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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길을 찾는 사람들
작가 : 고비사리
작품등록일 : 2019.9.4

신화와 괴물들, 패권다툼이 만연한 흉악한 세상
사연있는 사람들이 세상속을 헤쳐나가는 이야기!

 
모든 인연은 기묘한 데가 있다. (2)
작성일 : 19-09-05 11:35     조회 : 215     추천 : 0     분량 : 5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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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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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빛이 망막에 물든다. 장년 남자는 열기가 부족한지 장작을 더 던져 넣는다. 한층 불길은 거세게 타오르고 벽난로를 둘러앉은 일행이 주인장에게 감사인사를 한다. 일행은 모두 망토를 벗어 의자에 걸어 두었다. 그들의 허리 아래는 모두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일행은 벽난로 주위도 둘러앉아 술잔을 들고 여운을 즐기고 있었다. 소년은 아직 의식을 찾지 못한 채 난로 앞에 눕혀져 있었다.

 

  “왜 안 깨어나는 걸까요?”

 

  멜리가 상체를 숙여 턱을 괸 자세로 소년을 들여다본다. 처음 본 소년의 피부는 진흙과 먼지로 뒤덮여 추레한 모습이었지만 따듯한 물로 한차례 씻기고 나니 꽤 귀여운 인상이었다. 회백빛 머리칼이 결 좋게 흘러내리는 아래 피부색도 희어 수려한 외모였다.

 

  “꽤 오랫동안 길을 헤맸던 모양이니까, 체력이 다해 쓰러진 데다 먹은 것도 없어 뵈니 시간이 걸리겠지, 의사가 말하길 큰 문제는 없다 했으니 곧 깨어나긴 할거야.”

 

  “뭐 기운 차릴 때까지 얌전히 기다리죠, 어차피 이제 일도 없잖아요?”

 

 타리하와 라쿠는 낙관인지 무심인지 모를 정도로 관심이 없어 보였다. 본래 감정표현이 드문 셰피를 포함해 그들은 전장도 두차례 경험했고, 생사의 기로에 서있는 조난자 정도는 크게 호들갑 떨 일이 아니었다.

 

 “때마침 쉴 때라 다행이지 조난자라니, 바로 다음 임무가 있었어봐, 곤란할 뻔했어.”

 

 “이 도시에는 조난자를 맡아줄 곳이 마땅찮으니까요.”

 

  일행은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며 술잔을 기울인다. 멜리는 그 작은 체구 어디서 박력이 나오는지 술잔을 단숨에 비워냈다. 그리고선 목이 화끈거리는지 한숨을 폭 내쉬었다.

 

  “호~ 굉장히 독특한 술이네요 이건.”

 

  “북쪽 끝자락에서 나는 술이다. 그 한 병이라도 있는 게 신기한 술이지, 아껴 마셔라.

 

  오랜 시간 다양한 지역을 돌아다녀본 타리하가 나직이 알려주었다. 그가 이르기를 굉장히 독한 술이니 조심하라 했지만 일행은 이미 어른 주먹만 한 잔을 두어 개 비워낸 후였다. 건장한 청년 라쿠가 의외로 먼저 취했다며 방으로 사라졌고, 갓 성년인 멜리는 의외로 셋째 잔을 무난히 즐기고 있었다.

 

  “전부터 쭉 느꼈지만 라쿠는 유독 술을 낯설어 하네.”

 

 “그는 무장 수도회 출신이니까. 술을 가까이하고 살지는 않았을 겁니다.”

 

  지나가는 듯한 멜리의 감상에 답해준 건 한 켠에서 묵묵히 말린 과일을 씹던 셰피였다. 야외에서 착용하는 겉옷을 벗고 간편한 셔츠를 입고 있는 그녀는 확연히 아름다움을 뽐냈다.

 

  “그럼 셰피는 어때? 술이랑 친한 편이야?”

 

  “뭐 대장처럼 어려서부터 입에 대지는 않았지만 종종 마셨습니다.”

