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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불꽃을 담은 소녀
작가 : 심연고래
작품등록일 : 2019.9.3

특별한 힘을 가진 소심한 소녀의 이야기

 
01. 산골 마을의 소녀
작성일 : 19-09-06 06:06     조회 : 249     추천 : 0     분량 : 5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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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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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졸리다. 힘들다. 배고프다.

 

  졸리다.

 

  “에휴.”

 

  한숨이 절로 나왔다. 아침에 허브를 따러 가는 건 원래부터 힘든 일이었지만, 길을 돌아가니 내가 왜 이러고 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어.’

 

  나는 미끄러운 돌덩이 위에서 넘어지지 않기 위해 온 신경을 집중했다. 늘 가던 길은 이런 개울도 건널 필요도 없는데.

 

  “아효.”

 

  매 순간마다 몰려오는 후회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내가 왜 그랬을까? 대체 왜 그랬을까? 계속 생각해봤자 답도 없는 질문이 머릿속만 복잡하게 만들었다. 아무튼 확실한 건 그런 짓을 해선 안 되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그대로 뒀다면 죽었을지도 몰라.’

 

  아니야. 차라리 발견한 순간 마을로 뛰어가서 사람들한테 알리는 게 더 나았다. 우리 마을 사람들이 꽉 막힌 사람들도 아니고, 이 산만 넘어가면 바로 도시가 나오니까 거기서 의사를 불러오면 다 해결될 일이었다. 뭐.... 몸이 워낙 커서 이동시키기가 힘들 수는 있었겠지만, 그건 그 사람들이 알아서 할 일이고. 이젠, 다음부터는, 절대 나서지 말자.

 

 산 위의 눈이 녹아서 개울은 평소보다 조금 불어나 있었다. 그 덕에 긴장한 채 개울을 다 건너고 나니 기운이 쪽 빠졌다.

 

  “후.....”

 

  이제 남은 건 평지뿐이지만, 마음은 우울했다. 이런 생각해봐야 아무 의미 없다는 걸 지난 삼일 내내 깨달았음에도 그 생각을 떨쳐낼 수 없었다.

 

  난 맨날 이 모양이지.

 

  바꿀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무슨 일이 생기면 그 끝이 너무 길었다. 더 한심한 건 좋은 일은 바람처럼 지나가면서 나쁜 일은 다음 나쁜 일이 일어날 때까지 뒤통수에 달라붙어있다는 것이었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래야 하는 걸까? 끝이 있기는 한 걸까? 능력이 갑자기 사라지는 사람들도 있다던데.... 나도 그렇게 되면 좋을 텐데.

 

  하아... 머리 아파.

 

  생각이 여기쯤 미치면 진짜로 머리가 아파지기 시작했다. 뭔가 색다르면서도 생산적인 생각을 하기 위해 건수를 찾고 있는데, 희미한 향이 코끝을 스쳤다. 고개를 들어보니 벌써 군락지에 도착해 있었다.

 

  “후....”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조금 쌀쌀한 기온과는 달리 완연한 봄이었다. 연둣빛 새순과 함께 벌써 몇몇 허브는 꽃을 피우고 있었다. 잔디밭에 색색의 작은 구슬을 뿌려놓은 것 같았다. 나는 천천히 심호흡을 했다. 연한 봄의 향기가 온몸을 휘감았다.

 

  그래. 지난 거 어쩌겠어. 아무 일도 없을 거야. 그 대단하신 드래곤이 인간에게 도움을 받다니. 그쪽 입장에서는 자존심 상하는 일이잖아?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았을 거야.

 

 나는 또다시 몰려오는 불안을 잠재우며 군락지 안으로 들어갔다.

 

 

 

  ***

  “마닐드! 올라가서 쌍둥이들 데려오렴!”

  “네에.”

 

  어머니의 말씀에 나는 손에 들고 있던 행주를 개수대에 던져놓고 위층으로 올라갔다. 긴 복도에 방문은 많은데 인기척이 들리는 방은 한 개뿐이었다. 각 문에는 누구의 방인지를 알리는 작은 나무판자가 걸려있었다.

 

  ‘존, 카뷔, 넬리, 마닐드, 뱃지&쥬뮈.’

 

  이들 중 셋은 지금 이 집에 없다. 뭐, 존 오빠와 카뷔 언니는 일 때문에 독립한 거지만, 넬리 언니는.... 한마디로 가출했다.

 

  성인이니 가출인지 독립인지... 아무튼 빵집 일 때문에 어머니와 대판 싸우더니 그 다음날로 집을 나가버렸다.

  ‘그날 참 볼만했지...’

