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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일단, 뛰어!
작가 : 김기현입니다
작품등록일 : 2019.9.3

뱀파이어 여인 일단.

그리고 두 명의 사내, 효령과 영실.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 해도 나는 오늘...빌어먹을! 그딴게 어딨냐고!

아직 하고 싶은 게 많다고!

지구 멸망을 막아줘 일단! 어서 뛰어!

 
1. Dear Moon(3)
작성일 : 19-09-03 23:52     조회 : 360     추천 : 0     분량 : 3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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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서울, 2019년 봄>

 

 

 이틀 뒤 늦은 밤, 합정의 한 오래된 건물 3층 한 쪽 구석에 있는 식당을 열고 한 남자가 들어왔다.

 

 이틀 전 도박장에서 ‘왕자님’이라고 불리던 그 남자였다.

 

 식당은 영업이 이미 끝난 뒤였지만, 남자는 개의치 않고 걸어 들어갔다.

 

 백 평 정도 되는 식당의 가장 안쪽에 위치한 사무실 문을 벌컥 열고 들어간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사무실 한 쪽에 앉아 중년 여성의 목을 물고 있는 젊은 남자의 모습이었다.

 

 목을 물린 상태인 중년 여성의 창백한 얼굴에는, 뭐라 말하기 어려운 환희가 떠올라 있었다.

 

 마치 쾌락의 절정을 맛보고 있는 것 같은 표정이었다.

 

 사무실에 들어간 남자는 근처에 놓인 의자를 대충 끌어다가 놓고 턱 걸터앉으며 말하였다.

 

  “이거 식사 중에 방해했나 보네. 계속 식사하셔.”

 

 사무실에 앉아 있던 남자는 들어온 남자의 말과 행동에 개의치 않고, 계속해서 여자의 목을 물고 피를 빨아들였다.

 

  잠시 후 남자가 여자의 목에서 입을 떼자, 여자는 부들부들 떨며 바닥에 쓰러졌다. 곧 저혈압성 쇼크로 사망할 것이다. 자신이 현재 어떤 상태인지 제대로 인지도 하지 못한 상태로 극도의 쾌락을 느끼며 사망할 테니 고통은 없겠지만.

 

  남자가 입가에 묻은 피를 휴지로 닦아낸 뒤 의자에 앉은 남자를 향해 다가오며 말하였다.

 

  “오랜만이야, 효령.”

 

  효령이라고 불린 남자가 바닥에서 부들거리고 있는 여자를 바라보며 말하였다.

 

  “누군지는 물어보는 게 같은 종족으로서 최소한의 예의겠지?”

 

  “같은 종족이 아니지. 너는 인간 왕자고, 이 여자는 쓰레기고.”

 

  뱀파이어가 흡혈하는 인간들은 대개, 사회에서 용납하기 어려운 중범죄를 저질러 타인에게 큰 고통을 안겨주고도 법망을 교묘하게 빠져나가 잘 살고 있는 자들이다.

 

 언제 죽어도 하등 안타까울 것 없는 사회의 암적인 존재들, 법이 단죄하지 못하는 인간 쓰레기들을 뱀파이어가 대신 처리해 주는 것이다.

 

 그렇게 뱀파이어는 인간 사회 내에서 자신들의 포지션을 자신들의 생물학적 욕구와 결합시켜서 살아가고 있다.

 

  “다단계. 몇 백 명 재산을 들고 튄 여자야. 이 여자가 쓰고 남은 돈은 이미 나한테 모두 양도했고. 피해액 절반은 피해자들에게 돌려줄 거고, 돌려주고 남은 금액은 내가 수수료로 접수하고.”

 

  효령은 어깨를 으쓱해 보인 뒤 말하였다.

 

  “의적 놀음은 알아서 하시고, 아는 뱀파이어가 있는지 해서.”

 

  효령이 품에서 꺼낸 것은 두 여자의 사진이었다.

 

  한 명은 20대 중반, 다른 한 명은 10대 후반으로 보이지만, 뱀파이어와 탐지꾼의 나이는 외모로 결코 판별할 수 없다.

 

  “공항 CCTV 에 찍힌 사진이야. 비행기에서 테러범 두 놈 피 빨고 사라진 것 같은데, 경찰이 중요 참고인으로 찾고 있어서.”

 

  “관심 없어.”

 

  “있을 걸?”

 

  효령이 그렇게 말하며 품에서 꺼낸 것은 작은 향수병이었다.

 

  “뭔지 알지?”

 

  “…설마 엘릭서?”

 

 엘릭서는 뱀파이어의 젊음을 유지시켜 주는데 큰 도움이 되는 매우 귀한 약물이다. 티벳 사막에 있는 하이랜더들이 제조한다고 알려져 있다.

 

 효령이 여유 있는 태도로 병을 살짝 흔들어 보이며 말하였다.

 

  “쓸 만한 정보하고 바꿔 주지.”

 

 뱀파이어의 미간이 잠시 찌푸려졌다가 다시 원상태로 돌아왔다.

 

  “한 명의 이름은 노아. 노블 뱀파이어야. 그 이상은 몰라.”

 

  “호오…노블이란 말이지…”

 

  효령의 얼굴에 흥미로워하는 표정이 떠올랐다.

 

  노블 뱀파이어.

 

  뱀파이어 사회에서 존경 받는 존재들.

 

  대한민국 통틀어 수십 명 되는 뱀파이어 중에서 불과 두셋 정도밖에 되지 않는 이들이 노블 뱀파이어라 불리며, 뱀파이어 사회에서 일반 뱀파이어들이 갖지 못하는 특권을 누리고 있다.

