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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아이돌이 요리를 너무 잘함
작가 : 신주
작품등록일 : 2019.9.3

아이돌로 데뷔했지만 쫄땅 망해버린 이찬빛.
그의 재능은 다른 곳에 있었다.

 
1화
작성일 : 19-09-03 21:18     조회 : 356     추천 : 0     분량 : 58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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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찬빛은 중학교 때부터 끼가 많은 것으로 지역에 유명했다. 전교생이 500명이 안 되는 작은 중학교에서 이찬빛은 연예인 지망생으로 유명했고, 모두들 그를 동경했다.

 

 그 때문일까. 이찬빛은 자신의 재능을 믿어 의심치 않았고, 연예인이야말로 자신의 길이라고 생각하며 끊임없이 노력을 해왔다.

 

 결국 이찬빛은 17살이라는 나이에 중형 기획사의 연습생으로 정식 발탁이 됐다.

 

 ‘엄마 내가 다음엔 돈 많이 벌어서 돌아올게.’

 

 대형 기획사만큼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잘나가는 아이돌 선배들이 있는 소속사에서 자신의 재능을 알아봐주었다는 사실 때문일까. 찬빛은 부푼 꿈과 기대를 안고 서울로 상경을 했다.

 

 돌이켜보면 그때가 찬빛이 밝게 빛났던 때였다.

 

 ***

 

 서울에서의 생활을 결코 쉽지 않았다.

 

 찬빛이 소속된 PS 엔터테인먼트의 연습생은 시기에 따라 다르지만, 남자 연습생의 숫자는 평균 30명 정도로 유지하고 있었다. 이 30명의 연습생들이 노리는 것은 아이돌로서 데뷔하는 것.

 

 당연하지만, 이 30명 모두 한 그룹으로 데뷔하는 것은 불가능했기 때문이 그들은 치열하게 경쟁할 수밖에 없었다.

 

 연습생이라는 직업은 말 그대로 연습을 하는 것을 업으로 삼는 일이었다. 서울에서의 찬빛은 학교보다도 연습실에서 더 오래 시간을 보냈고, 공부를 하기 위해 펜을 잡는 시간보다 배가 되는 시간을 춤과 노래를 위해 사용했다.

 

 그렇게 1년이 지났다.

 

 혹독하다는 말로밖에 표현할 수 없는 1년.

 

 그 1년을 무사히 이겨낸 찬빛은 결국 데뷔반에 합류할 수 있었다.

 

 연습생으로서 1년이라는 시간은 결코 길다고 할 수 없었지만, 애초에 재능이 있었던 찬빛이 전문 트레이너들의 밑에서 끊임없이 연습하니, 모두 1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일취월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얻은 것이 있는 만큼 잃은 것도 있었다.

 

 중학교 때 들었던 해외 락커의 음악. R&B 흑인의 음악. 그것은 동경 찬빛이 추구했던 음악이자 삶의 방식이었지만, 연습생 생활을 하면서 그러한 것들을 점차 잃게 됐다.

 

 늘어난 실력만큼 개성을 잃게 된 것이었다.

 

 하지만 18살이라는 나이에 데뷔가 확정됐을 때, 찬빛은 자신이 잃었던 모든 것을 언젠가 다시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있었다.

 

 그것이야 말로 지독한 연습생 생활을 이겨낸 보답일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하지만 찬빛의 인생에서 진정으로 힘든 시기는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

 

 찬빛은 또래의 소년 7명과 함께 ‘엑시트’라는 그룹명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엑시트의 데뷔곡 ‘Bang Bang’은 강렬한 힙합 사운드가 돋보이는 댄스곡으로, 찬빛은 메인보컬 포지션으로 활약했다.

 

 그리고 결과는 참패였다. ‘Bang Bang’은 차트 100위에 인(IN)하지 못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선배그룹인 ‘XX10’과는 달리 대중들의 별다른 관심을 얻지도 못했다.

 

 그나마 기획사 입김을 통해 몇몇 예능 맴버들은 예능 프로그램을 전전하기 시작했지만, 상대적으로 캐릭터가 약했던 찬빛은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그로부터 4개월 뒤.

