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판타지/SF
검의 연대기 - 마법과 검의 이야기
작가 : 크네프
작품등록일 : 2019.9.1

7개의 검의 수호자, 그들 중 하나인 마법사 에노. 그리고 그의 하나 밖에 없는 누나 케일은 한때 자신의 세계를 구한 대가로 너무 많은 것을 잃고 다른 세계로 옮겨와 조용한 생활을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이제는 조용히 살고 싶은 은둔한 마법사 남매에게 찾아온 이 세계의 여검사.

여검사의 등장과 함께 다시 평온하게 지내던 삶을 송두리째 잃어버렸다!

"그래 이렇게 된 이상 놈들을 박살내주는 수밖에!" 하늘의 여검사와 별의 마법사의 평범한(?) 일상이 시작 됩니다!

(기존의 용사의 검과 이어지는 또 다른 세계의 이야기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1. 남매의 일상.
작성일 : 19-09-05 22:27     조회 : 99     추천 : 0     분량 : 7866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마법학회에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지도 거의 반년이 지나갔다. 누나를 아는 사람들이 몇 번 편지를 보내 자문을 구했지만, 누나는 그날 일을 잊어버려서 모른다고 말했었다.

 

 세계는 새로운 사건이 세계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면, 그 관심은 연구자들을 제외하고는 잊기 마련이었다. 이번 마력 파장 사건도 이 세계에 준 영향이라고는 그저 이질적인 힘이 느껴졌다는 것일 뿐, 아무 일도 없었기 때문에 모두의 기억 속에서 잊혀져버렸다.

 

 물론 그 날, 요리를 하다가 소금통을 쏟아버렸지만.

 

 창가의 햇살이 따스하게 스며드는 아침. 새가 지저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동시에

 

 삐삑! 삐삑! 삐삑! 삐삑!

 

 ‘으.... 언제나 듣는 거지만.....’

 

 갈색 머리의 남자가 눈살을 찌푸리며 천천히 침대에서 일어났다. 찌뿌둥한 몸이 침대에 더 있고 싶다고 땡깡을 부리고 있었지만, 오늘 장사를 위해서라면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흐으... 하아암....”

 

 그는 거의 실눈의 상태로, 벽을 더듬으며 세면실로 향해갔다. 온통 푸른 세상이 눈에 비치고 있었지만, 그는 신경 쓰지 않고, 자연스럽게 세면을 마치고 나왔다. 그때 마침 남색 빛이 감도는 머리카락을 허리까지 축 늘어뜨린, 에노와 마찬가지로 뜬눈인 채로 방문을 열고 한 여자가 나왔다.

 

 “에노.... 아침밥은?”

 

 “아직 준비 안 됐어. 케일누나.”

 

 “흐아아암..... 알았어...... 그럼 금방 씻고 나올게.”

 

 케일은 크게 하품을 하며 곧장 세면실로 들어갔다. 에노는 곧장 안경을 찾아 쓴 뒤, 천천히 몸을 풀며 부엌을 향해 갔다.

 

 

 밖의 떠들썩한 분위기가 창문을 통해 들려왔다. 곧, 있을 로하니아의 건국 축제가 열릴 예정이라서 그랬다. 사람들이 즐겁게 떠들며 하나 둘 집에서 나가는 것이 보였다.

 

 “흐음.... 오늘은 그래도 빵을 구울 시간은 있네......”

 

 로하니아에서 장사를 하는 그들은, 최근 축제에 대비해 물건을 만드느라 새벽까지 시간을 보내, 늦잠을 자곤 했었다. 그래서 매일 아침마다 시리얼로만 대충 때운 터라, 케일은 불만이이만 저만 아니었다.

 

 ‘오늘은.... 빵이랑 계란을 굽자.....’

 

 에노가 빵을 다 구웠을 무렵, 아까 전과는 다른 모습의 화사한 미인의 여자가 천천히 식당으로 걸어 나왔다. 차려진 거라고는 구운 식빵이랑 잼에 계란, 따뜻한 차가 다지만 그녀는 수건으로 머리를 닦으며 차려진 식탁을 보더니 방긋 웃었다.

 

 “에노, 또 늦잠 잤구나. 그래도 역시 시리얼보다는 낫네.”