 

  예를 들어 일반 뱀파이어의 정신을 지휘하여 명령을 내릴 수 있다거나, 티벳 고원에 은둔하는 것으로 알려진 하이랜더들을 언제든 원할 때 방문해서 만날 수 있다든지 하는 등의 특권을 가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사회의 그늘에서 살아가는 보통의 뱀파이어들과 달리, 노블 뱀파이어들은 인간사회에서도 자신이 뱀파이어임을 숨긴 채, 에 올라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노블 뱀파이어들이 미디어, 정계, 재계 등 영향력 있는 위치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덕분에 일반 뱀파이어들도 인간 사회에 무리 없이 녹아 들어 활동할 수 있다.

 

  그래서 뱀파이어들 사이에서 노블 뱀파이어는 인정과 존경을 받고 있다.

 

  “노블에게도 뱀파이어 헌터가 붙는 경우가 있나?”

 

  “노블이 헌터가 붙을 만한 짓을 하는 경우는 없겠지만…그럼에도 불구하고 헌터가 붙는 경우라면 아마 개인적인 이유겠지. 그것까지 내가 알 수는 없고.”

 

  “정보 고마워. 잘 쓰라고.”

 

  효령이 씩 웃으며 병을 남자에게 휙 던졌다.

 

  병을 낚아챈 남자가 병 안의 액체를 자세히 살피더니 말하였다.

 

  “엘릭서가 아니군.”

 

  “엘릭서라고 한 적 없어. 쓸 만한 정보하고 바꿔준다고 했지. 비싼 고오급 향수니까 아껴서 써.”

 

  “밤길에 목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남자 꼬임에는 안 넘어가. 이건 내 본체도 아니고. 그럼 빠이.”

 

  그렇게 말하자마자 효령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렸다.

 

  사무실 안에 혼자 남은 남자는 병에 담긴 향수를 자신의 목덜미에 칙 하고 뿌려 본 뒤 말하였다.

 

  “고급이긴 하네.”

 

 

 -----

 

 

  스테이크는 물론 가장 맛있는 부위를 최고의 셰프가 요리해서 나온 상태였다.

 

  하지만 이경일 경정은 스테이크의 맛을 제대로 느끼기 어려웠다.

 

  그의 앞에 앉은 두 남자, 21세기인 지금 현실에 있을 수 없는 두 인물, 효령과 영실만 해도 충분히 부담스러운데, 심지어 그 두 인물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 역시 현실에 있을 법하지 않은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뱀파이어 중에서도 계급이 있고, 그 중 가장 높은 급이 하이랜더들, 그리고 그 아래가 노블 뱀파이어, 그리고 그 아래가 일반 뱀파이어들이라는 말씀이시죠?”

 

  경일의 물음에 효령이 스테이크를 우물우물 씹으며 말하였다.

 

  “하이랜더를 뱀파이어라고 하기는 어렵지. 뱀파이어를 만들어내는 자들이라고나 할까. 영생을 부여하는 자들.”

 

  “…영생…을…부여한다고요?”

 

  “그리고 영생을 받은 자는 그 부작용으로 피를 원하게 되지. 그게 뱀파이어야.”

 

  “아…예…”

 

  “그리고 일반 뱀파이어만 해도 보통의 인간들이 상대할 수 없는데, 하물며 노블이라고 하면 아예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이 좋아. 일반 뱀파이어보다 월등히 강력한 존재들이니까. 그냥 탑승객 두 명 행방불명인 걸로 적당히 처리하고 접어. 어차피 일반인들에게 발표할 수도 없는 수사결과인데.”

 

  “그 참…”

 

  “너희 특수수사부가 하는 일들은 어차피 태반이 일반에 공표할 수 없는 일들이잖아?”

 

  “그래도 이번에는 워낙 사건이 사건인지라, 세간의 관심이 쏠려 있어서…”

 

  “대중이 원하는 건 가십이지, 진실이 아니야. 적당히 씹고 뜯을 거리 만들어서 던져 줘.”

 

  경일은 씁쓸한 표정으로 스테이크를 잘라서 입에 집어 넣었다.

 

  “그렇게 똥씹은 표정으로 먹으면 최고의 요리도 똥 되는 거야. 즐겁게 먹으라고.”

 

  “이 나이가 되어도 아직도 세상은 상상도 못한 것들이 너무 많군요.”

 

  “그 나이에 열 배를 더 곱해도 마찬가지야. 이십 년 전만 해도 스마트폰하고 유튜브는 알았나? 이과 끝판왕인 호군도 이런 세상이 될 줄은 몰랐지.”

 

  효령의 말에 영실이 웃었다.

 

  “저도 요즘의 첨단 기술들은 잘 모릅니다. 그저 사용법이나 아는 거죠. 다른 사람들하고 마찬가지로.”

 

  경일이 말했다.

 

  “그럼, 이번 납치 미수 사건은, 테러범을 처리한 두 명이 공항에서 행방불명된 것으로 처리하겠습니다.”

 

  “그게 제일 깔끔해. 아니, 깔끔하진 않지. 그나마 제일 덜 지저분한 해결책이야. 관리 소홀로 잠깐 욕 좀 먹고 마는 게 공연히 일을 키우는 것보다는 나아. 그냥 재수가 없었다고 생각해.”

 

  “그래야겠습니다.”

 

  “많이 먹어. 고오급 스테이크니까.”

 

  “그래야겠습니다.”

 

  영실은 효령과 영일의 대화를 들으며 미소지었다.

 

  그리고 예전, 이 모든 일이 처음 시작되던 그 때를 떠올리며 회상에 젖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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