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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겨우살이왕
작가 : 지놓
작품등록일 : 2018.12.23

30년전,

각지의 점쟁이들이 한데 모인 자리에서 모든 신들의 죽음이 예언되었다.

신을 죽음으로 몰아넣을 예언의 집행자는 과연 누구인가!

살신(殺神)의 운명을 거머쥐고 태어난 아이들 앞에서 지금,

세계의 운명이 들끓기 시작한다!

#동양판타지

 
3. 여명을 쫓는 이리(4)
작성일 : 19-09-06 00:11     조회 : 235     추천 : 0     분량 : 53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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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마 가문의 현관은 통상적으로 오가는 자, 출입을 통제하는 자, 출입을 허가받으려 대기하는 자, 출입을 허가받고 밖에서 대기하는 자, 출입을 거절당했음에도 상관하지 않고 들어가려는 자 등등 수없이 많은 인파 때문에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들어갈 수나 있을까…….”

 

  “저기 가서 통제하는 인원한테 먼저 말을 해야 할 것 같지 않아?”

 

  그러나 ‘이리’는 둘의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대신 그는 태연히 문 앞으로 걸어가더니, 대뜸 소리를 버럭 질렀다.

 

  “누마 휘토! 어린 불새는 어디 있느냐, 여기 인도자가 왔다!

 

  그의 외침은 그토록 소란스럽던 장내를 순식간에 ‘잠든 신’의 거처로 둔갑시켜버렸다. 마치 시간이 정지된 것 마냥 사람들의 움직임과 소음이 멎었던 것이다. 그의 느닷없는 행동을 본 프타가 탈루에게 소곤거렸다.

 

  “저래도 되는 걸까?”

 

  “아무렴 생각이 있지 않을까?”

 

  물론 탈루는 그 말에 자신할 수 없었다. 수초간의 정적 이후,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더욱더 심해졌기 때문이다.

 

  “인도자?”

 

  “인도자라는데?”

 

  “하지만 뿔피리가 없다고. 설마 부난이 아닌가?”

 

  “괴상한 검은 가죽 옷이라…… 어디서 본 것 같긴 한데…….”

 

  당혹스러움을 내비친 건 비단 출입을 기다리는 인원들만이 아니었다. 출입통제를 담당하고 있던 누마의 문지기들 역시 당혹감에 허둥대는 건 마찬가지였다.

 

  “샤께서…… 아니, 혹 가주님과는 얘기가 된 상황입니까? 분명 도련님의 인도에 관해선 후일 개별적으로 통보가 올 것이라고…….”

 

  “그래서 지금 여기 인도자가 직접 통보하러 온 거잖아. 가주랑 얘기를 왜 해? 나는 누마 메토를 인도하러 온 게 아니야. 그의 아들 누마 휘토를 데리러 가기 위해 온 것이지. 알아들었으면 잔말 말고 안내해.”

 

  “……그럼 인장(印章)은 가지고 계시겠지요?”

 

  문지기의 말에 ‘이리’의 미간이 한순간 꿈틀거렸다.

 

  “건방진…… 함부로 주제 넘는 짓을 했다간 골로 가는 수가 있어.”

 

  “출입을 관리하는 직분이라…… 양해 부탁드립니다.”

 

  한동안 말없이 그를 노려보던 ‘이리’가 잠시 뒤, 품속에서 섬세하게 조각된 불새모형의 나무 조각품을 꺼냈다. 이를 본 문지기가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번거롭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일단 들어오시지요. 가주님께 안내해드리겠습니다.”

 

  “가주는 무슨 가주. 당장 꼬맹이에게로 가자.”

 

  “저…… 그게 후계자께선 지금…….”

 

  그때였다.

 

  “아니, 누군가 했더니…… ‘여명을 쫓는 이리’가 이 누추한 곳을 다 찾아왔구먼! 그것도 햇볕 짱짱한 이 아침나절에 말이야. 심지어 인도자라고?”

 

  대문 안쪽에서 환한 웃음을 띤 붉은 장발의 거한이 뚜벅뚜벅 걸어 나오고 있었다.

 

  “누마 메토…….”

 

  “내가 귀를 잘못 먹었나 했지. 어서 오게.”

 

  그를 향해 다가온 누마 메토가 손을 내밀며 반겨주었으나, 웬일인지 ‘이리’는 떨떠름한 표정이었다.

 

  “당신한테 볼 일이 있어서 온 건 아닌데.”

 

  “알고 있네. 그래도 내 집에 찾아온 손님이지 않은가. 접대할 기회는 주게.”

