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종선
난 하중이의 집을 빠져나가 택시를 타고 멀리 떨어진 외각의 허름한 모텔에 몸을 숨겼다.
이제 남은 문제는 재혁이를 찾아서 적당한 협상을 하는 것이다.
실제로 큰돈을 요구할 생각은 없다. 상황을 보니 내 생각보다 훨씬 위험하게 흘러가는 것 같다.
오히려 돈 숫자를 보면 하중이의 편에 섰어야 했지만, 그놈은 성공할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난 방안에 구석에 앉아 핸드폰은 꺼놓고 있었다.
모텔 복도에 사람이 지나가는 소리만 들어도 흠칫하고 긴장했지만 이내 진정했다.
아마 하중이는 여기를 찾지 못할 것이다.
어제 하중이의 웃음을 보고 난 뒤 놈에 대한 두려움이 갈수록 커져갔다.
어디부터 잘못된 거지..
그렇게 두 시간을 숨어있다가 안전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 샤워를 했다.
그리고 머리를 말리며 TV를 켰다.
‘네 여러분 얼마 전에 소개해드린 고 김종악 화백의 가족이라는 작품 기억하시나요??’
패널들은 기억한다고 대단한 작품이었다고 대답했다.
‘네 근데 오늘 바로 김종악 화백의 실제 아들이 아버지의 살아생전 작품들을 가져왔다고 합니다!’
엄청난 함성소리가 들려온다.
한 남자가 웃으며 스튜디오로 걸어온다.
‘네 고 김종악 화백의 아드님이신 김재혁 원장님입니다.’
패널들은 엄청난 함성소리와 부러움이 가득 쌓인 눈빛을 보낸다.
‘현재 김재혁 원장님은 한국에서 가장 크다고 알려진 서림 미술관을 운영 중이시며 그 외 미술과 관련된 다양한 일을 하고 계십니다.
‘네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김재혁 원장님 오늘 가져오신 고 김 화백님의 작품에 대해 설명해주시겠습니까?’
‘네 이 작품입니다.’
재혁이는 검은색 배경에 빨간색 인간들이 누워있는 그림을 들어 올렸다.
‘아버지가 쓰신 ‘친구’라는 작품입니다.’
재혁이는 작품에 대해 설명하면서 마치 우리에게 어떤 말이라도 하려는 듯이 화면을 정면으로 바라봤다.
재혁이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어릴 때, 우스갯소리로 우리 중 가장 성공하는 놈은 재혁이가 될 거 라고 했는데 그 예상이 얼추 맞았던 것 같다.
놈은 엄청난 부와 명예를 거머진 것 같아 보인다.
그런데 이 타이밍에 모습을 드러낸 이유가 무엇일까?
어찌 됐든 잘 됐다. 놈에게 연락하는 방법을 금방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