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판타지/SF
기록되지 않은 쐐기용사의 영웅담
작가 : SolaR
작품등록일 : 2019.9.1

인류는 ‘이레귤러의 시대’라 불리는 최악의 시대와 맞서며 끔찍한 고통을 견디어내고 있었다.
언제부터인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정체불명의 괴물들, 생태계를 뒤바꿔버릴 정도로 지독한 이상기후, 그로 인해 인간으로서의 도리를 저버린 인간들까지.
그러나 도무지 출구가 보이지 않는 고통의 나날들 속에서도 누군가는 희망의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이 이야기는 기록되지 않을 누군가의 영웅담이다.

 
1장 시스터 바리 카흐(5)
작성일 : 19-09-04 19:35     조회 : 190     추천 : 0     분량 : 6977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무거운 침묵 속에서 차갑게 눈을 치뜬 바리. 그런 그녀 앞에 선 빌헬름은 식은땀을 삐질삐질 훔치며 말을 골라야만 했다.

 

 “그, 그러게 말이야. 하지만 그런 말도 있잖아.”

 “말? 무슨 말?”

 “등잔 밑이 어둡다고. 뭐라더라. 사자성어로 풍전등화던가?”

 “풍전등화는 네놈의 목숨이겠지!”

 

 허둥대며 면피성 발언을 내뱉어보지만 그마저도 사자성어가 틀린 탓에 안 하니만 못한 말이 되고 말았다.

 

 벼락같이 달려든 바리가 빌헬름의 몸통을 냅다 들이받았다. 불의의 기습을 당한 빌헬름은 그대로 바닥에 나자빠졌지만 그럼에도 바리는 성이 풀리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래. 등잔 밑이 어둡다고 그랬지? 그럼 어디 한번 가까이서 봐보시지!”

 

 바리가 쓰러진 빌헬름 위로 올라타더니 풀 마운트 자세로 멱살을 틀어쥐었다.

 

 “악! 악! 악!”

 “잘 생각하고 말해. 어쩌면 그게 네놈 묘비에 새길 마지막 말이 될 수도 있으니까.”

 

 이 여자는 악마의 화신이라도 되는 것일까? 빌헬름은 결국 눈을 까뒤집고 침을 질질 흘리고서야 바리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사실 바리는 절세의 미녀까지는 아닐지라도 적당히 예쁜 측에 속했다.

 

 덜 여문 그녀의 외모는 끝이 살짝 올라간 장난스러운 눈꼬리와 맞물려 제법 발랄한 소녀의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그저 장난스럽다고만 보기에는 지나치게 괄괄한 성격이 외모의 빛을 가렸다.

 

 물론 캑캑거리고 있는 빌헬름이 글래머러스한 연상의 여인을 좋아한다는 점 또한 지금의 비극을 빚은 것에 한몫했다.

 

 "미안. 네 나이대의 여자애들이 외모에 대해 과한 자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잠시 잊고 있었어.”

 “자의식이라고 하지 마. 나 정도면 예쁜 거야. 미소녀라고!”

 “어.........”

 “어머, 빌헬름 씨. 또 목이 졸리고 싶은 거야?”

 “아니, 아니야! 천만에! 이 정도면 충분해! 그, 그러고 보니 수녀님 이름도 듣지 못했네.”

 

 생각해보면 빌헬름만이 일방적으로 이름을 밝혔을 뿐이다.

 

 넘어뜨리고 목까지 조른 상대에게 새삼스레 자기소개를 하려니 무심코 웃어버릴 것 같았다.

 

 “내 이름은 바리 카흐. 크로우베리 수녀원의 수녀 시스터 바리야.”

 

 엄밀히 말하면 정식 수녀가 되지 못한 예비 수녀였지만 불리한 정보를 굳이 밝힐 필요는 없었다.

 

 “아하하. 그래. 시스터 바리. 확실하게 기억했어. 정식으로 내 소개를 하자면 빌헬름 상단의 단장인 프리드리히 빌헬름이야. 여심 사냥꾼, 상단의 젊은 도련님, 파렴치한 탕아 등으로 불리지만 적당히 빌헬름이라는 성으로 불러줘. 어차피 우리 가문의 인물은 나 밖에 남지 않았거든.”

 “어머. 그건 정말 유감이야. 시스터 바리의 이름으로 빌헬름가의 축복을 빌게.”

