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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여행의 목적
작가 : 랑글렛
작품등록일 : 2019.9.2

임도훈. 33세. 직장을 잃고 소일거리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남자. 어느날 명품 브랜드 지사장의 불륜여행을 대신해 3박 4일 하와이 위장여행을 가게 된다. 그곳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여자, 지성을 보고 반하게 된다.

유지성. 31세. G랜드 그룹의 임원이자 백화점 사장. 세한그룹의 임원과 약혼 뒤 쇼윈도 부부로 지내던 중, 원치 않는 결혼을 하면서 하와이로 신혼여행을 가게 된다. 그곳에서 만나게 된 한 남자. 도훈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게 된다.

3박 4일 하와이 여행에서 펼쳐지는 로맨스의 시작. 그 이후의 이야기.

 
4화. 내겐 너무나 특별한 만남.
작성일 : 19-09-03 15:33     조회 : 216     추천 : 0     분량 : 6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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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속된 시간. 도훈은 결재 서류를 한 손에 들고서 8층에 있는 라운지로 이동했다. 라운지는 로비만큼이나 넓었다. 높은 천장에 통유리창 너머로 도심이 내려다 보였다. 저녁시간이 코앞이라 그런지 사람한명 없이 한가했다. 그는 안쪽에 있는 테이블로 가서 앉았다. 대기하고 있던 직원이 쿠키와 차를 가져다주었다. 그는 다소 긴장된 안색으로 누구인지 모를 인물을 기다렸다.

 

 몇 분 지나지 않아 한 여자가 라운지로 들어왔다.

 

 

 *

 

 

 지성은 라운지로 들어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녀가 알고 있는 CRO 한국지사장은 본래 김경학이란 사람이었다. 아버지가 말한 최태호는 최근에 취임한 인물이었고 그녀는 아직 그를 실물로 본 적이 없었다. 아버지는 아마 그녀가 최태호와 친분을 쌓고 사업적으로 좋은 관계를 형성하길 바라고 있을 것이었다. 그녀는 그러한 상황에 아주 익숙했다. 다만 조금 신경이 쓰였던 것은 최태호가 소문난 호색한이라는 것이었다.

 

 라운지는 휑할 만큼 사람이 없었다. 안쪽 깊숙한 곳에 한 남자가 앉아있었다. 그녀는 남자가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녀는 검정색 실크에 튤립이 기하학적인 문양으로 프린트된 CRO사의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며칠 전 최태호가 직접 그녀의 결혼축하 선물로 보내온 것이었다. 본인이 직접 보냈으니 바로 알아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남자는 그녀가 가까이 다가가는 동안 계속 어리둥절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최태호씨?”

 

 지성이 물었다. 남자는 대답을 하지 않고 멀뚱멀뚱 그녀를 올려다봤다. 남자의 앞에 CRO의 로고가 찍힌 결재 서류가 놓여있었다.

 

 

 *

 

 

 도훈은 그의 앞에 서있는 여자가 아까 전 그의 옆방으로 들어간 여자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를 향해 정면으로 걸어오는 여자의 모습에 그의 사고회로가 일시정지 됐다. 옆모습밖에 보이지 않았던 아름다운 여자는, 그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우아하고 매력적이었다. 윤기가 흐르는 긴 생머리에 하얗고 깨끗한 피부, 그윽한 눈매에 모델 같은 몸매까지. 신화 속 미의 여신을 실제로 보면 이러할까 싶을 정도였다.

 

 “최태호씨 맞으시네요. 처음 뵙겠습니다. 유지성이라고 합니다.”

 

 지성이 자리에 앉으며 도훈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그는 정신을 차리고 그녀와 악수를 나누었다. 그녀의 외모에서 이미 한 번 정신이 홀렸던 그는 악수를 하며 느껴진 손의 감촉에 또 한 번 매혹되었다. 그는 대답도 없이 빤히 그녀의 얼굴을 쳐다봤다. 그녀는 영문을 모르겠는 듯 고개를 갸우뚱했다.

 

 “아…… 죄송합니다. 아니, 반갑습니다.”

 

 그가 머리를 흔들어 깨웠다. 아직 매혹의 늪에서 빠져나오진 못했지만 정신이 조금은 돌아왔다.

 

 “생각했던 것 보다 더 젊으시네요.”

 

 “아……예…….”

 

 지성은 도훈을 위아래로 슥 훑었다. 허영심이 크고 사치스러운 인물이라는 소문과는 다르게 옷차림이 소박했다. 그는 평범한 하늘색 셔츠에 베이지색 면바지를 입고 있었다. 명품으로 도배되어 있을 줄 알았던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다. 대부분이 중저가 브랜드 이거나 그보다 품질이 낮았다.

 

 “못 보던 옷이네요? 본인 회사 상품을 입고 계실 줄 알았는데.”

