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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히어로 테일즈
작가 : 두번째준돌
작품등록일 : 2018.11.1

마법 세계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사건들을 헤쳐 나가며 성장하는 소년 소녀들의 이야기. (누구나 부담없이 읽으실 수 있습니다^^)

장대한 시리즈물로 기획된 '히어로 테일즈'는 마법세계, 특히 블루마법고등학교에서 일어나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현실감 있게 담고 있습니다.

여러가지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통해 우리는 진정한 영웅(Hero)이란 무엇인지 느낄 수 있습니다.
무적의 존재도 완전무결한 신도 아닌 그들은, 그저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일뿐입니다.

 
12장 외전 '기말고사' - 1화. 여신과 데이트 (상)
작성일 : 19-09-04 19:49     조회 : 300     추천 : 0     분량 : 3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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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장 외전. '기말고사'

 

 

 

 # 1. 여신과 데이트 (상)

 

 

 

 Savior. 2007년 11월 30일 (월)

 오늘은 월요일,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한 주의 시작을 알리는 끔찍한 날이다.

 그러나 매주 월요일에만 쉬는 사람이 있었으니, 그 이름하여 '샤리 로셀리나' 파랑 도시 유니온의 리더였다.

 그녀는 지난 1주일간의 스트레스를 모두 날려버릴 상쾌한 아침 공기를 맞으며 기지개와 함께 일어난다.

 

 "하~ 암."

 

 우아하게 하품하며 시간을 확인하는 그녀.

 오전 11시 반이었다.

 

 "헉, 시간이 벌써? 늦잠을 자버렸네."

 

 샤리는 화들짝 놀라며 침대에서 뛰어내린다.

 그리고 침실 옆에 마련된 20평짜리 욕실에서 얼른 샤워를 끝낸다.

 덜 마른 라임빛 금발을 말리고, 어젯밤 미리 골라뒀던 흰색 원피스와 가디건을 챙겨입는다.

 모든 준비를 마친 그녀는 전신거울 앞에서 자신의 모습을 이리저리 비춰본다.

 

 "흐음... 좀 나이 들어 보이려나? 글구 얼굴이 좀 더 작았으면 좋겠어."

 

 투덜대는 샤리.

 170cm가 넘는 키에 8등신 비율을 가진 여신 미모의 소유자가 이런 소리를 하다니...

 정말 사람의 욕심은 끝도 없단 말이 실감 나는 순간이었다.

 아무튼 출발.

 샤리는 대궐 같은 로셀리나 저택 밖으로 걸음을 옮긴다.

 

 오늘 샤리는 춘회와 데이트를 할 예정이었다.

 약속 시각은 블루고가 끝나는 오후 4시.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는데도 이렇게 서두르는 이유는 바로 내일 생일인 춘회를 위해 유니온 건물 안에 깜짝 선물을 준비해야 했기 때문이다.

 훌륭한 이벤트녀 샤리, 모두들 그녀를 칭송할지어다. (?)

 

 오후 4시.

 백발의 미소년 춘회는 종례가 끝나기 무섭게 후문을 향해 '우다다다' 달려간다.

 초신속의 하츠보다 빠르게 후문에 도착한 그가 엘프 이상으로 아름다운 라임색 머리 여성을 발견한다.

 

 "오오, 샤리! 무지 예쁘다!"

 

 샤리 앞에 선 춘회가 함박웃음을 짓는다.

 순수하게 기뻐하는 그 모습이 꼭 커다란 선물상자를 받은 어린이를 연상시킨다.

 

 "고마워. 춘회도 멋져."

 "히힛. 샤리의 아름다움에는 비할 바가 못 되지."

 

 춘회가 샤리의 목에 걸린 분홍빛 진주목걸이를 가리킨다.

 

 "목걸이 잘 어울린다."

 "아무렴 누가 선물해준 건데?"

 

 춘회와 샤리가 오손도손 얘기를 나누는 사이, 후문에 하교하는 인파들이 몰린다.

 사람들은 처음엔 웬 선남선녀가 만나고 있나 궁금해하다가, 둘의 정체가 유니온 리더 샤리와 춘회파의 리더 춘회라는 사실을 깨닫고 수군대기 시작한다.

 

 "저 사람 우리 도시 유니온 리더 아냐?"

 "맞아. 되게 예쁘다."

 "춘회랑 사귀는가?"

 "헐 대박, 선남선녀 연상연하 커플이네."

 

 그러거나 말거나 춘회한텐 사람들이 수군덕거리는 게 들리지도 않는다.

 온통 샤리한테 정신이 팔린 상태였기 때문이다.

 지하철을 타고 수상공원에 도착한 그들.

 이곳이 첫 번째 데이트 장소였다.

 두 개의 호수 양옆으로 만들어진 산책로를 따라 춘회와 샤리는 느긋하게 걷는다.

 가을바람에 떨어진 갈색 낙엽 잎을 밟으며 둘은 이야기를 나눈다.

 

 "샤리, 낙엽을 보면 무슨 생각이 들어?"

 "글쎄, 쓸쓸함?"

 

 샤리가 땅에 떨어진 낙엽들을 보며 대답한다.