 “아하하. 그럴듯한 수녀 흉내는 그만둬. 비슷할수록 웃음이 나온다고.”

 

 빌헬름이 배를 잡고 웃어버리자 바리는 맥이 풀려 화도 내지 못했다. 그저 자신이 수녀라는 사실에 대해 회의적으로 되돌아보았을 뿐이다.

 

 “아하하. 미안. 또다시 실례했군. 그래서 시스터 바리께서는 어떤 식으로 세상을 구할 생각이지?”

 

 지금껏 누구도 궁금해 한 적 없던 바리의 계획이었다.

 

 순간 침울해져 있던 바리의 눈에 생기가 돌았다.

 

 “잘 물어봤어! 나는 어중이떠중이들이랑은 달라. 세상을 구하기 위한 확실한 계획이 있다고!”

 “호오. 그렇게까지 자신만만하게 나오니 괜히 더 궁금해지는데?”

 

 거만하고 밉살스러운 태도가 과연 어디까지 갈까? 저 젊은 상인 놈의 높은 콧대를 꺾어주자.

 

 그렇게 마음먹은 바리는 목에 걸고 있던 비장의 수단을 꺼내었다. 언뜻 보기에 그것은 특징적인 심벌을 상징한 펜던트같이 보였다.

 

 빌헬름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물었다.

 

 “목걸이? 액세서리 사업으로 군자금이라도 모으려고?”

 “뭐!? 액세서리?! 이 성스러운 후광이 보이지 않는 거야?”

 

 믿을 수 없다는 듯이 호들갑을 떨어도 빌헬름의 눈에는 그저 독특한 모양의 펜던트로 밖에 보이질 않았다.

 

 결국 답답해진 바리가 그것의 정체를 밝혔다.

 

 “이건 우리 크로우베리 수녀원의 성물이라고!”

 “성물? 이게 성물이라고?”

 

 성물이라는 말에 눈을 크게 떠보지만 그렇다고 해서 느낄 수 없던 성스러움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의문이 생겼다.

 

 “비꼬려는 건 아니지만 세상 물정 모르는 말괄량이에게 수녀원의 상징인 성물을 내주었다고? 좀처럼 이해할 수가 없는데.”

 “으윽!”

 “만약 우리가 너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너희 수녀원의 성물은 사랄 왕국의 국경 어딘가에 잠들어 버렸을 거야.”

 

 에리니에스 원장수녀에게 들었던 말을 제3자의 입을 통해 다시 들으니 할 말이 없었다.

 

 그렇기에 순순히 인정했다.

 

 “뭐, 순순히 내어주지는 않더라고.”

 “그래서?”

 “뭐가 그래서야? 당연히 아무도 모르게 빌려왔지.”

 “....... 그건 결국 훔쳤다는 말이지?”

 “다시 돌려놓기만 하면 빌린 거야!”

 

 기가 차다는 듯이 바라보는 빌헬름의 시선을 애써 외면한 바리는 크게 헛기침을 한 뒤 경건한 모습을 연출했다. 그 모습이 어찌나 부자연스럽던지 어설픈 어린이 연극을 보는 듯했다.

 

 “어린 양이시여. 당신은 엠브리오(Embryo)를 아시나요?”

 “알다마다.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엠브리오(Embryo).

 

 여러 가지 신비한 힘을 가진 그 보석들이 어디에서 왔는지에 대한 기원은 불분명하다. 일견 가공된 광물의 일종처럼 보이지만 광물학이나 암석학, 보석학 등으로 접근을 해보아도 엠브리오의 수수께끼는 미궁 속에 가려져 있었다.

 

 다만, 몇몇 종교단체에서는 그런 신비에 둘러싸인 보석의 기원을 자신들이 모시는 위대한 존재들과 연관 짓기도 했는데, 바리가 속한 크로우베리 수녀원 역시 그런 종교에 예속된 수녀원 중 하나였다.

 

 “네. 그렇담 이야기가 빠르겠네요. 엠브리오라면 분명히 세계를 구할 수 있을 테니까요!”

 

 마치 꿈이라도 꾸는 듯이 황홀한 표정으로 먼 곳을 응시하는 바리의 모습에 빌헬름의 고개가 갸우뚱 기울어졌다.

 

 “엠브리오? 엠브리오로 세상을 구한다고?”

