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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갑중의 갑
작가 : 도도한지윤
작품등록일 : 2019.9.1

신개념 먼치킨 히어로
돈으로 모든 걸 해결하는 돈지랄 액션. 사이다 같은 전개.

 
갑중의 갑(3) - 구구 고등학교로
작성일 : 19-09-05 10:47     조회 : 188     추천 : 0     분량 : 94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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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석두는 아침부터 일찍 일어나 스트레칭을 하고 있었다. 오랜 시간 운동 선수로 지냈기 때문에 몸에 익숙해져 있었다. 어제 강비서의 말에 따르면 대부분 경호원 생활을 하다가 짤린 사람들의 공통적인 부분이 회장님이 불렀을 때 즉각 오지 않고 변명을 늘어놨기 때문이라고 했다. 우스갯소리로 성인용 기저귀를 차고 하면 더 편할 거라고 말한 것이 완전히 농담으로 들리지는 않았다.

 

 ‘그래, 월급을 2천만원이나 주면 좀 까탈스러워도 이해해야지. 좀 더 빠르고 신속하게 응답하면 되겠지.’

 

 스트레칭 후 아침식사를 위해 식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처음 식사했을 때도 느꼈지만 반찬도 정말 많고, 너무나 맛있었다. 강비서의 말로는 반찬업체에 부탁해서 일주일에 한 번씩 반찬을 교체한다고 했다. 열심히 먹고 있는데, 회장님이 내려왔다. 마석두는 회장님이 먹고 일어난 줄 알았기 때문에 멈칫하고 회장님과 강비서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강비서는 신경 쓰지 말고 편하게 먹으라고 눈짓을 보냈다.

 

 “강비서, 오늘 일정이 어떻게 되지?”

 “우선 구구고등학교에서 입학절차를 밟게 되고 김사장과 미팅이 잡혀 있습니다. 미팅시간은 유동적이므로 언제 가시던 상관은 없지만, 빨리 일정을 끝내시는 게 편하실 것으로 생각됩니다. 저희가 집을 비우는 동안 보육원에서 남은 반찬들을 정리해 간다고 하니 참고 하시길 바랍니다. 오후 5시쯤에 반찬업체에서 방문해 반찬을 갖다놓을 예정입니다.”

 “여기서 몇 시에 나가지?”

 “뭐, 크게 상관은 없지만, 한 시간 정도 걸리니 8시에 출발하면 바로 입학절차를 밟을 수 있습니다. 늦어도 10시에는 출발해야 이후 일정에 차질이 적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일찍 보고 들어오지 뭐”

 “피팅룸에 들어가면 의상 세팅이 되어 있습니다.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갑돌이는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에 앉아 식사를 시작했다. 강비서와 마석두도 따라서 식사를 시작했다. 반찬을 깨작깨작 집어먹던 갑돌이는 강비서를 슬쩍 보더니, 헛기침을 한 후 강비서에게 조심스레 말했다.

 

 “일정을 미루면 안 되겠지?”

 “안돼요. 더 이상은 못 미뤄요. 이미 학기가 시작 됐다구요. 입학하자마자 다니지 않는 걸 다행으로 아세요.”

 “그냥 해 본 말이야. 오랜만이네, 학교 가는 거.”

 

 갑돌이는 허공을 보며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강비서랑 마석두도 그 표정을 읽었지만 갑돌이 눈치를 보는 마석두와 달리 강비서는 익숙하다는 듯 식사를 하고 있었다. 마석두는 물어보고 싶었지만 차마 그러지 못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단순히 학교가기 싫어하는 투정으로 여겨지지는 않았다. 계단을 오르는 회장님의 발걸음이 왠지 모르게 반 박자 느리게 느껴졌다.

 

 “회장님이 내려오시기 전에 준비 끝내고 나오세요.”

 “걱정마십쇼. 양치질만 하고 옷만 걸치면 끝납니다.”

 

 강비서는 시간을 체크하더니 식사를 끝마치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마석두도 식사를 마치고 방에 들어갔다. 마석두가 나오자 아직 아무도 준비가 안 됐는지 마석두 혼자 기다리고 있었다. 곧 강비서가 방에서 나오고 회장님이 내려오고 있었다. 회장님의 발걸음이 평소보다 많이 느렸다. 표정도 좋지 않았다. 이럴 때 심기를 건드렸다가는 바로 모가지가 짤릴 것 같아서 마석두는 평소보다 어깨가 더 움츠려들었다.