 

  그렇게나 만나 보기를 희망했던 누마 가문의 가주가 눈앞에 나타났음에도 사람들은 그다지 놀라는 기색이 아니었다. 오히려 더욱 그들을 놀라게 했던 건 갑작스레 자신을 인도자라 주장하며 나타난 이 괴이쩍은 사내의 정체였다.

 

  “여명을 쫓는 이리?”

 

  “그 포악한 ‘만월사냥꾼’ 말이야!?”

 

  “나루 숲의 어금니 떼를 하룻밤 만에 몰살시켰다는 그 ‘검은 이리’라고?”

 

  ‘이리’는 그제야 자신을 알아보기 시작하는 사람들의 태도에 금세 우쭐해진 모습이었다. 억지로 웃음을 참으려는 듯 입술을 씰룩거리는 걸 보니, 아까 전 학당에서 으뜸신녀와 각을 세운 인물과 동일인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프타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는지 재차 탈루에게 소곤거렸다.

 

  “보랑 비슷해. 꼭 저러거든. 칭찬만 하면 껌벅 죽는다니까? 완전 애기 같아.”

 

  또한 애초부터 누마 메토는 ‘이리’를 다루는 방법을 제대로 알고 있는 게 분명했다.

 

  “웬만해선 마을에 출입조차 하지 않는 야난의 이름을 모두가 다 알고 있구먼! 역시 대단하다니까!”

 

  그 말에 입이 헤벌쭉 벌어진 ‘이리’는 이곳에 방문한 본래의 목적마저 잊어버린 듯 표정관리에만 힘쓰는 모습이었다. 결국 작게 한숨을 내쉰 프타가 그를 대신해 나섰다.

 

  “휘토는 저희와 함께 다룬 카시의 인도를 받아야 해요. 휘토는 어디 있지요?”

 

  프타의 또박또박한 음성에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 ‘이리’가 고개를 격렬히 끄덕이며 맞장구쳤다.

 

  “그, 그래! 이제 됐고, 당신 아들은 어디 있지? 그 꼬맹이의 인도가 늦어질수록 손해는 불새일족 전체가 다 지는 거야.”

 

  다시금 거칠어진 그의 태도에도 불구하고 누마 메토는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침착하게 응대했다.

 

  “그렇군, 맞는 말일세. 그래도 아쉽구먼. 일족이 자랑하는 야난, ‘여명을 뒤쫓는 이리’와 자리할 기회를 놓친 것 같아서 말이야. 하지만 다음에 또 기회가 있겠지. 마르를 따라가게. 휘토가 있는 곳으로 안내해줄 걸세.”

 

  물론 말만큼 아쉬워하는 표정은 아니었다. ‘역시 누마야…… 저 여명을 쫓는 이리가 휘토의 인도자를 자청할 정도라니……’ 하는 등의 주변 수군거림으로 보아, 인도자의 정체를 드러낸 것만으로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곧이어 앞서 ‘이리’에게 인장을 요구했던 예의 문지기가 자신을 따라오라 일렀다. 그는 대문 안으로 들어가는 대신, 갑작스레 방향을 틀어 웬 숲속에 난 작은 길로 들어섰다. 어둡고 음침한, 덤불이 무성하게 우거진 좁다란 오솔길이었다.

 

  “현재는 누마 마르입니다. 성(姓)을 받은 지도 어언 7년이 지났죠. 전엔 아난과 하타리의 성도 잠깐 쓴 적이 있습니다.”

 

  문지기는 가는 도중 묻지도 않은 자신의 내력을 하나하나 이야기해가며 일행을 이끌었다.

 

  “꽤 여러 가문을 돌았나본데?”

 

  성질 급한 ‘이리’가 잠자코 그의 말을 듣고 있었던 이유는 간단하다.

 

  첫째로 휘토가 현재 머무르고 있는 곳이 따로 숲속에 마련해놓은 거처였는지라 거리가 꽤 멀었기 때문이고, 둘째로 그의 이야기하는 솜씨가 제법 괜찮았기 때문이다.

 

  “하타리 가문은 제가 받은 신과는 너무나도 동떨어진 기질이 대부분이었는지라 적응하기 힘들었고, 아난은 점차 그 가세가 기우는 중이었죠. 마노는 애초에 들어가려는 사람이 너무도 많아 입지를 굳히기 어려울 것 같았고요. 누마는 당시에도 물론 촉망받는 가문이긴 했지만 긴가민가해 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도련님이 자신을 증명해 보이기엔 한참 어렸을 때니까요. 지금에야 그때의 제 선택이 옳았다는 걸 확신할 수 있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매일 매일이 불안의 연속이었습니다. 근방의 혼기 찬 처녀들이 거의 남아있지 않았을 무렵이거든요.”

