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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이스트 포인트
작가 : 필스너
작품등록일 : 2019.9.3

* 美 육군사관학교인 '웨스트 포인트(West Point)'와 비교해도 생도들의 자질이나 국가에 대한 충성심에서 절대 뒤지지 않을 것이라는 자부심으로, 대한민국 육군사관학교 생도들은 자신의 학교를 '이스트 포인트'라고 부르기도 하였음. 


<집필 의도>

 1653년, 무역선을 타고 네덜란드를 떠나 태평양을 거쳐 일본의 나가사키로 향하던 젊은 선원 하멜은, 뜻하지 않게 제주도 근처에서 거센 풍랑을 만나 배가 난파하여, 간신히 살아남은 선원들과 함께 강제로 조선에 억류됩니다.
이후 하멜은 조선에서 보낸 13년 동안의 행적을 꼼꼼하게 기록하였고, 극적으로 조선을 탈출하여 고국 네덜란드로 돌아간 뒤, 그 기록을 토대로 소위 ‘하멜 표류기’라는 책을 출간하는데, 마르코 폴로의 '동방 견문록' 이후 미지의 세계에 대한 유럽인의 호기심을 반영하듯, 당시 '하멜 표류기'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베스트셀러가 되었습니다.

 필자는 이 ‘하멜 표류기’를 모티브로, 동서양의 실제 인물과 역사를 소재로 삼아, ‘이스트 포인트’라는 사관학교 안에서 벌어지는 경쟁과 우정, 사랑과 배신의 이야기를 판타지 세상 안에서 그려 보았습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스케치와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발명품이 포함된 '르네상스 시대'의 눈부신 발전과, 동방을 정복하겠다는 '대항해 시대'의 거친 야망이 서양의 소재라면, 명나라의 멸망과 청나라의 흥기, 병자호란의 발발과 이후 전개된 효종의 북벌준비가 동양의 소재입니다.
 인간 중심의 시각에서 자연을 정복하고 다스리겠다는 이기적인 생각보다는, 자연 그 자체를 존중하고 이에 동화되어 살았던 우리 조상들의 겸손한 자세도 중요한 주제로 잡았습니다. 조국을 위해 헌신하다 억울하게 죽음을 당한 소현 세자와 세자빈의 높은 뜻도 기리고 싶었습니다.
 또한 조선 왕실의 정통성과 권위를 상징하는 그림인 ‘일월오봉도’에, 소설 ‘다빈치 코드’에서 나오는 ‘최후의 만찬’과 같은 어떤 수수께끼를 담아 독자들의 관심과 흥미를 이끌어내고자 했으며,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스케치에 나오는 비행기나 낙하산도 판타지 안에 넣었습니다.
 고구려의 웅대한 기상이 서려있는 만주 벌판까지 이야기의 무대를 넓혔으며, 우리 고유의 영토인 독도를 넘보려는 일본의 탐욕에도 일침을 가하고 싶었습니다.
소설의 마지막은 네덜란드의 왕자 하멜과 조선의 공주 하이란이 결혼을 하는 로맨스로 결말을 맺습니다.
 아무쪼록 대한민국과 네덜란드, 양국의 우정이 영원하기를 기원합니다.


 
<1화><2화>
작성일 : 19-09-03 14:07     조회 : 210     추천 : 0     분량 : 19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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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피소드 1. 하멜과 사자의 심장

 

                                 1 부

 

  1. 표류 이전에...

 

  오래전...

  마크(Mark) 1세가 다스리는 '네론(Nehron) 왕국'과 크롬(Kromm) 1세가 다스리는 '앵글(Angle) 왕국'은, 인간이 사는 세상의 전부라고 믿고 있던 '콕센(Coxen)'이라는 대륙의 패권을 양분하며 팽팽한 긴장을 유지하고 있었다. 당장은 힘의 균형으로 인해 전면전이 일어나진 않았지만, 네론과 앵글은 대륙의 곳곳에서 약소국을 내세워 치열한 경쟁을 유도했고 또 처절한 분쟁을 조장했다.

 

  그렇게 거친 다툼이 계속되는 동안 네론과 앵글의 과학과 항해술, 천문학은 비약적으로 발전했고, 그동안은 전혀 알지 못했던 새로운 땅과 섬도 많이 발견하였다. 또한 과학자들은 지금 살고 있는 세상이 접시처럼 평평한 것이 아니라 공처럼 둥글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어 '지구'라는 이름을 사용하기에 이르렀고, 콕센 대륙 말고 또 다른 대륙이 지구의 반대편에 존재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예측했다.

  나날이 발전하는 기술을 이용해 그곳까지 가보려는 시도가 물론 없진 않았지만, 문제는 먼 바다에 흩어져 있어 그 위치와 실체를 정확히 알지 못하는, 그나마 알려진 정보라고는, 인육을 먹을 만큼 잔인한 괴물이 산다는 말만 무성한, 공포의 해적소굴인 '쳐비 군도(Chubbie's islands)'를 피해서 안전하게 항해하는 것이었다.

 

 

  지금으로부터 18년 전 8월의 어느 여름밤, 

  네론의 국왕인 마크 1세의 외아들이자 왕위 계승자인 요한슨(Johannson) 왕자는, 그의 부인인 마리앙(Mariann)이 순산하여 첫아들을 얻었고, 할아버지는 손자의 이름을 하멜(Hamel)이라 지었다. 

  그런데 마침 그때, 천문학자들의 눈에 예사롭지 않게 밝은 유성이 네론의 하늘을 지나쳐 멀리 동쪽으로 계속 줄기차게 날아가는 사건이 발생했다.

 

  고대 이래로 콕센인들은 별자리 중에서 사자자리를 으뜸으로 여겼고, 그중에서도 사자의 가슴에 위치한 제일 밝은 별인 *레굴루스(Regulus)를 우주에서 가장 존엄한 별로 여기고 극진히 숭배하였다.

  반복되는 예언에 의하면, 인간이 우주의 섭리에 대해 눈을 뜨게 되는 날, 레굴루스는 그의 분신을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자'에게 보내, 그로 하여금 사자처럼 강인한 심장을 가지고 혼란으로 계속되고 있는 인간의 역사를 모두 평정하여, 온 세상을 그의 지배하에 놓아 장엄하게 다스릴 것이라 하였다.

 

  네론 왕국 최고의 과학자이자 천문학자이며 예언가로 인정을 받았던 '레오(Leo) 박사'는, 방금 지나간 그 유성이 바로 절대힘의 원천인 레굴루스의 분신, '사자의 심장'이라고 왕에게 보고했다.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인간이 확실히 깨달은 지금 나타난 저 유성이 곧 '사자의 심장'이며, 하멜이 태어난 날에 지나갔기에 그 별의 주인은 바로 하멜이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레오는 자신이 세상에서 처음 발명한 신기한 천체망원경으로 유성의 궤적과 방위를 계산한 결과, '사자의 심장'은 지구의 아주 먼 동쪽 끝 어딘가에 떨어졌을 것이고, 지금은 잠시 그곳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자'로 존재하는 이의 손에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성에서 나오는 신비한 기운은 인간을 공중으로 띄울 수도 있고, 또 유성에 닿은 물은 생명수로 변해 이를 마시게 되면 무병장수할 수 있다고도 확신했다. 콕센의 전설에 나오는 요정과 정령이 영원히 살아가는 낙원 **'퀠파(Quelpaa)'가, 유성의 힘으로 인해 그곳에 실존할 수도 있다고도 말했다.