 

 도훈이 흠칫 놀라며 자신의 옷을 내려다봤다. 세일할 때 산 저가 브랜드 옷이었다. 그는 비로소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곧바로 지금 상황이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직감했다. 앞에 있는 여자는 최태호가 말했던 높으신 분이 맞는 듯 했다. 설마 여자일 거란 생각은 하지도 못했거니와 이렇게 미인일 줄은 더더욱 예상치 못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그녀가 지금 자신을 최태호라고 여기고 있다는 점이었다. 어째 서지? 그는 당혹감을 숨길 수 없었다.

 

 “생각했던 것 보다 더 예쁘시네요.”

 

 그가 헤실헤실 웃으며 말했다. 왜 이 여잔 그가 최태호가 아니란 것을 모르는 걸까. 최태호와 이 여잔 서로 아는 사이가 아니었던 것일까? 그나저나 왜 사실을 밝히지 않고 이딴 헛소리를 지껄이는 건지……. 이제 대화는 어디로 흘러갈지 알 수 없었다. 어서 대리인이라는 것을 밝혀야 했는데 이미 상황이 꼬여버린 느낌이 들었다.

 

 “고마워요. 최태호 씨도 매력적이세요.”

 

 지성이 웃으며 말했다. 업무 차 지인을 만나며 단 한 번도 당황한 적이 없었던 그녀였다. 그러나 그녀의 앞에 앉은 남자는 적잖이 혼란스러웠다. 본래 그녀는 최태호와 적당히 사교적인 뉘앙스를 취하면서 사업적으로는 은밀하게 우위를 점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의 행동은 어쩐지 너무 어색했다. 계산적이지 않은 자유로운 사람인걸까, 혹은 철저히 계산된 계획적인 사람인걸까. 확실한 건 지금껏 본 적 없는 유형에 속한다는 것이다.

 

 “지난 번 스마트 웨어 컨퍼런스에서 뵐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오지 않으셨더라고요. 지사장 취임하시고 많이 바쁘신가보네요.”

 

 도훈은 혼란의 구렁텅이에 빠져 완전히 패닉이 된 상태였다. 지성은 그를 진짜 ‘최태호’로 알고 있었다. 최태호는 왜 그에게 두 사람이 만난 적이 없다는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던 것일까. 하긴, 자세히 설명을 해줄만한 사람은 아니었다. 잘못은 오히려 그가 저지르고 있었다. 이상하게도 사실을 밝힐 수가 없었다. 사칭에 대한 대가로 최태호에게 팔이 잘리는 게 두렵지 않는 걸까.

 

 “아, 네. 요즘 많이 바쁩니다. 정신이 없네요.”

 

 그는 이제 완전히 정신 나간 사람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환상에 취해 진짜 최태호 같은 거물이 되었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는 두려움이 엄습해오면서도 어디선가 꿈틀대는 짜릿함을 느꼈다. 이런 여자를 언제, 어디서 만날 수 있을까. 잠시라도 최태호가 되어 여자와 대화를 나눌 수 있다면 해볼 만한 일이 아닐까.

 

 “서류 좀 살펴도 될까요?”

 

 도훈이 얼떨결에 데스크에 놓인 결재 서류 파일을 지성에게 건넸다. 그녀는 파일을 열어 서류를 검토했다. 강원도 분점 입점에 관한 처리안 이었다. 이미 협상과 관련한 이야기가 끝난 업무였다. 그녀는 확인란에 친필 사인만 하면 끝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곧바로 사인하지 않고 서류를 꼼꼼히 읽는 척을 했다. 이 어색한 상황에 대한 고민을 하는 중이었다. 이 예측불가능한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그냥 무시하고 일처리를 마칠까 생각이 들었지만 묘하게 호기심이 생겼다. 도대체 어떤 사람인거지?

 

 “하와이 일정은 어떠세요?”

 

 지성이 고개를 들며 물었다.

 

 “아…… 너무 좋습니다. 공기도 좋구요…… 지성씨는요?”

 

 도훈이 뻣뻣하게 고개를 주억거리며 대답했다.

 

 “글쎄요. 날씨는 정말 좋네요.”

 

 “해변 나가보셨어요? 되게 좋던데.”

 

 “사람 많은 곳을 안 좋아 해서요. 혼자 오신 건가요?”

 

 “아…… 네. 그렇게 됐습니다.”

 

 “애인분이랑 같이 오셨을 줄 알았어요.”

 

 도훈은 순간적으로 최태호의 옆에 앉아있던 연예인H를 떠올렸다. 이 여자는 이미 다 알고 있는 건가. 연예인들의 사생활을 같은 업계에 있는 사람들은 비밀리에 모두 알고 있듯, 이쪽 세계도 비슷할 거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저 떠보기 위한 농담일지도 몰랐다. 그는 어떻게 대답해야할지 난감해졌다. 확실한 건 연예인H에 대해 일체 말을 꺼내선 안됐다. 그의 한쪽 팔이 걸린 문제였다.