 

  “나도 성인식 치르고 나서야 마셨다니까, 도통 믿지를 않네.”

 

  일행은 하루 일과를 끝내고 편히 쉬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소년이 돌연 눈을 떴다. 혼수 상태가 길어 상태가 온전치 않았다. 잘 떠지지 않는 눈으로 애써 주변을 살피더니 몸을 벌떡 일으켰다. 담요가 거칠게 펄럭이며 바닥에 내려앉고, 일행의 시선은 모두 그를 향했다. 그는 명백히 주변을 경계하는 모양새였다. 멜리는 구해준 입장으로서 경계 받는 것이 썩 달갑지 않았다.

 

  “자넨 꽤 오랜 시간 의식을 잃었네, 그렇게 갑자기 움직이면 탈이 날 테니 일단 쉬기를 권하네만.”

 

 타리하가 부드러운 어조로 그를 달랬다. 소년은 낯선 이와 동석을 꺼리는 표정이었으나 움찔움찔 갈등하던 것도 잠시, 곧 좌석에 앉았다. 긴장감이 역력했으나 동시에 몸의 피로도 남아있어 의자에 몸을 깊이 묻었다. 타리하가 투박한 손길로 담요를 다시 덮어주었고, 소년은 뻣뻣한 고갯짓으로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 채 5분도 되지 않아 다시 기절하는 것처럼 잠들어버렸다.

 

 “원래 정신을 잃기 전까지는 힘들었을 테니, 예민할만하지. 우리도 다들 쉬지.”

 

  “그래, 죽어가던걸 살렸더니 저런 눈초리도 맞아볼 수 있지. 옷도 다 말랐으니 가서 자자 모두.”

 

  멜리가 뜻없이 농담했다. 소년을 쉬게 할 침대가 없어 라쿠가 주인장의 양해를 구하고 옷가지를 얻어 간이 침낭을 만들었다. 주인장이 두꺼운 천에 모포도 넉넉히 나눠주어 모두 따듯하게 밤을 보낼 수 있었다.

 날이 밝고 일어난 사람들이 하나 둘 여관 1층에 모였다. 소년은 묽게 끓인 오트밀에 말린 고기조각을 약간 먹었더니 꽤 기운을 되찾았다. 얼굴에 혈색이 감돌았고, 전날보다 훨씬 몸에 생동감이 있었다. 일행이 모두 아침식사를 마칠 때 즈음 라쿠가 내려왔고, 멜리 일행이 모두 모이자 소년이 꾸벅 인사를 올렸다.

 

 “작일 은혜를 베풀어 주셨음에도 불구하고 경황이 없어 무례하게 대한 점, 관대히 넘어가 주셔 감사드립니다.”

 

 고색창연한 사과에 일행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 어색한 침묵 뒤에 자연스럽게 대답하는 건 라쿠였다.

 

 “별말씀을, 이 땅에 모든 행객은 이웃지간이라 했습니다. 이웃을 도왔을 뿐인 것을 어찌 은혜라 내세우겠습니까?”

 

 “교단의 사제 분이셨군요, 재차 감사합니다.”

 

 소년은 라쿠의 말투에서 무언가 알아챈 듯 보였다.

 

 “다른 형제 자매분을 만나 뵌 적이 있나 보군요.”

 

 “예, 이전에 온갖 지역을 떠돌아다녔던 터라 사제분들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여행자인 제게 매우 친절하시더군요.”

 

 “그러면……. 혹시 성함이 어찌 되시나요?”

 

 “아, 제 소개도 하지 않았군요, 저는 사이(Sih)라고 합니다. 꽤 별난 이름이죠”

 

 “갈드인 이셨군요, 제롬 사람들에겐 낯선 이름이긴 하죠.”

 

 라쿠와 사이가 의외로 화기애애한 대화를 이어 나가자, 묘하게 소외된 멜리가 타리하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얘기에 끼어 들지도 못하고 전전긍긍하는 눈치였다.