  네론과 앵글 중 누구에게 천하를 맡길 것인지 레굴루스가 지금 시험하고 있는 중이며, 분명 크롬 1세도 저 '사자의 심장'을 찾으러 대규모 원정을 준비할 것이니, 마크 1세도 빨리 서두르라고 레오는 거듭해서 왕에게 재촉했다.

 

  그러나 네론의 군부에서는 평소에도 기행을 일삼는 절름발이 늙은이 레오를 그리 좋아하지 않아, 그의 주장에 연신 콧방귀만 뀌었다.

  가능성이 불확실한 유성을 국왕이 직접 찾아나서는 것보다는, 오히려 크롬 1세가 자리를 비우고 떠난 사이에 앵글을 총공격하는 게 더 현실적이라고도 주장했다. 왕립학술원의 과학자들도 괴짜 영감인 레오의 뚱딴지같은 주장을 어찌 믿냐며 한결같이 회의적이었고, 결정적으로 요정이니 뭐니 '퀠파'라는 낙원 얘기엔 그저 코웃음만 쳤다.

  이 주제로 인해 궁정에서는 갑론을박이 지속되었고, 마크 1세는 어떤 결론도 내리지 못한 채 한참동안 고민하였다.

 

 

  * 레굴루스 : 사자자리의 심장 부위에 있는 아주 밝은 별. 고대 중국에서는 '헌원대성'이라 하여 황제의 별로 여겼음.

 

  ** 제주도라는 섬의 존재가 처음 유럽인들에게 소개되었을 때의 이름은, '퀠파트'였음.

 

 

  그런데 그때 요한슨 왕자는, 아들인 하멜의 별을 자신이 직접 찾아오겠다며 동방으로의 원정을 자처했고, 레오는 그제야 환희에 젖어 모든 계획을 총괄하며 이를 적극 거들었다.

  너무 위험하다며 부인인 마리앙이 극구 반대를 했지만, 남편인 요한슨은 “혼자 하멜을 키워야 하는 짐을 잠시 맡겨 정말 미안하오. 하지만 지금 내가 저 별을 찾아 떠나지 않으면, 분명 크롬 1세에게 모든 것을 빼앗길 것이오. 그렇게 되면 네론의 밝은 미래를 기대했던 우리 모두의 꿈은, 영영 우리의 곁을 떠나고야 마는 것이오. 그러니 잠시만 좀 참아주시오.”라는 말만을 남기며 원정대를 이끌고 곧장 출발하였다.

 

  그게 요한슨 왕자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2년이 다 되도록 원정대에 대한 어떤 소식도 들리지 않자 마리앙의 심신은 차츰 쇠약해져 갔다.

  그런데 그때 원정대의 일원이었던 레오의 제자 얀스(Jans)는 천신만고 끝에 다시 네론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혼자였다.

  처음 떠날 때 건장했던 체구와는 달리, 얼굴과 목의 반쪽은 화상에 의한 흉터로 가득한 아주 처참하고 초췌한 모습이었다.

  

  처음에 원정대는 다행히 '쳐비 군도'의 해적들과 마주치지 않고 계속 지구 동쪽으로의 항로를 잘 찾아갔었다. 가는 동안 정말로 처음 접하는 섬과 사람들도 많이 만났고, 그들로부터 새로운 정보도 계속 얻게 되었다.

  차츰 시간이 지나면서 '호렌(Horen)'이라고 부르는 또 다른 대륙과 문명이 지구의 반대편에 있음을 알게 된 뒤 계속 잘 항해했던 원정대는, 그런데 어느날 밤에 갑자기 폭풍우를 만나 전함이 크게 손상되었고, 전 대원이 며칠간 이를 수리하느라 체력이 많이 소모되었다.

  설상가상으로 야밤에 정체 모를 해적의 전격적인 기습을 받아, 전함은 거의 다 불에 타고 원정대는 전멸하는 과정에서 얀스는 기적적으로 작은 보트를 타고 탈출할 수가 있었다.

 

  요한슨 왕자는 해적을 피해 갑판 아래로 숨었는데, 결국은 침몰하는 배에서 빠져나오는 걸 자신은 보지 못했다고 말하며 얀스는 눈물과 함께 고개를 떨구었다.

  비보를 듣고 충격을 받은 마리앙은, 남편의 출항을 적극적으로 말리지 않았다며 시아버지와 크게 다툼을 벌였고, 반면 마크 1세는 이 모든 불행이 불길한 별자리를 가지고 시집을 온 며느리 마리앙 때문이라고 단정지으며, 이제는 네론의 유일한 왕위 계승자가 되어버린 손자 하멜을 마리앙과 떼어 놓은 다음, 그녀를 슈반(Schwann)궁에서 내쫓아 비밀의 장소에 가두었다. 또한 원정을 독려한 레오를 잡아 당장 목을 베라고 명령했고 얀스는 이유를 불문하고 감옥에 가두었다.

 

  어린 하멜은 어머니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한 채 유모에 의해 길러졌고, 마리앙은 아들을 그리워하며 눈물로 밤을 지새우다 결국 세상을 뜨고야 말았다. 마크 1세는 지병이 도져 마리앙이 죽은 것으로 하라는 엄명을 내렸고, 하멜은 부모님 없이 외롭게 후계자 수업을 받으며 자랐다.

  레오는 다행히 잡히지 않았고, 얀스는 슈반궁의 경비가 소홀한 틈을 타서 감옥에서 탈출하여 결국은 스승인 레오와 다시 해후하였다.

 ​

 

  세월이 흘러 하멜은 17살의 늠름한 왕자로 성장했지만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과 해적에 대한 복수심은 떨칠 수가 없었다. 또한 아버지가 못다 이룬 꿈인 그 '사자의 심장'을 자신이 차지하여 앵글 왕국을 무찌르고 콕센과 호렌 대륙 모두를 제패하는 최초의 황제가 되고 싶어했다.

  이런 이유로 하멜은 아버지처럼 몰래 원정을 꿈꾸게 되는데, 그 낌새를 눈치챈 마크 1세는 절대 허락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 사이에 재야에 숨어 살던 레오와 얀스도 다시 해적에 대한 복수와 호렌의 정복을 꿈꾸었다. 어떠한 폭풍에도 견딜 수 있는 가장 안전하고도 강력한 전함을 다시 건조하고, 해적이나 호렌 문명의 어떤 군사력도 무력화 시킬 수 있는 첨단 무기를 개발하는 것이, 고인이 된 요한슨 왕자의 한을 풀어주는 것이라고 확신했다.

