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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하얀세계
작가 : 린키나
작품등록일 : 2019.9.3

잠에서 깨어나 보니 처음 보는 방 안에 있다?

벽도 바닥도 천장도 온통 하얀 방. 그리고 굳게 닫혀 있는 철문.

방 안에 낯선 사람의 목소리가 울리고, 그때부터 서로를 죽이는 살육게임이 시작되었다.

 
첫 번째 게임(1)
작성일 : 19-09-03 14:36     조회 : 413     추천 : 0     분량 : 56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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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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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느 때와 다름없이 잠에서 깨어났다.

  아마도 하루 일과를 위해 눈을 뜨는 바로 그 시각이었을 것이다.

 

  추측인 이유는, 시간을 확인할 도리가 없기 때문이었다.

 

 ‘여기는 뭐지?’

 

  벽도, 바닥도, 천장도 온통 하얗다. 반들반들한 아크릴 판인 건지 그와 비슷한 재질의 건축재인지 잘 모르겠지만 무척이나 깔끔한 방 안이었다. 조명을 대신해 자체 발광하고 있는 천장을 제외하면 정말 아무것도 없고 특징도 없는 공허한 공간이다.

 

  아직 꿈인가?

 

  눈을 비비고 허벅지를 꼬집었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다.

  확인 절차에 의한 답으로 현실감 뚜렷한 통증만이 돌아온다.

 

 “뭐냐고.”

 

  잠이 확 달아났다. 황급히 몸을 일으켰다. 입고 있는 옷가지도 처음 보는 잿빛의 반팔티와 반바지다. 찜질방에서나 입을 법한 디자인이었다.

 

  벽 한쪽에 철문이 보인다. 허겁지겁 달려가 매달렸다. 밖은 보이지 않는다. 문을 잡고 밀고 당겨 보았다. 소용없다. 굳건하게 잠겨 있는 그것은 벽과 다를 바가 없었다.

 

  당황하지 말자.

  이성을 찾자.

 

  결코 진정할 수 없는 괴이한 경험을 애써 외면하며 눈을 꾹 감았다. 기억을 되짚어본다.

 

  어제, 나는 평소와 다를 바 없는 하루를 보냈다. 과제에 치여 늦게까지 고생했고 야식으로 라면을 끓여 먹었지만 그 외에는 일상 그대로였다.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지? 어째서 일어났는데 집이 아닌 거냐고! 납치라도 당했나? 누가? 외계인? 제길,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는데.’

 

  방 안을 빙글빙글 돌며 고심하다 머리를 쥐어뜯었다. 상황이 달라지는 일은 없었다. 애꿎은 머리카락 몇 올만 희생되었을 뿐.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펼쳐 보았다. 그래도 해답은 찾을 수 없다. 문제는 그것뿐이 아니었다. 정신이 말짱해진 후 깨달은 적막감이 견디기 힘들 만치 지독했다. 그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고 어떠한 시각 정보도 내어주지 않는 하얀 공간에서 멍하니 있자니 그야말로 죽을 맛이다.

 

  본능적으로 문에 달라붙었다.

  가슴을 옥죄어오는 답답함을 해소하고 싶은 욕망이 끓는다.

 

 “밖에 누구 없어요? 저기요! 야! 아무도 없어?”

 

  고요하다. 짙은 심연에 집어 삼켜진 듯 고요하기 그지없다. 몇 번이나 더 목청을 높여 보았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어느새 난 무릎을 끌어안고 문가에 앉아 두려움에 떨고 있다. 무력했다. 갑자기 뒤바뀐 낯선 환경 속에서 평범한 인간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기다렸다. 누군가가 저 문을 열고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신이든 악마든 외계인이든 상관없었다.

 

  그러나 온몸의 털이 곤두설 만치 날 놀라게 한 것은 방 안을 쩌렁쩌렁 울리는 음악이었다.

 

  딩~동~댕~동. 딩~동~댕~동.