 

 “강비서, 오늘 저녁에는 골든 한정식에 vip코스로 3인 식사 예약해놔.”

 “몇 시에 예약해둘까요?”

 “음.. 기존 예약인원 있는지 확인해보고 없으면 5시부터 7시, 기존 예약인원 있으면 나한테 다시 물어봐줘.”

 

 강비서는 시계를 체크한 후 말했다.

 

 “지금은 영업시간 전이니 제가 나중에 전화로 알아보겠습니다. 우선 입학절차부터 밟으시죠.”

 “그래, 고등학교는 졸업해야지. 가자.”

 

 강비서가 앞장서고 가운데 갑돌이, 뒤에는 마석두가 따라 붙었다. 차에 타려는데 갑돌이가 말했다.

 

 “학교를 다니게 되면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일정이 단조로워서 더 바빠지겠는걸. 얼마나 학교를 빠지면 졸업을 못하게 되지?”

 “구구고등학교는 유급당하지 않으려면 결석일수가 50일을 넘기면 안 됩니다.”

 “50일 밖에 안 돼?”

 “사정을 설명 드려서 중요한 일이 있을 경우, 출석으로 인정해주기도 합니다. 뭐 계약이나 비즈니스 건으로 학교를 빠져도 되지만 그럴 경우 회장님이 원하는 평범한 고등학교 생활을 힘들 것으로 생각됩니다.”

 “고등학생이 비서와 경호원을 대동하는 것은 괜찮나?”

 “안 될 건 없지만 이목이 집중될 것 같습니다.”

 “교장이 말이 잘 통해야 될 텐데 걱정이군.”

 “잘 얘기해두었으니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오늘도 명목상에 절차만 밟는 것이지 얘기는 다 끝난 상태입니다.”

 “그럼, 어디 고등학교 생활을 시작해볼까”

 

 갑돌이가 탄 차가 숙소를 떠나 평화시 비둘기동에 위치한 구구고등학교로 향하고 있었다. 구구고등학교까지는 앞으로 1시간이 더 걸리는 먼 거리였지만 평범한 고등학생이길 바라는 회장님의 바람대로 회장님이 묵는 곳을 숨겨야 했다. 마석두는 고등학교에 비서와 경호원이 왜 대동해야 되는지 묻고 싶었지만 입을 꾹 다물었다. 갑돌이의 표정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강비서도 갑돌이도 마석두가 과하게 긴장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아무도 마석두를 신경쓰지는 않았다.

 

 마석두는 자신의 앞 날(?)도 모른 체 구구고등학교로 향하고 있었다. 한참을 운전하던 강비서는 어느 미용실 앞에 차를 멈췄다. 미용실로 강비서를 따라 갑돌이와 마석두가 이동했다. 강비서와 갑돌이의 시선이 마석두를 향했다. 마석두는 설마 자신을 바라볼 것이라 생각하지 못하고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갑돌이는 웃음을 참는 듯하더니 마석두의 시선을 피하며 뒤로 돌았다. 의아한 마석두에게 강비서는 아주 친절하게 웃으며 자리로 안내했다.

 

 “실장님, 이 분 머리 좀 잘라주세요.”

 “네, 어떻게 잘라드릴까요?”

 

 마석두가 헤어스타일을 말하려는데, 강비서가 마석두보다 한 발 먼저 스타일을 제안했다. 아니 스타일이라기 보다 의문이 생기는 말이었다. 강비서는 실장에게 말했다.

 

 “고등학생으로 보이게 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실장이 가위를 집어들자, 마석두는 놀라서 자리에서 엉거주춤 일어났다. 마석두는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지만 더듬어가며 강비서에게 물었다.

 

 “어.. 자...잠깐? 제...가 대신 고등학교 생활을 하는 건 아니죠? 그...쵸?.. 설마 .. 회장님 대신? 에이, 아니죠?”