 

 “그럴 리가요. 하하하”

 

 도훈이 멋쩍게 웃음을 지었다. 그녀는 더욱 오리무중이 되어갔다. 호색한이라고 하기엔 전혀 그런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허영심 가득한 사람이 가진 특유의 거만함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소탈하고 순수한 사람처럼 보였다. 혹시 이 사람의 계획된 컨셉인걸까.

 

 “여자가 룸에서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니죠?”

 

 지성이 눈에 힘을 주고 말했다. 그녀는 탐색하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아유, 그럴 리가요. 전혀 아닙니다.”

 

 도훈이 두 손을 저으며 대답했다. 지성은 그를 더 날카롭게 바라봤다. 그는 말을 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옷이 정말로 예뻐요.”

 

 도훈의 말에 지성이 미소를 지었다. 받은 선물에 대해 예의상 짓는 표정이었다.

 

 “감사합니다. 직접 보내주신 거라서 한 번 입어봤어요. 아주 마음에 들어요.”

 

 그는 살짝 당황했지만 표정관리를 하기위해 애썼다. 지성의 대답을 듣고 나서야 그녀의 옷 왼쪽 가슴 상단에 CRO의 로고가 찍혀있는 것을 발견했다.

 

 “정말 잘 어울리네요. 아름다워요.”

 

 지성은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그의 눈빛에 조금 쑥스러워졌다. 어딘가 묘한 매력이 느껴지는 남자였다. 키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비율이 좋았고, 남자다운 듯 하면서도 부드러운 인상이었다. 특히 어리숙하게 웃는 모습이 인상적이게 다가왔다. 긴장된 분위기를 곧바로 느슨하게 풀어주는 표정이었다.

 

 “아……네…….”

 

 지성은 사업과 관계된 질문을 하려다가 그의 아이 같은 표정에 일순간 기억을 잃었다. 이 감정은 뭘까……. 경험해 본적 없는 프로세스를 맞닥뜨리고 시스템이 중단 된 것 같았다. 사교적인 환경에서 장착된 그녀만의 자연스러운 미소 또한 나오지 않았다. 그녀의 눈이 수차례 깜빡였다.

 

 “지성씨도 지금…… 혼자세요?”

 

 도훈이 용기를 내어 물었다. 그는 이제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올바른 판단이 서질 않았다. 도박꾼에 빙의된 듯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행동들이 튀어나왔다. 들키면 어쩌려고,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이러한 당연히 해야 할 고민들이 떠오르지 않았다. 오히려 비현실적인 기대감이 부풀어 올랐다. 이 여자와 함께 있고 싶다. 이 여자와 함께 있는 시간이 지속되었으면 좋겠다. 이 여자에 대해서 알고 싶다…….

 

 “네?”

 

 지성은 도훈의 물음에 얼음이 됐다. 신혼여행인지 모를 리가 없을 텐데. 그러나 그의 말 속엔 지금 그녀의 상황을 간파한 듯한 어조가 느껴졌다. 남편과 함께 있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는 걸까. 그의 살짝 떨리는 중저음의 목소리가 그녀가 하와이 일정에서 느끼는 불편함을 감싸 안아주는 느낌이었다. 어떻게 이런 감정이 느껴지는 건지 그녀 자신도 의아했다.

 

 “네…… 그렇게 됐네요.”

 

 그녀의 경계심이 한 순간에 해제되었다. 평정심을 잃지 않고 지속해오던 사회적 인간으로서의 모습 또한 무너져 내렸다.

 

 “최태호씨는 정말 독특하신 분인 것 같네요. 제가 예상했던 것과 많이 다르고요.”

 

 “전 별로 한 게 없는데……. 항상 평범하단 소리만 들었는데. 아, 아니다. 대학교 때는 좀 특이하다는 소리 많이 들었어요.”

 

 그가 의식의 흐름이 떠도는 대로 지껄였다.

 

 “어떤 식으로요?”

 

 그녀는 흥미롭게 그를 바라봤다.

 

 “조금 대담하다고 해야 할까…… 모험심이 강했거든요. 무서운 것도 없고, 뭔가 새로운 게 있으면 꼭 경험해봐야 했거든요.”

 

 “사고 많이 치셨나 보네요.”

 

 “사고를 칠정도로 용기 있지는 않았어요. 소심한 천방지축이었죠 뭐.”

 

 그가 헤벌쭉 웃어보였다. 그녀도 그를 따라 웃었다.

 

 “지성씨는 어땠어요? 어렸을 적이라던가……”

 

 그녀의 표정이 점점 굳어졌다.

 

 “특별한 게 없었어요.”