 

 숨길 수 없는 의아함에 바리가 도끼눈을 치떴다.

 

 “뭐야? 그 말투는? 지금 ‘자연(紫煙)의 신녀(神女)’님께서 남기신 위대한 흔적을 믿지 못하겠다는 거야? 불경한 것에도 정도가 있지!”

 “워! 워! 잠깐 진정해봐! 진정하고 이거부터 보라고.”

 

 또다시 목을 조르려고 덤벼드는 바리를 간신히 떼어낸 빌헬름은 허둥거리며 무언가를 꺼내었다.

 

 빌헬름이 꺼내든 그것은 빛을 받아 여러 색으로 반짝이는 구(球) 형의 물체였다. 언뜻 조약돌 같기도 했고 유리구슬 같기도 한 그것은 연마 상태가 굉장히 좋아 약간의 각진 부분도 없이 완벽한 구형을 이루고 있었다.

 

 “이게 뭐야? 혹시 이걸로 신녀님을 모독한 것에 대해 용서를 구하겠다는 거야?”

 “뭐?”

 “흠흠. 그러면 자비를 베풀어볼까. 신녀님도 그것을 바랄 것 같고.”

 

 반짝이는 그것을 홀린 듯이 들여다보는 바리의 모습에 빌헬름은 혀를 끌끌 찼다.

 

 “내 이럴 줄 알았지. 이게 뭔지도 모르면서 세상을 어떻게 구하겠다는 거야?”

 

 빌헬름은 이도 저도 아닌 복잡한 표정으로 떫게 웃었다.

 

 “그게 바로 엠브리오라고.”

 

 **

 

 전혀 예상치 못한 순간, 예상치 못한 경로를 통해 마주하게 된 엠브리오. 엠브리오의 실체를 마주하게 된 바리는 머리가 새하얘지는 것만 같았다.

 

 “뭐라고? 이게...... 엠브리오?”

 

 이게 세계를 구원으로 이끌 최후의 보루라고!?

 

 충격이었다.

 

 빌헬름이 엠브리오라고 꺼낸 그것은 도무지 세상을 구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흥분한 바리가 빌헬름의 멱살을 쥐고 흔들었다.

 

 “이런게 엠브리오일리가 없잖아!”

 “하지만 진짜야.”

 “신성모독이야! 불경하다고! 엠브리오가 아무렇지도 않게 날라리 도련님 주머니에서 나올 리가 없다고!”

 “이 정도 엠브리오는 돈만 있으면 충분히 살 수 있어. 그렇게 비싸지도 않고.”

 

 발악하듯 소리 지르던 바리가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고 말았다.

 

 “이봐. 수녀 씨. 괜찮아?”

 

 조심스럽게 물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빌헬름은 망연한 표정으로 주저앉은 바리를 보며 자신의 성급함을 탓했다.

 

 그는 상단을 운영하며 세계 각지를 돌아다녔던 만큼 지금껏 다양한 군상들을 보아왔다. 그중에는 신비한 힘을 가진 엠브리오에 이상하리만치 강한 집착을 보이는 이들도 있었다.

 

 바리가 그런 사람들 중 하나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었지만 설령 그렇다 해도 크게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폐쇄적인 성격의 종교단체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경우 무조건적인 신앙심을 강요받아 비뚤어진 종교관을 가지게 된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엠브리오에는 분명 신기한 힘이 있어. 하지만........’

 

 엠브리오에는 이론으로 설명할 수 없는 신비한 힘이 깃들어 있다.

 

 그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레귤러의 시대를 종식시킬 정도의 가능성을 가진 엠브리오는 여태껏 발견된 적이 없었다.

 

 빌헬름은 습관적으로 턱수염을 쓰다듬었다.

 

 “흐음. 분명 자연(紫煙)의 신녀(神女)를 섬기는 수녀라고 그랬지? 자연의 신녀라면 ‘네 명의 현인(賢人)’에 등장하는 그 신녀?”

 “‘네 명의 현인’이라고 묶지 마. 우리가 모시는 것은 자연의 신녀님뿐이라고.”

 “아무튼.”

 

 네 명의 현인.

 

 문명이 시작될 무렵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고 전해지는 네 명의 영웅들. 그들은 초월적인 지식과 기상천외한 힘을 바탕으로 문명을 수 세기나 앞당겼다고 전해져온다.

