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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사라진 가족
작가 : 장군12
작품등록일 : 2019.8.7

14년 전 발생한 일가족 실종 사건을 한 주간지 기자가 추적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진실을 다룬 정통 사회파 미스터리.
서로를 파괴하며 처참하게 무너진 가족의 사연과 경찰이 숨긴 진실의 조각.
사실을 은폐하려는 세력과 모든 일을 백일하에 드러내려는 이들의 숨막히는 대결로 치닫는데……

 
17. 2016년 3월 26일
작성일 : 19-09-03 18:01     조회 : 232     추천 : 0     분량 : 3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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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 2016년 3월 26일

 

  꿈에서 재우는 처음 와 보는 놀이공원에 있었다. 돌이켜보면 놀이공원은 중학교 소풍 이후 처음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전혀 낯설지 않았다.

  눈앞에는 화려한 천막 아래 회전목마가 돌아가고 있었다.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최석우는 딸을, 강희정은 아들을 안고 회전목마를 타는 중이었다.

  다들 웃고 있었다. 목마가 돌아가면서 이들은 재우의 눈앞에서 사라졌다가 나타나길 반복했다. 이승인지 저승인지는 몰랐지만 웃음을 되찾은 게 일단 반가웠다.

  가만히 보니 다른 목마 위에도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아버지였다. 얼굴은 그대로인데 머리카락만 백발이 된 채였다. 아버지는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재우는 손을 들어 답하려 했지만 팔이 올라가지 않았다. 소리를 질러 둘째 아들이 여기 있다는 걸 알리려 했다. 하지만 입을 열 수 없었다. 목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필사적으로 노력했지만 마치 박제된 것처럼 손 끝 하나 움직일 수 없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하지만 지금을 놓치면 아버지와 말할 기회가 영영 사라질 거란 예감이 들었다. 무엇보다 갑자기 사라진 이유를 물어야 했다. 이를 악물고 새끼손가락을 간신히 움직였을 때, 재우는 잠에서 깼다.

 

  휴대전화를 보니 오전 9시였다. 열 시간 넘게 잔 셈이었다. 해는 이미 중천이었다.

  재우는 라면을 끓이며 통화 목록에서 승미를 찾았다. 통화 아이콘을 누르려다 그만뒀다. 승미의 상관인 서울청장이 연루된 사안이었다. 당분간은 만나거나 직접 통화하지 않는 게 서로에게 좋을 것 같았다.

  다만 기사 가판은 e메일로 전달했다. 회사는 잡지 게재 전 기사 유출을 엄격히 금지했다. 특종이 경쟁 매체로 새어나갈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같이 취재한 내용인 만큼 승미에겐 미리 알려주는 게 예의라고 생각했다.

  라면을 끓여 먹고 설거지, 빨래 등 밀린 집안일을 하면서 머리 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되풀이했다. 형과 어머니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그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할 일을 마친 후 다시 침대에 누웠다. 직관형 형광등이 눈에 들어왔다. 이번 일이 마무리되면 꼭 원형 조명으로 바꾸리라 결심했다.

  어쩌면 오늘 재우는 판도라의 상자를 연 대가로 가족을 모두 잃게 될지 몰랐다. 그렇게 된다면 이 원룸은 재우가 돌아올 유일한 공간이 될 거였다. 스스로의 힘으로 얻은, 그에게 허락된 작은 공간. 최악의 사태가 생기더라도 모든 걸 여기서 다시 시작해야 할 거라고 조용히 다짐했다.

 

  어머니 집에 도착한 것은 오후 5시 무렵이었다. 저번에 사 갔던 것과 다른 건강 드링크를 한 손에 들고 현관에 들어섰다. 재우를 맞는 형의 인사는 간결했다.

  "일찍 왔구나."

  내일 내려가기 위해 짐을 챙기고 있던 모양이었다. 어머니는 살이 통통한 꽃게를 손질 중이었다.

  "마트에 싱싱한 꽃게가 들어왔지 뭐니."

  어머니의 목소리는 평소와 달리 활기가 넘쳤다. 다만 어딘가 연극적인 티가 났다. 재우는 침묵을 택했다.

  저녁 식탁에는 꽃게탕과 전복구이가 올라왔다. 전복은 네 마리였는데 어머니는 두 마리씩 집어 형과 재우의 밥 위에 얹었다. 재우는 천천히 씹어 삼켰다. 비린내가 올라오면 밥과 물을 삼켜 억지로 위 속으로 밀어냈다.

 

  식사를 마친 후 어머니는 딸기를 거실로 가져왔다. 재우는 가방에서 서류봉투를 꺼냈다.

  "그게 뭐니."

  어머니가 관심을 보였다.

  "이번에 쓴 기사에요. 한 번 보시라고요."

  재우는 형과 어머니에게 각각 출력물을 건넸다. 제목을 읽은 어머니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난 설거지하고 봐야겠다."

  어머니는 휘청거리며 부엌으로 향했다. 형은 담담한 표정으로 페이지를 넘겼다. 부엌에서는 물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재우에게 영원 같은 시간이 흘렀다.