 

 “치이... 누나도 같이 일어나 놓고서는.”

 

 그녀는 식탁에 앉으며 머리를 뒤로 묶었다. 그녀의 표정은 한결 밝아보였다.

 

  “그럼 잘 먹겠습니다!”

 

 남매는 간단히 차려진 음식들로 아침 식사를 시작했다. 매일 퍼석퍼석한 시리얼만 먹다가 그래도 나름 따뜻한 음식들을 속에 넣으니 기분이 좋은 것 같았다. 그리고 마지막에 입안에 퍼지는 향기로운 차 향기에, 남매는 감상하듯 그대로 멈춰 가만히 앉아있었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에노는 방안에서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삐걱거리는 팔이 조금 걸리적거려서 짜증이 나긴 했지만, 문제는 없었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았다. 외출복으로 다 갈아입고 나서려다가, 중요한 물건을 두고 갈 뻔했던 그는 급하게 서랍을 열었다.

 

  “휴,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네!”

 

 서랍 안에는 목걸이 뿐이었지만, 그는 목걸이를 목에 걸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다 문뜩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빠지기 시작했다.

 

 

 ◇ ◇ ◇

 

 

 ......... 언제 쯤 이었는지, 이제는 기억이 안 난다. 우리들이 이곳에 온 것이 엊그제 같은데, 수십 년이 흘렀다는 게 말이 되는지 모르겠다. 거기다 시간이 흘러도 우리는 변하지 않으니까.

 

  “휴우......... 시간이 느리게 흘러간다는 건 역시 적응이 안 되네.”

 

 물론 다른 사람들에게 주어진 시간들은 정상처럼 흘러간다. 그저 우리들의 시간이 흘러가지 않는 것일 뿐이지. 저주와 축복을 받았으니 어쩔 수 없으니까.

 

  “에노, 왜 갑자기 사색을 하고 그래. 너 답지 않게. 약이나 빨리 옮기라고!”

 

 아, 갑자기 앞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내 생각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제때 하지 않으면 분명 누나에게 맞을 테니까.

 

 내 앞에 서 있는 짙은 푸른색, 그러니까 거의 남색에 가까운 머리가 허리까지 내려오고, 초록색 눈동자가 신기하게도 검은 뿔테안경이랑 어울리는 이 사람은 나의 누나 케일이다. 참 가만히 있으면 귀여운 고양이 같은 미인이지만, 나한테만은 예외라고 할 수 있다.

 

 “이봐, 가만히 자꾸 뭐라고 속닥거리는데, 너 그러면 용돈 삭감할거야. 돈을 받으면 그만큼 일을 해야지. 일을! 오늘 장사 안 할 거야!!!”

 

 성격이, 그러니까 인성이 덜 됐다고.......

 

  “야 너 또 나 욕했냐!”

 

  “으아, 살려줘!”

 

 한바탕 소동이 있고 난 후, 난 퉁퉁 부은 얼굴을 처량하게 내 손으로 어루만지며 약이든 봇짐을 지고 있었다. 누나 역시 작은 봇짐과 가방을 매고 있었지만, 솔직히 내가 등에 매고 있는 거에 비하면 가벼웠다.

 

  “오늘 판매 할 약은 다 가져왔고, 네가 짊어지고 있는 봇짐은 배달용이니까 조심히 매고 가자고.”

 

 그래 꼼꼼한 성격은 장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자, 오늘도 활기차게 장사를 시작 해볼까!

 

 나는 신발 끈을 다시 묶고 일어서다, 앞에서 먼저 나가는 누나를 보고 깜짝 놀랐다.

 

  “누나! 잠깐만! 잠깐! 꼬리랑 귀! 꼬리랑 귀!”

 

 아, 이게 무슨 소리라고 말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을 텐데.

 

  “아......... 큰일 날 뻔 했네.”

 

 누나는 발걸음을 멈추고 고양이귀를 손으로 만지고 있었다. 그래, 우리 누나가 가진 특이한 점 중 하나를 뽑으라고 한다면 고양이 귀와 꼬리가 있는 이 세계에 존재하는, 단 한 사람이라는 것이라고 말 할 수 있었다. 아니, 이따가 볼 수 있을지 모르지만 고양이로........