 

  결혼적령기의 처녀총각이 보다 가세가 큰 가문으로 본적(本籍)을 옮기는 건 일족 내에서도 꽤나 빈번하게 벌어지는 일이었다. 가문의 후광을 업기에도 좋고, 아는 끈도 많아지기에 새로운 만남을 위한 연결고리가 쉬이 형성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일대에 크게 명성을 떨친 이가 아닌 이상, 대가문의 소속이 되기 위해 하루가 멀다 하고 눈도장을 찍으러 다니는 게 요즘의 추세일 정도였다.

 

  하지만 또 그렇다고 개인의 영달을 위해 세 차례 이상의 이적행위를 하는 게 그렇게까지 흔한 일은 아니었다. 이 마르라는 문지기는 특유의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와는 다르게 제법 야심만만하고 약삭빠른 인물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누마와 같은 신흥가문들은, 더욱이 특정한 메 능력으로 유명한 가문들은 웬만해선 외부사람을 들이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제법 능력이 좋나 보군.”

 

  ‘이리’가 눈을 빛내며 말하자 누마 마르가 겸연쩍다는 듯 뒤통수를 쓰다듬었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그저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그저 운이 좋다고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지 않나? 내가 알기로 ‘누마’는 희한하게도 저기 저 남쪽 불의 신의 영향을 받아 세워진 가문이야. 가문의 상징이 동식물이 아닌 불꽃인 점에서도 쉽게 알 수 있지. 불을 다루지 못하는 이는 애초에 얼씬도 못할뿐더러, 남쪽이나 서북쪽의 일족들처럼 혈연을 중시하는 가풍이 존재해 외부사람은 웬만해선 들이질 않는다고 들었는데…….”

 

  오랜 시간 옛 신들을 모셔온 동쪽일대와 중앙숲의 일족들은 전통적으로 자신들의 생명과 운명이 신에 의해 부여된다고 생각했기에 혈연에 대한 의식이 대단히 희박했다. 이 때문에 기본적으로 가족이나 인척 따위의 관계가 존재하긴 했으나, 그것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자신이 받드는 신이나 기질에 따라 가문을 옮기는 일이 잦았던 것이다.

 

  ‘이리’의 말에 놀랍다는 듯 마르가 눈을 치켜세웠다.

 

  “잘 알고 계시네요. 하지만 제 경우는 정말로 운이 좋은 게 맞습니다. 당시 대대적인 멧돼지사냥을 앞두고 누마에서도 필요한 인재들을 급히 충당하려 할 때였거든요. 다행히 제가 덫을 만드는데 조예가 있습니다. 손재주도 좀 있는 편이고요. 불꽃도 다루지 못하는 제가 누마에 들어갈 수 있었던 이유지요.”

 

  별 거 아니라는 듯 말했지만 탈루는 마르의 능력이 결코 무시 받을만한 게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인간의 수십 배나 되는 힘을 지닌 거대한 짐승들의 발목을 붙들 수 있는 덫은 결코 아무나 만들 수 있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젠 또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습니다. 도련님이 불새 신을 받음으로써 ‘누마’의 위세가 더더욱 커질 테니까요. 아까도 보셨다시피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습니다. 비단 불새일족뿐만이 아닙니다. 저 멀리 오소리일족이나 불곰일족에서도 몰려오고 있어요. 제 자리가 남아있을지 의문입니다. 어쨌거나 불꽃을 다루지 못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으니까요.”

 

  “그럼 쫓겨날지도 모른단 말이에요?”

 

  프타가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묻자, 마르가 슬며시 웃으며 대답했다.

 

  “그렇진 않겠지만 아무래도 입지는 점점 더 줄어들 수밖에 없겠지. 뛰어난 젊은이들이 계속해서 더 많이 들어올 테니까 말이다.”

 

  “하긴, 불을 다루지 못한다면 누마에선 아무래도 눈치가 보일 수밖에 없겠지. 보아하니 야심도 꽤나 있어 보이는데 아예 독립해볼 생각은 없나?”

 

  ‘이리’의 물음에 마르가 황급히 손사래를 쳤다.

 

  “카시님이나 여기 도깨비소녀 같은 경우에야 워낙에 독특한 기질을 가지고 있고, 또 그에 걸맞은 신을 받으셨으니 일가를 세우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저 같이 평범한 기질과 신을 받드는 이에겐 무리입니다. 뭐, 물론 평범했기에 이곳저곳 기웃거릴 수도 있었겠지만 말이죠.”

 

  그러는 사이, 숲길은 점점 더 어둡고 깊어져만 가고 있었다.

 

  “우리 제대로 가고 있는 거 맞아요?”

 

  “얼마 남지 않았단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그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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