 

  그날 넬리 언니의 대사를 나는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다. 이딴 빵집에서 평생 썩기 싫어! 나 독립할 거야!였다. 아무튼 이 대사로 평생을 이딴 빵집에 쏟아부은 어머니의 속을 제대로 뒤집어 놓았지....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어. 이딴 빵집? 우리 빵집이 뭐가 어때서 그런 거지? 어디 무인도에서 우리 가족만 딸랑 사는 것도 아닌데, 작은 산골마을에 살고 있다는 걸 넬리 언니는 못 견뎌했다. 언니는 늘 도시를 동경했다. 어렸을 때부터 도시의 화려함과 수많은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단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이지만, 도시에 대해 말할 때면 언니는 정말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은 얼굴이었다. 그래서 늘 존 오빠와 카뷔 언니를 부러워했다. 날 때부터 똑똑했던 존 오빠는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커다란 상인 협회에서 직접 여기까지 찾아와 스카웃했다. 카뷔 언니도 어렸을 때부터 마법 신동이었다. 당연히 왕실 마법사가 되어 지금은 왕성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에 반해 넬리 언니는 평범했다. 뭔가를 특출나게 잘하지도, 못 하지도 않았다. 성적은 중 상위권, 마법도 중위권. 그렇다고 그림을 잘 그리지도 않았고, 음식은 취미에 안 맞는다며 구시렁거렸다. 신은 불공평해. 넬리 언니는 늘 이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신은 불공평한가? 글쎄. 불공평한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어디 한 곳에 나사가 빠져있는 건 분명했다. 이렇게나 절실히 원하는 사람이 떡하니 옆에 있는데, 왜 나한테 이딴 능력을 던져놓은 걸까? 순간적으로 손이라도 삐끗한 건지 아니면 능력을 주는 걸 회전판 돌려서 주는 건지.... 정작 원하는 사람한테는 주지도 않고 왜 하필 나야?

 

  아무튼 넬리 언니는 이 불공평한 신을 더 이상 따르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개척하기로 결정 내린 모양이었다. 그날 바로 짐 싸고 집에서 나갔으니까. 문제는 그 독립이라는 게 굉장히 애매하다는 것이었다.

 

  ‘빵집은 싫고 여관 일이 더 재미있나? 도시면 무슨 일이든 다 좋은 걸까?’

 

  나는 더 이상 이해하는 걸 포기하고 쌍둥이의 방문을 두드렸다.

 

  “쥬뮈, 뱃지. 이제 일어나. 아침 먹을 시간이야.”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나는 좀 더 세게 문을 두드렸다.

 

  “얘들아! 아침 시간이야!”

 

  잠시 후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문이 열렸다.

 

  “쥬뮈 일어났어? 뱃지는?”

 

  하늘색 다람쥐 잠옷을 입은 쥬뮈는 눈을 비비며 고개를 저었다. 방안은 커튼을 걷지 않아 아직 어두웠다. 희미하게 보이는 작은 침대 위에 붉은색 잠옷을 입은 뱃지가 누워있는 게 보였다.

 

  “뱃지. 아침이야.”

 

  난 다시 한 번 방안을 향해 소리쳤다. 그러자 핑크색 다람쥐가 꿈지럭거리면서 뒤척였다.

 

  “뱃지. 아침 안 먹을 거야?”

  “으으... 먹어...”

 

  작은 목소리가 안에서 대답했다.

 

  “언니 간다. 알아서 나와.”

  “으응....”

 

  잠에 취해 일어나지 못하고 꼼지락거리는 뱃지를 보고 있으니 피식하고 웃음이 나왔다.

 

  “쥬뮈도 준비하고 내려와.”

  “응.”

 

  그 사이에 잠이 다 깬 쥬뮈는 기지개를 한번 쭉 켜더니 자신의 옷장 앞으로 걸어갔다.

 

  “뱃지 언니 간다아.”

 

  나는 다시 한 번 뱃지를 깨워보고 방문을 닫았다. 작고 느릿느릿한 인기척이 방문을 넘어 들려왔다. 나는 피식 웃으며 곧장 부엌으로 향했다.

 

  “애들은?”

 

  아버지께서는 이미 출근 준비를 마치고 식탁을 꾸미고 계셨다.

 

  “쥬뮈는 일어났고, 뱃지는 쥬뮈가 데리고 내려온대요.”

  “그래. 수고했다.”

  “네....”

 

  나는 어머니를 돕기 위해 부엌으로 들어갔다. 어머니께서는 불앞에 서서 국자로 냄비 안을 휘젓고 계셨다. 김이 기둥처럼 솟아오르는 냄비 안에서는 크림 빛의 양송이 수프가 보글보글 끓고 있었다.

 

  “왔니? 이거 맛 좀 봐줄래? 뭐가 좀 부족한 거 같은데 그게 뭔지를 잘 모르겠네.”

