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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겨우살이왕
작가 : 지놓
작품등록일 : 2018.12.23

30년전,

각지의 점쟁이들이 한데 모인 자리에서 모든 신들의 죽음이 예언되었다.

신을 죽음으로 몰아넣을 예언의 집행자는 과연 누구인가!

살신(殺神)의 운명을 거머쥐고 태어난 아이들 앞에서 지금,

세계의 운명이 들끓기 시작한다!

#동양판타지

 
3. 여명을 쫓는 이리(3)
작성일 : 19-09-05 22:18     조회 : 247     추천 : 0     분량 : 4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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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별칭이라…… 물론 어울리지 않게 조금은 낭만적인 게 붙긴 했지.”

 

  이난나의 다소 의외라는 눈길을 의식했는지 그가 조용히 덧붙였다. 그러나 이난나가 정작 듣기를 원했던 설명은 다른 이의 입을 통해 나왔다.

 

  “그건 저 녀석의 유치하기 짝이 없는데다 해괴하기까지 한 가학적인 행태를 듣기 좋은 말로 변형시킨 것에 불과하단다. 저 녀석은 해가 떠 있을 땐 결코 사냥감을 쫓지 않아. 모든 피로가 몰려드는 밤중에만 추적을 개시하지. 사냥감을 극한으로 몰아넣는데서 쾌감을 얻기 때문이야. 여명을 쫓는다는 건 말 그대로 저 녀석이 달빛 아래에서만 달린다는 걸 뜻한단다. 태양이 뜨기 직전까지만 추적을 수행한다는 것이지.”

 

  “가학적인 행태라니…… 조금은 섭섭한 표현인데? 사냥감의 뒤만 헐레벌떡 쫓는 것을 과연 추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뛰어난 추적자일수록 은밀하고 섬세하게 사냥감을 몰아세우는 법이지. 높은 사냥성공률이 내 방식의 훌륭함을 입증하는 것이기도 하고.”

 

  “훌륭한 사냥꾼은 사냥감을 잡는 것에 집중하지, 네 녀석처럼 몰아세우는데서 쾌감을 얻지 않아. 아닌 말로 해만 뜨면 추적을 접는 놈이 무슨. 네가 결코 최고가 될 수 없는 이유다.”

 

  으뜸신녀의 말에 ‘이리’가 기가 차다는 듯 웃었다.

 

  “웃기는군. 지금 불새일족에 나 이외에 제대로 된 추적자가 남아 있는지부터가 의문인데?”

 

  “근거 없는 자의식과잉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여전한 모양이구나. 참, 저 녀석의 저 어울리지 않는 낭만적인 별칭도 실은 자기가 직접 몇 날 며칠을 고심하다 지은 거란다. 웃기지 않니?”

 

  그건 분명 의외의 발언이긴 했다. 저 거칠기 짝이 없는 남자가 자신의 별칭을 짓기 위해 끙끙거리고 있는 모습은 꽤나 상상하기 힘든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말에 귀가 새빨개진 ‘이리’가 별안간 꽥 소리를 질렀다.

 

  “그, 그건 내가 만든 게 아니야! 물범일족의 잘 나가는 노래꾼이 지어준 거라고!

 

  “그 잘나간다는 노래꾼이 ‘온종일 노래하는 종달새‘ 맞지? 그 녀석이 술김에 내게 불더구나. 어린놈이 제발 한 번만 불러달라고, 불러달라고 애원을 하는 통에 불쌍하고 귀찮아서 한 번 노래해줬다고. 나 참, 창피하지도 않나…… 별칭을 스스로 만들어 붙이다니. 주어진 임무만 잘 수행해도 어련히 알아서 붙는 걸 말이야.”

 

  귀에 이어 얼굴 전체가 새빨개진 ‘이리’가 부들부들 몸을 떨기 시작했다.

 

  “그 녀석…… 죽, 죽여 버릴 테다…….”

 

  그걸 보고 만족스럽다는 듯 웃어젖히는 으뜸신녀와는 달리, 탈루는 다소 걱정스런 마음이 앞섰다. 유치하다는 그녀의 말처럼 ‘이리’는 이따금 어린아이 같은 모습을 드러내긴 했으나, 그 근저에는 언제나 살기어린 섬뜩함과 흉포함이 깃들어 있었다. 그 이해하기 힘든 기묘한 불균형이 탈루의 마음을 쉬이 놓을 수 없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즈음 날선 두 사람에 의해 점차 고조되어가던 긴장감은 전혀 의외의 인물에 의해 갑작스럽게 무너져 내렸다.

 

  “저, 저…… 으뜸신녀님. 저는 머, 먼저 학당 안에 들어가 있을까요……?”

 

  소리가 난 쪽으로 모두의 고개가 일제히 돌아갔다. 그곳엔 엉거주춤히 서있는 후르가 있었다.

 

  “어…… 죄, 죄송해요.”

 

  울먹거리는 후르를 보자 티브리는 그제야 시간이 꽤나 흘렀다는 사실을 인지할 수 있었다. 여느 때 같으면 이미 학당에서의 첫 수업이 시작되고도 남을 시각이었던 것이다. 다른 아이들과는 달리, 후르만은 여전히 이곳에 남아있어야 했다. 자연히 다른 이들보다야 시간에 민감할 수밖에 없었으리라.

 

  ‘가여운 녀석…….’

 

  또한 ‘이리’ 쪽에서도 시간의 경과를 인지한 모양이었다.

 

  “그러고 보니 난데없이 시비를 걸어온 누구 때문에 시간이 많이 지체된 것 같군.”