 

  하멜이 원정에 관심이 많다는 첩보를 접한 레오는, 귀족이자 하멜의 친구인 람펜(Rampen)을 통해 비밀리에 하멜 왕자 측에 제안을 했고, 하멜은 흔쾌히 동의를 하며 레오를 만나기 위해 슈반궁 밖으로 나섰다.

  람펜 역시 요한슨의 원정에 동참했다 함께 변을 당한 쿠벨(Kubel) 백작의 아들이었기에, 아버지의 복수를 갚기 위해서라도 원정에 적극적이었다.

 

  생이 얼마 남지 않았음이 역력할 정도로 노쇠해진 레오는, 하멜 왕자를 만나자 눈물을 흘리며 아버지가 못다한 대업을 꼭 이루시라는 말부터 꺼냈다. 자신의 눈에는 광활한 겨울 벌판을 휘젓는 거대한 매머드의 모습과 고요하고 평온한 낙원 '퀠파'가 동시에 생생하게 보인다며, 하멜 왕자가 호렌에 가면 이 모든 것을 차지할 것이라고 예언했다.

  얀스는 하멜에게, 호렌이란 문명은 적어도 과학과 군사력 분야에서 콕센보다 많이 뒤쳐져있다고 장담했다.

 

  하멜은 이들의 주장에 신뢰를 보내며 새로운 전함을 건조하기로 마음먹었지만 문제는 비용이었다. 당장 하멜에겐 그럴 돈이 없었고 할아버지가 하멜의 청을 들어줄 리도 만무했다.

  결국 하멜은 왕실 소유의 고가품을 몰래 팔아야만 했고, 자신의 명예를 걸고 사냥대회를 열어 그 판돈으로 자금을 계속 충당했다.

  이후로 1년 간 하멜은 기행을 일삼으며 돈을 모았고, 친구인 람펜도 귀족들과 도박을 벌여 거금을 보탰다. 그 자금으로 레오와 얀스는 최강의 전함 '스페르(Sperr)호'를 만드는 데 박차를 가했다.

 

 

  드디어 모든 준비가 끝났다는 전갈이 레오로부터 오자...

  방탕한 생활을 반성하고 다시 학업에 정진하기로 약속한 하멜 왕자의 18회 생일을 기념하는 성대한 잔치가 슈반궁에서 준비되는 동안, 하멜은 할아버지에게 죄송하다는 편지 한 장만을 남긴 채 홀연히 네론을 떠나 호렌 대륙으로 향했다.

 

 

  2. 다른 세상

 

  번쩍 번쩍!! 우르릉~ 우르릉~ 쾅쾅!!!

  망망대해에서 거센 폭풍우를 만난 스페르호가 술에 취한 사람처럼 비틀거리고 있었다. 하늘은 온통 먹구름에 젖어 손에 잡힐 듯 낮게 깔려 있었고, 쉴 새 없이 천둥과 번개가 괴성을 지르고 발작을 하면서 온 세상을 쪼개버리려 하였다.

 

  스페르호는 네론 왕국의 전함 중에서도 가장 성능이 뛰어나고 규모도 제일 큰 범선이었지만, 이처럼 이성을 잃은 바다에게 휩쓸릴 때는 소나기에 짓눌린 한낱 종이배와 별반 다를 게 없었다.

  함장인 얀스는 갑판의 키를 잡고 배를 조종하려고 했지만 힘에 부쳐 뜻대로 되질 않았다. 집채만 한 파도가 수시로 몰려와서는 스페르호를 이쪽저쪽으로 거세게 흔들어놓았다.

 

  제일 앞 돛대는 이미 부러져 있었고, 중앙에 있는 가장 큰 돛대가 아직 온전하긴 했지만, 몇 개의 돛은 반쯤 찢어져 비바람 속에서 거친 소음을 뿜어내며 심하게 몸부림치고 있었다.

  어떤 대원은 밧줄에 엉킨 돛을 내리려 중앙 돛대에 고정된 그물 사다리로 올라가고 있었고, 다른 대원은 느슨해진 구명보트의 줄을 단단히 동여매느라 정신이 없었다. 하멜 왕자와 근위대장인 람펜도 대원들과 함께 갑판에서 필요한 작업을 거들었지만 상황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생사의 기로에 선 스페르호의 대원들에게 지금 필요한 건, 바다의 신에게 용서를 구하는 간절한 기도가 전부인 듯했다. 누군가가 제물을 자청해 먼저 바다에 뛰어든다면 신의 노여움이 곧 풀릴 것이라는 악담이라도 이들에겐 절실해 보였다.

  그때 다시 한 번 큰 파도가 배의 측면을 덮쳤고, 이 충격으로 인해 모두들 갑판에서 나뒹굴었다. 그물에 오르던 대원 여러 명도 아래로 떨어졌다.

  “왕자님! 괜찮으십니까?” 얀스와 람펜은 하멜부터 챙겼고, 왕자는 "난 괜찮아!"라고 크게 말했다. 워낙 씩씩한 성격이라 그런지, 몸에도 아무 이상이 없었다.

  “모두 괜찮나? 누구 다친 사람은 없나?" 이제 얀스는 큰소리로 대원들을 불렀다. 여기저기서 자신은 문제없으니 걱정말라는 대답이 연달아 터져 나왔다.

 

  "엉킨 돛을 내리지 못하면 우리는 이대로 침몰할 수밖에 없다! 제군들, 한시가 급하다!! 모두 중앙그물로 올라 누구라도 먼저 돛의 밧줄을 끊어라!!!" 얀스는 마지막으로 절규에 가까운 명령을 내렸다.

  대원들은 다시 한 번 힘을 내어 그물로 오르기 시작했고, 이번에는 하멜과 람펜도 칼을 챙겨 직접 나섰다. 배의 흔들림이 심해 제대로 올라가기는커녕 거미줄에 걸린 나방처럼 그물에서 헤매느라 대원들은 정신이 없었지만, 하멜과 람펜은 어디서 그런 힘이 났는지 그물에 꼬인 그들을 지나쳐 계속 꼭대기로 향했다.

 

  잠시 후, 먼저 도착한 람펜은 밧줄을 사정없이 내리쳤다. 하지만 강풍에 배가 심하게 기울 때 다시 한 번 파도가 갑판을 덥쳐 후방의 돛대가 여지없이 부러지며 중앙 돛대와 부딪혔고, 이 충격으로 람펜은 들고 있던 칼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급한 마음에 하멜은 자신의 칼을 쓰라고 위로 던져 보았지만 람펜이 잡기 전에 허공을 날다 그냥 바다에 빠져버렸다.

