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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옆집에 그가 산다
작가 : 유월
작품등록일 : 2019.9.2

뜨거운 사랑도 해 봤다, 가슴 아픈 이별도 해봤다. 그래서일까, 새로운 사랑이 두려운 지은아가 있다.
그런데 어느 날 한 남자가 나타난다. 뭔가 모르게 자꾸만 끌리는 이도운이라는 남자.
하지만 은아에게는 그에게 선뜻 다가가지 못 할 아픈 기억이 있고,
그로 인해 치유될 수 있을까?
그리고 운명이 맺어준 듯이 두 사람의 인연은 한참을 거슬러 올라간다.
이 인연은 과연 어떤 의미일까.

 
004. 2년 전의 악몽
작성일 : 19-09-04 22:38     조회 : 178     추천 : 0     분량 : 4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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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04.

 

 

 

 2년 전.

 

 

 답답한 마음으로 핸드폰만 내려보고 있다. 밖은 폭우가 쏟아지고 있다. 부엌에 켜진 희미한 불빛이 거실 쇼파에 웅크리고 있는 은아를 유일하게 비치고 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현관문 암호가 입력되는 소리가 나며, 철컥 문이 열렸다.

 

  “...왔어.”

 

 한민원의 그림자가 거실 바닥에 드리워졌다. 은아는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다.

 

  “....왜 전화도 문자도 안 받아?” 은아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바빴어.”

 

  “하루..종일?”

 

  “그래.”

 

 그는 짐짓 귀찮다는 듯 바로 거실을 가로질러 방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그곳에 들어가면 이제 내일 아침까지 얼굴을 볼 수 없다. 지겹도록 반복되고 있는 일상이다. 은아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민원에게 다가갔다.

 

  “도대체 왜 이래? 뭐가 문제야?”

 

  “뭐가...”

 

 

 민원의 차갑고 서늘한 눈빛에 은아는 멈칫하고는 서 있었다.

 

  “몰라서 물어? 우리가 지금 정상인 게 뭐야? 연락도 서로 안 되고, 대화도 없고, 넌 마치 나와 같은 공간에 있는 게 끔찍하게 싫은 것 같고...”

 

  “그래 그거야” 민원이 간단한 듯이 말했다.

 

  “뭐?”

 

  “같은 공간에 있고 싶지 않아, 지은아.”

 

  “...왜?” 은아가 떨리는 목소리로 되물었다.

 

 한민원은 잠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왜냐면 너랑 있으면 자꾸 끔찍한 일이 떠오르니까.”

 

  “...솜이를 잃은 거?”

 

  “네 말이 맞아. 이거 정상 아니야. 이제는 솜이도 없고, 나도 더는 너와 있고 싶지 않은 것 같다.”

 

 은아는 충격받은 채로 그대로 얼어버렸다.

 

  “짐 싸서 나갈게.”

 

  “야...한민원.”

 

  “미안하다.”

 

  “야, 나는....나는 어떨 것 같은데. 그게 내 잘못이야? 솜이가 그렇게 된 게? 난 너보다 더 고통스러워!!”

 

 은아가 소리를 질렀지만, 민원은 이미 다시 현관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

 

  “내가 더 괴로워!!! 한민원!!!”

 

 은아는 혼자 남겨진 집에서 끊임없이 올라오는 울음을 터트렸다.

 

 

 

 *

 

 

 현재

 

 

 핸드폰을 집어 든 은아는 조금 전 소개팅남 영훈에게서 온 문자를 확인했다.

 

 -집에 잘 들어갔어요? 오늘 즐거웠습니다^^ 다음에 시간 되면 함께 영화라도 봐요.-

 

 은아는 답장을 썼다.

 

 -저도 즐거웠어요. 영화 언제든지 콜이요!-

 

 문자를 보낸 은아는 라디오를 켜고 커피 물을 끓이기 위해 부엌으로 향했다. 약을 바르고 밴드를 붙인 그녀의 발바닥이 걸을 때마다 따끔거렸다. 약을 정성스럽게 발라주던 도운이 생각났다. 그의 등에서 나던 냄새도 떠올랐다. 마치 중독된 것처럼 계속해서 떠오르고 또 떠올랐다. 순간, 심장의 두근거림이 귓가에 기분 좋게 울렸다. 은아는 이 조금씩 차오르는 감정에 대해서 조급해지지 않으려고 애썼다.

 

  ‘근데 그 남자 직업이 뭐지?’

 

 은아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생각했다.