 

 엑시트는 두 번째 싱글 앨범 ‘그날처럼’을 발매했다. 데뷔곡과는 180도 다른, 소년들의 풋풋한 첫사랑을 묘사한 이 노래는 그래도 중박은 칠 수 있었다.

 

 유의미한 수익을 거두진 못했지만, 대중들의 관심이 슬슬 모이기 시작했고 PS 엔터테이먼트는 그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엑시트의 정규 1집을 제작했다.

 

 그리고 나온 엑시트의 1집 ‘Birth’. 해외 유명 작곡가들에게 곡을 받아 프로듀싱한 이 앨범은 그야말로 멸망에 가까운 결과를 보이며 묻혔다.

 

 그룹의 색과는 맞지 않은 컬러의 노래. 물이 들어온 김에 노를 젓겠다는 마인드로 강행한 무리한 스케쥴. 그리고 맴버들간의 불화까지.

 

 총체적 난국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상황에서 엑시트의 첫 정규 앨범은 그렇게 망해버렸다.

 

 한 번의 큰 적자를 봤기 때문일까. 이후 PS 엔터테이먼트는 엑시트를 한국이 아닌 일본과 중국으로 돌리면서 무리한 활동을 시키기 시작했다.

 

 하지만 일본과 중국에서도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한 엑시트는 그나마 있던 한국의 팬들까지 전부 잃게 돼버렸다.

 

 하지만 그 와중에서도 시간은 멈추지 않고 계속 흘렀다. 그렇게 데뷔한 지 5년차가 될 무렵, PS엔터테이먼트는 엑시트를 완전히 방치하기 시작했다.

 

 그때 찬빛의 나이가 22살이었다.

 

 ***

 

 실패한 아이돌의 진로는 다양하다.

 

 본래의 꿈을 잃지 않고 배우나 뮤지션으로 나아가는 이들도 있고, 나이가 어린 이들은 다른 기획사에 들어가서 중고 아이돌로 재도전하는 경우도 있고, 어린 나이에 누리지 못한 평범한 삶을 살아보기 위해 대학교에 입학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몇몇은 실패한 아이돌로서 받은 연예계의 상처를 이겨내지 못하고 다른 진로를 선택하기도 한다.

 

 찬빛이 선택한 진로는 바로 입대였다.

 

 그야말로 2년간의 도피라고 밖에 설명할 수밖에 없는 입대 결정이었다. 하지만 찬빛은 그곳에서 전혀 다른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바로 요리였다.

 

 요리에 ‘ㅇ’도 모르는 찬빛은 약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취사병으로 지내면서, 음악과는 다른 새로운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덕분에 그는 군 생활 중에서도 본격적으로 요리에 대해 공부를 하여 한식, 중식, 양식 자격증을 따냈다.

 

 그리고 전역을 하게 될 무렵.

 

 한 때 아이돌을 꿈꾸었던 찬빛은 전혀 다른 진로에 뜻을 얻게 됐다.

 

 ***

 

 김포공항역 인근에 위치한 웨딩홀 ‘프리지아’. 프리지아에 있는 웨딩 뷔페는 매일 아침 파견업체를 통해 10~20명의 서빙과 주방보조 아르바이트생을 공급받는다.

 

 그리고 바로 오늘. 이 20명의 아르바이트생 중에 전역을 한 지 1주일이 채 되지 않은 찬빛도 섞여 있었다.

 

 ‘...뭔가 좀 떨리네.’

 

 군대에서는 1년 365일 주말도, 공휴일도 쉬지 않고 항상 밥을 해왔던 이찬빛이었다. 그러나 사제 식당에서 요리를 한 적이 없기에, 찬빛은 마치 이등병 때처럼 긴장감을 느꼈다.

 

 ‘그래도 주방 보조 알바니까. 기껏해야 설거지하고 재료 다듬는 정도겠지.’

 

 맛을 내는 것에는 아직 자신이 없는 찬빛이었지만, 식당의 구닥다리한 일들은 자신이 있었다. 찬빛은 손을 굳게 쥐고, 프리지아 웨딩홀 안으로 들어갔다.