  그러자 갑판에 있던 얀스는 자신의 옆구리에서, 고작 심비디움 잎사귀만한 단검을 꺼내들었고 이를 화살에 묶어 중앙 돛대로 쏘아 올렸다.

 ​ '퍽!' 다행히 화살은 정확히 나무기둥에 박혔다.

  람펜은 그 화살에서 단검을 뽑아, 있는 힘껏 밧줄을 내리쳤다.

  면도칼로 각목을 베는 것이 더 쉬워 보일 만큼 무모한 짓이었지만, 그래도 람펜은 이를 악물고 계속 단검을 휘둘렀다. 

  이제 스페르호에게 남은 마지막 희망은 그의 칼날 끝에 아련하게 걸려있었다.

  “이 밧줄 새끼야! 끊겨! 끊겨! 끊기란 말이야!!” 람펜은 처절하게 연거푸 밧줄을 내리쳤다. 

  그러나... 겨우 요만한 단검 하나로는 오히려 힘만 빠질 뿐이었다.

  하늘을 뒤덮은 번갯불과 천둥소리는 마지막 발악을 하는 람펜에게 이제 포기하고 목숨을 내놓으라고 조롱하고 있었다. 세찬 비바람은 람펜의 팔을 끌어당기며 저승으로 같이 가자고 유혹하고 있었다.

 

  그렇게 정신이 혼미한 상태로 한참을 휘젓다가 람펜이 마지막 시도를 하려 칼을 높이 든 순간...

  '번쩍!!!'

  강한 섬광과 함께 벼락이 칼에 내리쳤다.

  "악~!!"

  람펜은 외마디를 지르며 정신을 잃고 바닥으로 떨어졌고 중앙 돛대는 우지끈! 소리를 내며 부서져버렸다. 돛은 모두 내려졌지만 부러진 돛대는 갑판을 비스듬이 뚫고 지나가 선체의 측면을 강타했다.

  람펜은 큰 부상을 입어 의식이 희미했고 배 옆의 큰 구멍으로는 바닷물이 계속 쏟아져 들어와 스페르호는 오히려 더 빨리 침몰하게 생겼다.

 

  하멜이 달려와 람펜의 뺨을 때리며 정신차리라고 소리쳤지만 람펜은 이미 가망이 없어 보였다.

  "왕자님... 바, 반드시... 별을 찾아 네론으로 돌아가시고... 요한슨 왕자님과 제 아버지 모두의 원수인... 그 나쁜 해적놈들을... 꼭... 무, 물리쳐... 주... 세...요..."

  결국 람펜은 고개를 떨구며 눈을 감았다.

  가장 친한 친구이자 가장 가까운 근위대장 람펜을 잃은 하멜은 큰 소리로 절규하며 울부짖었다.

 

  이때, 한 대원이 육지를 발견했다고 소리쳤고, 얀스는 전 대원에게 구명보트에 오르라는 명령을 내렸다. 죽은 람펜을 부둥켜안으며 흐느끼는 하멜을 얀스는 강제로 떠밀다시피 하여 보트에 태웠다.

  여러 대의 보트가 배에서 내려졌고, 대원들은 필사적으로 육지를 향해 노를 저었지만 파도가 너무 거세어 하나둘 뒤집히고야 말았다.

  그런데 얀스는 찢어진 돛을 잘라 이리저리 밧줄로 묶어 보트에 연결했고, 바람을 받은 돛이 연처럼 팽팽해진 덕분에 하멜과 얀스가 탄 보트는 육지 쪽으로 빨리 갈 수 있었다.

 

  하멜은 죽어가는 대원들을 두고 떠날 수는 없다며 당장 보트를 돌리라고 명령했지만, 얀스는 "모두가 죽어도 왕자님은 사셔야 합니다! 왕자님이 죽으면 네론은 끝이 나는 걸 모르십니까?“ 라고 오히려 큰 꾸중의 소리를 지르며 혼신을 다해 보트를 조종했다.

 

  기적적으로 폭풍우를 견딘 보트는 마침내 이름 모를 해안의 모래틈에 바닥이 닿았다.

  얀스는 그제서야 다시 바다를 바라보며 “이게 모두 저의 잘못입니다! 왕자님을 살리려고 하니, 제 대원들이 죽어가도 어쩔 수가 없었어요! 모두 제 잘못이란 말입니다!!”라고 통곡하며 죄책감에 고개를 숙였다. 하멜의 울음 소리도 그칠 줄을 몰랐다.

 

  세차게 내리치는 빗방울이 쓰라린 눈물과 범벅이 되어 두 사람의 얼굴을 적시며, 낯선 곳에서의 시작은 비통함으로 가득 찼다.

 ​

  *          *          *

 ​

  비가 그쳤다. 날이 밝았다. 어제의 폭풍우는 온데간데없었다. 

  이토록 평화로운 곳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사방이 고요하고 아늑했다. 지쳐 잠들기 전까지만 해도 초겨울의 바다에서 사투를 벌였었는데, 지금 이 해안엔 따스한 봄바람이 가득했다.

  이곳이 호렌의 어느 지방인지, 섬인지 육지인지, 섬이라면 무인도인지 아니면 '쳐비 군도'의 일부인지... 현재로선 도무지 알 길이 없었다. 어쨌든 지금까진 사람의 그림자는 커녕 토끼 한 마리 보이질 않았다. 머리 위를 맴도는 갈매기들만이 하멜과 얀스의 살점에 관심을 보이는 것 같았다.

 

  ‘이렇게 평온한 파도인데... 어제는 도대체 왜 그랬을까?’ 원망이 가득한 눈초리로 먼 바다를 응시하던 하멜은 한참 동안 소리내어 울었다. 왕자의 곁으로 다가온 얀스도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꼈다.

  그렇게 분노와 슬픔을 달래느라 오전에는 아무 일도 하지 못했다. 자그마한 돌을 주워다가 위령탑을 만든 뒤, 먼저 간 대원들의 넋을 위로하려 말없이 기도를 드린 게 전부였다.

 

  해가 중천에 뜨고 옷도 좀 마르자 한 덩이 빵으로 간단히 끼니를 때운 두 사람은, 앞으로 어떻게 할지에 대해 논의를 했다.

  우선은 먹을 것이 급했다. 이곳에서 사냥이나 낚시를 하지 않고서는 사흘도 버티지 못할 만큼 상황은 절박했다. 활 하나와 화살 몇 촉, 작은 칼 두 개를 챙긴 게 전부여서 완전히 원시시대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얀스가 가장 궁금한 건 표류한 지점이 정확히 어디냐 하는 것이었다. 적어도 폭풍우를 만나기 전까지 스페르호에 있는 기구로 태양과 별자리를 계산한 위치라면, 호렌 대륙 중에서도 아주 동쪽으로 들어온 것은 분명했다. 그런데 지금 가진 장비라고는 기다란 망원경 하나가 전부이고, 아직은 낮이라 어떤 별자리도 볼 수 없었다. 얼마를 이곳에서 머물러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라, 일단은 주위의 정찰에 나서면서 은신할 곳과 사냥감을 찾는 게 급선무인 듯했다.