 “반은 맞고 반은 틀려요. 회장님을 경호하려면 붙어있어야겠죠? 그럴려면 같이 학교를 다니셔야겠죠? 수업시간 안 듣고 숙제 안하고 중간고사 망쳐도 되니까 붙어만 있어요. 그럼 부담 없죠?”

 “아니, 그래도 이건 아니죠. 무슨 이런 식으로 경호를 해요.”

 “아, 중요한 말을 안 드렸네요. 하루 수당 30만원씩 추가 됩니다. 일주일에 150만원씩 수당이 생기는데, 뭐, 거부하시면 어쩔 수 없지요. 다른 경호원을 당신 월급에서 고용하는 수 밖에... 대략 한달에 600만원 이상 차감이 되시겠네요. 교복만 입고 있을 뿐, 다른 문제가 안 될 거라 생각해서 말씀을 안 드렸는데, 어쩔 수 없네요. 다른 분을 알아봐야...”

 

 돈 얘기가 들리자 마석두의 눈빛이 바뀌었다.

 

 “실장님. 아주 어린 고등학생으로 보이게 잘 짤라주세요!!!”

 

 강비서는 미소를 지으며 실장님에게 목례를 한 후 시야를 벗어났다. 마석두가 머리를 자르자 이번에는 피부관리실로 이동했다. 마석두는 체념한 듯 받아들였다. 아니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사실 추가수당이 없었어도 마석두는 고등학생 신분으로 생활하려고 했다. 다만 약간의 밀당이었다.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았지만 입가에는 미소가 끊이지 않았다. 피부관리사가 마석두에게 물었다.

 

 “손님 무슨 좋은 일 있으신가 봐요?”

 “아니요, 좋은 일은 무슨, 여기 한 번 받는데 얼마 정도 하죠?”

 “지금 받는 코스는 30만원짜리에요. 300만원 한 번에 결제하시면 한 번 서비스로 해드려요.”

 

 마석두는 가격을 듣고 속으로 놀랐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표정관리를 해보였다. 비싼 피부관리를 공짜로 받는 자체만으로도 땡 잡았다고 생각했다. 마석두가 머리부터 발 끝까지 마사지를 받는 동안, 강비서와 갑돌이는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강비서가 먼저 말을 꺼냈다.

 

 “저까지 학교를 다니게 되면 회장님 사업에 큰 지장이 있을 것 같아요. 저라도 업무를 봐야죠. 현장은 자주 못 가도 처리할 일이 많은데...”

 “나도 그렇게 생각은 하는데, 우선은 겪어봐야 알 수 있는 거라, 처음에는 그래도 같이 동행을 해줬으면 하는데...”

 “오늘하고 내일은 같이 동행을 해드릴께요. 대신 자주는 못 가요. 석두씨한테 기본적인 케어를 위임해두고 갈테니, 조금 미숙하더라도 이해해주세요. 오늘 어차피 김사장과 만나서 얘기해보고 인원을 충당하던가 하면 되니까 크게 신경쓰지 마세요.”

 “인원을 사업쪽에 충당하고 강비서가 고등학교에 남으면 안 되나?”

 “뭐, 안 될 건 없지만, 못 미덥지 않을까요. 계속 관리해 오던 일을 갑자기 타인에게 맡긴다는 게 좀 걱정은 되네요. 아무리 인수인계를 해주어도 현장 일이 라는 게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을 내리기도 해야 되는 일이라”

 “그럼 우선 김사장을 만나보고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지.”

 

 강비서가 갑돌이가 얘기를 주고 받는 동안 마석두는 천국에서 마사지를 받는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도 모르게 작은 탄성을 지르고 있었다. 그렇게 몰두해 있을 무렵, 마사지가 말했다.

 

 “끝났습니다. 괜찮으셨어요?”

 “아, 네, 최고에요. 기회만 되면 자주 오고 싶네요.”

