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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내 손가락의 남은 시간
작가 : 모험
작품등록일 : 2019.9.3

"제가 당신께 드릴 능력은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입니다. 언제든 저를 떠올리며 시간을 되돌려달라고 비는 순간 전 당신의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게 해줄 겁니다. 당신이 능력을 사용하고 지불할 대가는 [당신의 신체의 일부, 손가락] 을 주십시오."

.. 예기치 않은 악마와의 만남을 통해 얻은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 허나 능력에 따른 대가는 어마어마 했다

 
1부 - 3회 손가락 하나만큼의 시간
작성일 : 19-09-05 09:52     조회 : 179     추천 : 0     분량 : 4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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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평소 같으면 절대로 가지 않을 위험한 장소. 그리고 도박. 하지만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엄청난 능력을 알기 때문에 그는 밤이 되길 기다리다 연세병원 삼거리로 나갔다. 9시를 기다리는 차 안.. 성식을 애타게 기다리는 아내의 전화가 연이어 울리지만 그는 받지 않았다. 이 위험한 도박에만 모든 신경을 집중하고 싶었다.

 

 9시가 다 되어 가자 반대편 횡단보도에 검은색 후드티를 푹 눌러쓴 덩치 큰 남자가 나타났다.

 

 '저 사람인가..'

 

 성식은 그 사람을 주목했고 그는 횡단보도를 건너와 쉰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이오?"

 "혀.. 현태엄마가.. 소.. 소개.."

 

 막상 앞에 닥친 위압적인 모습에 성식은 겁먹어 말을 더듬었다. 그러자 그는 비웃듯 웃으며 말했다.

 

 "따라오슈. 크크."

 

 그는 앞장섰고 성식은 당당한 모습을 못 보여준 자신을 채찍질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김성식! 안돼! 고작 이런 거에 겁먹으면 안 돼! 난 진짜로 손가락을 걸고 일확천금을 따러 가는 거야! 정신 차려야 돼!'

 

 성식은 양손으로 볼을 때리며 정신을 차리려 애썼다. 그때 자신의 살아있는 열 손가락을 보게 되었고. 능력에 대가로 지불될 손가락을 골랐다.

 

 '왼손 약지.. 가장 쓸모가 없을 거야.. '

 

 결혼반지도 끼지 않은 그의 약지. 8년 전 임신한 첫째 딸의 태아수술로 가세가 급격히 기울기 시작했다. 무사히 수술을 마치고 태어난 딸의 검진비, 수술비를 대기 위해 돈 되는 것은 뭐든지 팔던 그때. 성식과 그의 아내는 결혼반지도 팔았고 그 이후로 그의 약지는 더 이상 중요한 것이 아닌 게 되었다.

 

 착잡한 마음을 갖고 어두운 골목 안 허름한 상가건물의 지하로 들어가는 계단을 내려가 현태엄마가 말한 [놀이터]에 들어갔다.

 

 "이야아아아아! 땄다!"

 "아이 시팔! 왜 자꾸 홀만 나와!"

 "와아아!!"

 

 [놀이터]의 문을 열자 엄청난 고함소리들이 울리기 시작했다.

 

 그곳은 60평쯤 되는 소규모 나이트클럽 같은 곳이었고 외곽 편에는 슬롯머신들이, 중앙에는 커다란 배팅 판이 놓여있었다. 20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배팅판 앞에 모여 있었고 그 한가운데 조그마한 주사위 3개가 있었다. 방금 판이 끝났는지 신이 나 칩을 수거하는 사람과 담배를 피워대며 욕설을 하는 사람으로 나뉘었다.

 

 "어이구! 오셨네?"

 

 누군가 지독한 담배 냄새를 뿜으며 성식의 팔에 팔짱을 꼈고 돌아보니 카지노에서 보았던 현태엄마였다.

 

 "네.. 네. 소개해주셔서 와봤습니다."

 "그래! 잘했어! 여기가 판돈이 엄청나거든! 오늘 어디 한번 시원하게 놀고 돈 좀 벌어서 가~ 호호호."