 

  *표류지 바로 앞에 종 모양처럼 봉긋 솟은 산이 하나 있기에 둘은 그곳에 올라 사방을 둘러보았다.

 전 지역이 거무스름한 현무암 투성이인 것으로 보아 이곳은 화산지대가 분명했다. 길게 뻗은 해안가와 그 너머 너머의 먼 바다까지 망원경으로 살펴보았으나 스페르호의 흔적은 발견할 수 없었다. 구명보트나 나무 파편이나 시신조차 전혀 보이지 않았다.

  해안의 절벽 위로 펼쳐진 반대편 육지 쪽을 둘러보니, 드넓은 벌판에 갈대와 나무가 무성하고 중간중간에 조그만 봉우리들이 봉긋봉긋 솟아올라 있는 게 마치 가을걷이한 짚단을 들판 이곳저곳에 쌓아 놓은 것 같았다.

 

  벌판은 눈에서 멀어질수록 서서히 경사져 올라가더니 저 멀리에서 한데 모아져 하늘로 높게 솟은 거대한 산 하나가 되었다. 그 꼭대기는 구름에 가려서 보이지 않았다. 저 산이 화산 폭발을 하여 이런 지형을 만들었음이 분명해 보였다. 마치 큰 방패를 엎어놓고 그 가운데의 배꼽 부분이 높게 튀어나온 지형을 상상하게 되었다.

  아마도 육지보다는 바다 위에서 솟아오른 단독 섬일 가능성이 많은 것 같았다. 육지에 이 정도로 평온하고 넓은 벌판이 있는 곳이라면 사람의 흔적이 없을 리가 없는데, 아직까지 아무것도 찾지 못했으니 섬일 거라 생각했다. 섬이라면 '쳐비 군도'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하멜은 잔뜩 긴장이 되면서도 해적을 만나면 복수부터 하겠다는 다짐을 했다. 그러나 얀스는 미개한 해적이 사는 곳이라고 치기엔 여기가 너무 낙원 같아서 왠지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을 했다.

 

  둘은 중앙산의 기슭 쪽으로 오후 내내 걸었다. 벌판으로 들어서니 이곳엔 특히 오렌지 나무가 많아 사방에 오렌지꽃의 향기가 진동했다. 네론을 상징하는 색깔이기도 한 오렌지를 보니 하멜은 슬쩍 반가웠다. 한 개를 따서 먹어보니 제법 맛도 있었다. 당장의 허기는 잠시나마 달랠 수 있었지만 그래도 한창 먹을 나이인 하멜에게는 뭔가 많이 부족했다. 하지만 얀스는 아직은 어린 왕자의 이런 불평까지 다 받아 줄 입장이 아니었고 정찰을 게을리 할 수도 없었다.

  다행히 맹수는 보이질 않았고 토끼나 꿩 같은 사냥거리의 부스럭거림이 간혹 느껴지기는 했지만 일단은 갈 수 있는 데까지 최대한 서둘러서 가야 했기에, 입맛을 다시는 왕자의 투덜거림도 무시한 채 얀스는 길을 재촉했다.

 

  한참을 가다보니 피부가 아주 하얀 사슴이 가끔씩 눈에 띄었다. 콕센에서 보던 사슴보다 덩치도 더 크고 뿔도 훨씬 화려한 것이 어떤 신성함을 몸에 지닌 듯했다.

  마크 1세는 사슴고기를 무척 좋아하여 종종 하멜을 데리고 왕실 전용 숲으로 사냥을 나가곤 했지만, 귀족이 아닌 일반 백성에게는 사슴 사냥을 엄격히 금지시켰었다. 그만큼 콕센과 네론에서도 사슴은 아주 귀한 동물이었는데, 이곳에서 본 사슴은 그보다도 더 귀해 보였다.

  하멜은 힘차게 활을 꺼내들며 지금 사냥을 하자고 재촉했는데, 얀스는 냉정한 표정을 지으며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오늘은 정찰이 우선이라 연기를 피우면 안 되니 내일까지만 좀 참으시라는 말로, 왕자의 혈기를 진정시키느라 얀스는 한동안 진땀을 뺐다.

  남은 빵이 조금 더 있으니 오늘은 이것으로 요기를 하시고, 내일까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면 그때 사냥을 하자고 결론을 내려버렸다.

  하멜은 기운이 쪽 빠졌지만, 얀스의 눈에는 왠지 오늘은 저 사슴을 사냥하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냥 그런 야릇한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날이 어둑어둑해질 무렵, 둘은 중앙산의 기슭을 지나쳐 산의 중턱쯤에 도착을 했다. 그런데 더 이상은 갈 수가 없었다.

 ​​

  * 실제로 하멜이 탄 '스페르베르호'는 제주도 산방산 근처의 '대정'에 표류하였음.

 

  갑자기 나타난 거대한 낭떠러지가 이들의 앞을 가로막은 것이었다. 위쪽에서는 깎아지른 절벽을 타고 엄청난 양의 폭포수가 떨어지고 있었고, 저 아래에서부터는 물이 안개가 되어 계곡 위로 끊임없이 피어올랐다. 바닥이 어딘지는 어두워서 확인할 수 없었고 산 정상도 여전히 구름에 가려서 보이질 않았다.

  “세상에... 이런 곳이 있었다니...” 하멜은 무심코 중얼거렸다. 도대체 얼마나 산이 크고 높을까 하는 경외심마저 들었다. 얀스도 혀를 내둘렀다.

 

  지금까지도 사람이나 맹수의 흔적은 전혀 발견할 수 없었다. 여기서 야영을 하기로 하여 짐을 내려놓고 모닥불을 피웠다. 계곡으로 바로 내려갔다가 다시 절벽으로 올라가 직진을 할 것인지, 아니면 그냥 계곡의 줄기를 따라 산 위나 아래로 갈 것인지는 내일 날이 밝으면 주위를 둘러본 뒤 결정하기로 했다. 지금은 자꾸 어두워져서 계곡 저 건너편은 무엇이 나무이고 무엇이 암벽인지 이미 구분이 되지 않았다.

 

  빵이 있기는 했지만 하멜은 좀 더 신선하고 맛있는 고기에 갈증이 나있었다. 사실 아까부터 하멜을 감시하듯 멀리서 계속 따라 오는 흰 사슴 몇 마리가 적잖이 신경쓰이기는 했었다. 얀스의 만류로 활을 쏘지는 못했지만 사슴을 잡아먹고 싶은 생각이 하멜에겐 굴뚝같았다.