 

 ***

 

 프리지아 웨딩 뷔페의 중식 조리팀 팀장 이민혁은 하품을 하며 앞치마를 둘렀다. 그는 최근 수면부족에 시달리고 있었다.

 

 ‘어디 하늘에서 일 잘하는 놈 안 떨어지나? 김호철 같은 애 말고 말이야.’

 

 이민혁이 수면부족에 시달리는 원인은 명확했다. 최근 그의 밑에 들어온 중식 담당 조리사인 김호철이 몹시 실력이 없기 때문이었다.

 

 ‘어디서 저런 놈을 뽑아 와가지고.... 윗분들은 조리사 자격증만 있으면 다 되는 줄 안다니까.’

 

 잘 모르는 일반인들은 조리사 자격증을 지니고 있으면 대단한 요리사인 것처럼 생각할 때가 있다. 하지만 조리사 자격증은 맛과는 상관없이 정해진 레시피대로 음식을 손질하고 조리하느냐에 대해 시험을 보는 것일 뿐이다.

 

 자격증이 있다고 해서 그 사람의 요리 실력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마치 운전면허증이 있어도 초보 운전자가 있는 것처럼 말이다.

 

 오히려 작은 식당에서 다년간 일해 온 사람들이 요리와 일 모두 잘하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이민혁의 밑에서 일을 하고 있는 김호철은 조리학과를 나와서 조리자격증을 따기만 했을 뿐, 도저히 필드에서 일을 맡길 수준은 아니었다.

 

 ‘거기다가 인건비 줄이겠다고 파견업체에서 일당으로 주방보조 알바를 쓰고. 돌아버리겠다니까.’

 

 저번 주에 왔던 여자 주방보조 알바생은 이민혁이 신경질적으로 실수를 지적하니 그 자리에서 울음을 터트렸다. 덕분에 조리과장에게 혼나는 것은 물론이고, 프리지아 조리과에서 악덕 조리사라는 소문이 돌기까지 했다.

 

 ‘내가 진짜 1년만 더 채워서 돈 모으면 내 가게를 차리고 만다.’

 

 그렇게 다짐을 한 이민혁은 중식 코너 주방으로 들어갔다.

 

 ***

 

 “....”

 

 이민혁은 자신에게 배당된 주방보조 알바생, 이찬빛을 보는 순간 잠깐 말을 잃었다. 180cm인 이민혁보다도 5~6cm는 커보이는 키. 작은 머리. 슬림한 몸매까지.

 

 주방보조보다는 피팅모델이나 호스트바 알바에 더 어울릴 것 같은 외모였다.

 

 “주방보조? 몇 살이야?”

 “스물 셋입니다.”

 

 곱상한 외모와는 달리, 다짜고짜 반말을 내뱉은 이민혁에게 찬빛은 싹싹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23살이라는 나이는 사회에서 막내 나이지만, 찬빛은 이미 연예계에서 5년의 경력이 있는 중고 신인이었다.

 

 하지만 그걸 모르는 이민혁의 눈에 찬빛은 뺀질거리기를 잘할 것 같은 샌님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안 그래도 김호철 때문에 속도 못 맞춰서 열불나 죽겠는데. 일 좀 잘하는 애 데려와달라니까.’

 

 같은 남자라 할지라도 이왕이면 잘생긴 알바생하고 일을 하는 게 기분이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 이민혁에게 필요한 것은 적어도 잡일을 알아서 눈치껏 잘할 수 있는 알바생이었다.

 

 이찬빛에 대한 기대를 접은 이민혁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여기 앞에 중식 배치된 테이블 보이지? 여기 좀 깨끗하게 닦고 와.”

 

 그렇게 말을 마친 이민혁은 곧바로 조리를 준비하러 들어갔다.

 

 ***

 

 이찬빛에게 음식이 전열된 테이블을 닦으라고 시킨 지 3분 뒤. 이찬빛은 이민혁의 앞에 다시 나타났다.

 

 “후우....”

