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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겨우살이왕
작가 : 지놓
작품등록일 : 2018.12.23

30년전,

각지의 점쟁이들이 한데 모인 자리에서 모든 신들의 죽음이 예언되었다.

신을 죽음으로 몰아넣을 예언의 집행자는 과연 누구인가!

살신(殺神)의 운명을 거머쥐고 태어난 아이들 앞에서 지금,

세계의 운명이 들끓기 시작한다!

#동양판타지

 
3. 여명을 쫓는 이리(2)
작성일 : 19-09-04 00:09     조회 : 259     추천 : 0     분량 : 4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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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오랜만이군. 이 신선한 젖비린내…….”

 

  수련장 안으로 들어온 이는 기괴하기 짝이 없는 외형을 한 낯선 사내였다. 그는 옷이라고 부르기도 힘든, 털이 검은 짐승들의 가죽을 덕지덕지 꿰어 만든 누더기를 걸치고 있었다. 머리에는 죽은 짐승들의 어금니를 연결해 만든 관(冠)을 비스듬히 쓰고 있었으며, 보는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기다랗고 흉측한 흉터가 왼쪽 눈썹부근에서부터 반대편 입술아래까지 사선으로 나있었다.

 

  “누…… 구시죠?”

 

  이난나의 경계어린 물음에도 사내는 거침없이 수련장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그러곤 씩 웃으며 말했다.

 

  “이봐, 모르는 상대의 정체를 캐묻기엔 이미 우리의 거리가 너무 가까워졌다고 생각하지 않나? 입 놀릴 시간 있으면 일단 메부터 먼저 겨누라고.”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갑작스레 주변의 공기가 옅어지면서 숨쉬기가 힘들어졌다. 또한 몹시도 무겁고 끈끈한 막에 갇히기라도 한 듯 불쾌함이 온 몸을 휘감았다. 처음 보는 낯선 이가 난데없이 살기를 뿜어낸 것이었다.

 

  탈루는 그가 형성한 살기에 심장이 오그라드는 느낌을 받았다. 갑작스레 쏘아져온 불청객의 적의(敵意)는 그의 몸을 걷잡을 수 없이 떨리게 만들었다.

 

  “위…… 위험…… 해.”

 

  간신히 입을 벌려 위험을 경고한 이난나도, 금방이라도 졸도할 듯 눈을 까뒤집은 후르와 그의 앞을 막아선 프타도 위태로워 보이긴 마찬가지였다.

 

  난데없이 나타난 흑색 괴한의 살의(殺意)에 모두가 움츠러든 바로 그 순간이었다.

 

  “지금 뭐 하는 짓이야!”

 

  양어깨 위에다 늙은 너구리 두 마리를 대동한 채 새로이 수련장 안으로 난입해 들어온 이는 그들도 익히 아는 얼굴이었다. 티브리 으뜸신녀였다.

 

  “그만두지 못해!”

 

  그녀의 외침과 동시에 그제까지 그들을 얽매어오던 살기가 순식간에 사그라졌다.

 

  “원, 무슨 목청이…….”

 

  “지금 여기서 뭐하는 거죠?”

 

  으뜸신녀의 눈에 떠오른 살기는 조금 전 사내가 쏘아 보낸 것에 못지않았다. 그녀는 정말로 죽일 듯이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보면 모르나…….”

 

  “모르니 묻는 거 아닌가요? 여기서 뭘 하는 거냐고 물었어요.”

 

  “장난 좀 쳐본 걸 가지고 뭘…….”

 

  “장난? 살기 씌운 메를 학생들에게 쏘아 보낸 것이 장난? 이봐요, 학당은 학당관리자의 통제 하에 있어요. 인도(引導)를 맡은 이는 정해진 장소에서 아이들을…….”

 

  “이제 그만 말 좀 편하게 하지? 적응하기 어려운데?”

 

  그러자 잠시 뒤, 으뜸신녀의 입에서 여태 단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놀라우리만치 싸늘한 음성이 튀어나왔다.