 

 

 *

 

 

 다음 날 아침, 은아는 막 계단을 내려가던 도운과 마주쳤다. 출근길의 그는 그 어느 때보다 멋있었다. 약간 정장 느낌이 나는 바지에 그에 잘 어울리는 로퍼, 그리고 베이지색 셔츠가 잘 어울렸다.

 

  “아, 안녕하세요” 은아가 먼저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도운이 발걸음을 살짝 늦추며 대꾸했다. 둘은 나란히 계단을 내려갔다. 다행히 두 사람이 나란히 걷기에 계단이 넓은 편이었다.

 

  “도운씨는 직업이 뭐에요?”

 

 은아는 불쑥 도운의 옆모습을 보며 질문했다. 전부터 항상 궁금했던 거였다. 모델이나 배우래도 믿겠지만, 왠지 그의 성격상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좀 더 신중하고 차분한 일을 할 것으로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사람 일은 모르는 거니까, 본인에게 직접 묻고 싶었다.

 

  “저는....건축 설계 사무소에서 일합니다.” 도운이 이어 답했다.

 

 은아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그를 더 이리저리 관찰했다. 도운은 얼굴을 들이대는 그녀가 난감했다.

 

  “그럼 건축가이신거네요?”

 

  “....뭐 그렇죠.” 도운은 느릿느릿 대답했다.

 

  “네...저는 무슨 일 하는지 궁금하세요?”

 

  “....무슨 일 하세요 은아씨는?” 도운이 마지못해 물었다.

 

  “저는 출판사에서 일해요. 주로 어린이 영어 교재 만들고 있어요.”

 

 도운은 물끄러미 은아를 바라봤다. 뭔가 싱거운 표정이었지만,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 있었다. 그녀는 그런 표정을 자주 짓는 것 같았다. 알쏭달쏭하지만, 어딘가 행복해 보이기도 하는 표정.

 

  “그 일을 좋아하세요?”

 

 도운에 물음에 은아는 잠시 고민하는 듯하다가 말했다.

 

  “네. 좋아해요, 재미있는 것 같아요. 책 나오면 뿌듯하기도 하고.”

 

  “그럼 다행이네요.”

 

 1층으로 내려오자마자 도운은 주차장을 향해 걸어갔다.

 

  “그럼 안녕히 가세요!” 은아의 목소리가 그의 귀에 들려왔다.

 

 *

 

 사무실 한편에 도운은 컴퓨터로 작업 중이었다. 그러다 문득, 그의 머릿속에 오전에 잠시 봤던 활기찬 은아의 모습이 불쑥 나타났다. 이어서 전날 넘어져 울상이던 그녀도 떠올랐다. 그리고 무엇보다 편의점 앞에 취해서 슬픈 눈동자를 하고 있던 은아. 볼 때마다 여러 가지 감정을 보여주는 그녀였다. 그런 여자는 처음이었다.

 

 도운은 지금껏 연애가 쉬웠다. 대충 호감이 가는 여자가 있으면, 그 여자는 반드시 사귈 수 있었고, 그렇게 사귄 여자들과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연애를 했고, 결국 둘 중 하나가 지쳐서 이별을 고했다. 그렇게 평범했다. 그 연애들을 하면서 사랑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렇게 어떤 여자가 문득 생각나서 자꾸만 머릿속에 맴도는 경우는 없었다. 자꾸 궁금해지고, 걱정되고, 때로는 너무나 보고 싶은 이런 경우는 정말 없었다. 이런건 뭐라고 할까.

 

  “일은 잘 되어 가나?”

 

 그때 소장이 도운에게 다가왔다.

 

  “네? 아....네. 어느 정도로...” 도운이 재빠르게 모니터로 시선을 돌렸다.

 

  “별일이네 이도운이가 일에 집중을 못 할 때도 있고.” 소장은 의외라는 투로 말했다.

 

  “..죄송합니다..”

 

  “하하. 아니야, 오히려 인간적인 모습 보기 좋은데.”

 

 소장의 쾌활한 웃음에 도운 역시 억지 미소를 지었다.

 

 인간적인 모습이라... 도운은 생각에 잠겼다. 이렇게 누군가를 하염없이 생각하게 되는데 인간적인거라면, 그동안 자신이 했던 사랑이라고 연애라고 생각했던 모든 것들은 뭐였던 걸까. 그는 조금 마음이 복잡해졌다.

 

 

 *

 

 

 소개팅의 성공을 축하하기 위해, 일이 끝난 후 은아와 윤지는 회사 근처 단골 술집으로 갔다.

 술이 워낙 약한 은아인지라 소주 몇 잔에 이미 기분이 알딸딸해졌다. 윤지는 은아 두배의 속도로 마시며 서서히 취해갔다.