 

  “얍! 이제 됐다. 근데 오늘따라 너 되게 이상하다? 자꾸 어디 허공에다가 말을 계속 하냐.”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거에 왜 그리 신경 쓰는 거야. 그럼 누나는 너무 태평한 거 아니야? 그러다가 놈들한테 들키면 어쩌려고?”

 

 누나는 잠시 고개를 숙여 뭔가를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러다 다시 고개를 들고 웃으며 말을 했다.

 

  “뭐, 이미 한번 들켰으니 괜찮겠지 뭐. 것보다 너 왜 나한테 말대꾸냐!”

 

 으아. 혹시 했는데 역시나 였다. 참 우리들이 쫓긴다고 말을 했었지. 사실 나와 누나는 이 세계 사람이 아닌데, 여기로 어쩌다 보니 흘러 들어왔다고 해야 하나? 뭐 나중에 시간이 난다면 얘기는 해주고 싶다만, 더 말을 하면 누나한테 찢길 각오를 해야 하니까 가게로 빨리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을 활짝 열자, 이미 높이 떠오른 햇살이 우리들을 반겨주고 있었다. 화사한 봄날의 아침을 맞으며 나와 누나는 거리를 걷기 시작했다.

 

 

 

 - 로하니아 남부지구, 3번가 행인의 거리 -

 

 

 여기에 정착한 지는 한 8~9년쯤 됐나? 싶었다. 예전에는 그저 건물 몇 채밖에 없는 허허 벌판에 농토만 가득한 영지라고 불렸던 로하니아는, 갑자기 황제가 집적 개발을 하겠다고 선언하면서 급속도로 성장한 대도시였었다.

 

 “후아암..... 아직도 졸려..... 아! 안녕하세요! 아주머니!”

 

 “여어! 케일이잖아~! 장사하러 가니?”

 

 “네에. 아주머니도 식당 출근 하시는 건가요?”

 

 “그렇지. 특히 오늘부터 바쁠 거잖여~! 너희들도 많이 바쁘겠지만 말이야. 그럼 열심히 해!”

 

 마침 이주민 정책도 펼치고 있던 황제 덕분에 이곳으로 흘러 들어와서, 지금은 주변사람들과도 친하고, 꽤 장사가 되는 약국을 차린 나름 성공한 인간들이 되었었다. 에노는 주변 주민들이 따뜻하게 보내는 인사들을 받으며 작게 말을 했다.

 

 “흐으... 역시 여기 오길 잘했어.”

 

 가끔씩 생각해보면, 새삼 왜 처음에 ‘제라드 공국’에 자리를 잡았었는지, 후회가 될 따름이었다. 하기야 메자크 제국은 강력한 중앙정부가 영주들이 날뛰지 못하게 묶어두면서, 그 영지에 필요한 것이 있다면 강력하게 정책을 추진하는 가장 모범적인 제국의 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게. 왜 거기에 정착해서 견제나 받고, 암살당할 뻔하지 않나...... 으으.....”

 

 케일은 제라드 공국 때의 기억이 떠올라 눈살을 찌푸리며 툴툴거렸다. 메자크 제국과 달리 제라드 공국은 정치권이 분열되어 서로를 견제하느라 나라를 신경 안 쓰는 전형적인 망국의 상을 가진 나라였었다. 나라가 거의 3쪽으로 났는데 안 망하는 게 신기하지만 말이다.

 

 

 오늘은 로하니아의 도시 탄생을 기념하는 축제가 열리는 날이었다. 메자크 제국 특유의 벽돌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집들에는 메자크 제국의 인장이 그려진 깃발들과 제국의 국기가 달려 있었고, 거리의 사람들은 전통의상들과 화려한 옷들을 입고 있었다.

 

 “우물우물. 하, 근데 난 아직도 아드리안(순혈인간)이랑 메다안(혼혈인간)을 구분 못 하겠어.”

 

 마침 그들 앞을 지나는 사람들을 쭉 지켜보던 누나가 무언가를 우적우적 씹으며 말을 했다. 약간 흰 피부와 대조되는 검은 머리. 근데 의복은 굉장히 단정한 검정 정장을 입은 남자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 얘기한 듯싶었다.