 

 마석두는 거울을 통해 자신의 피부를 이리저리 살펴보고 있었다. 평소와 다르게 피부가 번쩍번쩍 빛나는 착각까지 들 정도였다. 거울을 보며 자신의 얼굴을 감상하던 마석두는 강비서와 갑돌이를 떠올리고 발걸음을 급히 옮겼다. 마석두의 우려와 달리 마석두가 나온 것을 확인한 후 강비서와 갑돌이는 차로 이동했다. 마석두도 그 뒤를 따라갔다. 마석두는 속으로 피부관리는 주기적으로 받아도 되는 건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침묵했다. 자신의 피부를 보고 아무런 리액션이 없는 두 사람에게 좀 서운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구구고등학교로 가는 동안 기본적인 사항을 강비서가 말해주었다. 마석두는 회장님과 같은 반에서 생활하며 고등학생으로 위장해 반에서 지내기로 했고, 그 안에서는 회장님을 회장님이라 부르지 않고 갑돌이라고 불러야 하고 너무 대놓고 경호를 할 필요는 없지만 항상 회장님을 주시하고 안전을 책임져 달라는 요구였다. 마석두가 갑돌이의 눈치를 보자 갑돌이가 말했다.

 

 “고등학교 안에서는 편하게 불러, 갑돌이라고 부르면 돼. 이런 걸로 쪼잔하게 구는 사람아니니까 큰 신경은 안써도 되지만, 선 넘으면 나도 장담 못해.”

 “걱정마세요. 회장님. 선을 넘는 일은 없을 겁니다. 하하하”

 “너랑 나랑 같은 날 같은 반으로 전학을 갈 거고 세부적인 인적사항은 강비서가 전달해줄거니까 기본적으로 달달 외우고 있어.”

 

 갑돌이의 말이 끝나자 강비서가 마석두에게 서류를 건네주었다. 이름 빼고 다 새로운 정보나 다름없었다. 마석두는 이제 17살 고등학생인척 행동을 해야 한다는 게 조금 황당하기는 했지만 이런 꿀직장을 다른 사람들에게 넘겨주기는 더더욱 싫었다.

 

 ‘2003년 생이라...’

 

 마석두는 마인드컨트롤을 했다. 아직 실감이 나지 않았지만 졸지에 2003년 생이라니 흥미롭기도 했다. 자신보다 어린 선배들에게도 인사를 해야 하고 선생님도 자신보다 어린 사람들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학창시절 운동부였던 마석두는 제대로 학창시절을 보낸 적이 없었다. 항상 훈련을 하고 경기에 나갔었기 때문에 학창시절을 경험해보는 것도 좋은 일이라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이 모든 일을 돈을 받고 할 수 있다는 게 더더욱 메리트가 있었다. 마석두가 혼자만의 상상에 빠지는 동안 차는 구구고등학교 앞에 도착했다. 운동장 구석에 차를 세우고는 교장실로 들어갔다.

 

 교장실 안에는 이미 갑돌이 일행이 오는 것을 알고 있었는지, 다과 한 접시와 차가 준비되어 있었다. 익숙하다는 듯이 강비서가 먼저 인사를 드리고 필요한 서류를 건네주었다. 반쯤 벗겨진 머리에 50대 중반으로 보이는 남성이 헤헤거리며 강비서의 서류를 받았다. 그리곤 갑돌이에게 깍듯이 인사를 건넸다.

 

 “회장님, 안녕하십니까. 구구고등학교 교장, 김아첨이라고 합니다. 저희 고등학교에 와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학교 생활에 큰 지장이 없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와드리겠습니다.”

 

 자신을 교장이라고 밝힌 김아첨의 말투는 왠지 속을 니글거리게 하는 힘을 지니고 있었다. 마석두는 왠지 미간이 가려웠지만 꾹 참았다. 회장님대신 강비서가 대신해서 김아첨에게 용건을 전달하고 있었다. 내용은 별다를 것 없었다. 갑돌이와 마석두를 잘 부탁한다는 말과 비밀을 지켜달라는 당부정도였다. 김아첨은 니글거리는 표정으로 헤헤거리며 고개를 연신 끄덕여 보였고, 마석두의 얼굴을 쭉 훑더니 피식 웃으며 악수를 청했다. 마석두도 엉겁결에 손을 내밀어 악수를 했고, 손의 느낌이 좋지는 않았다.

 

 “내일부터 학교에서 보겠군요. 문제가 있으면 언제든 교장실로 찾아오시면 됩니다. 석두학생도 잘 부탁합니다.”