 

 그런 이찬빛의 모습을 본 이민혁은 짜증을 내며 한숨을 쉬었다. 이민혁은 틀림없이 이찬빛이 행주의 위치를 묻기 위해 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식당일에 어느 정도 있는 경력자는 사소한 일을 시켜만 봐도, 이 사람이 일머리가 있는지 없는지 곧바로 알 수 있다.

 

 이민혁이 처음 이찬빛에게 청소를 시켰을 때, 이민혁은 이찬빛이 곧바로 ‘행주는 어디 있느냐’고 자신에게 반문하길 기대했다.

 

 이민혁의 경험상, 일을 시켰을 때 필요한 것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일머리가 있는 사람들이었다.

 

 반면 약간의 텀을 두고 행주의 위치를 묻는 사람은 평범한 사람이었고, 김호철처럼 물어볼 용기가 없어서 혼자서 행주를 찾아다니다가 한참 뒤에야 말을 하는 사람들은 같이 일할 때 가장 답답한 타입의 사람이었다.

 

 그리고 3분이 지나서야 자신에게 행주의 위치를 묻는 이찬빛은 김호철보다도 둔한 사람인 것이었다.

 

 그러나 이찬빛의 입에선 이민혁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대답이 튀어나왔다.

 

 “테이블 다 닦았습니다. 혹시 뭐 다른 할 일 있을까요?”

 “...뭐?”

 

 그제서야 이민혁은 이찬빛의 손에 행주가 들어있는 것을 깨달았다. 이찬빛은 이민혁이 자신의 손에 쥔 행주를 보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살짝 웃으며 대답했다.

 

 “아, 저쪽에 있는 행주로 닦았어요. 보니까 주름이나 물기가 없는 것 같아서 식기구 닦는 데에 쓰는 것 같진 않고 테이블 닦는 데에 쓰는 것 같아서요. 혹시 다른 용도인가요?”

 “...아니. 잘했어.”

 

 물기와 주름을 보고 행주의 용도를 알아냈다니. 생각지도 못한 답변에 이철민은 이찬빛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애가 생긴 거랑 다르게 눈썰미는 좀 있나보네.’

 

 하지만 이철민은 여전히 의구심이 들었다. 중식 코너에서 홀까지 나간 다음 테이블을 닦고 돌아오는 데 걸린 시간이 3분. 그냥 대충 슥슥 문지르다 온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정도의 시간이었다.

 

 “제대로 닦은 거 맞아? 손님들이 음식 집는 곳이라서 항상 깨끗이 해야 한단 말이야.”

 

 동네 구멍식당도 아니고 고급 웨딩홀이라는 타이틀을 내세우는 프리지아의 뷔페이다. 맛만큼이나 보이는 것도 신경써야만 했다.

 

 “네. 먼지 한 톨 나오지 않게 빡빡 닦았습니다.”

 

 그러나 이찬빛은 이민혁의 거친 말투에도 조금도 주눅 들지 않고, 오히려 자신있다는 표정으로 당당하게 말했다.

 

 “....”

 

 그 모습을 본 이민혁은 묘한 호기심이 동했다.

 

 그 때문일까. 첫 팀을 맞이하기 위해 세팅을 다 끝내야 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이민혁은 굳이 홀로 나가서 테이블의 상태를 확인했다.

 

 “....”

 

 테이블의 상태는 무척이나 깨끗했다. 이찬빛은 자신의 말대로 빡빡 닦았는지, 행주로 힘을 주어 닦아낸 티가 어렵지 않게 보였다.

 

 “잘 했네. 수고했어. 주방 싱크대에 들어가면 펜 있거든? 물로만 헹군 다음에 다음에 키친타올로 물기만 닦아내.”

 “네 알겠습니다!”

 

 이찬빛은 전 아이돌 출신답게, 훈훈한 미소를 지으며 주방 안으로 들어갔다. 이민혁은 그 뒷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흐음.... 요리는 모르겠는데, 그냥 허드렛일 하는 건 김동철보다 훨씬 낫네.’

 

 프리지아에서 가장 깐깐한 걸로 유명한 조리사가, 보조 알바에 불과한 이찬빛을 인정한 것이었다.

 
작가의 말
 

 사실 이민혁은 찬빛의 얼굴을 인정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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