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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일단, 뛰어!
작가 : 김기현입니다
작품등록일 : 2019.9.3

뱀파이어 여인 일단.

그리고 두 명의 사내, 효령과 영실.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 해도 나는 오늘...빌어먹을! 그딴게 어딨냐고!

아직 하고 싶은 게 많다고!

지구 멸망을 막아줘 일단! 어서 뛰어!

 
3. 편안해질 때까지
작성일 : 19-09-04 16:42     조회 : 370     추천 : 0     분량 : 3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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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굴 같은 길을 지나 출구에 도달한 효령의 앞에 나타난 것은, 광활한 대지 위로 펼쳐진 너른 수풀이었다.

 

  그리고, 동굴의 출구이자 수풀의 시작 지점에 효령의 키의 두 배는 될 듯한 크기로 서서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는 거대한 비석이 있다.

 

  비석에는 하늘의 별자리가 빼곡하게 새겨져 있고, 그 별자리의 별들 하나하나가 마치 살아 있는 듯 푸른 빛을 은은히 발하고 있다.

 

  국보 228호. 천상열차분야지도.

 

  태조 이성계가 조선의 정통성을 강조하기 위하여 고구려의 천문도를 복원한 것으로 모두들 알고 있지만,

 

  그것은 이성계가 이 비석의 복제품을 만들어 정치적으로 활용한 것이다.

 

  현재 덕수궁 궁중유물전시관에 보관되어 있는 천상열차분야지도는 사실 이 거대한 비석의 복제본인 것이다.

 

  진짜 천상열차분야지도는 지금 효령의 눈 앞에서 빛을 내고 있는 바로 이 비석이다.

 

  그것은, 사라진 고대 초문명의 몇 남지 않은 마지막 유산들 중 하나.

 

  진정한 존재 목적은, 다른 차원의 공간으로 가는 관문의 문지기이다.

 

  이 문지기의 인정을 받지 않으면 이 곳에 들어왔다 한들 그저 수풀 속을 헤매는 것 외의 다른 소득은 없다.

 

  효령은 여전히 귀찮아하는 표정으로 오른손을 들어 비석에 가져다댔다.

 

  그러자 은은하게 빛나던 비석의 별들이 일순 환하게 빛나며, 비석 너머의 풍경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제까지 그저 녹색의 풀과 나무들이 우거진 것 말고는 아무 것도 없는 것으로 보이던 광활한 대지 위에 갑자기 거대한 건물이 나타났다.

 

  가로 세로가 능히 몇 킬로미터에 이르고, 구름 위로 뚫고 올라간 꼭대기의 끝은 어디인지 알 수도 없는 고대 건물.

 

  스스로 신이 되고자 했던 고대인들이 그 당시 향유하던 초문명의 모든 정수를 담아 쌓아 올린, 신에 대한 도전.

 

  하나였던 언어가 수백 가지로 쪼개진 곳이자, 다시 하나로 모이는 곳.

 

  모든 언어의 시작점.

 

  바벨탑.

 

  오로지 선택받은 수호자들만이 천상열차분야지도에 심어진 차원의 결계를 통해 드나들 수 있는, 별개의 차원 공간에 보존되어 있는 고대 초문명의 유산이다.

 

  그 거대한 고대 문명의 유산이, 언제나처럼 어두운 기운을 사방으로 뿜어내며 거의 여의도에 달하는 바닥면적과 꼭대기가 보이지도 않는 높이로 압도적인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그리고 효령은 한반도를 담당하는 수호자로 약 600년 전에 전대 수호자에게 간택되어, 그 때부터 지금까지 수호자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아, 귀찮아…빨리 끝내고 돌아가서 자야지…”

 

  하품을 하며 탑의 입구를 향해 걸어가는 효령을 향하여, 늘 그 자리에 있어온 원숭이 모양의 석상이 낄낄대며 말을 건넸다.

 

  “끼끼끼…썩은 흙냄새가 입구에서부터 진동하더군. 고린내가 유독 심한 걸로 미루어 너일 줄 이미 알았지. 머리부터 발끝까지 역한 냄새가 나는 건 여전하군.”

 

  "응, 니 머리 돌머리-"

 

  효령은 원숭이 석상의 말에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대꾸하며 지나쳤다.

 

  이번에는 근처에 있던 뱀 모양의 석상이 그에 화답하듯이 말하였다.

 

  “비굴하게 아직도 안 죽고 꾸역꾸역 살고 있나, 오염된 왕자? 그만큼 염치없이 살았으면 이제 그만 목매달아 죽어버릴 때도 됐잖아? 내가 직접 목을 졸라 줄까?”

 

  "응, 거울 봐-"

 

  효령은 저주에 가까운 인사를 건네며 낄낄대는 석상들의 인사를 태연하게 받으며 귀찮다는 태도로 계속 걸어갔다.

 

  석상들이 냄새 따위를 맡거나 할 수 있을 리 없다.

 

  자신들이 내뱉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도 모르는 채, 그저 까닭모를 적의와 분노, 미움의 감정에 충실하여 상대에게 저주를 던진다.

 

  비단 이 원숭이 석상, 뱀 석상뿐만 아니라, 이 바벨의 모든 것은 오염되었다.

 

  처음부터 이 바벨탑과 그에 속한 존재들이 이렇게 오염되고 뒤틀린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바벨탑 안에 있는, 고대인들이 남긴 기록에 의하면, 이것은 '건축가'의 저주.

 

  지금의 인류와 비교할 수 없는 지능과 지혜, 강인한 육체, 수백 년에 달하는 수명, 그리고 초문명을 가지고 있던 고대 인류 중에서도 가장 천재라 일컬어지던 이가 있었다.