 

 그런 그들의 이야기는 전설이나 설화, 그리고 동화의 형태로 다양하게 전해져 내려왔는데 워낙에 오래된 일이고 지금 봐도 허무맹랑한 일화들이 많아서 관련 종교를 제외하고는 그것이 실제로 있었다고 믿는 사람은 없었다.

 

 “아하하. 그래도 자연의 신녀를 믿는다면 네가 수녀라는 것도 이해가 되네.”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빌헬름 씨. 신중하게 대답하세요. 이번에도 실언을 하신다면 반드시 신녀님의 품으로 보내드릴 테니까.”

 

 힘없는 미소 속에 숨은 차가운 분노가 느껴져 도무지 허투루 들리지 않았다. 까딱 잘못하면 낙심한 마음의 분풀이까지 애꿎게 뒤집어쓸 것 같았다.

 

 손익계산에 밝은 젊은 상인은 쓸데없는 손해를 피하기 위해 손을 내저으며 변명을 했다.

 

 “잠깐만. 나는 그저 세간의 소문을 들었을 뿐이야. 뭐라더라? 자연의 신녀는 파괴를 관장한다고 했던가?”

 “파괴가 아니라 개변이야! 그릇된 것을 부수어 바로잡는다고 해서 개변.”

 “아하하. 그릇된 것을 부순다는 점에서 파괴가 더 어울리지 않아?”

 

 안타깝게도 밝은 손익계산만큼 눈치까지 좋지는 못한 탓에 어김없이 바리의 벼락같은 발차기가 날아들었다.

 

 하지만 빌헬름도 같은 수에 몇 번이나 당하지는 않았다. 그는 바닥에 납작 엎드리는 것으로 간신히 재앙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비록 볼썽사납긴 했지만.

 

 “아하하. 몇 번씩이나 같은 수에 당할성싶으냐! 그리고 파괴든 개변이든 어지간한 괴짜가 아니면 신녀(神女)를 믿지는 않는다고. 여신(女神)이면 몰라도.”

 

 조금의 배려도 느껴지지 않는 빈정거림에 결국 바리가 폭발하고 말았다.

 

 “어리석긴! 신녀이기에 의미가 있는 거라고!”

 

 분노에 찬 바리의 일갈에 빌헬름은 벙 찐 표정을 지었다.

 

 “그건 또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야?”

 “잘 들어. 신녀님께서는 인간의 몸으로 수많은 기적을 남기신 분이야.”

 “뭐, 전설대로라면 그렇겠지.”

 

 바리가 답답하다는 듯이 목소리를 키웠다.

 

 “그럼 반대로 물을게. 신녀님께서 그리도 애쓰셨는데 세상은 왜 이 꼴이 되었을까?”

 “글쎄.”

 “세상을 조율할 의무가 있는 신들이 제 본분을 다하지 않아서 그런 거라고! 그런데도 신녀님을 따르는 우리가 괴짜야? 오히려 괴로워 울부짖으면서도 신에게 고개를 조아리는 쪽이 괴짜 아니냐고!”

 

 언뜻 궤변 같은 종교관이었지만 빌헬름은 나름 흥미를 느끼는 듯했다.

 

 “호오. 그러니까 너희는 신의 존재를 불신하는 것은 아니라는 거지? 신의 존재를 믿되 그들이 제 할 일을 다 하지 못해서 세상이 이 꼴이라고 말하는 것이고.”

 “그래.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있으면서도 해결하지 않는 신을 누가 바라겠어? 그딴 건 신이 아니라 악마라고.”

 

 바리가 긍정하자 빌헬름은 들릴 듯 말 듯한 소리로 중얼거렸다.

 

 “...... 단순한 괴짜들은 아니라는 거군.......”

 “응? 뭐?”

 “아니, 별거 아니야. 그보다 듣다 보니 너의 계획에도 흥미가 생기네. 너는 엠브리오로 세상을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엠브리오 이야기가 나오자 격분해 있던 바리가 순식간에 의기소침해졌다.

 

 “성서의 마지막 페이지에는 이런 이야기가 쓰여 있어. 신녀님께서는 기적을 이룩하시고 신의 세상으로 올라가셨다. 신녀님께서는 남은 이들을 불쌍히 여겨 다른 현인들과 함께 위대한 힘의 조각을 남겨두셨다. 그 힘의 조각들은 다섯 가문에 맡겨져 후대에 전해지리.”