 

 마석두는 김아첨보다 나이가 많이 낮았음에도 왠지 그의 말투가 거슬렸다. 석두학생이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굳이 다 아는 상황에서 자신에게 학생이라는 호칭을 쓰는 자체도 기분 나빴다. 그도 그걸 알고 있음에 틀림없다. 회장님에게는 학생이라고 절대 부르지 않는 걸로 봐서는 말이다.

 

 회장님은 나이를 속인 것은 아니지만 자신을 숨기고 싶어 했고, 마석두는 17살처럼 굴어야 했다. 이 사실을 아는 것은 이 학교 내에서 교장 김아첨 뿐이므로 모든 사람들에게는 비밀로 해야 했다. 마석두는 비밀을 잘 지킬 자신은 있었지만 김아첨을 한 번 골탕 먹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석두는 궁금했다. 이 사실이 탄로나면 어떻게 되는지.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마석두로 인해 회장님의 정체가 밝혀질 시 자신은 그날로 다른 직장을 알아봐야 한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회장님, 그러면 잘 살펴 가십시오.”

 

 김아첨은 90도 아니 거의 120도에 가까울 정도로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회장님은 가볍게 눈짓정도 보내는 수준이었고 강비서는 의례적이라 생각되는 정도의 예의를 갖춰 인사를 했다. 마석두는 기분이 조금 찝찝해서 가볍게 목을 까딱한 후 자리를 벗어났다.

 

 “회장님, 김사장을 만나기 전에 교복을 먼저 맞춰두시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석두씨도 마찬가지고요.”

 “뭐, 맞출 거 있나, 옷 사이즈 알고 있잖아?”

 “그래도 입어보고 편한 사이즈로 입으시는 게 혹시 발생할 번거로움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내일 아침에 입어보고 불편하신 것보다 아예 맞는 사이즈로 맞추시는 게 낫지 않을까요?”

 “음.. 일리가 있어. 그럼 이동하지.”

 “석두씨도 이의 없으시죠? 교복은 몇 벌 맞춰드릴까요?”

 “네? 아 뭐, 이의없죠. 맞춰야죠. 교복은 음.. 그냥 회장님이랑 똑같이 맞춰주세요.”

 

 강비서는 잠깐 생각에 잠기는 듯 하더니, 마석두에게 되물었다.

 

 “회장님은 동복3벌, 하복4벌 총 7벌 맞추십니다. 7벌 맞춰드려요?”

 “네? 아니요. 저는 1벌씩 이면 됩니다.”

 

 갑돌이가 한 마디 거들었다.

 

 “나랑 똑같이 맞춰달라잖아, 똑같이 맞춰줘. 애 기죽겠다.”

 

 강비서는 마석두를 향해 아주 찰나의 날카로운 눈빛을 쏜 후 대답했다.

 

 “네, 그러면 석두씨도 회장님과 같이 7벌 맞추겠습니다.”

 

 강비서의 싸늘한 기운을 느낀 마석두는 안절부절 못하며 고개를 저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강비서는 마석두를 앞질러가면서 찬 기운을 풀풀 풍기면서 지나갔다. 마석두는 조금 오버해서 살기를 느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어쩌면 실세는 회장님보다 강비서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몸이 부르르 떨렸다.

 

 강비서는 어딘가로 전화를 걸더니 네비를 찍고 바로 이동했다. 고등학교에서 그다지 떨어지지 않은 교복전문 매장이었다. 매장 총괄 책임자로 보이는 여성이 나와서 우리를 깍듯이 맞이했다.

 

 “고객님, 어서 오세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자, 위로 올라가시죠.”

 

 올라가보니, 기존 층과는 다른 분위기가 느껴졌다. 작은 사무실에 교복이 하나하나 정렬되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vip를 위한 공간은 아닌 것 같고, 회장님이 방문한다니까 급하게 만들어진 공간으로 느껴졌다. 왜 굳이 이런 식으로 해야되는 건지는 몰랐지만 마석두는 강비서의 눈치를 살피며 교복을 둘러보고 있었다. 예상대로 강비서는 회장님 옆에 붙어 교복을 살펴보고 있었고, 마석두에게는 직원이 붙어서 교복을 보여주고 있었다.