 

  알고 있는 리듬이다.

  학생 때 숱하게 들었던 미디음, 수업 시작 종이다.

 

  음이 끝나기 무섭게 한 남자의 음성이 들려왔다.

 

 [모두 안녕하신가?]

 

  방 안을 다시금 살폈지만 스피커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놀라우면서도 두려웠다. 목소리뿐이 아니라 내 일거수일투족이 감시당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어쩌면 지금 말하는 저 음성은 인지를 초월한 존재일지도 모른다.

 

 [다들 잠에서 막 깨어나 정신이 없겠지. 그래도 어쩔 수 없어. 게임은 이미 시작되었다.]

 ‘다들? 갇혀 있는 건 나 하나가 아니라는 뜻인가. 그렇다면 왜 아무 소리도 들려오지 않는 거지.’

 

  게다가 방금 게임이라고 했다.

  고전 호러 영화의 사이코패스 살인마 같은 것들이 떠오른다.

 

 ‘그렇게 스케일 작은 것일 리 없어. 다수의 사람들이 갇혀 있는데 반응이 없다는 건 이 건물이 엄청나게 넓다는 소리다. 그럼 뭘까. 정부의 비밀 실험 같은 거라도 되나?’

 

  불안감을 떨쳐내며 귀를 기울였다. 분명한 사실은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정신을 바짝 차리는 것 밖에 없다는 거다.

 

  목소리는 계속되었다.

 

 [지금은 궁금한 게 많을 거야. 그래도 너희들에게 알려줄 수 있는 건 없어. 지금부터 너희 모두는 게임에 참여해야만 한다. 물론 참여는 자유야. 그렇지만 하나 확실히 말해 두자면 그 안에는 물도 음식도 없다는 거다. 지금도, 앞으로도.]

 ‘젠장, 자유 좋아하네.’

 [누군가가 구해주기를 바라거나 탈출할 마음도 접는 게 좋아. 그럼 이제 게임에 참여할 참가자들을 위해 친절히 룰을 설명해 볼까?]

 

  완전히 제멋대로인 놈이다. 말미의 음질에 작은 노이즈가 일었다. 웃은 것이다. 저 남자가 흑막인지 단순한 진행자인지 잘 모르겠지만 그 자신도 이 일방적인 통보를 즐기고 있다.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게임은 단순해. 지금부터 일주일 후 너희 앞에 있는 문이 열린다. 밖에는 복도가 있지. 그것을 따라 걸어오면 커다란 방이 보일 거야. 그곳에서, 너희는 마주한 상대를 죽여야 해. 죽이는 방식은 자유. 이쪽에서는 흥을 돋우기 위해 판을 준비할 거야.]

 

  뭐, 뭐라고?

 

  귀를 의심했다. 살기 위해서 타인을 죽이라는 건가? 그것이 어떤 사람인지, 왜 그래야 하는지도 모른 채?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몸이 떨린다.

 

 [한 사람을 죽일 때마다 너희에게 상이 주어진다. 무기도 주어지지. 아, 걱정 마! 맨 처음에는 서비스 차원에서 단검 한 자루씩 나눠 줄 거니까. 친절하지?]

 “개소리.”

 

  나도 모르게 혼잣말이 튀어 나갔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게 더 화가 났다.

 

  누군지도 모르는 놈에게 붙잡혀 이런 능욕을 당하다니. 이건 덫이다. 완벽한 양자택일의 함정이다. 누가 아사하거나 탈진해 죽어가는 걸 원하겠는가?

 

  마주친 상대와 협상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처음 맞닥뜨린 상대가 어떤 성향인지도 모르는데 차분히 이야기를 할 수 있을 리 없다.

 

  그리고 힘을 합쳐 싸우지 않기로 결정하면? 과연 저 남자가 순순히 돌려보내 줄까? 그것도 확답할 수 없다.

 

  대체 어느 누가 이런 짓을…… 절망적인 기분에 몸서리를 치며 주저앉았다.