 

 “라쿠가 떠도는 빛(Hovering light) 교단 사제였죠?”

 

 “그렇지, 일하면서 많이 마주쳤잖아? 우리 전사단이랑 협력하는 관계고.”

 

 “쟤는 그걸 어떻게 안거예요?”

 

 “떠도는 빛의 교리는 아무런 사심 없이 곤란에 빠진 여행자를 도우라 하거든. 저렇게 착해 빠진 대사를 읊는 건 교단밖에 없다.”

 

 사이는 라쿠와 대화하던 중 돌연 타리하에게 고개를 돌려 조심스레 물었다.

 

 “실례지만 혹시 용병일을 하시는 분들입니까?”

 

 “그렇다만.”

 

 “이 근방에서 활동하신다면 푸른송곳 분들이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맞으시다면, 한가지 의뢰드릴 것이 있습니다만….”

 

 “자네 추측이 맞기는 한데, 지금 우리 부대는 공식적으로 정기 휴가라서 의뢰는 불가능해. 애초에 사무소를 통한 의뢰만 수행 가능하지만…….”

 

 “그것도 그렇지만~ 이야기를 들어보면 방법이 생길지도 모르지. 휴가라는 건 할 일이 없다는거잖아요? 다른 사람을 도와줄 수도 있잖아요?”

 

 타리하가 정중히 거부하려던 그때, 멜리가 헛기침을 두어 번 하더니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녀는 사이의 이야기에 관심이 있어 보였다.

 

 “일의 종류에 따라서 다르지만, 그래도 우린 꽤 몸값이 비싸서 말이야. 구체적인 내용을 물어봐도 될까?”

 

 “아 물론입니다. 어찌 보면 굉장히 모호한 일인데……. 찾는 사람이 있어서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우린 탐정 일하는 사람이 아니야, 그런 거라면 여기 도시 안에도 퇴역 군인들이 도와 줄거다.”

 

 가만히 얘기를 듣고 있던 셰피가 부정적인 태도를 내보였다. 그녀는 내심 다른 일을 맡기 싫은 눈치였다. 멜리는 가만히 그녀를 보다가 라쿠와 시선이 마주쳤다. 타리하와 셰피가 미심쩍다는 반응을 보이니 그녀는 라쿠의 의사를 물었다.

 

 “라쿠는 어때? 얘 의뢰에 관심있지 않아?”

 

 “저는 아무래도 상관없어요. 정기 휴가 때마다 갈 곳도 없어서 지정 여관에 장기 투숙하곤 했으니까요, 일감이 있다면 환영이죠.”

 

 “좋아, 2:2라면 얘기는 계속 들어보자고, 그래서 찾는 사람은 누구야?”

 

 “제가 찾는 사람은 제 친구입니다만 자세히는 저도 모릅니다. 제 또래인 귀족 남자이고, 이름이 규리첼이라는 것 밖에…….”

 

 “그건 좀……. 많이 곤란하네.”

 

 멜리가 가만히 이마를 짚었다. 타리하가 뒤에서 그 모양새를 가만히 지켜보다가 불쑥 말문을 열었다.

 

 “그 이름에 대해서 몇 가지 아는 바가 있다.”

 

 “오~ 부대장 어서 알려줘요.”

 

 “규리첼은 이름이 아니라 가문명이야. 찾는 사람은 아마 갈드 출신 귀족일 거다. 갈드 땅은 나도 많이 다녀보지 않아서 정확하지는 않지만 백작 위였던 것 같은데…….”

 

 타리하가 턱을 매만지며 가만히 생각에 잠겼지만 딱히 생각나지 않아 보였다. 그때 테이블에 남아있던 빵 조각을 오물거리던 셰피가 넌지시 말을 던져왔다.

 

 “어젯밤에 임무 보고하러 사무소에 들렸을 때 들은 말이 있는데, 데몰레니스가 근처에 와 있답니다.”