 

 "그래. 쓸쓸함. 겉으로 보기엔 그런 모습이지. 나무에서 떨어져 나와 쓸쓸하게 바닥을 뒹굴고 있으니까... 그치만 나는 조금 다르게 생각해. 낙엽은 바스러져서 나무의 양분이 되고, 또다시 잎이 되어 새로운 생명을 피워낼 테니까! 그래서 난 낙엽을 보면 순환과 생명이 떠올라."

 "정말 그렇게도 생각할 수 있구나."

 

 샤리가 고개를 끄덕인다.

 이런 심오한 얘기 말고 다른 얘기도 많이 한다.

 

 "샤리, 양과 오리가 만나면 뭘 하는 줄 알아?"

 "음... 모르겠는데?"

 "정답은 미연시(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을 한다! 왜냐면 sheep duck이 되니까!"

 "쉽덕? 하하하!"

 

 실없는 농담부터 시작해서 영화, 정치, 책, 취향 등을 소재로 한 이야기도 주고받는다.

 둘은 생각했던 것보다 죽이 잘 맞는다.

 이야기하면 할수록 잘 통하고 마음이 맞는 느낌.

 동쪽에 솟은 나지막한 언덕 위에 오른 춘회와 샤리는 푸른 보석 같은 호수를 바라본다.

 샤리가 감상을 말한다.

 

 "아름다워."

 "응."

 

 춘회도 고개를 끄덕인다.

 둘은 서로의 손을 꼭 잡은 채 한동안 가만히 경치를 구경하며 서 있었다.

 짧아진 해가 어느새 노을을 드리운다.

 춘회와 샤리는 왔던 길을 거슬러 수상공원을 빠져나온다.

 

 이번에는 파랑 도시의 중심가에 간 그들.

 저녁을 먹기 위해 북적이는 인파를 헤치고 걸음을 옮긴다.

 

 "분식 어때? 내가 춘회파 애들이랑 자주 가는 데가 있는데."

 

 춘회가 메뉴를 제안한다.

 이럴 수가... 역사적인 첫 데이트에서 분식이라니?

 어쩜 이렇게 로맨틱하지 않을 수가 있단 말인가?

 다행히 샤리는 기대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좋아. 확실히 맛있는데 맞지?"

 "응! 맛은 내가 보장해!"

 "그럼 출발!"

 

 그렇게 춘회의 단골 분식집으로 간다.

 그곳은 식당이라기보단 포장마차에 가까웠다.

 입구 대용으로 만들어 놓은 천막을 들추고 입장한 그들의 코를, 온갖 맛있는 냄새가 자극한다.

 

 "여기 떡볶이, 순대, 튀김, 김밥, 라면, 잡채, 우동 주세요!!"

 

 역시 세계적인 위장을 가진 춘회가 큰 스케일로 주문한다.

 주인 아주머니는 놀라서 묻는다.

 

 "엥? 그걸 둘이서 먹게?"

 "네. 조금 적으려나...? 일단 먹어보고 또 시킬게요!"

 

 춘회의 대답에 아주머니는 할 말을 잃고 만다.

 잠시 멍하니 춘회를 쳐다보던 아주머니는 저 백발의 미소년이 머리색만 바뀌었지, 예전의 그 붉은머리 대식가라는 걸 깨닫고는 순순히 음식을 준비하기 시작한다.

 잠시 후 식탁에 푸짐한 한 상이 차려진다.

 

 "우와, 잘 먹겠습니다!"

 

 춘회가 포크를 집어 들며 소리친다.

 그가 멧돼지도 찍어 먹을 기세로 떡볶이를 향해 포크를 내리치려다가 문득 한 가지를 떠올린다.

 

 '어? 그러고 보니 샤리는 고귀한 부잣집 딸처럼 생겼는데 이런 길거리 음식을 먹을 수 있을까?'

 

 걱정스레 샤리의 얼굴을 확인하는 춘회.

 그것은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고귀한 여신 외모의 샤리는 엄청나게 잘 먹었던 것이다.

 시뻘건 용광로 같은 소스에 담긴 떡볶이를 한입에 삼킨 뒤, 그녀가 엄지를 들어 보인다.

 

 "음~ 진짜 맛있다!"

 "오오? 다행이다."

 "춘회 너도 얼른 먹어!"

 "응응!!"

 

 그 뒤로 폭식 타임이 이어진다.

 중독성 있게 매운 소스와 탁월한 쫄깃함을 가진 떡볶이, 탱글한 탄력의 순대, 바삭바삭하고 속재료의 맛을 해치지 않은 튀김, 후루룩쩝쩝 맛 좋은 라면까지...

 춘회와 샤리는 어찌나 맛있었는지 말도 하지 않고 음식들을 흡입한다.

 그들은 다 먹은 다음 추가로 또 한 코스를 시킨다.

 3번을 반복하고 나서야 둘은 분이 좀 풀렸는지 자리에서 일어난다.

 

 "후아~ 잘 먹었다! 샤리는 어땠어? 이 집 괜찮았어?"

 "괜찮은 정도가 아니었어. 지금껏 먹어본 분식집 중에서 제일 맛있었다고!"

 

 샤리가 극찬하자 춘회는 기분이 좋아진다.

 저녁 식사를 마친 그들은 소화도 시킬 겸 도시 중심가를 돌며 산책한다.

 옷가게, 무기상점, 마법약국, 음식점, 술집...

 다양한 가게를 훑어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런데 광장에 도착했을 때 생각지도 못했던 불청객들이 두 사람의 앞을 가로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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