주지 않더라도 운은 그 검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모를 수가 없었다. 운은 나린 공주의 마지막 모습을 떠올렸다.

 그 검은, 운이 풍화대 대장이 되던 순간 나린 공주께 하사받은 검이었다.

 그 검은, 나린 공주와의 추억과 악몽이 잔뜩 깃들어 있는 검이었다.

 

 

 

 

 

 

 

 

 

 >> 5장. 잊지 못할

 
작가의 말
 

 안녕하세요. 늘리혜입니다.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2 21장. 결심 2019 / 11 / 8 227 0 5390   
21 20장. 모순 2019 / 11 / 1 202 0 6193   
20 19장. 진실과 전설 2019 / 10 / 25 217 0 5881   
19 18장. 인정할 수 없는 2019 / 10 / 22 237 0 6167   
18 17장. 진실 2019 / 10 / 18 221 0 5979   
17 16장. 우리는 전에 2019 / 10 / 15 202 0 6128   
16 15장. 꿈 2019 / 10 / 11 224 0 6593   
15 14장. 기록쟁이들의 마을 2019 / 10 / 8 202 0 6660   
14 13장. 날개 2019 / 10 / 1 216 0 6142   
13 12장. 성희 2019 / 9 / 27 222 0 6803   
12 11장. 믿는 이유 (하) 2019 / 9 / 24 226 0 6435   
11 10장. 믿는 이유 (상) 2019 / 9 / 20 209 0 5896   
10 9장. 의심 2019 / 9 / 17 256 0 6687   
9 8장. 위화감 2019 / 9 / 13 207 0 5831   
8 7장. 운과 나래 2019 / 9 / 12 199 0 6325   
7 6장. 보름달 아래 첫날밤 2019 / 9 / 11 226 0 6622   
6 5장. 잊지 못할 2019 / 9 / 10 218 0 7390   
5 4장. 추억과 악몽이 깃든 2019 / 9 / 6 232 0 6574   
4 3장. 만나다 2019 / 9 / 5 239 0 7032   
3 2장. 공주의 남자 2019 / 9 / 4 234 0 6597   
2 1장. 황제의 여인 2019 / 9 / 3 225 0 6277   
1 0장. 서시 2019 / 9 / 2 404 0 899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