 

  고대인들은 그를 '건축가'라고 불렀다.

 

  사실 그를 ‘건축가’라는 호칭으로 한정하여 부르기는 어려웠다.

 

  그는 차라리 ‘철학가’에 더 가까웠고, 건축은 미술, 음악, 요리, 발명, 계산 등과 마찬가지로, 그의 뛰어난 사상을 현실에 구현하는 수단의 일부였을 뿐이다.

 

  그는 고대 인류의 실질적인 지도자였다.

 

  지금이었다면, 사람들을 그를 '왕'이라고 불렀을 것이다.

 

  그 때는 그런 용어도, 왕이라는 개념도 없었기에, 사람들은 그저 그를 '건축가'라고 부르며 따랐다.

 

  건축가는, 차원의 문을 열어 여러 차원들을 서로 연결할 수 있게 하는 특이점이 하늘 위 특정 지점에 존재한다는 것을 몇 십 년에 걸쳐 차원방정식을 풀어냄으로써 증명하였다.

 

  그의 발견에 고무된 고대 인류는 그 지점까지 도달하기 위하여 거대한 탑을 쌓아 올리기로 하였다.

 

  가장 높은 최첨단의 층이 그 특이점에 위치할 수 있도록 설계하여, 그 곳에서 신들의 차원인 27차원으로 가는 게이트를 열고자 하였다.

 

  그렇게 하여, 그들 자신들이 신의 세계에 들어가 신이 되고자 하였다.

 

  흥분에 들뜬 고대 인류는 그들이 할 수 있는 모든 능력을 다하여 탑을 건설해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몇 십 년에 걸친 건축 과정에서, 고대인들 역시 지금의 인간들처럼 서로 다른 생각과 가치관으로 인하여 다툼과 분쟁을 벌이게 되었다.

 

  탑이 점점 쌓여갈수록 고대인들 사이에서는 인간이 신이 되는 것이 과연 가능한가, 가능하다면 그것은 옳은 것인가 하는 주제를 놓고 격한 분쟁이 일어났다.

 

  건축가는 자신의 능력과 의지에 미치지 못하는 범인들의 아둔함과 유약함을 탓하며 공사에 더욱 박차를 가하였고, 공사에 회의를 표하는 이들을 거세게 비난하며 다수로부터 격리시키고 소외시켰다.

 

  처음은 건축가와 의견을 같이 하는 자들이 절대 다수였으나, 공사가 점점 완공에 가까워져 갈수록 그의 계획에 의문을 품거나 회의를 가지게 되는 이들이 점점 많아졌다.

 

  그러던 어느 날, 결국 건축가의 계획에 반대하던 자들이 건축가를 저지하기 위하여 그를 살해하고 말았다.

 

  죽어가던 건축가는 자신의 피를 바벨탑에 뿌리면서 저주를 내렸다.

 

  본래 하나였던 고대인들의 언어는 그 저주로 인하여 수백 가지로 쪼개졌고, 바벨탑에 담긴 언어의 힘은 온 세상으로 흩어져 버렸다.

 

  그 때문에 공사는 중단되고 인류는 뿔뿔이 흩어졌다.

 

  그리고 바벨탑 및 그와 관련된 모든 것들은 건축가의 저주의 영향으로 오염되어 서서히 뒤틀려가기 시작하였다.

 

  그 안에 거주하는 모든 생명들과 심지어 무생물들마저도 건축가의 저주를 피할 수는 없었다.

 

  언어는 왜곡되고, 비틀리고, 가치관과 인성은 점점 파탄을 향하여 달려갔다.

 

  그대로 탑을 놓아 두면 오염은 점점 심각해지고 사방으로 퍼져나가 세상 전체를 어둠으로 물들일 것이었기에, 고대 사제들은 이 바벨탑을 그들의 언어, 고대어의 힘으로 봉인하여 다른 차원에 가두어 버렸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힘을 모두 소진한 고대 사제들은 사제로서의 능력을 잃고 평범한 인간이 되어 버렸다.

 

  힘을 잃은 사제들은 스스로를 '수호자'라 부르며, 사라진 자신들의 힘 대신 그 동안 바벨탑의 건축 과정에서 탑에 담겼다가, 건축가의 저주로 세상에 흩어져 버린 '언어의 힘'을 다시 찾아내서, 그것으로 탑에 걸린 건축가의 저주와 맞서 싸웠다.

 

  저주받은 바벨탑은 점점 왜곡되고, 비틀리며 꾸준히 주위를 오염시켜가고 있다.

 

  수호자들은 그에 맞서 '언어의 힘'으로 오염을 정화시킨다.

 

  이 싸움이 언제까지일지는 모른다.

 

  세상에 뿌려진 언어가 모두 바닥나면 탑의 오염을 저지할 방법이 없는 것이고, 그것은 이 세상의 멸망을 의미한다.

 

  천상열차분야지도 등 고대 문명을 이용하여 바벨탑을 다른 차원에 가두어놓고 있다지만, 탑의 오염이 심해지면 결국 오염은 차원의 결계를 뚫고 흘러나와 현실세계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사람들은 오염되어 타락하고, 미쳐가고, 서로 미워하고, 싸우고, 죽일 것이다.

 

  탑의 오염이 모두 정화된다면 수호자들의 승리로 끝날 것이다.

 

  세계는 지금과 같이 흘러갈 것이다.

 

  과연 승자는 누구일까.

 

  그리고 나는 언제 편안해질 수 있을까.

 

  효령은 한숨을 한 번 짧게 내쉰 뒤, 탑의 정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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