 

  “야 너 소개팅남이랑 나중에 결혼이라도 하게 되면 다 내 덕인 줄 알아.”

 

 윤지가 떵떵거리며 말했다.

 

  “그래, 고맙다. 너밖에 없다 이윤지.”

 

 은아는 말에도 없는 소리로 맞장구를 쳤다.

 

  “그래! 그 먼 시골 어디지? 아무튼, 거기서 대학 다니려고 서울에 온 어리버리했던 지은아 챙겨 주면서 엄마 노릇, 언니 노릇, 친구 노릇 다 해준 게 나 이윤지라 이 말이야.”

 

  “그치…. 그래서 참 고마워하고 있어.” 은아는 옛 추억들을 회상하며 입꼬리를 올렸다.

 

  “한민원 그 새끼 때문에 불쌍한 우리 은아.....파혼 당하는 거 지켜보면서…. 내가 얼마나…. 정말..미안하고...안쓰럽고...”

 

  “니가 뭐가 미안해...”

 

  “내가 한민원 너한테 소개했잖아…. 그 놈만 아니었어도 너....훨씬 행복하고...”

 

  “그 얘기를 이제 와서 또 왜 해.”

 

 은아는 울먹이는 윤지의 등을 토닥였다.

 

  “그런 말 하지 마...넌 잘못한 거 하나도 없어. 그리고 나 이제 괜찮아. 다 잊었어...벌써 2년 전 일이잖아.” 은아는 차분하게 말했다.

 

  “...아니야...너 솔직해져봐...하나도 못 잊은거지? 그러니까 2년 내내 남자도 안 만나고.. 회사 집 회사 집.. 새로운 사람들 만나는 것도 두려워하고…. 다 그 이유 때문이잖아.”

 

  “...이윤지.”

 

  “난 네가 다시 가슴 설레는 사랑했으면 좋겠어. 네가 정말 행복해지는 사랑..”

 

 테이블에 머리를 박고 훌쩍이는 윤지를 달래며 은아는 엄마가 죽기 전 해줬던 마지막 말을 생각해냈다.

 

  ‘..은아야..정말 행복해야 돼.’

 

 *

 

 

  “정말 미안해요 은아씨.”

 

 연락을 받고 온 윤지의 애인 준수가 말했다.

 

  “아니에요…. 제가 미안하죠 윤지 술 마시는 걸 그냥 둬서.” 은아가 웃으며 말했다.

 

  “은아 씨도 많이 취했네. 같이 가요. 바래다줄게요.” 준수가 윤지를 부축하며 말했다.

 

  “...아니에요 반대 방향이잖아요, 그리고 전 버스 타면 10분이면 가요.”

 

 준수가 난처한 듯 은아를 바라봤다.

 

  “괜찮겠어요? 윤지가 내일 알면 화낼 텐데.”

 

  “저 정말 괜찮아요. 진짜 버스 타고 싶어서 그래요.. 밤 공기도 좀 맞고 싶고요.”

 

 은아의 말에 결국 준수는 마지못해 윤지를 태우고 떠났다. 은아는 시원한 밤공기를 들이마시며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은아는 알지 못했다, 그녀와 윤지의 단골 포장마차에 한민원도 우연히 자신의 일행들과 들렸다는 걸. 그리고 은아와 윤지가 있는 방 쪽을 지나치다가 그들의 대화를 들었다는 것도 말이다.

 

 

 *

 

 

 버스에서 내려 집을 향해 걷던 은아는 막 편의점에서 나오는 도운과 마주쳤다.

 

  “뭐 사 오는 길이세요?” 은아가 먼저 말을 걸었다.

 

  “네. 뭐 좀...근데 술 마셨어요?”

 

  “..조금요.”

 

 둘은 함께 오피스텔을 향해 걸었다. 유난히 하늘이 맑아 달이 선명하게 빛났다.

 

  “저번에 보니까 술 못 하시는 것 같던데.” 도운이 낮게 말했다.

 

  “오늘은 많이 안 마셨어요. 친구가 많이 마셨지.”

 

 도운은 힐끗 은아를 내려다 봤다.

 

  “저번에 비해서 멀쩡해 보이기는 하네요...”

 

 도운의 말에 은아는 웃음을 터트렸다. 오피스텔 건물 앞에 다다랐을 무렵, 누군가 뒤에서 달려오는 소리가 났다. 도운과 은아는 동시에 뒤를 돌았다. 한 남자였다. 그냥 한 남자가 아니었다, 그였다. 한민원. 그는 급히 달려와 은아의 앞에 섰다.

 

 

  “....한민원...?”

 

 

 은아가 믿기지 않는 듯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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