 “아, 그 이야기는 들어본 적 있어. 네 명의 현인의 힘을 계승한 다섯 가문의 이야기.”

 “들었다면 알겠지만 거기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해. 그 중 우리 수도회에서는 신녀님이 남기신 것이 다섯 가문이 아니라 다섯 개의 힘의 결정이라고 해석하고 있고.”

 “그 힘의 결정체가 엠브리오라는 거야?”

 바리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전설 속 현인들이 남긴 다섯 개의 엠브리오.

 

 빌헬름은 손안의 엠브리오를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과연 이 돌멩이로 세상을 구할 수 있을까?

 

 자문을 해보지만 회의적인 대답만이 돌아온다.

 

 “그래서. 신녀님의 흔적은 어떻게 찾을 셈이지? 아무 계획도 없이 수녀원을 나온 것은 아닐 거 아니야?”

 

 바리가 성물을 꺼내 보였다.

 

 “성물을 괜히 빌려 온 지 알아?”

 “빌린 게 아니라 훔친 거지.”

 “자. 봐봐. 성물을 손에 쥐고 신앙심을 다하면........”

 

 바리는 지그시 눈을 감고 성물을 양손으로 감싸 쥐었다. 평소에는 수녀라는 인상이 옅은 바리지만 경건하게 기도를 올리는 그 모습에서는 수녀다운 고결함이 느껴지는 듯 했다.

 

 성물은 그녀의 진지한 모습에 감응이라도 하듯 찬란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성물이 뿜어내던 빛무리는 이내 빛의 기둥으로 변해 하늘을 향해 뻗어나갔다.

 

 빌헬름은 하늘로 솟아오른 빛의 기둥을 넋을 놓고 올려다보았다.

 

 “오오. 이건 예상치도 못했던 장관인걸.”

 

 반면 바리의 낯빛은 어째서인지 핏기가 없이 창백했다.

 

 “어? 이,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왜 이러는 거야!”

 “왜 그래?”

 “이상해. 이상하다고. 이럴 리가 없는데!”

 “아하하. 뭐야? 고장이라도 났어?”

 

 아까와 같은 장난스러운 빈정거림이었지만 바리의 반응은 사뭇 달랐다.

 

 “성물은 자연의 신녀님의 흔적을 쫓아 빛을 향하게 되어 있어. 그런데 이건......”

 “그렇다면 하늘 섬이라도 있다는 거야?”

 “....... 고장 난 것이 아니라면 말이야.......”

 

 더없이 심각한 표정을 보고서야 장난칠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빌헬름은 바리를 따라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5 3장 대장장이, 그리고 엠브리오(3) 2019 / 10 / 22 206 0 6247   
14 3장 대장장이, 그리고 엠브리오(2) 2019 / 10 / 21 207 0 6344   
13 3장 대장장이, 그리고 엠브리오(1) 2019 / 10 / 20 200 0 7013   
12 2장 불을 잃어버린 대장간의 대장장이(7) 2019 / 10 / 19 214 0 7839   
11 2장 불을 잃어버린 대장간의 대장장이(6) 2019 / 10 / 13 227 0 6307   
10 2장 불을 잃어버린 대장간의 대장장이(5) 2019 / 10 / 6 209 0 6819   
9 2장 불을 잃어버린 대장간의 대장장이(4) 2019 / 9 / 29 210 0 6148   
8 2장 불을 잃어버린 대장간의 대장장이(3) 2019 / 9 / 15 206 0 6638   
7 2장 불을 잃어버린 대장간의 대장장이(2) 2019 / 9 / 13 213 0 6990   
6 2장 불을 잃어버린 대장간의 대장장이(1) 2019 / 9 / 8 196 0 7839   
5 1장 시스터 바리 카흐(5) 2019 / 9 / 4 191 0 6977   
4 1장 시스터 바리 카흐(4) 2019 / 9 / 3 209 0 7183   
3 1장 시스터 바리 카흐(3) 2019 / 9 / 2 226 0 7781   
2 1장 시스터 바리 카흐(2) 2019 / 9 / 1 202 0 6030   
1 1장 시스터 바리 카흐(1) 2019 / 9 / 1 350 0 7149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