 

 [그럼 여러분! 일주일 뒤에 보자. 그동안에는 식사를 지급할 테니 걱정하지 마.]

 

  내 의사 따위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놈의 통보는 끝났다. 환청처럼 울리던 음성이 사라진 후에도 나는 입을 꾹 다문 채 방 안을 주시했다. 텅 빈 허공을 노려보았다.

 

  이미 내 사고는 빠르게 전환하고 있었다.

  살기 위해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이 현실에서 깨어나기 위해서.

 

  일주일. 놈은 바로 시작해도 될 게임을 일주일이나 미뤘다. 그 말에 힌트가 있을 것이다. 단순한 준비 기간? 살인의 방법 모색? 그게 아니라면 ‘게임 판’의 비밀을 추리해 보라는 건가.

 

  얼마나 몸을 웅크리고 앉아 있었을까. 나는 공허한 하얀 세계에서 몸을 일으켰다. 웃옷을 벗었다. 대기 기간 중 식사를 준다는 건 그 사이 죽게 놔두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우선은 체력 단련을 하자. 얼마나 나아질지는 모르겠지만 몸을 조금이라도 잘 움직일 수 있게 해 둬야 해. 사람을 죽이라니, 제정신이 아니야. 이곳에서 어떻게든 탈출해야 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끝없이 고민하며ㅡ

  나는 그날부터 갑자기 찾아온 이 현실에 저항하기 위해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일주일은 순식간에 흘러갔다.

 

 “후우.”

 

  일어나 스트레칭을 마치고 언제나처럼 지급되어 있는 빵과 우유를 먹었다. 식사는 자고 일어나면 방 한쪽에 놓여 있었다. 그것 또한 미스터리한 일이다. 쥐구멍 만한 공간도 없는 이 방 안에 어떻게 저런 쟁반을 놓고 갈 수 있을까.

 

  매일 반복되는 새로운 일상은 무료하기 짝이 없었다.

 

  하루 종일 운동을 하고 명상을 하고 날 납치해 가둔 미지의 적에게 증오를 불태운다. 일과라는 건 전보다 훨씬 더 한정적이고 구속되어 있다. 그렇게 몸을 움직이다 보면 어느새 잠이 쏟아진다. 버티려 해도 버틸 수 없었다. 무언가가 강제로 수면을 유도하기라도 하는 듯이 말이다.

 

  결국 이 수수께끼를 풀지 못한 채, 나는 일주일째를 맞이했다.

  시계도 창문도 없는 방 안에서 일주일이 지났다고 깨닫게 된 것은 다름 아닌 호출 때문이었다.

 

 딩~동~댕~동. 딩~동~댕~동.

 

 ‘시작인가.’

 [안녕, 여러분? 다들 잘 지냈나?]

 

  가증스럽기 짝이 없는 목소리다. 잘 지냈을 턱이 없지. 입을 굳게 다문 채 문을 노려보았다.

 

 [오늘이 바로 결전의 날이야. 지난 시간 동안 자기 자신을 많이 되돌아봤나 모르겠네. 모두의 무운을 빌게. 어차피 반은 죽겠지만, 크크큭.]

 

  텅!

 

  망치로 철판을 두드리는 것 같은 소리가 울렸다.

  문이 열린 것이다.

 

  아무리 밀고 당기고 흔들어도 꿈쩍도 하지 않던 두터운 철문이 단번에 열리자 맥이 빠졌다. 원격 개폐 장치라도 되어 있는 건가. 찝찝한 기분을 삼키며 한 발 밖으로 나섰다. 그것은 어린아이가 세상을 향해 첫 발을 내딛는 것보다 힘겹게 느껴졌다.

 

 [자~ 그럼!]

 

  목소리는 마침내 첫 번째 게임 시작을 알렸다.

 

 [모두 신나게 상대방을 죽여보자.]