  가장 화려한 뿔을 가진 커다란 수사슴 하나가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 듯 제법 가까이 다가왔다. 낯선 곳에서 살아남으려면 체력과 사기가 생명인데, 색깔만 하얗지 별 다른 차이가 없지 않냐고 하멜이 계속 졸라대자 얀스도 고민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왕자의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를 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느낌만으로 절대 안 된다는 선을 긋는데도 이제는 한계가 있었다. 솔직히 그만큼 얀스도 많이 지쳐있었다.

 

  얀스가 묵인한 것으로 판단한 하멜은 신이 나서 바로 활을 챙겨 사슴 쪽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그리고 정조준하고 사슴을 쏘려는 순간...

  갑자기 하멜의 눈이 흐려왔다.

  분명 과녁에는 사슴이 얌전하게 있었는데... 활시위를 당기려는 순간 그 사슴이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것처럼 보였다.

 

  ‘어? 어떻게 된 거지?’

  하멜이 눈을 깜빡이며 약간 당황스러워하자 얀스가 다가와 이유를 물었다. 하멜도 이유는 몰랐다. 여러 번 반복해보았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그냥 좀 이상해서 쏠 수가 없었다.

  그러자 얀스는 왕자의 활을 받아 자신이 시위를 겨누어보았다. 그런데 얀스의 눈에는 전혀 변화가 없이 사슴이 그대로 있었다. 하멜이 그럼 대신 사냥을 빨리 하라고 말했지만 얀스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갑자기 고개를 저었다. 하루만 더 참아보고 내일도 별 일이 없으면 그땐 자신이 직접 쏘겠다고 다시 한 번 약속했다. 아무래도 오늘은 저 사슴을 죽이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냥 그런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저녁을 먹고 바로 곯아떨어진 얀스는 멋진 장면을 볼 기회를 놓쳤다. 하멜의 눈엔 이제껏 보지 못했던 신비한 밤하늘이 펼쳐졌기 때문이었다.

  어둠이 짙어질수록 밤이 깊어갈수록, 우유를 뿌려놓은 듯, 은가루를 펼쳐놓은 듯, 네론이나 대양의 한복판에서 보았던 것과는 *비교도 할 수도 없을 만큼 이곳의 은하수는 아름다웠다.

  그런가 하면 조그만 반딧불이가 은은한 빛을 내면서 주위를 날아다니고 있었다. 시간이 더 흐르며 그런 반딧불이의 수가 아주 많아지자, 이제는 그냥 날아다니는 게 아니라 한데 모여서 어떤 큰 모양을 만들고 있었다. 동그란 원을 그리기도 했고 큰 나비의 모습이 되어 나풀거리거나 파도처럼 일렁이기도 했다. 하멜이 슈반궁에서 늘 보아왔던 국왕과 왕자를 위한 화려한 조명과는 차원이 다른, 실로 오묘한 광경이었다.

 위로는 은하수와 별빛이 아름답고 은은한 폭포소리는 자장가처럼 계속 흘러나오고 주위에는 영롱한 반딧불이의 천지인 이런 곳이 세상에 또 있을까 하는 마음에, 비록 이름 모를 곳에서 표류하고 있는 처량한 하멜이었지만 그래도 이 순간만큼은 가장 경이롭고 황홀했다.

 

  ‘혹시 여기는 퀠파(Quelpaa)가 아닐까? 이토록 아름다운 광경을 다른 어느 곳에서 볼 수 있겠어? 지금 눈을 감아버리면 그냥 여기서 영원히 잠들 것만 같아...’ 어안이 벙벙해진 하멜은 혼자 이런 생각을 했다.

 

  '퀠파'...

  콕센의 전설에 나오는 낙원. 세상을 떠난 인간이 정령이나 요정이 되어 영원히 아프지도 죽지도 않고 살아간다는 천국과 같은 곳...

  그런데 레오 박사는 퀠파가 어딘가에 실존한다고 주장했었다. 이 때문에 왕립학술원의 과학자들과 논쟁이 붙었고, 이후로 레오는 완전히 미친 사람 취급을 받아야만 했다.

  퀠파 문제에 대해서는 스승인 레오와 제자인 얀스 사이에도 의견이 아주 달랐다. 다른 것은 모두 스승의 학설을 물려받고 발전시킨 얀스였지만, 퀠파의 존재에 관해서만큼은 끝까지 동의하지 않았다.

 하멜은 잠시 그런 복잡한 사연을 간직하고 있는 퀠파에 온 상상에 빠졌다.

 

  “얀스? 얀스! 혹시 우리가 퀠파엔 온 건 아닐까요? 여기가 퀠파라면... 이젠 어떻게 해야 하지? ‘사자의 심장’을 찾아 고향으로 돌아갈 수는 있을까요?” 잠시 졸다 깬 하멜은 안달이 나서 더 깊게 잠에 취한 얀스를 흔들며 말했다.

  “음... 퀠파요... 퀠파... 여기가 퀠파라면 내일은 정령이나 요정을 만나겠죠. 착한 마법사가 짠!하고 나타날지도 모르고요. 그들에게 물어보면 무엇을 먼저 해야 하는지 뭐 잘 알려주겠죠...” 얀스는 잠꼬대를 하듯 대답하더니 다시 드르렁 코를 곯았다.

 

  하멜은 지쳐 잠이 든 얀스를 자세히 바라보았다.

  신하로서 요한슨 왕자를 끝까지 지키지 못한 자신의 과오를 씻겠다며 절치부심 긴 시간을 버티어 온 얀스... 그리고 이제는 그의 아들인 하멜 자신을 위해 목숨을 걸면서까지 원정길에 동행해준 그의 용기와 충성심. 하멜은 오늘따라 얀스가 더 고마웠다.

  얀스가 예전에 입은 얼굴 반의 흉터가 과거의 실패였다면, 나머지 깨끗한 그의 얼굴 반은, 앞으로 하멜에겐 성공의 가능성이 많다는 메세지 같았다.

  때로는 아버지처럼, 때로는 선생님처럼, 언제나 하멜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는 얀스에 대한 감사의 마음과, 내일은 꼭 좋은 일이 생길 거라는 희망 섞인 기대감에, 낯선 곳에서의 둘째 날 밤은 그렇게 깊어갔다.

 

  * '한라산'이라는 이름은 산이 너무 높아서 은하수까지 닿아있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음. '백록담'은 흰 사슴이 노닐었다는 뜻이 담겨있으며, 조선의 모든 신선은 한라산으로 모인다는 전설도 있었음.

 

  *           *           *

 ​

  쿵~

  그리 멀리 않은 곳에서 들려온 둔탁한 울림에 얀스는 슬며시 눈을 떴다. 고개를 돌려보니 하멜은 곤히 잠에 취해 있었다. 벌떡 일어난 얀스는 주위부터 둘러보았다. 폭포수의 앞 자욱한 물안개에 햇빛이 부딪혀 만들어낸 연한 무지개가 포근한 모습으로 얀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얀스는 물안개 뒤에 가려진 계곡의 저 너머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그러다가...

 

  “앗? 저것은?!”