 

 대개 메다인(혼혈)들은 주황색 또는 금색 머리인데, 반면 아까 그 사람은 검은 머리니 아드리안(순혈)이라고 할 수 있었다. 물론 머리색 말고도 다른 이유들이 있긴 하지만, 정말 아드리안들의 90%가 검은머리이기 때문에 충분히 그렇게 말할 수가 있었다.

 

 “근데, 아까부터 뭘 씹고 있는 거야? 아니 그건 또 언제 샀는데?!”

 

 에노는 케일이 들고 있는, 언제부터인지 몰라도 닭 꼬치 두 개를 들고 바라보았다. 그러자 케일은 피식 웃으며 그에게 닭꼬치를 건넸다.

 

 “아까 저 모퉁이 돌다가 샀지. 그리고 이건 네 몫이니까 걱정 말라고.”

 

 “으..... 일단 찜찜하지만... 고마워....”

 

 마치 말을 안했다면 안 줬을 것 같은 말투이긴 했지만, 에노는 ‘뭐, 일단 주는 거니 감사히 먹겠습니다!’라는 표정으로 그는 케일이 주는 닭꼬치를 받았다. 닭꼬치는 육즙이 넘치다 못해 입안에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어때? 정말 좋지?!”

 

 에노의 표정을 본 케일이 피식 웃으며 말을 했다.

 

 “역시! 누나야!”

 

 에노는 그런 그녀를 보며 엄지를 치켜들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로 맛있다는, 그래서 행복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 로하니아 남부 지구, 1번가 리버튼 거리 케일라 약국 -

 

 

 그렇게 닭꼬치를 먹으며 거리를 걷다보니 어느새 그들의 가게 앞으로 도착했다. 메자크 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주황색 기왓장으로 지붕을 덮은, 2층과 지하, 옆의 작은 창고를 가진 평범한 가게였다.

 

  “자, 오늘도 활기찬 하루! 영업을 시작해볼까?”

 

  “진열이랑 청소도 안하고 영업푯말 뒤집으면 어떻게 해........”

 

  “아, 참!”

 

 오늘도 평화로이 케일과 에노는 티격태격 거리며 가게를 열 준비 했다. 진열장의 먼지를 털고, 선반의 먼지를 없애며, 항상 하는 일을 즐겁게 해 나갔다.

 

 

 작은 강을 매워 세운 이 거리에는 수많은 장사꾼들이 머물고 있었다. 그리고 이 거리에 특이한 점이 있다면, 다른 거리들에 비해 의사들이 많다는 점. 그 덕분에 몇 개 없는 약국들이 덕을 보고 있었다.

 

 처음에는 간단한 도구나 마법으로 만든 포션을 파는 잡화점이었지만, 의원들이 많다는 것에 약초학과 의학에 관해 잘 알고 있던 케일은 잡화점에서 장사가 잘 되는 약국으로 바꾸었었다.

 

 거기다 마법의 힘이 담겨서 즉석에서 치료 할 수 있는 응급 회복제(포션)이나, 지혈이 잘되고 그와 동시에 상처 치료까지 하는 붕대, 피부에 좋은 화장품까지 만들어 다른 약국과 차별을 두었기 때문에 다른 가게들보다 장사가 더 잘 될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케일의 물건들은 입소문이 나서 그녀의 약국에 따로 주문을 넣는 단체들도 생겨났었고, 지역 치안대(경찰대)와 제국군에서도 물건을 주문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래서 이 지역에서는 아마 케일의 가게가 잘 나간다고 말을 할 수 있었다.

 

 대신 많은 제품을 만들어야 하다 보니 밤새 작업을 하는 경우도 허다하기에 쓰러지진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녀는 미소를 잃지 않고 사람들을 맞이해 더욱 더 호감을 사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보조이자 가게 점원이면서 동생인 에노는 정신없이 돌아갈 하루를 생각하며 진열이 다 된 가게를 보고는 슬슬 본격적으로 가게를 열기로 했었다. 가게 현관의 푯말을 뒤집고, 가게를 열자마자 기다리던 사람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문을 열자마자 문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손님 때문에 한차례 정신을 잃을 뻔했지만, 다시 가다듬고 사람들에게 상품을 팔기 시작했다.