 

  “문제의 발단이 된 원흉에게 듣고 싶은 말은 아니지만…… 어쨌거나 동감이야. 마땅찮긴 해도 샤의 결정이니 따를 수밖에 없겠지. 다만 이 아이들에게 무슨 허튼 짓이라도 할 경우엔 네놈을…….”

 

  “그땐? 어쩌게?”

 

  차갑게 비웃는 ‘이리’를 보면서도 차마 말을 마무리하지 못한 까닭은 그것이 오히려 그를 더 자극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다.

 

  티브리는 애써 마음을 가라앉히며 몸을 돌렸다.

 

  “이난나, 가자꾸나. 후르는 학당에 들어가 대기하고 있거라. 금방 갈 테니.”

 

  그러자 ‘이리’도 눈치를 살피고 있던 프타와 탈루에게 자기 쪽으로 오라고 손짓했다.

 

  “하필이면 저 지랄 맞은 여자에게 걸려서 시간만 축내고 말았군. 너희 둘, 따라와라.”

 

  말을 끝마치자마자 성큼성큼 수련장 밖으로 걸어 나가는 그를 프타와 탈루가 황급히 뒤쫓아 가려 할 때였다.

 

  “프타, 탈루! 잠시만 이리로 와 보거라!”

 

  뒤에서 지켜보던 으뜸신녀가 다급히 그들을 호출했다.

 

  “1분만!”

 

  티브리의 외침에 ‘이리’가 자그마하게 욕설을 내뱉으며 침을 탁 뱉었다.

 

  “이리로, 이리로 오거라. 당부해둘 말이 있으니까.”

 

  그렇게 ‘이리’에게서 조금 떨어진 곳까지 이끌려간 둘은 으뜸신녀의 나지막한 음성에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어쩌다보니 저 터무니없이 골치 아픈 인간이 너희들의 인도자가 되었구나. 본디 무리를 이끄는 것은 부난의 역할인데 어찌하여 샤가 저 괴팍한 녀석에게 그 역할을 맡기셨는지…… 그래도 나는 너희들을 믿는단다. 너희는 내가 맡아본 아이들 중에 최고였어. 물론 당연히 알고 있었겠지만 말이다.”

 

  “우와! 정말요?”

 

  탈루와 프타를 바라보던 으뜸신녀의 두 눈이 신뢰로 빛났다. 탈루는 문득 가슴 한 편이 뭉클해져 오는 걸 느꼈다.

 

  “딱 하나만 명심해두도록 해라. 저 인간이 말하는 것은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다 귀담아 들어야 한다. 단 하나도 빠짐없이 말이다. 나 역시 저 녀석을 싫어하긴 하지만 그의 능력만은 인정하고 있단다. 저 인간은 정말로 타고난 추적자야. 현 으뜸야난과 30년이란 세월차가 있음에도 바로 그 다음 가는 실력자로 추켜세워지는 게 바로 저 녀석이지. 밤의 장막 아래에선 어쩌면 더 뛰어날지도 모르고…… 수많은 선배 야난들이 저놈을 싫어하면서도 무시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그 출중한 실력 때문이란다.”

 

  꽤나 놀라운 말이었다. 으뜸신녀는 그토록 진지한 눈으로 ‘이리’의 능력에 찬사를 보내고 있었다.

 

  “결코 친절하진 않을 거야. 너희를 궁지로 몰아갈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녀석의 행동 하나하나를 놓치지 말거라. 분명…… 도움이 될 거야.”

 

  그녀의 진지한 음성에 탈루와 프타의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그럼…… 마음 단단히 먹고 그의 지시를 잘 수행가거라. 프타, 탈루…… 행운을 빈다.”

 

  곧이어 티브리가 이난나를 데리고 사라지자 메 수련장 안엔 ‘이리’와 프타, 그리고 탈루만이 남게 되었다.

 

  “이제 우릴 어떻게 할 거죠?”

 

  탈루는 프타의 당돌한 질문에 ‘이리’가 눈을 부라릴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그는 화를 내는 대신, 비릿한 미소만을 내비칠 뿐이었다.

 

  “왜, 내가 잡아먹기라도 할까봐?”

 

  “순순히 먹히진 않겠어요.”

 

  프타의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그가 낄낄거리며 웃었다.

 

  “그래…… 네가 바로 그 유명한 도깨비소녀로군. 장난꾸러기 신을 받았다지?”

 

  “맞아요. 내가 바로 그 유명한 네마르 프타예요. 그리고 나의 신은 그보다도 더 유명한 도깨비들의 첫째 대형(大兄)이죠.”

 

  놀랍게도 ‘이리’는 프타의 말장난 같은 대답에 상당히 흡족해 하는 눈치였다.

 

  “그래, 확실히 재미있겠어. 기대가 돼…… 적어도 내 입장에선 말이지.”

 

  의문에 물드는 아이들의 눈을 보곤 ‘이리’가 나직이 뒤의 말을 덧붙였다.

 

  “다란 카시. 아직 내 물음에 답하지 않았어요. 우릴 어떻게 할 생각이죠?”

 

  프타가 다시금 커다란 두 초록색 눈동자를 번뜩이며 물었다.

 

  “아아, 걱정하지 말라고 도깨비소녀. 아직은 뭘 어떻게 하지 않을 테니까. 일단은…… 그래, 어지간히도 엉덩이가 무거우신 나머지 하나를 마저 데리러 가는 게 우선이겠지?”

 

  말을 마친 ‘이리’의 시선이 수련장 너머 동쪽을 향했다.

 

  새벽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등장하는 창조신의 상징이 가장 먼저 얼굴을 내비치는 곳, ‘이리’의 시선이 멈춘 그곳에 고색창연한 ‘누마’의 불꽃깃발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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