  눈 앞에 들어온 광경에 입을 다물지 못한 얀스는 서둘러 왕자를 깨웠다. 계곡 건너편에 산비탈을 따라 높이가 7-8미터쯤 되어 보이는 독특한 사람 모양의 석상이 군데군데 여러 개 서있는 것이었다.

  “우와!” 하멜도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어제는 어두워서 그냥 큰 나무나 바위인 줄 알았는데 그중에 저 거석상도 있었다는 말이었다. 사람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지만 사람이 있으니 만들었을 것 아닌가?

  결국 이곳이 무인도는 아니라고 결론이 나자, 원주민의 성향이 어떤지 알 길이 없는 두 사람은 바짝 더 긴장하기 시작했다.

 

  계곡은 생각보다 크고 깊어 한 번 내려가면 절벽을 타고 다시 산등성이로 올라가는 것이 쉽지는 않아 보였다. 그냥 계곡을 따라 아래로 내려갈지, 아니면 산 위쪽으로 더 돌아서 갈지 얀스도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 어제 저녁의 식탁에 오를 뻔했던 그 수사슴이 저 위쪽에서 어슬렁거리는 것이 보였다. 하멜은 입맛을 다시며 얀스가 뭐라든 이제는 사냥을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얀스는 이번에도 약간 머뭇거렸다.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왕자님? 마치 우리를 보고 자기 쪽으로 오라고 하는 것 같은데요?” 얀스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말하자 하멜은 버럭 짜증을 냈다. 얀스는 다시 한 번 머리를 조아리며 참으시라고 달랬고, 하멜은 못이기는 척하며 터벅터벅 얀스를 따라 나섰다.

 

  얀스가 다가가자 사슴은 천천히 위쪽으로 도망갔다. 얀스가 다시 다가가면 꼭 같은 거리만큼만 도망을 가서 기다렸다. 그렇게 사슴을 쫓아 얼마를 더 가는 동안 하멜은 계속 툴툴거렸다.

  ‘어제는 눈앞의 진수성찬을 놓아주더니 오늘은 또 저놈이 오라는 대로 따라가는 꼴이라니... 그래도 명색이 내가 한 나라의 왕자인데...’

 

  그렇게 폭포의 시작점을 지나 한동안 사슴이 가는대로 계속 위로 올라가면서 하멜의 인내심도 한계에 달했을 때쯤, 큼지막한 통나무가 이쪽 낭떠러지와 저쪽을 연결해주며 쓰러져 있는 것을 얀스가 발견했다. 그리고 사슴은 바로 그 자리에 멈추어 서서 고개를 흔들며 통나무를 가리켰다. 한참을 돌아가야 하는 수고를 이 통나무 하나가 덜어주는 것이었다. 이번엔 하멜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저놈 참 기특하네? 어제 오늘 살려줬다고 은혜를 갚으려는가 보네?” 통나무 다리를 툭툭 차며 환한 모습으로 하멜이 말했고, 얀스도 사슴을 유심히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밑둥을 살펴보니 통나무는 방금 전에 부러진 것 같았다. 얀스는 ‘아까 들은 소리가 바로 이것이었구나!‘라고 생각했다.

 

  둘은 주위를 경계하며 몸을 낮추어 조심스럽게 통나무 다리를 건넜고, 그 사슴은 멀리서 이를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 계곡의 반대편으로 건너온 하멜은 고맙다는 표시로 사슴을 향해 손을 휘익 흔들었고, 거기에 대답이라도 하려는 듯 사슴도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원주민의 인기척이 없는 걸 확인한 얀스는 먼저 거석상에 다가가 이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이곳에서 나는 현무암으로 만든 것으로, 툭 튀어나온 눈과 뭉툭한 코, 구부정한 등, 하지만 뭐라 설명하기 어려운 편하고 은은한 미소... 콕센인과는 완전히 다른 희한한 모습의 인물상이었다. 그리고 모든 거석상의 얼굴은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는 산 정상을 향하고 있었다.

 

  왜 서있는 모습이 다 다른지, 이 거석상이 원주민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 얀스도 아직은 알 수가 없었다. 다만, 이 높은 산중턱에 이만한 거석상을 여러 개 세울 수 있는 정도라면 원주민의 수가 최소한 수백 명은 족히 넘을 거란 추측은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쪽에서는 통나무를 건너기 전의 계곡 저 너머 지역처럼 오렌지꽃 향기가 그리 진하지도 않았다.

 

  ** 돌하르방

 

  “포악한 해적이라면 거석상에 이런 묘한 미소를 담지는 않을 텐데 말이죠. 적어도 여기가 쳐비 군도의 일부는 아닌 것 같아요.” 사슴을 다시 보게 된 이후로 거석상마저 야릇한 느낌으로 다가온 하멜이 제법 진지하게 말했다.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왕자님. 계곡을 건너기 전에는 이런 구조물이 전혀 없는 ***초식동물의 천국이고, 이쪽으로 건너오니 거석상이 이렇게 세워져 있는 형상이, 마치 계곡을 경계로 두 지역은 다른 곳이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저쪽은 신의 영역이니 인간이 접근하지 말라는 뜻처럼 느껴지기도 하네요.” 얀스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신의 영역이요? 그럼 접근하지 말라면서 통나무 다리를 놓은 것은 또 뭘까요?”

  “쓰러진지 얼마 안 된 것으로 보이셨죠? 아마도 이 산을 주관하는 신이 있는데, 왕자님을 알아보고 그런 배려를 해준 것 같습니다.”

  “그래요? 뭐 사람 볼 줄은 아는 신이군요.” 하멜은 살짝 으쓱해졌다.

  “그리고 이곳이 섬이 아닐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그동안 우리들이 지나온 곳이 단지 무인도이기 때문이 아니라 신의 영역이었기 때문에 원주민이 들어가지 않았다면요. 일단은 원주민이 누구인지부터 정탐하는 게 우선일 것 같습니다.” 얀스의 이런 판단에 하멜도 그렇다고 맞장구를 쳤다.

 

  *** 실제로 제주도에는 호랑이 같은 맹수가 없으며, 맹수가 전혀 살 수 없다는 전설도 있음.

 

  오전 내내 한참을 더 걸어가면서 중간중간에 가끔 나타나는 거석상을 지나 점심 때쯤 둘은 산기슭에 도착을 하였다. 그리고는 요기를 좀 하고 쉬었다.

  그때 갑자기 얀스가 손을 들어 조용히 하라고 신호를 보내며 나지막이 말했다.

  “이게 무슨 소리죠?”

  하멜이 어리둥절하자 얀스는 황급히 망원경을 꺼내어 해안 주위를 살폈다.

  자세히 보니... 원주민이었다.

  드디어 원주민을 발견한 것이다!!