 

  “……네놈은 이제 좀 어려워하는 게 어떤가 싶구나, 건방진 녀석 같으니.”

 

  사내는 그제야 만족스럽다는 듯 킥킥거리며 웃었다.

 

  “당신이 다시 사냥꾼에 복귀하겠다고 하면 그때 한 번 생각해보지.”

 

  사냥꾼? 아이들의 눈빛이 순간적으로 의혹에 가득 찼다.

 

  “그나저나 대체 무슨 꿍꿍이지? 네 녀석이 아이들의 인도를 맡는다고? 지나가던 거인이 배를 잡고 깔깔댈 노릇이군.”

 

  “꿍꿍이라니…… 나는 엄연히 샤의 부탁을 받아서 온 거라고.”

 

  “그게 아무나 맡을 수 있는 역할인줄 아느냐? 본래 인도자(引導者)란 운명의 주인께서 임명하신 판별의 세 기둥 중 첫째를 나타내는 명칭. 그 역할은 아이들로 하여금 자신의 운명을 향한 위대한 첫 발을 내딛을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이다. 네 녀석이 이제 갓 바람을 타기 시작한 어린 새들을 일족의 미래로 인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으뜸신녀의 말을 들은 ‘이리’의 입가에 조소가 머금어졌다.

 

  “의미도 없는 잡소리를 거창하게도 떠들어대시는구먼. 이건 그냥 저 어린 녀석들이 일족의 구성원이 될 수 있냐 없냐를 판별하기 위한 관문일 뿐이라고. 일족의 일원인 나는 당연하게도 그 시험관 중 하나가 될 자격이 있는 것이고. 달리 문제가 있나?”

 

  “인도자는 단순한 시험관이 아니다! 아이들의 곁에서 그들이 제 힘으로 관문을 통과할 수 있도록 돕는 조력자의 역할도 겸비해야하는 법! 네 놈에게 그 정도의 인내심이 있다고? 웃기는 소리! 정말로 그랬다면 수릿대 골짜기의 여우도령도 옛날에 잡아 없앨 수 있었겠지.”

 

  티브리의 비웃음 섞인 호통에 시종일관 여유로운 미소를 띠우고 있던 사내가 처음으로 발끈하여 소리쳤다.

 

  “내가 그놈을 잡지 않았던 건 때마침 날이 밝아왔기 때문이야! 알다시피 나는…….”

 

  “잡지 않았다고? 놓친 거겠지. 변명 한 번 기똥차군. 날이 밝아서라니. 수릿대 골짜기는 무려 5년이 넘게 날이 밝아 있는 곳인가 보지?”

 

  두 사람의 설전이 끝날 기미가 보이질 않자, 보다 못한 이난나가 슬그머니 으뜸신녀에게 다가가 물었다.

 

  “저…… 티브리 으뜸신녀님. 죄송하지만 저 사람이 대체 누구……?”

 

  그제야 아이들의 존재를 깨닫기라도 한 듯, 그녀가 화들짝 놀라며 언성을 낮췄다.

 

  “놀랐겠구나, 얘들아. 이 녀석은…… 아니, 이 분은 어…… 그래, 이번에 너희들의 인도를 맡게 된…… 정확히는 프타와 휘토, 탈루뿐이지만…… 어쨌거나 너희들의 인도자로 지정된 사람이란다.”

 

  “저희들의 인도자요?”

 

  프타가 놀라 대꾸하자 으뜸신녀가 안절부절 못하며 대답했다.

 

  “그래…… 어쩌다 보니 그렇게…… 이것 참, 샤께서 정하신 일이라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없구나.”

 

  “그럼 저 사람도 부난 중 하나인가요? 듣던 것과는 다르게 복장이 희한한데요? 피리도 없는 것 같고…….”

