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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겨우살이왕
작가 : 지놓
작품등록일 : 2018.12.23

30년전,

각지의 점쟁이들이 한데 모인 자리에서 모든 신들의 죽음이 예언되었다.

신을 죽음으로 몰아넣을 예언의 집행자는 과연 누구인가!

살신(殺神)의 운명을 거머쥐고 태어난 아이들 앞에서 지금,

세계의 운명이 들끓기 시작한다!

#동양판타지

 
3. 여명을 쫓는 이리(1)
작성일 : 19-09-03 20:54     조회 : 212     추천 : 0     분량 : 4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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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 일이 아닌 게 아닐지도 모른다니까요?”

 

  “그대가 방금 별 일이 아닌 것 같다고 하지 않았나요?”

 

  “그렇긴 한데, 그래도 별 일일 수도 있다고요!”

 

  “그래도 아직까진 별 일이 아니라는 거죠?”

 

  “아니! 그렇긴 한데!”

 

  티브리는 어째서 자신이 샤의 저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에 화가 나는지 알 수 없었다.

 

  너구리할아범이 계피가루를 묻혀 놓은 외부인들은 어떠한 말썽도 일으키지 않고 마을을 떠났다. 추적되고 있다는 것조차 깨닫지 못한 듯, 향을 이곳저곳에 흩날려놓은 채였다. 샤의 말대로 그저 지나가던 구경꾼들에 불과했던 걸까.

 

  “으뜸신녀께서 아이들의 영신 때문에 아직까지도 신경이 곤두서있나 보군요. 그대의 걱정이 의미 없다는 게 아니에요. 그것은 물론 필요한 일이고, 또한 중요한 일이기도 하죠. 하지만 티브리…….”

 

  일순간 샤의 눈이 자애롭게 빛났다.

 

  “그대는 이제 추적하는 ‘야난’이 아니에요. 우리의 학당관리자이지. 경계와 감시는 다른 이들에게 맡겨두도록 하세요.”

 

  샤의 말은 티브리의 폐부를 거칠게 꿰뚫는 것이었다. 순간 짙디짙은 씁쓸함이 입 안 가득 맴돌았다.

 

  “예…… 샤.”

 

  그러고 티브리가 몸을 돌려 나가려던 참이었다.

 

  “아참, 그리고…….”

 

  의아한 눈으로 돌아보는 그녀를 향해 샤가 장난스럽게 웃었다.

 

  “후르와 이난나를 제외한 아이들의 인도(引導)는 현재 마을에 들어와 있는 한 야난께서 맡아주실 거예요.”

 

  샤의 말에 티브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니…… 어째서요? 본디 그것은 ‘부난’의 역할…….”

 

  “네마르 가문의 가주께서 현재 마을에 있는 모든 부난들을 대상으로 집체교육을 실시하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우리의 으뜸부난께서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이 있으셨나봅니다.”

 

  “……사타께서요? 하지만 왜 이리 갑작스럽게…….”

 

  “그것까진 나도 잘 모르겠네요. 어쨌거나 가까이에 아이들의 인도를 대신하여 맡아주실 분이 있어서 참 다행이었죠. 그분께서도 흔쾌히 수락해주셨답니다.”

 

  어쩔 수 없었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와중에도, 샤의 웃음은 점점 더 짙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하더라도 야난을…… 아이들을 인도해본 경험도 거의 없을 텐데…… 혹시 누구인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샤?”

 

  “걱정 마세요, 티브리. 그는 대단히 뛰어난 능력을 가진 야난이니까. 아이들도 듣고 배우는 게 많을 겁니다.”

 

  “아니, 지금 야난으로서의 능력이 중요한 게 아니라…….”

 

  “아아, 아마 으뜸신녀께서도 잘 아시는 분이겠네요. 그대가 은퇴할 즈음 막 이름을 떨치기 시작했던 분이니까요.”

 

  그즈음 번쩍하며 찾아든 불쾌한 촉이 온 머리신경을 자극하기 시작했다. 은퇴할 즈음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후배라고? 티브리의 인상이 조금씩 굳어지기 시작했다.

 

  “설마…….”

 

  “마침 대호사냥을 끝내고 마을에 들어와 계시더라고요. 밤잠 없기로 유명한 ‘이리’께서 아이들의 인도를 맡아주실 겁니다.”

 

  그 순간 티브리가 놀라 꽥하고 소리를 질렀다.

 

  “아니! 제정신이세요!? 그…… 그 괴팍한 망나니 녀석을!”

 

 

 

  ***

 

 

 

  “난 좋아, 탈루의 신 말이야.”

 

  프타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그전까지의 대화를 대단히 무의미하게 만드는 한 마디를 툭 내뱉었다.

 

  “겨우살이는 겨울에도 시들지 않고 항상 푸르잖아. 왠지 탈루랑 잘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고…… 게다가 옛 영웅의 네 상징 중 하나인걸? 사람들이 싫어하는 이유를 모르겠어.”

 

  “겨우살이는 겨울에도 푸르긴 하지만 그뿐이야. 볼품없는데다 희귀하지도 않지. 별다른 특징도 없고 강렬한 색을 품은 것도 아니야.”