 

 10시 가까이에 문을 열었는데 2시간이 지난 지금, 진열된 물건의 반 이상이 팔렸었다. 에노는 손님은 어느 정도 빠져 나갔고, 덕분에 에노도 잠시 쉴 시간이 생긴 것 같았었다. 그러다 문득 장부를 만지고 있는 케일을 보고 예전에 했던 질문을 했다.

 

 “근데, 돈은 모아서 어디다 쓸 거야?”

 

 케일은 장부를 정리하고 수북이 쌓인 계산대의 돈들을 작은 금고로 옮겼다. 오늘 매출도 꽤 괜찮은 것 같아보였다. 있다가 저 금고의 돈들은 다시 그녀가 위탁하는 은행으로 옮겨 질 것이었다. 거의 하루 평균 10000카운티 정도를 꼬박꼬박 예금 해놓으니, 은행에서는 그녀와 에노를 특급 대우를 해줄 정도였다.

 

  “언젠가 쓰겠지. 그러니까 모아두는 거라고.”

 

 그래 그렇게 돈을 많이 모으면, 어딘 가에 써야 하는데, 정작 케일은 돈을 쓰질 않고 모으기만 했었다. 오늘도 역시 금고에만 들어가는 돈을 볼 수밖에 없었다.

 

 에노는 그런 그녀를 보며 잠시 한숨을 쉬었다. 똑같은 옷만 입고 다니는 그녀. 마치 자신의 스승을 보는 것 같아 보이기도 했지만, 온갖 고생을 다하고 다녔던 그녀가 이제는 하고 싶은 것을 하고, 돈도 있으니 사고 싶은 것도 샀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그였다.

 

  “그래도 최소한 옷이나 화장품은 사고 다녀. 매일 똑같이 입고 다니는 건 좀 아니라고 생각해.”

 

  “똑같이는 않거든. 그리고 이제는 드레스는 너무 질려서 말이지.”

 

 케일은 에노의 말을 흘려들으며, 진열대가 빈 곳에 약들을 채워 넣었다. 물론 그녀가 이쪽 세계로 넘어오기 전에는 지금 삶과 비교 할 수 없는 풍족한 삶을 누렸었지만, 지금은 그쪽에 관심이 없는 것 같아보였다.

 

  “그리고 슬슬 배달 나가 봐야 하지 않겠니?”

 

 아, 슬슬 배달을 하러 가야 하구나. 하지만 가게는 아직 북적북적 손님들이 많이 있었다.

 

  “손님이 이렇게나 많은 데, 누나 혼자서 괜찮겠어?”

 

  “걱정 마. 어차피 인기 약은 다 팔렸고, 이 손님들 대부분은 축제 때문에 잠시 들어온 것뿐이니까, 금방 나가겠지 뭐.”

 

 원래 창고에 있던 약과 준비했던 약의 3/4나 팔렸었다. 평소 매출보다 더 많이 나와서 케일은 미소를 지으며 가계장부들을 정리했다.

 

  “그러니까 거의 마지막 매출이 될 것 같은 배달이나 하고 오라고. 특히 그 상자 잃어버리면 안 된다?”

 

  “에이, 조금만 돕다 갈게.”

 

  “갔다 왔으면 해.”

 

 피곤해서 잠깐 쉬려고 했는데, 케일은 그저 미소를 지으며 에노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건 무언의 협박이나 다름이 없었다. 에노는 그냥 쉬는 것을 포기 하고, 나갈 준비를 했다. 등에 메기 위해 상자들을 꺼내왔는데, 각각의 무게가 상당해서 골치 아팠다.

 

  “으으..... 이거 다 들고 가야 하다니.......”

 

 다행히 첫 번째 배달은 가까운 옆 거리에 있었다. 어깨에서 나오는 비명이 덜어내기는 했지만.

 

  “왜 강장제를 30병이나 시킨 거야!”

 

 그것도 일반 크기가 아닌, 20틸(대략 10L정도?)짜리 병을 30개나 시킨 덕에, 에노는 문을 두드리면서도 짜증이 치솟고 있었다.

 

  “주문하신 물건 배달 왔습니다!”

 

 참, 이 말은 마법주문처럼 물건주인이 순식간에 맨발 체로 나오게 했다.

 

  “오오! 벌써 물건이 왔다고요?”

