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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동물의 연예
작가 : 모험
작품등록일 : 2019.9.4

1817년 늦가을 대한민국 지리산에 살던 동물들이 200년이 지나 인간으로 환생해 만났다? 동물의 특색을 지닌 사람들이 IT중소기업에서 만나 벌어지는 독특한 연예기.


1817년 늦가을 대한민국 지리산에 살던 동물들이 200년이 지나 인간으로 환생해 만났다?

지리산 칠선계곡의 터줏대감인 반달곰과 이 세상에 자기만 있는듯 살아가는 하얀토끼가 IT중소기업에서 만났다.

연예 한번 못해본 모쏠 반달곰이 그녀를 차지하기 까지. 즐거운 상상력의 로맨틱코메디 소설.

 
3회 - 그리고 그녀의 등장
작성일 : 19-09-05 09:54     조회 : 185     추천 : 0     분량 : 50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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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아 예옙. 지.. 지금. 좀 일찍 출근했습니다."

 

 날카로운 눈초리.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독기 어린 눈빛에 그는 항상 주눅 들고 긴장되어 말을 더듬곤 한다. 이 부장은 그런 그가 항상 못마땅하다.

 

 자리에서 일어나 걸어오는 이 부장의 작은 몸집은 초라하고 비루해 보이지만 그 얼굴을 마주 본다면 그 누구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짧지만 삐죽 솟아오른 스포츠머리 모양의 송곳 같은 머리카락만 봐도 그의 고집스러움을 알 수 있고 안경 너머로 보이는 찢어진 눈매에 검은 눈동자가 유난히 더 작아 공포감을 조성한다. 160이 채 안 되는 키에 몸무게는 50킬로 언저리. 남자치곤 매우 왜소한 체격이다.

 어린 시절부터 왜소한 체격 때문에 당했던 수많은 서러움을 극복한 것은 독기와 아부. 그는 또래 동기들보다 5년이나 일찍 부장을 달았다. 부하직원들을 관리하는 능력은 회사에서 제일이며 윗분들을 모시는 솜씨 또한 일품이다.

 

 그런 그가 뱉는 한 마디 한 마디에 문 과장은 주눅 들어 단 한차례도 시원하게 대답한 적이 없었다.

 

 "그래. 미련 곰탱이도 이게 어떤 사업인지 중요성은 인지하는구먼. 준비 다 했나?"

 "아.. 예옙. 어.. 어제 늦게 까.. 까지 하다가 갔습니다."

 "누가 늦게까지 한 걸 물었나? 준비 다 했냐고 물은 거지."

 "그.. 그게.. 다.. 다한 건지.."

 

 다했다 하면 확인할 이 부장 성격을 알기에 다했다 하기도 힘들다. 그러다 보니 목소리는 자꾸 기어들어가고 말은 더 더듬게 된다. 이런 공식 같은 대화 속에 이 부장의 고함이 다시 사무실에 울려 퍼졌다.

 

 "야. 이 답답아. 그저 무슨 말만 하면 우물우물. 하아.. 듣기 싫어 죽겠네. 과장씩이나 달아서 창피하지도 않나? 어!? 회의실로 따라와! PT 준비해!"

 "네.! 넵! 알겠습니다!"

 

 마지막까지 우물대단 더욱 화를 낸다는 걸 알기에 무슨 뜻인지도 몰라도 버릇처럼 대답했다. 그는 허겁지겁 뛰며 자리에 돌아갔지만 무얼 해야 할지 감이 안 왔다. 회의실에 오라고 한 거 같은데.. 일단 다이어리와 펜을 챙겨 회의실로 뛰어갔다. 항상 이런 식이다. 남은 건 또다시 시작될 윽박지름이다.

 

 "발표하라니까 뭐하고 있어?"

 "아.. 넵. 발표 준비하겠습니다."

 

 문 과장은 다시 자리로 돌아가 수정한 PT를 USB에 담아와 회의실에서 발표를 시작했다.

 

 "그. 그럼 금년 데이터 정비 사업에 대해 칠선엔지니어링 의 제안 발표를…. 시. 시작하겠습니다."

 "더듬지 말고 또박또박 말해!"

 "네.. 넵"

 

 떨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심호흡을 크게 한 뒤 발표 자료를 한 장 넘겼다. 그걸 본 이 부장이 득달같이 달려들어 소리를 질렀다.

 

 "야 이! 미련곰탱아!! 어제 목차 수정하라고 한 건 왜 반영을 안 해놨어! 여기서 나올 생각하지 말고 당장 다시 해!"

 "넵! 알겠습니다!"

 

 오랜만에 지각하지 않은 오늘 아침도 이 부장의 고함으로 시작했다..