 

 마석두는 키도 크고 덩치도 큰 편이라 옷을 고르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제일 큰 사이즈를 골라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교복을 입은 후 전신거울에 비춰보는데, 매장직원이 과한 리액션이 마석두의 귀에 들렸다.

 

 “어머, 너무 잘 어울리세요. 핏이 정말 좋으세요. 다른 것도 한 번 입어 보시겠어요.”

 “네? 아, 네”

 

 직원은 마석두 옆에 딱 붙어 마석두가 부담스러울 정도의 눈빛과 액션을 취하고 있었다. 마석두는 자신에게 왜 이러는지는 잘 알 수 없었지만 어렴풋이 짐작하고는 있었다. 과한 친절과 서비스는 마석두를 조금 불편하게 만들었지만 굳이 얘기할 필요는 없었다. 불친절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마석두는 다시 옷을 갈아입고 나왔고, 직원의 과한 리액션은 계속 되었다.

 

 “이번 것도 너무 잘 어울리세요.”

 

 직원은 손을 뻗어 마석두의 덜 잠긴 와이셔츠의 단추를 잠가 주었다. 왠지 그 손길이 끈적거렸지만 마석두는 내색하지 않았다. 회장님 쪽을 슬쩍 봤을 때 회장님은 강비서가 옷 태를 만져주고 있었고, 그런 것이 매우 자연스러워 보였다. 직원의 하는 행동으로 봐서는 마석두를 회장님으로 오해하고 있는 듯 했다. 회장님을 보는 눈빛과 마석두를 보는 눈빛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마석두는 오해를 풀고 싶었지만 굳이 말하지는 않았다. 그럴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

 

 마석두가 강비서와 회장님의 움직임에 집중하는 사이 슬며시 마석두의 뒷주머니에 명함을 찔러 넣었다. 자신을 회장으로 착각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마석두는 티를 내지 않았지만 굳이 전할 필요가 없다고는 생각했다. 회장님은 모르겠지만 강비서는 이미 눈치 채고 있는 것 같았다. 강비서가 굳이 말을 하지 않는 걸 보니 굳이 꺼낼 얘기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이미 거진 눈치 채고 있음이 틀림없다.

 

 교복을 들고 매장 밖을 벗어날 때까지 매장직원의 의미심장한 눈짓은 끊이지 않았다. 부담스러웠지만 억지로 웃으며 그 친절에 답을 해야 했다. 대우를 받는다는 것이 과하면 어떤 기분인지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회장님 왜 이렇게 자기 정체를 숨기려고 하고 집에서만 주로 지내는지 조금은 짐작이 갔다.

 

 “그거 줘 봐요.”

 

 강비서가 마석두에게 말을 걸었다. 다 안다는 투로 내놓으라며 손바닥을 드러냈다. 마석두는 뒷주머니에 매장직원이 찔러준 명함을 꺼냈다. 마석두는 자신을 보며 생글생글 웃었던 매장직원의 표정이 머릿 속에 스쳤지만 강비서에게 명함을 건넸다. 명함을 찢거나 따질 줄 알았던 강비서는 마석두의 생각과는 다르게 그냥 명함을 받아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은 뒤 다시 돌려주었다. 얼떨떨하게 서 있는 마석두를 보고 강비서가 한 마디했다.

 

 “뭘 생각한 거에요?”

 “네? 아니요. 아닙니다.”

 “사생활 간섭하고 그럴 일 없으니까, 그렇게 움츠려 있을 필요 없어요.”

 

 갑돌이가 대화에 끼어 들었다.

 

 “매장직원이 석두씨가 맘에 들었나 본 데? 아까 보니까 생글생글 눈웃음 치던 게 장난아니더라고”

 

 갑돌이는 마석두의 허리를 툭툭 치며 차에 올라탔다. 마석두도 얼얼한 표정으로 차에 탑승했다. 마석두가 받은 느낌은 자신을 유혹한다기 보다는 자신의 아니 정확히는 자신이 재벌로 오해하는 듯한 느낌이었지만 굳이 말하지 않았다. 순간 명함에 있는 연락처로 연락을 해볼까 하다가 그 날 숙소로 들어가 바로 명함을 처분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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