 

 너무나 기쁜 듯이 쳐다보는 남자는 에노가 물건을 내리기도 전에 낚아채고는(그 무거운 것을 갑자기 낚아채서, 아니 그걸 통째로 들고 나르는 것을 보고 놀랐지만.) 잔돈은 됐다면서 돈을 휙 주고 가버렸다. 에노는 그저 멍한 모습으로 손에 쥐어진 돈을 쳐다보았다.

 

  ‘이.... 이정도면 한두 번까지는 해 볼만 할 지도......’

 

 심지어 원래 약값보다 더 많이 돈을 준 것 같은데, 에노는 약값을 제외한 돈을 몰래 자신의 지갑에 고스란히 넣어두었다. 만약 케일이 알면 뺏어가려 할 테지만, 입을 싹 닫고 버틸 계획이었다.

 

  “좋아. 다음 집으로 가자고.”

 

 조금은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다음 장소로 이동하기로 했다. 하지만 아까까지의 기쁨은 곧 다시 거대한 분노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작가의 말
 

 후으.. 갑자기 태풍이 올라오다니.... 몸이 쑤시고 아프네요....흐윽...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공지 잠시 연재관련 공지입니다.(3주 휴재 … 2020 / 5 / 28 882 0 -
공지 안녕하세요! 요번 추석을 맞이하여 쓰… 2019 / 9 / 12 943 0 -
공지 안녕하세요! 새로운 작품 연재 시작합… 2019 / 9 / 4 1013 0 -
75 73. 알볼로니아 극장 2020 / 5 / 22 438 0 8144   
74 72. 기사와 요정, 그리고 만물상 2020 / 5 / 21 340 0 8202   
73 71. 세계 최강, 세계 최고의 팀! 2020 / 5 / 15 339 0 8212   
72 70. 미래 예지 2020 / 5 / 14 337 0 8376   
71 69. 가능성을 보다! 2020 / 5 / 8 352 0 8782   
70 68. 사건, 그 이후! 2020 / 5 / 7 339 0 9132   
69 67. 케일, 쓰러지다! 2020 / 5 / 1 351 0 8400   
68 66. 기습을 당하다! 2020 / 4 / 30 340 0 9244   
67 65. 폭풍의 눈으로, 점점 몰려들다. 2020 / 4 / 24 368 0 8316   
66 64. 사과는 직접! 천천히 한걸음부터! 2020 / 4 / 23 360 0 9189   
65 63. 푸른 고양이와 아기사자, 그리고 늑대개 2020 / 4 / 17 351 0 8160   
64 62. 비밀 요원 2020 / 4 / 16 335 0 8779   
63 61. 예상치 못한 곳에서, 예상치 못하게 등장! 2020 / 4 / 10 357 0 8438   
62 60. 궁금증/ 덜 풀린 실마리 2020 / 4 / 9 357 0 8425   
61 59. 추적 2020 / 4 / 3 358 0 8414   
60 58. 새로운 인물의 등장? 2020 / 4 / 2 352 0 8560   
59 57. 만남의 광장? 2020 / 3 / 27 353 0 8109   
58 56. 수호자들, 모이다! 2020 / 3 / 26 359 0 8647   
57 55. 우리 아직 잊지 않았죠? 2020 / 3 / 20 356 0 8031   
56 54. 정령 납치 사건? 2020 / 3 / 19 360 0 8460   
55 53. 마법사와 요정, 그리고 정령 2020 / 3 / 14 351 0 7882   
54 52. 에노와 셰이옌 2020 / 3 / 12 381 0 7786   
53 51. 대화, 대결, 태엽인형과 초대장 2020 / 2 / 28 360 0 8973   
52 50. 다시 일상으로 2020 / 2 / 27 555 0 9137   
51 49. 다른 세계의 사람들. 2020 / 2 / 21 358 0 8361   
50 48. 땅의 정령. 2020 / 2 / 20 378 0 8468   
49 47. 무엇이든 있는 만물상 2020 / 2 / 14 370 0 8163   
48 46. 마녀의 제자/ 수사하는 형사 2020 / 2 / 13 363 0 9427   
47 45. 악마의 속삭임 2020 / 2 / 8 398 0 7886   
46 44. 테스트란 말은 시험과 실험! 2020 / 2 / 6 357 0 8258   
 1  2  3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검의 연대기 - 용
크네프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