 

  이난나는 여기까지 말한 다음 탈루의 기색을 슬쩍 살폈다. 그의 안색에 별다른 동요가 없다는 걸 확인한 뒤, 그녀는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물론, 비단 이러한 이유만으로 사람들이 겨우살이를 싫어하고 멸시하는 게 아냐. 좀 전에도 말했다시피, 겨우살이는 기생식물이야. 태양신의 가호를 받아 양분을 생산하는 게 아니라, 다른 이들의 것을 빼앗아서 자신의 푸름을 유지하지. 이는 신의 의지를 전적으로 부정하는 행위야. 그리고 이러한 특성 때문에…… 북쪽의 버림받은 자들의 상징이 된 것이기도 하고. 신의 의지를 거스르는 겨우살이 따위를 반기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 적어도 신을 받드는 이들 사이에선 말이야.”

 

  이난나의 말에 프타가 ‘헹’하고 콧방귀를 뀌었다.

 

  “말도 안 돼. 신을 거스르는 의지라니…… 겨우살이에게도 신은 있는 걸? 또 겨우살이가 자기의지로 태양을 거스르는 게 아닐 수도 있잖아.”

 

  “태양은 창조신의 상징이야. 똑같은 신의 창조물이라곤 해도 겨우살이 따위가 태양과 비교될 순 없지. 그리고 그게 자기의지가 아니면 뭐니? 창조신께서 일부로 그렇게 만들기라도 했다는 거야?”

 

  그 순간 프타와 이난나의 고개가 동시에 탈루 쪽으로 돌아갔다. 마치 ‘네가 말해봐’ 하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탈루는 흔쾌히 대답해주는 대신 양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본인 역시도 잘 모르는 내용인데다, 당사자인 신에게 직접 물어보고 싶어도 웬일인지 통 소통이 되질 않고 있었던 것이다. 아마 자신의 메 활용에 무슨 문제가 있겠거니 하고 생각하던 참이었다.

 

  “자기의지는…… 아니지 않을까? 어, 어쩔 수 없었다거나 하는 무슨 사정이 있겠지. 그리고 나, 나도 탈루의 신이 결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후르는 탈루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다는 일념 하에 무턱대고 말을 꺼냈으나, 곧이어 그 의견의 반대편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충분히 생각지 않고 나선 것에 대한 죗값을 치러야했다.

 

  “기가 막혀서…… 네가 지금 누구의 신이 괜찮고 말고를 따질 때니? 아난 포르의 말씀이 하나 틀린 게 없다니까? 여기서 우리랑 노닥거릴 시간에 조금이라도 더 메를 수련하는 게 맞지 않겠어?”

 

  이난나의 매서운 지적에 후르의 몸이 사정없이 움츠러들었다. 힘 빠진 그의 고개가 땅을 향해 축 늘어졌다.

 

  “후르에게 너무 그러지마. 조금 늦더라도 틀림없이 훌륭한 신을 받을 수 있을 테니까.”

 

  탈루의 위로에 후르의 얼굴이 조금이나마 밝아졌다.

 

  후르는 영신제 이후 평소보다도 훨씬 더 탈루의 곁에 착 달라붙어 있었는데, 이는 탈루와 함께 있을 때만이 자신에게 오는 못마땅한 시선의 양이 상당수 줄어들기 때문이었다. 친구의 미래에 대한 걱정과는 별개로, 후르 개인적으로는 일족의 실망감을 함께 분담해준 친구의 영신에 꽤나 긍정적일 수밖에 없었다.

 

  “흥! 그래, 끼리끼리 잘들 지내시던가.”

 

  이난나의 콧방귀에 탈루는 문득 가슴 한 쪽이 갑갑해져오는 걸 느꼈다.

 

  솔직한 심정으로 탈루는 자신이 겨우살이 신을 받은 것에 대해 아무런 불만도 느끼지 않았다. 물론 그렇다고 더없이 만족한다는 것도 아니긴 했지만, 적어도 아쉽다거나 분한 감정을 느끼지는 않았다. 운명의 주인께서 따로 점 지어주신 짝이 아니던가. 오히려 강력하긴 하나 괴팍하기 짝이 없는 신을 받는 것보다야 이쪽이 백배 낫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자신을 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생각이상으로 차가웠다. 익숙해졌다 생각했던 낯설음과 경계의 시선은 어느덧 모멸과 업신여김으로 바뀌어있었고, 측은히 바라보던 온기의 시선들도 대부분 사라져버렸다. 심지어 얕게나마 적의를 띄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게다가 친구들의 시선에서도 조금이지만 변화가 느껴졌다. 이난나는 웬일인지 전에 없이 까칠한 태도로 그를 대했고, 후르는 자기 자신만큼이나 그를 가엾게 여기는 듯했다. 또한 휘토는 이제 그에 대해선 완전히 흥미가 꺼진 것처럼 행동했다(물론 이는 영신제 전에 휘토가 보였던 행동과 꼭 같은 것이긴 했다). 오직 프타만이 언제나와 같이 그를 대할 뿐이었다.

 

 

  북쪽에서 온 아이.

 

 

  자신의 이름 뒤에 그림자처럼 따라붙는 저 말에서 끝내 벗어나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탈루의 가슴을 강하게 압박해왔다.

 

  그때였다.

 

  “야외 메 수련장이라…….”

 

  어디선가 들려온 낯선 목소리에 모두의 이목이 수련장 입구 쪽으로 집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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