 

 

 ***

 

 

 하나둘. 회사에 사람들이 채워져 갔다. 조용하던 회사가 점점 시끄러워져 간다. 사업1본부, 사업2본부, 사업3본부로 나누어진 SI 사업부는 모두 한 사무실 안에 나누어 자리를 잡고 있다. 영업, 제안 작성, 입찰, 계약, 파견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대부분의 직원들은 사업 시작과 함께 파견을 나가 자리에 없다. 때문에 100여 명이 되는 직원들이 본사 사무실에 모일 일은 거의 없다. 만일 모든 인원이 본사에 모인다면 그 한해 사업은 말아 먹은 것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오전 9시가 조금 넘자 경영지원팀 오 팀장이 신규 입사자를 소개하기 위해 사업본부 사무실에 들어왔다.

 

 "에~ 도 대리님. 인사하세요. 여기가 사업 1,2,3 본부가 합동으로 근무하는 부서입니다."

 "안녕하세요!"

 

 일반 회사에서는 듣기 힘든 상냥한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회사 내 남자 직원들이 일제히 일어나 쳐다봤다. 오 팀장의 옆에 서있는 한 여성은 목소리뿐만 아니라 외모마저도 직장 생활 중 보기 힘들 정도로 출중했다.

 웅성웅성. 평소와 다름없던 사무실은 예상치 못한 대사건에 한마디씩 뱉어대는 남자 직원들의 소리로 웅성거렸다.

 

 "에. 도가은 대리는 경력직이에요. 사업 2본부에 DB 관련 업무를 도와주기 위해 추천 입사했어요. 다들 잘 알려주고 많이 도와주도록 해요."

 

 오 팀장의 소개와 함께 도가은 대리의 맑고 높은 목소리가 다시 울렸다.

 

 "새로 입사한 도가은 이라고 합니다. 열심히 하도록 하겠습니다!"

 

 경력직이라 그런 건지 원체 성격이 명랑한 건지 떨지도 주눅 들지도 않고 낭랑하게 외치는 모습이 좋은 인상을 주었다. 물론 연예인 같은 외모가 한몫했을 것이다.

 

 "아. 그럼.. 문 과장~ 문 과장 출근했나?"

 

 당연히 지각일 줄 알았던 저 구석진 자리에서 문 과장이 깜짝 놀라 일어나 외쳤다. 이 부장에게서 피티 검사를 간신히 받고 기진맥진해 있던 참이다.

 

 "저..저요? 네. 출근했습니다!"

 "오! 웬일인가. 허허. 문 과장 일찍 오는 건 처음 보는 것 같구먼. 아~ 오늘 제안 발표지?"

 "아 네.. 오.. 오늘 제안 발표라 일찍 나왔습니다.."

 "잘 됐네. 여기 도가은 대리가 자네 부사수일세."

 "네.. 네?"

 

 그때. 앙칼진 이 부장의 목소리가 대화 사이에 끼어들었다.

 

 "오 팀장님!"

 

 도가은 대리를 소개시키러 온 오 팀장에게 이 부장은 어쩔수 없다는 듯 말했다.

 

 "오늘 문 과장이 준비할 게 있어서 신규입사자 알려줄 여력이 없어요. 다른 인원에게 부탁하시죠."

 "아 그렇지. 바쁘지 오늘은 문 과장이.. 그래도 일단 자리가 옆이니까 짐 풀고 PC 세팅부터 해야겠군. 도가은 대리님? 저기 저 덩치 큰 친구 옆에 자리 풀고 있어요."

 "넵! 알겠습니다."

 

 예상외의 미인에다가 밝고 명랑한 모습에 남자 사원들은 그녀의 한동작 한동작을 입을 벌린채 주시했지만.. 문 과장은 그럴 겨를조차 없었다.

 

 문 과장의 옆에서 짐을 풀던 도가은 대리가 속삭이듯 먼저 인사해왔다.

 

 "저.. 과장님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바쁘신 듯해서 인사만 먼저 드릴게요~"

 

 정신없는 와중에 얼굴도 제대로 못 본 문 과장은 바로 옆 싱긋 웃으며 인사하는 도가은 대리를 쳐다봤다.

 

 160cm 언저리의 조금은 작은 키에 마른 듯한 몸매이지만 잘록한 허리와 빵빵한 엉덩이로 이어지는 것을 보면 한 눈에 그녀가 글래머러스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둥근형의 하얀 얼굴은 까만 생머리와 대조되어 더욱 하얗게 보였다. 적당한 크기의 쌍꺼풀진 눈은 한 눈에 보아도 미인이라는 인상을 확연하게 해주었으며 살짝 치켜올라간 눈꼬리가 귀여우면서도 섹시한 인상을 주었다.

 

 전생에 사람이었다기보단.. 마치 귀여운 토끼였을 것 같은 그녀의 가장 가슴 뛰는 한 달이 오늘 시작하려 한다.

 

 

 

 ===============================

 

 

 

 다시 동굴이다. 부들부들 떨던 토끼는 왜 여기에 있는 걸까.

 

 이 토끼는 별다른 두려움이 없었다. 무리에서 쫓겨난 이후로 이미 죽을 각오를 하고 돌아다녔는지도 모른다. 목적지 없이 정처 없이 며칠을 떠돌다 배고픔에 쓰러지기 직전 이 동굴을 발견하게 됐다.