 

  몇몇 고위급 지휘자들을 제외한 모든 부난들은 기본적으로 녹색의 복장을 갖추는 것이 원칙이었다. 적과 사냥감의 동태를 들키지 않고 정찰하기 위해선 숲의 색을 빌리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모든 부난의 허리춤엔 그들의 상징과도 같은 가지각색의 뿔피리들이 달려있었다. 바지 입는 건 깜빡하더라도 뿔피리만은 챙기는 게 바로 저들 부난의 정신이었다.

 

  “그는 야난이란다. 나도 어째서 샤께서 저 인간……을 인도자로 지목하셨는지 잘 모르겠구나. 어쨌거나 그는…….”

 

  그때 가만 듣고 있던 사내가 으뜸신녀의 말을 자르고 들어왔다.

 

  “그만, 그만. 도저히 못 들어주겠군. 이봐, 꼬맹이들. 나는 ‘여명을 쫓는 이리’, 다란 카시라고 한다. 불새일족의 야난이지. 그리고 오늘부터는 인도자란 직책까지 더해지게 되었다. 보아하니 내가 여기서 데리고 가야할 건 저 두 녀석이겠군.”

 

  그의 검지와 중지가 정확히 탈루와 프타를 가리켰다.

 

  “그럼 저는……?”

 

  의아한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이난나를 향해 티브리가 작게 속삭였다.

 

  “여신의 자매를 신으로 받은 이는 따로 점쟁이신녀의 인도를 받는단다. 너는 내가 그들에게 데려다주도록 하마.”

 

  그제야 마음의 안정을 찾은 듯 이난나의 얼굴에 화색이 돌기 시작했다. 이어 저 괴이쩍고 흉흉한 기운을 내뿜고 있는 사내가 자신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인물이란 걸 깨달았기 때문인지, 그녀의 입이 쉬지 않고 움직였다.

 

  “어째서 야난이 인도자를 맡게 된 거죠? 경험은 있나요? 아니면 따로 계획은요? 여명을 쫓는 이리라고요? 어째서 그런 별칭이 붙은 거죠?”

 

  이난나의 폭풍 같은 질문에 ‘이리’가 어이없다는 듯 혀를 끌끌 찼다.

 

  “쫑알쫑알 말도 많군.”

 

  “대답해요.”

 

  “내가 왜?”

 

  “어서요. 그러지 않는다면…….”

 

  “그러지 않는다면?”

 

  말문이 막혔는지 이난나가 슬쩍 옆에 있던 으뜸신녀를 쳐다봤다. 다행히 티브리는 그녀의 발언에 힘을 실어주었다.

 

  “대답하는 게 좋을 거다, 이 건방진 놈아. 나도 몇 가지는 궁금해 하던 차니까 말이야. 만약 대답이 불성실하다고 느껴질 경우엔 예전 늑대일족의 수렵지를 아수라장으로 만든 게 누구의 짓이었는지 으뜸야난께 죄다 고해바칠 테다.”

 

  그녀의 말에 ‘이리’의 눈빛이 약간 흔들렸다.

 

  “유치하군, 그따위 협박이라니. 내가 아직까지도 그 늙은이를 무서워할 거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커다란 오산…….”

 

  “그 일 때문에 으뜸야난께서 어떠한 고초를 겪었는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잘 알고 있겠지? 자신 있으면 버텨보시던가.”

 

  한참을 으뜸신녀와 눈싸움을 벌이던 ‘이리’가 끝내 ‘쳇’ 하며 고개를 돌렸다.

 

  “두 번 말하진 않겠다. 어째서 인도자를 맡게 되었냐고? 간단해, 샤가 부탁했으니까. 경험? 당연히 없다. 하지만 대충 지켜야할 것 정도는 숙지하고 있으니 괜한 참견은 말도록. 그리고 계획…… 그건 있다. 샤가 처음 제안해왔을 때부터 떠올린 게 하나 있지. 아마 기대해도 좋을 거야.”

 

  말을 마침과 동시에 슬쩍 장내를 훑은 그의 눈빛에서 탈루는 섬뜩함을 느꼈다. 분명 커다란 위험과 어두운 앞날을 예고하는 눈초리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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