 

  "수고했어. 좋은 기사네."

  다 읽은 형이 바닥에 원고를 내려놨다.

  "이런 걸 특종이라고 하는 거지?"

  무심한 말투였다.

  "사라진 부인의 언니가 제보했어. 14년 동안 하루도 잊은 적이 없다고 하더라. 참 대단하지.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 말야."

  재우는 침착하려 애쓰며 말을 이었다.

  "취재를 하면서 줄곧 생각했어. 가족 중에 누가 사라진다면 그렇게 찾아다니는 게 당연한 건가. 그렇지 않은 게 이상한 건가. 이런 생각 말이야."

  재우의 시선을 피하던 형은 한참만에야 입을 열었다.

  "부부와 아이들은 어떻게 됐을까. 아직 살아있을까."

  "그건 모르지. 하지만 살아있다면 이렇게 오랜 기간 아무 소식이 없을 수 있을까. 한 명도 아니고 네 명이나 되는데 말이야."

  재우는 한 명, 이라는 단어를 힘줘 발음했다. 아버지는 살아 있을까. 형은 무엇을 숨기고 있는 걸까.

  "그건 그러네. 기사를 보니 자취를 감추기 전에 돈 때문에 상당히 힘들었던 모양이던데,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수도 있겠지. 아이들이 불쌍하네."

  재우의 암시를 일부러 모른 척 하는 듯했다. 형은 한동안 침묵하다 말을 이었다.

  "만약 가족들이 동반자살을 했다면 말이야. 부부 중에서 누가 먼저 세상을 떠났을까."

  재우는 내심 최석우가 강은정을 죽이고 뒤를 따랐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지만 입 밖에 꺼내진 않았다. 눈치를 보니 형이 정말 궁금해 하는 것 같지도 않았다. 오히려 재우가 본론에 들어가길 기다리는 것 같았다.

  재우는 한 걸음 내딛었다. 눈을 가린 채 해적선에서 바다 방향으로 놓인 널빤지를 걷는 기분이었다.

  "이번에 취재하면서 혹시나 해서 아버지 건을 경찰에 알아봤어. 8년 전, 형이 실종신고를 했다고 하더라."

  형은 무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재우는 다시 한 걸음 내딛었다.

  "이번 사건을 취재하며 느낀 게 있어. 사람이 진짜 사라지는 건, 남은 이들이 찾기를 포기했을 때라는 걸 말야. 그리고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아버지를 찾아야겠다고 생각했어."

  형은 다시 한참 만에 맥 빠지는 답을 내놨다.

  "그래, 잘 찾아봐."

  만류하진 않았지만, 같이 찾겠다는 것도 아니었다.

  재우는 슬슬 화가 났다.

  "그래서 말인데, 아버지가 사라지던 날 어떤 일이 있었는지, 형이 알고 있는 걸 다 얘기해 줬으면 좋겠어."

  형은 눈을 감은 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재우는 좀 더 목소리를 키웠다.

  "지금 와서 아버지를 찾아 어쩌려는 건지, 나도 모르겠어. 그래도 찾긴 찾아야겠어.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말이야. 살아 계시든, 이미 돌아가셨든 상관없어. 세상을 떠났다면 어딘가에 시신이라도 있겠지. 사람이 증발할 순 없는 거니까."

  여전히 답이 없었다.

  재우는 이을 악물었다.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선을 넘어야 했다. 다른 방법이 없었다.

  "얼마 전에 집에 왔을 때 우연히 형이 어머니와 나누는 얘기를 들었어. 아버지에 대해서 했던 얘기 기억하지? 정확하게 무슨 뜻인지 아직은 모르겠어. 하지만 형이 아무 얘길 안 하면 내가 직접 알아보는 수밖에 없어. 그러기 전에, 나한테 해줄 얘기가 있으면 지금 말해줬음 좋겠어."

  형은 희미한 미소를 짓더니 입을 열었다.

  "그랬구나. 그럼 어떤 얘길 듣고 싶은지 말해 줄래? 그대로 대답해 줄게."

  "그게 무슨 말이야?"

  재우는 귀를 의심했다.

  "그래서 네 마음이 편해진다면 말이야. 뭐든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해 줄게. 대신 어머니에게는 아무 것도 묻지 않겠다고 약속해 줘."

 

  재우는 형으로부터 어떤 진실도 들을 수 없으리라는 걸 알아차렸다. 지금 뿐 아니라 앞으로도 마찬가지였다. 형은 무덤까지 비밀을 가져갈 생각이었다.

  재우는 아무 말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현관으로 향했다. 부엌에선 이야기를 다 들은 듯 어머니가 고개를 돌린 채 숨죽여 흐느끼고 있었다. 재우는 잠시 그 모습을 보다 신발을 신었다. 신발 끈을 묶느라 시간이 오래 걸렸는데 아무도 그를 잡지 않았다.

  재우는 천천히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다리가 휘청거렸지만 이를 악문 채 걷고 또 걸었다. 얼굴이 눈물범벅이 된 후에도 걸음만은 한참 동안 멈추지 않았다.

 

 
작가의 말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2회 남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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