 

 그는 일순간에 어두워진 그녀의 표정을 바라봤다.

 

 “제 눈에는 특별해 보이는데요.”

 

 그녀가 그와 눈을 마주쳤다. 그의 일렁이는 눈동자를 빤히 주시했다. 그녀의 마음이 무장해제 됐다. 그녀는 눈을 떼고 민망한 듯 데스크에 놓인 유리컵을 만지작거렸다. 평소라면 대화를 피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대화를 이어나가고 싶었다.

 

 “혼자 있는 걸 좋아했어요. 누구랑 어울리는 것도 싫어했고. 방안에서 노래를 듣거나 그림을 그렸어요. 아, 뭘 만드는 걸 좋아했던 것 같네요. 그림이라던가, 건축도면이라던가.”

 

 “그것 봐요. 독특하잖아요. 전 살면서 건축도면은 그려본 적이 없는데. 꿈이 건축가였어요?”

 

 꿈? 그녀는 곰곰이 되새겼다. 구체적인 꿈이란 게 있었던가. 부모의 기대치를 충족시키는 것. 그룹의 오너가 되어 성공적으로 일을 진행하는 것. 그 밖의 것들을 상상해 본 적이 있었나.

 

 “글쎄요.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저는 여행하는 걸 좋아해요. 언제한번 괌이었나? 휴양지에 간 적이 있었는데, 선착장에 엄청나게 많은 요트들이 있었거든요. 그런 요트를 타고 바다를 건너보고 싶더라고요. 우리 조카랑 같이.”

 

 “조카를 끔찍이 아끼시는 것 같네요.”

 

 그가 손등을 어루만졌다. 순간 찬혁의 얼굴이 떠올라 눈망울이 촉촉해졌다.

 

 “지금 저한테 남은…… 유일한 행복이거든요.”

 

 “어떤 친구인지 꼭 한 번 보고 싶네요.”

 

 그녀는 그의 눈가가 젖어드는 것을 보았다. 어떤 사연이 있는지 내심 궁금해졌다. 그녀는 잠시 시간을 확인했다. 30분이 지나있었다. 10분이면 끝날 상황이었는데 어째서 대화가 이렇게까지 이어진 건지 의아했다. 그녀는 여태껏 누구에게도 사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았는데, 그 금기와도 같은 것이 깨어진 것에 적잖이 당황했다. 누구에게도 속을 드러내 보이고 싶지 않았는데……. 그녀는 더 대화를 지속해선 안 될 것 같다는 위기감이 들었다.

 

 “예정보다 시간이 초과된 것 같네요. 미안해요.”

 

 “아, 괜찮은데…….”

 

 다급히 정리하는 그녀를 보며 그는 아쉬움을 느꼈다. 이대로 끝이 나는 걸까. 그가 해야 할 일은 결재 서류에 사인을 받아오는 게 전부였다. 그 이상 그녀와 함께 무엇을 할 수 있는 명분이 없었다. 뭐가 없을까…… 어떻게든 이 관계를 지속할 수 없는 무언가가…….

 

 “식사시간이네요. 저녁 맛있게 드세요.”

 

 그녀가 서류에 급히 사인을 한 후 그에게 건넸다. 어떤 치부를 들킨 것처럼 창피했다. 처음 본 남자에게서 알 수 없는 마음이 생겨나는 것이 껄끄러웠다. 자리를 피하고 싶은 조급함이 들었다. 룸으로 돌아가 약을 먹어야 진정이 될 것만 같았다.

 

 “저기 혹시…….”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그가 등 뒤에서 말했다. 그녀는 반사적으로 뒤로 돌아섰다. 그와 눈이 마주쳤다.

 

 “네?”

 

 그가 일어서서 그녀를 바라봤다. 무언가 특별한 것을 제안하고 싶었다. 그러나 마땅히 떠오르는 게 없었다. 그는 일초도 안 되는 시간동안 머리를 쥐어짜냈다.

 

 “식사…… 같이 하실래요? 그…… 건축 관련해서 이야기를 좀 더 듣고 싶은데……. 혹시 안 될까요?”

 

 그녀의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의 표정, 그의 눈빛, 모든 게 거절하고 싶은 그녀의 발목을 붙잡았다.

 

 “9층에 괜찮은 레스토랑이 있던데. 와주실래요……?”

 

 그는 말하고 나서 눈을 질끈 감았다. 지성은 그의 표정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이제 어떻게 되도 모르겠다는 무책임한 생각에 사로잡혔다. 그녀는 애써 웃음을 가라앉혔다.

 

 “금방 갈게요.”

 

 지성이 대답한 뒤 곧바로 몸을 돌렸다. 그의 표정이 잔상처럼 남아 웃음이 멈추질 않았다. 귀엽다. 그녀는 남자를 보며 한 번도 떠올려본 적 없는 단어를 조용히 읊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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