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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아리따운 주꾸미야
작가 : 정민
작품등록일 : 2019.9.5

천신에게 바칠 제물을 해신이 가로챘다. 두 신의 줄다리기 속에 새우등 터지는 '그 제물', 인간처녀 주욱금의 이야기.

 
파도에 휩쓸려 (1)
작성일 : 19-09-05 16:12     조회 : 340     추천 : 0     분량 :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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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

 

  욱금은 흰 조각배 위에서 눈을 떴다. 달빛이 파랬고, 사방이 망망대해였다. 그녀는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다가 고개 숙여 제 차림새를 훑었다. 붉은 비단치마에 흰 겹저고리 위로 곱게 빛나는 검푸른 활옷. 머리에 드리운 쪽빛 너울. 하늘의 신부라는 상징이었다.

 

  "…신부 좋아하시네."

 

  실상 그녀는 인간들이 가뭄을 피하려고 바친 제물일 뿐이었다. 그러니 이건 그냥 개죽음이다. 운 나쁘게 제사장에게 간택되어 모두가 보는 앞에서 천신과의 혼례를 치른 뒤, 망망대해에 홀로 띄워져 굶어죽는 거다.

 

  올 가뭄엔 욱금이 희생양이었다. 그녀는 비천한 약초꾼이 산속에서 주워다 키운 고아였으니까. 잘난 집 여식들을 제물로 바칠 린 없잖은가.

 

  슬슬 배가 고팠다. 한숨을 쉬던 욱금은 문득 허리춤의 은장도를 떠올렸다. 제사장이 저를 바다에 띄우기 전 이것을 왜 쥐어줬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으라고. 더 괴롭기 전에 존엄하게 죽어버리라고.

 

  '개새끼들. 이걸 배려라고 해?'

 

  들어줄 사람이 없어 욱금은 속으로만 욕을 한 바가지 쏟아냈다. 은장도는 도로 집어넣었다. 칼 꽂고 피 철철 흘리며 죽느니 그냥 눈 딱 감고 바다에 뛰어드는 게 낫겠다 싶어서였다. 그래, 뛰어들자. 그 전에 일단 그녀는 기도를 했다.

 

  "천신님께 비나이다. 인간들이 추악한 제물놀이를 그만둘 때까지 육지에는 결코 비가 내리지 않게 하소서. 미천한 이 육신을 제물 삼아 소원을 들어주시려거든, 우리 할매 피부병이나 깨끗이 낫게 하소서."

 

  한결 속이 후련했다. 나를 희생양 삼았으면 내 소원을 들어줘야지. 그게 욱금의 생각이었다. 정말로 신이라는 게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욱금은 심호흡을 하고 일어섰다. 검푸른 바다 위로 붉은 치마폭이 나부꼈다. 바닷바람이 욱금을 강하게 휘어잡아 뱃머리 위에 올려놓았다. 그 위치에서는 고개를 얼마 숙이지 않아도 크게 울렁이는 파도가 시야에 훤히 들어왔다. 어서 뛰어내리라고 아우성치는 것만 같았다. 욱금은 마음속으로 숫자를 셌다. 하나, 둘, …

 

  헌데 멀리서 무언가가 보였다. 바다보다 조금 위에, 허공에 무언가가 떠있었다. 처음에는 짙은 물안개에 가려 똑바로 보이지 않았지만, 형체가 점차 또렷하게 빛났다. 사람의 형체였다. 하나의 생각이 욱금의 머리를 스쳤다.

 

  '설마… 천신 유와!'

 

  멀리 그 형체에서 쏟아져 나오는 빛이 너무나도 강렬하여 눈뜨기가 어려웠다. 욱금은 문득 어릴 적 빨래터에서 주워들은 이야기를 떠올렸다.

 

  '신령님을 직접 보면 눈이 멀어버린다는 설이 있네.'

  '하이고~ 왜? 몸땡이에 금칠이라두 했나?'

  '여편네 헛소리는! 나라님도 함부로 쳐다보았다간 매질을 당하는 마당에 신이라고 어디 똑바로 쳐다볼 수 있겠소?'

 

  그 아낙네들 하던 말이 영 잡소리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네까짓 것이 감히 나를 똑바로 보느냐는 듯, 괘씸하니 실명이라도 시키려는 듯, 눈과 살갗을 뜨겁게 찌르는 광휘. 그게 지금 욱금의 눈앞에 보였으니까.

 

  욱금은 용기내서 그를 불렀다.

 

  "천신님…?"

 

  그 순간이었다. 조각배의 양옆에서 물기둥이 치솟았다. 놀랄 새조차 없었다. 욱금이 헉 하고 숨을 들이키기도 전에 물기둥은 그녀를, 아니 조각배를 통째로 덮쳐 바다 속으로 끌어내렸다.

 

  차갑고 거대한 물길이 사방에서 휘감겨오며 욱금을 무겁게 짓눌렀다. 숨이 턱 막히고, 힘겹게 눈을 떠도 시야가 흐렸다. 그러면서도 욱금은 동시에 누군가의 커다란 품에 안겨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눈을 찌르던 빛과 멀어지고 심연으로 끌려 내려가며 그녀는 똑똑히 들었다.

 

  "네가 천신의 제물이라지? 탐이 나서 훔쳤다."

 
작가의 말
 

 잘 부탁드립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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