 

  난 어머니께 국자를 건네받아 걸쭉한 크림을 조금 덜어냈다. 조금이지만, 김이 펄펄 나는 수프를 살짝 식힌 다음 조심조심 마셨다. 고소하고 짭조름한 수프와 함께 잘 익은 말랑말랑한 작은 버섯이 씹혔다.

 

  “으음.... 맛있는데요?”

  “그래? 뭔가 좀 허전하지 않아? 내가 생각하는 그 맛이 아닌 것 같은데....”

 

  어머니의 말에 나는 다시 한 번 수프를 맛봤다. 첫 입에 들어왔던, 맛있다는 기분이 조금 가시자 끝 맛이 뭔가 아쉬웠다. 어머니의 말씀대로 전에 먹었던, 내가 생각하는 그 맛과 조금 달랐다. 뭐지? 뭐가 부족한 거지? 나는 다시 한 번 더 수프를 떠먹었다.

 

  “음...”

 

  알쏭달쏭했다. 간이 없어서 밍밍하지는 않은데, 그렇다고 완벽하게 들어맞지도 않았다. 짠 것도, 느끼한 것도, 단 것도 아닌 조금은 애매모호한 맛.

 

  “어.... 버터? 잘 모르겠어요.... 뭔가가 부족한 거 같기는 한데...”

  “그치? 부족한데 뭔지를 모르겠네.”

 

  우린 두어 번 더 수프를 맛본 뒤에 버터를 몇 덩이 더 넣는 것으로 합의했다. 그렇게 완성된 수프는 전보다는 나았으나, 생각 속의 그 맛은 아니었다. 아쉬움이 담긴 수프 그릇을 각각의 의자 앞에 하나씩 내려놓고 있는데, 갑자기 계단 쪽이 시끄러워졌다.

 

  “뱃지! 엄마가 뛰지 말라고 했지!”

 

  어머니의 호통과 함께 뱃지가 짠하고 나타났다.

 

  “엄마 안녕! 아빠 안녕! 마닐드 언니도 안녕!”

 

  잔소리는 한 귀로 흘려듣는 능력을 여덟 살부터 터득한 건지 뱃지는 아랑곳하지 않고 식구 모두에게 우렁찬 인사를 건넸다.

 

  “뱃지. 엄마가 뛰지 말라고 했지.”

 

  하지만 어머니도 만만치 않았다. 어머니의 엄한 목소리에 뱃지는 고개를 푹 숙였다.

 

  “죄송합니다아.”

 

  인사와 마찬가지로 우렁찬 사과였다. 하지만 고개를 숙인 채 눈을 흘끔거리는 것이 누가 봐도 반성하는 척만 하고 있다는 게 티 나는 모양새였다.

 

  “그래. 다음부터 뛰지 마. 계단에서 한 번 구르고도 그러니.”

 

  여덟 살짜리의 귀여운 모습에 어머니도 더 이상 잔소리를 하지 않으셨다. 뱃지는 해실거리며 고개를 들고 자기 의자를 향해 달려갔다. 그리고 쾅. 무릎을 의자 다리에 제대로 찧었다.

 

  “으악! 뱃지 괜찮아?”

  “힝. 아펑. 근데 괜찮아.”

 

  당황해서 소름까지 돋은 나와는 달리 정작 뱃지는 씩씩했다. 그 아이는 자기 무릎을 몇 번 쓰다듬더니 다람쥐처럼 의자 위로 쪼르륵 올라갔다.

 

  “안녕히 주무셨어요.”

 

  한결 차분한 목소리에 뒤돌아보니 어느새 쥬뮈가 내려와있었다. 쥬뮈는 일어난 지 한 시간은 되어 보이는 그런 깔끔한 모습이었다. 머리카락이 산발이 된 뱃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물론 이것저것 정돈하면 되지만, 그걸 여덟 살짜리가 저만큼 혼자 했다는 게 신기했다.

 

  “그래. 자리에 앉으렴.”

  “네.”

 

  쥬뮈는 단정한 외모만큼 차분하게 자신의 의자를 빼 앉았다. 봐도 봐도 신기하단 말이야. 일란성이라 생긴 것은 물론 목소리까지 완전히 똑같은데 어떻게 성격이 이렇게 다를 수가 있을까? 말괄량이에 장군감인 뱃지와 차분한 학자 같은 쥬뮈. 일란성인데다 단 한 번도 떨어진 적 없이 똑같이 자랐는데 왜 이렇게 다른 거지?

 

  정말 성격은 날 때부터 정해지는 걸까?

 

  하지만 둘은 쌍둥이, 그것도 일란성이라 똑같다. 그럼 진짜로 누군가의 말처럼 신이 있는 걸까? 난 입술을 꾹 깨물었다. 만약 정말로 신이 있다면, 그 신이 인간을 만든 거라면 꼭 한 번 물어보고 싶다.

 

  왜 난 이 모양으로 만들어 놨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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