 

  저 멀리 해안 절벽에 가까운 들판에 우뚝 세워져 있는 거석상을 중심으로 수백 명의 원주민이 모여있었고, 주위에는 커다란 코끼리 세 마리도 어슬렁거렸다. 형형색색의 깃발을 펄럭이며 분위기를 띄웠고 처음 들어보는 음악도 흘러나왔다. 아마도 거석상 앞에서 어떤 의식을 치르려 하는 것 같았다.

 

  원주민의 성향이나 가진 무기들, 그리고 이들이 과연 해적인지 아닌지에 대해 자세히 알려면 좀 더 가까이 다가가야 했다. 하멜과 얀스는 억새풀에 몸을 숨기며 천천히 비탈을 따라 내려갔다.

 

  어느 정도 거리를 좁히자 둘은 매복을 하여 그들의 행동을 하나하나 관찰했다. 그런데 얀스가 하멜에게 망원경을 건네며 좀 이상하지 않냐고 속삭였다.

  “전부 여자입니다, 왕자님. 저기에 있는 사람이 모두 여자들이에요.”

  하멜도 꼼꼼히 살펴보았다. 피부색부터 생김새가 콕센인과는 확실히 달랐지만 정말로 모인 사람 모두가 여자였다. 하다못해 사내 어린아이 한 명조차 보이지 않았다.

  “남자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요? 모두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간 걸까요?” 여러 가지 복잡한 추측이 하멜의 머릿속을 빠르게 스쳐갔다.

 

  거석상을 완성하는 기념으로 신에게 감사를 드리는 듯했다. 그런데 거석상 주위에 설치한 지지대에 사람이나 물건을 올리고 내릴 때, 저들은 간단한 기중기에 잘 훈련된 코끼리의 힘만을 이용해서 아주 효율적으로 작업을 하고 있었다. 얀스는 이 광경에 가장 큰 충격을 받았다.

  물론 네론(Nehron)에서도 전부터 기중기를 사용하고 있었고, 레오 박사가 고안하고 얀스 자신이 더 발전시킨 최신 기중기는 콕센 대륙의 어느 왕국보다 가장 뛰어나고 혁신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었는데, 지금 보니 이들은 얀스의 기중기보다 속도가 더 빨랐다. 얀스는 제대로 한 방 먹은 기분이었다. 저들이 잔인한 해적이나 미개한 원주민이 아닌 것은 분명했다.

 

  준비가 다 끝났는지 말을 타고 처음부터 계속 행사를 지휘하던 대장 한 명이 무리의 뒤 편으로 오면서 많은 병사와 원주민에게 거석상 앞에 도열하도록 지시를 하였다.

  드디어 음악은 더 크고 웅장하게 흘렀고, 추장으로 보이는 사람이 화려한 옷을 걸치고 근엄하게 의식을 시작하였다. 말에서 내린 대장은 맨 뒤에서 수시로 주위를 둘러보며 경계를 늦추지 앉았다. 그러다가 대장은 문득 고개를 더 돌려 마침 하멜이 숨은 산등성이 쪽을 바라보았다.

  순간 망원경에 눈을 고정하고 있던 하멜은 주춤했다.

 

  그저 같은 원주민이라는 생각뿐이었는데... 그녀는... 너무나 아름다웠다.

  깜짝 놀란 왕자에게 무슨 일이냐고 얀스가 물었지만 하멜은 망원경을 돌려주지 않았다. 잠깐 눈을 떼어 하늘을 바라본 뒤 다시 그녀를 살피기 위해 망원경에 눈을 가져갔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이번에는 그녀의 양 미간이 살짝 찌푸려지면서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듯했다. 갑자기 말에 오른 대장은 소리를 높여 의식을 잠시 중단시켰고 곧바로 하멜 쪽으로 향했다. 그러자 부하들이 서둘러 그녀의 뒤를 따랐다.

 

  하멜과 얀스는 쥐죽은 듯 몸을 바짝 엎드려 이 위기가 지나가기만을 기다렸다. 그녀가 다른 이유 때문에 움직이고 있는 것이라 믿고 싶었다. 조금 오다가 저 앞 개울의 물소리를 착각했다고 느껴 그냥 돌아가기를 바라고 또 바랬다. 왜냐하면 여기서 그곳까지 들릴 소리를 낸 적이 전혀 없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얀스는 망원경의 유리가 혹시 햇빛에 반사된 걸 본 건 아니겠냐며 크게 긴장을 했다.

  얀스의 이 말이 끝나기도 전에 결국은 좋지 않은 조짐이 시작되었다.

  그녀가 휘파람을 불어 신호를 하자 이번에는 거석상 주위에 있던 사냥개들도 사납게 짖어대며 대장 쪽으로 달려왔다.

  얀스는 확실히 들킨 것으로 판단하고 왕자에게 도망가자고 재촉했다.

 

  둘은 재빨리 억새 속으로 몸을 숨기며 산등성이 쪽으로 향했다. 그러나 잠시 후, 원주민이 쏜 화살이 주위에 쓩쓩 날아들자 놀란 하멜은 허겁지겁 달아나기 시작했다.

  사태가 급박해지자 얀스는 이쪽으로 계속 달리라고 왕자에게 말하고 자기는 다른 길로 들어서 원주민을 유인하겠다고 소리쳤다. 다행인지 맨 앞의 원주민들은 얀스가 간 길로 쫓아왔다.

  그런데 대장의 말은 계속 하멜을 쫓았다.

 

  이리저리 방향을 틀고 바위로 올랐다 비탈로 내려갔다 하며 말이 따라오기 힘든 지형으로 죽는 힘을 다해 달렸지만, 한참을 달려도 말발굽 소리는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 이제는 도저히 그녀를 따돌릴 방법이 없어 보였다.

  그렇게 거리가 자꾸 좁혀지고 있을 때 하멜의 옆으로 사슴 한 마리가 다가와 나란히 달리기 시작했다. 큰 수사슴이었다. 그러고 보니 통나무 다리를 가르쳐 준 바로 그 사슴 같았다. 마치 자기 등에 올라타라는 듯 사슴은 하멜의 옆으로 바짝 붙었다.

  하멜은 다른 생각을 할 틈도 없이 사슴의 등에 올라 뿔을 꽉 붙잡고 몸을 밀착시켰다. 그러자 사슴은 뿌연 먼지를 뒤로 내뿜으며 전속력으로 올라갔다.

 

  하멜은 어지러웠다. 바위틈을 헤집고 사슴이 달리니 뱃멀미와는 비교할 수도 없는 현기증이 밀려왔다. 그래도 잡히지 않으려면 계속 사슴의 등에 타고 있어야 했다. 대장이 어디쯤 쫓아오고 있는지는 알 길이 없었다. 뒤를 돌아다 볼 기운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갈수록 구역질이 났고 정신이 혼미해졌다. 쿵쾅쿵쾅 위아래로 흔들리는 이 머리통은 도무지 자기의 몸이 아닌 듯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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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1화><2화> 2019 / 9 / 3 211 0 19385   
1 <프롤로그> 2019 / 9 / 3 349 0 66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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