 이상하도록 기척이 없는 저 동굴에 어떤 동물이 사는지 파악할 생각도 없이 주변에 널린 먹이에 미친 듯이 뛰어들어갔다. 동굴 주변은 기분 좋은 습함과 신선한 풀잎, 단감, 밤들이 온전히 달려있었다. 달달한 과일에 취해 은은히 퍼져있는 피비린내는 맡지도 못한 채 마냥 기분 좋게 뛰어놀다가 무엇이 있을지 모르는 커다란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엔 햇볕에 잘 말려진 건초가 덮어져 있었고.. 의심과 위험감 따윈 전혀 없이 뛰어 들어가 남은 배를 채워댔다.

 

 그렇게 한입 두입 씹고 있을 때 동굴 밖에서 어마어마한 외침을 들었고 재빨리 건초 뒤에 숨었다.

 몇 분이나 흘렀을까. 태어나서 처음 본 크기의 엄청난 괴수가 동굴 안으로 뛰어 들어왔고. 자신을 덮치려 몸을 던졌을 때 외마디 비명과 함께 날아오르듯 뛰었다.

 부들부들 떨며 뒤돌아본 그곳에는 매우 화가 나 있는 괴수가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반대로 곰은 어이가 없었다. 가뜩이나 기분이 안 좋은 상태인데 자신만의 공간에 침입자가 있다니.. 게다가 이건 한주먹거리도 안 되는 토끼가 아닌가.

 이놈을 그냥 찢어발기려고 앞발을 번쩍 들었을 때, 부들부들 떨며 동정의 눈빛으로 뒤돌아본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멈춰 섰다.

 태어나 처음 보는 눈빛.. 폭신해 보이는 하얀 털은 떨고 있는 몸과 함께 물결치듯 일렁였다. 잔뜩 뒤로 젖힌 귀는 얼마나 겁먹었는지를 그대로 보여주었다. 단순한 호기심이었을까? 곰은 먹잇감에 이런 느낌을 받는 건 처음이라 당황스러웠다. 어쩌면 방금 겁먹은 자신의 모습을 이놈에게서 본 뒤라 일말의 동정심을 느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크르릉.."

 

 곰은 거대한 앞발을 뻗어 뒤돌아 있는 토끼의 머리를 향했다. 위협을 배제하기 위해 최대한 느린 속도로 토끼의 머리에 살짝 기대었다.

 

 찌르르.

 

 토끼는 온몸에 전기가 흘렀다. 이미 도망칠 의지조차 없었다. 죽일 테면 안 아프게 죽여주길 원할 정도였다. 그렇게 한참을 부르르 떠는데도 별다른 일이 없자 용기를 내어 뒤를 돌아보았다.

 일단 토끼의 벌름거리는 코가 끔찍한 악취를 맡았다. 피에 절은 무시무시한 크기의 앞발이 자신의 얼굴 앞에 있는데 앞발 곳곳엔 누런 털과 살점이 껴있었다. 아.. 이젠 정말 끝이라고 생각했지만 앞발을 서서히 내린 곰의 표정은 예상외로 무섭지 않았다.

 

 곰은 자신을 돌아본 토끼에게 안심시키듯 앞발을 내리고 살짝 톡 쳐보았다. 대화가 통하지 않는 그들에게 곰이 할 수 있는 의사 표현이라고는 세게 내리치든지, 살짝 어루만지는 방법밖에는 없었다. 다른 동물과의 온화한 조우가 서툰 곰에게는 이런 행위가 재밌고 신기하기도 했다. 곰은 하얀 토끼를 안심시키는 데만 집중하기 위해 몸을 엎드려 배를 바닥에 댄 후 고개만 들어 쳐다보았다.

 쥐새끼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고 토끼는 그 한없이 귀여운 앞니를 드러내 소리 내어 보았다.

 

 "키익!"

 

 토끼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곰은 몸에 비해 월등히 큰 앞니가 너무나 귀여웠다. 계속해서 보고 싶은 마음에 머리며 코며 볼이며 자꾸 건드려 본다. 건드릴 때마다 드러내는 앞니는 토끼를 더욱 귀엽게 만들었다. 이번엔 포근하게 부풀어 있는 하얀 가슴을 콕 찔렀다.

 

 그때였다.. 토끼는 더는 참지 못하겠는 듯 뒷발에 힘을 잔뜩 모아 튀어 올랐다. 그리곤 그 귀여운 앞니를 있는 힘껏 드러내 곰의 코를 찍었다!

 

 "크아아아아앙!!!"

 

 곰은 몸을 일으켜 세우며 양 앞발을 들어 코를 잡고 사정없이 비명을 질러댔다. 동굴이 쩌렁쩌렁 울리며 발밑까지 흔들렸다.

 

 '팟!'

 

 그리곤 순식간에 토끼는 동굴을 빠져나갔고 놀란 곰이 입구를 돌아보니 어느새 먼지만 남기고 빠져나가 버린 뒤였다..

 

 곰은 그저 코를 부여잡고 끔벅끔벅 바라만 보았다..

 
작가의 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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