 

 “에? ‘손잡이’가 이 근처에? 어째서?”

 

 일행 모두 적잖이 놀랐으나, 타리하는 무언가 눈치 채고 끄덕거렸다.

 

 “이 근처라고 한다면 대공동인가, 드멀지(Dmerge)랑 거래할 때가 됐지. 현자가 와있다니 다행이군 그에게 도움을 구하면 되겠어.”

 

 “대공동이면 그래도 한나절 이상 걸어야 닿을 텐데, 하루는 야영할 각오를 하고 움직여야겠는걸.”

 

 일행은 빠른 속도로 결론을 내리고 계획을 세웠다. 그 사이에서 우물쭈물하던 사이는 드디어 그들의 대화 끝에 한마디를 걸칠 수 있었다.

 

 “근데 그, 사소한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사실 이게 핵심인데…….”

 

 “무슨 문제?”

 

 “제가 사실 누군가에게 목숨을 위협받고있습니다. 잠시라도 사람들 이목에 걸리면 금세 찾아와서 죽일 듯이 쫓아오는데…….”

 

 “사람을 찾아 달라는 것에 더해 경호 의뢰이기도 한 거네.”

 

 “무슨 사연으로 쫓기는 지는 묻지 않을 게요, 하지만 이런 개인적인 고용에는 우리도 신경 써야할 점이 많아서… 누구에게 쫓기는 건지 명확히 알려주세요.”

 

 사이의 신원과 관계될 수 있는 사항이기도 하여 조심스레 묻는 라쿠였다.

 

 “정확히 어떤 사람들인지는 저도 모릅니다. 기억하는 건……. 항상 대여섯 인원이 말을 타고 쫓아오는데다 팔다리까지 세련된 갑옷을 챙겨 입은 게 어지간한 부호도 질릴 정도의 재력이었습니다. 게다가 갈드왕국 북단에서 여기 제롬왕국까지 쫓을 정도로 집념이 있습니다.”

 

 “음……. 그 정도면 확실히 시정잡배는 아니군. 얽힌 권력이 있는 건가.”

 

 “사적인 원한은 절대 아닙니다. 그건 제가 보장할 수 있어요. 사실 지금도 굉장히 불안합니다. 여기도 사람 깨나 많은 대도시로 보이는데, 언제 그들이 쫓아올 지 몰라요. 그 갑옷마다 칠해진 불그스름한 원모양만 떠올려도 치가 떨립니다.”

 

 “빨간 원 모양? 설마, 혹시 이런 모양입니까?”

 

 라쿠가 꺼내든 것은 일전에 손에 들고 다녔던 둥근 목조품이었다. 목조품을 보자마자 사이는 격한 공감을 보이며 연신 끄덕였다.

 

 “네 바로 그겁니다. 음, 혹시 사제님은…….”

 

 “아 저는 행객분을 쫓는 무리와는 관계가 없습니다. 이 성물이 상징이라면, 무장수도회(Order)군요. 갈드 왕실에 관련된 무장수도회라 한다면 ‘꿰뚫는 빛 수도회’ (Piercing Light Order)입니다.”

 

 “음……. 기사단으로부터 지켜주며 사람을 찾아야 한다니, 그건 정말 난제인데.”

 

 “대금이라면 절대 부족하기 않을 겁니다. 가능한지 여부만 말씀해 주세요.”

 사이가 매달리다시피 부탁을 거듭했다. 멜리는 쉬운 일이 아님을 깨닫고 고민에 빠졌다. 타리하가 한술 더 떠 그녀의 어깨를 붙잡았다.

 

 “기사단이 얽혀 있다면 실력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위험하다. 소년에겐 미안하지만 이 부탁은 여러모로 우리 역량을 넘었다.”

 

 
작가의 말
 

 오늘도 반갑습니다. 가끔은 다른사람 말에 신경쓰지 않아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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