 

  바깥은 놈의 말대로 긴 복도였다. 다른 철문은 보이지 않는다. 이곳이 정녕 사람이 지은 건물인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창도, 다른 방문도 보이지 않는 기나긴 복도. 만일 이곳에 갇힌 모든 사람들의 방 앞에 이런 복도가 있다면 이 얼마나 큰 공간 낭비인 것일까. 그러니 인간의 짓이 아니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는 거다.

 

  걸음걸이를 옮길 때마다 잡념은 조금씩 사라져갔다. 남자가 말했던 ‘커다란 방’. 그것의 입구가 보일 때 즈음 머릿속은 완전히 하얗게 비워졌다.

 

  지금 내가 있는 이 공간처럼.

 

 “…….”

 

  아니, 아무래도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사라진 잡념 대신 하나의 강한 사고가 머릿속을 뒤흔들고 있다.

 

 ‘죽여? 사람을? 죽일 수 있을까? 내가? 칼로 찌를 수 있나? 항복할까? 협상? 저쪽은 날 해치지 않을까? 자신할 수 있나? 둘 다 살아날 방법은 없나?’

 

  생사의 갈림길에 선 평범한 인간의 사고가.

 

  사실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이미 지난 일주일 동안 스스로에게 내린 상태다. 이 기이한 현실에서 탈출할 수 있을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영문모를 남자에게 휘둘리는 것을 원치 않았다. 증오스러웠다. 정신병자의 말에 순순히 따를 마음은 없었다. 그런 강한 거부감을 바탕으로 이 살육 게임의 답을 정해 놓았던 것이다.

 

 ‘역시, 나는 죽일 수 없어. 당사자와 협력해서 서로 돌아온다.’

 

  그것이 둘 다 죽는 길이 될지라도 나는 그렇게 하기로 마음먹었었다. 유일하게 남아있는 사고의 자유ㅡ 양심이라는 것이 내 저항심에 불을 붙였었다.

 

  겨우 뒤늦게 본능을 자극하는 공포를 떨쳐낼 수 있었다.

 

 ‘휴, 정신 차리자.’

 

  난 마침내 방 안에 들어섰다.

  온통 하얗다.

  내가 기거하던 곳과 다를 바 없는 그곳은 굉장히 넓었고 두 개의 문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맞은편 입구에서 들어오는 남자를 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나와 같은 옷차림이다. 불안하고 초조해 보이는 낯빛. 나이대나 덩치는 나와 비슷하다. 동질감이 느껴졌다. 틀림없이 그도 나와 마찬가지로 일주일 간 이곳에 갇혀 있던 사람이다.

 

  다만 하나, 나와 다른 점은…….

  그의 손에 들려 있는 작은 날붙이였다.

 

 ‘저건…… 단검? 그러고 보니 내 칼은? 나는 단검 같은 걸 받은 기억이 없는데? 저 남자는 저걸 어떻게 받아 들고 있는 거지.’

 

 [모든 선수가 입장했네. 그럼 규칙을 설명하지. 너희들에게 지급된 칼로 상대방을 죽여. 제한 시간은 한 시간이다. 그 안에 해내지 못하면 둘 다 탈락이야. 상대방을 죽인 사람은 상을 받고 일주일 동안 더 살 수 있다. 어때, 간단하지?]

 

  그의 표정이 한층 더 짙게 물들었다.

 

  아마 내 안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사유는 조금 다르지만.

 

 ‘빌어먹을! 나는 왜 단검이 지급되지 않는 거냐고?’

 

  죽이지 않는다. 상대를 설득해 협력한다. 그 모든 전제는 적과 내가 동등한 입장에 있어야만 가능하다. 그러나 지금 내 손에는 단검이 없다. 그것을 저 자가 눈치챈다면 나는 순식간에 약자의 신세로 전락하고 만다.

 

  입구를 돌아보았다. 어느새 막혀 있다. 집중했던 탓일까. 문 닫히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허둥거리는 사이 목소리는 게임 시작을 알렸다.

 

 [시작!]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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