 "그런데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그러자 성식을 데리고 온 덩치 큰 남자가 카운터를 안내해 주었다. 현태엄마는 성식을 카운터로 끌고 가 그 안에 직원에게 말했다.

 

 "새 회원님 모셔왔어. 이따 알지?"

 

 카운터 안 직원은 현태엄마를 향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곧 성식에게 말했다.

 

 "얼마 할 거요?"

 

 성식은 당황하지 않고 말했다.

 

 "오백 가져왔습니다."

 "주쇼."

 

 품속에 넣었던 봉투를 꺼내 은행에서 뽑은 5만 원짜리 한 뭉치를 건네자 카운터 안 직원은 옆에 있는 지폐계수기에 넣고 센 후 칩을 던져주었다.

 

 딸랑.

 

 고작 5개였다.

 

 "이.. 이게답니까?"

 "여긴 최소 단위가 백이요. 슬롯 돌릴 거면 구슬로 드릴까?"

 "아닙니다. 최대는 얼마까지 걸 수 있습니까?"

 "50개."

 

 칩 50개. 5천만 원이다. 5천만 원이란 단어를 이렇게 들어본 적은 처음이었다. 어마어마한 액수에 심장이 뜀은 물론이고 이상한 쾌감마저 들었다. 이 능력만 있다면 지금 이 자리에서 1억도 꿈이 아니다!

 

 "잠깐. 수수료가 있어. 여기도 운영은 해야 되니까. 돈 따면 딴 금액에 20프로 내고 가쇼."

 "20프로나요?"

 

 성식이 놀라 묻자 옆에 있던 덩치 큰 남자의 표정이 찡그려졌고 눈치를 살핀 현태엄마가 사이를 가로막으며 말했다.

 

 "아이고. 이 사람 [놀이터] 처음이라 잘 모르나 보네~. 20프로면 싼 거야~. 다른 덴 30프로도 받고 그래~. 그리고 이렇게 큰 판돈 운영하는데 가 또 없어."

 "그.. 그런가요? 일단.. 알겠습니다.."

 

 성식도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꼈고 분위기를 풀어준 현태엄마의 동작에 실수를 했단 것을 알아챘다. 곧바로 현태엄마는 성식의 팔짱을 끼고 서둘러 데려가며 속삭였다.

 

 "어이구. 아저씨. 입조심해~ 이런 데서 저치들 기분 상하게 해서 좋을 거 하나도 없어. "

 "네.. 네. 감사합니다."

 

 현태엄마는 고마워하는 성식의 엉덩이를 탁 치며 말했다.

 

 "자. 어디 한번 해봐. 여긴 이게 메인이여."

 

 그곳엔 커다란 주사위 배팅판이 놓여 있었다. 배팅판엔 다른 숫자는 모두 지워져 있었고 [홀], [짝], [트리플] 에만 배팅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여긴 복잡하게 계산하질 않아. 그냥 홀 아니면 짝이야. 트리플은 거의 나올 일이 없으니까 확률은 반반이라고 봐야지?"

 

 그때 다음 게임이 시작되었다. 사람들은 바쁘게 돈을 걸었고 수천만 원의 칩들이 배팅판에 놓였다. 약 2분. 아니. 2분이 채 되지 않았다. 한 게임에 걸린 시간 말이다.

 

 '1분 50초 정도.. 6번은 힘들고 5번은 할 수 있다. 첫판에 500만 원을 걸고 5번 연달아 이기면.. 1000, 2000, 4000, 8000.. 1억 3천! 5번에 1억 3천을 벌 수 있어!'

 

 성식의 심장이 터질 듯 빨리 뛰었다.

 

 '왼손 약지하나 없다고 살아가는데 지장은 없다. 하지만 1억이 넘는 돈이 현찰로 들어오면 이 지긋지긋한 가난의 둘레에서 숨은 쉴 수 있을 거야!'

 

 수수료를 제외하더라도 1억이 넘는 돈이다. 두근거리는 마음을 부여잡고 주사위가 도는 것을 지켜봤다.

 

 [홀], [짝], [짝], [짝].. 성식은 돈을 걸지 않고 계속 지켜봤다.

 

 "이보슈! 안 할 거면 저리 가든가!"

 

 잃고 따고를 반복하던 사람들이 성식을 밀쳤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다음 주사위의 결과를 지켜봤다. 땀이 비 오듯 흘렀고 뛰지도 않았는데 호흡이 가파와 입으로 소리를 내며 숨을 내쉬었다. 지나친 긴장감과 흥분에 머리끝이 곤두서는 느낌까지 받았다.

 

 곧 5번째 주사위가 돌았다.

 

 또그르르르르르..

 

 한참을 돌던 주사위가 예상치 못한 숫자에 멈춰 섰다. [1,1,1]. [트리플].. 200배다.

 

 "으아아아악! 말도 안 돼!"

 "이 개새끼들이! 이거 사기 아냐!?"

 

 트리플에 건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수천만 원은 [놀이터] 가 가져갔다.

 

 돈을 잃은 사람들과는 달리 성식에게는 최고의 찬스다. 쉽게 나오지 않는 트리플이 나오다니.. 5천만 원의 200배면.. 100억.. 쓰러질 듯한 정신을 부여잡으며 성식은 마음속으로 [그]를 불렀다.

 

 '손가락을 사용하겠습니다. 왼손 약지로 10분을 돌려주세요..'

 

 감은 두 눈의 검은 시야에서 곧.. 악마 같은 그가 창백한 얼굴을 드러내며 나왔다. 그는 검붉은 입술을 크게 벌려 웃으며 말했다.

 

 '캬캬캬캬캬! 좋습니다! 계약대로 10분을 돌려주겠습니다! 캬캬캬캬!'

 

 홀연히 나타난 그의 손이 성식의 왼손을 잡아당기더니 사정없이 약지를 깨물었다. 그리곤 성식의 손가락을 잡아 뜯어 오도독오도독 씹어먹었다.

 

 "으아아아악!"

 

 어마어마한 고통에 무릎을 꿇었다. 손가락을 가져간다고 했지 깨물어 먹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나지막이 욕지기를 내뱉으며 왼손을 쳐다보니 그가 말한 대로. 약지 손가락이 잘려나갔다.

 

 "머여. 왜 이래. 거 엉덩이 좀 한번 쳤다고 그랴? 자. 어디 한번 해봐. 여긴 이게 메인이여."

 

 현태엄마의 목소리가 들렸고 눈을 뜬 곳은 10분 전. 주사위 배팅판 앞이었다.

 

 '시간이 돌아갔다..!'

 

 분명 10분 전 현태엄마가 자신의 엉덩이를 쳤던 그 순간으로 돌아왔다. 달라진 것은 예전에 잘린 듯 상처하나 없이 아물어있는 약지 없는 왼손과 아직도 남아있는 엄청난 고통뿐이었다. 손이 부들부들 떨릴 정도의 고통이 계속해서 전해졌지만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일단은 배팅을 해야 한다.

 

 "자.. 잠깐만요!"

 

 성식은 서둘러 주머니 속 칩 5개를 꺼내 [홀]에 걸었다. 전 재산인 5백만 원이었다. 그걸 본 현태엄마가 말리듯 말했다.

 

 "아.. 아니! 아저씨 미쳤어?. 어떻게 한번 지켜보지도 않고 다 걸고 그래!"

 "괘.. 괜찮습니다. 나올 거예요.. 홀이."

 

 현태엄마는 성식을 의아하게 쳐다보았다. 그가 확신에 가득 찬 눈으로 사정없이 굴러가는 주사위를 바라보았기 때문이다.

 

 또그르르르르르.

 

 주사위의 숫자는 [1,4,4]. [홀]이다.

 

 성식은 두 눈을 질끈 감으며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됐어! 이건 확실해! 1억.. 1억이 넘는 돈을 단 번에 벌수 있게 됐어!'

 
작가의 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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