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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푸른성
작가 : NO301
작품등록일 : 2019.9.2

운명 싱대에 대한 이야기

 
2.
작성일 : 19-09-03 03:14     조회 : 265     추천 : 0     분량 : 4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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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26년 전.

 

 [xx종합병원, 신생아실]

 통 유리 너머로 작은 침대들이 가득 놓여 있는 가운데 각각의 침대에 누워있는 아이들이 새근새근 잠들어 있다. 아이들의 잠든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침대 사이에서 한 아이를 살피는 간호사.

 

 그 사이 유리 바깥쪽 복도로 두 젊은 남자가 서 있는 게 보인다. 그들 중 하나는 병원 가운 차림에 다른 한 쪽은 양복 차림이다. 병원 가운의 남자가 유리를 콩콩 가볍게 두드리자 간호사가 아이를 조심스럽게 안아 통 유리 쪽으로 향한다.

 

 두 남자는 아이를 찬찬히 살핀다. 아이는 세상 모르게 자고 있었다.

 [이은아]

 양복의 남자가 아이를 불렀다.

 [이은아. 여긴 김호연 선생님. 태어나게 해줘서 감사합니다 해야지]

 [야. 권형균. 이제 태어난 애한테 뭐라는 거야]

 권형균라 불린 양복의 남자는 싱글벙글하며 말을 대꾸했다.

 [얘도 알아야지. 우리 공주님 태어난 건 진짜 너 덕분이니까]

 [내가 뭘 했다고. 고생한 건 형수님이지]

 [물론 우리 와이프도 고생했지]

 그 사이 간호사가 아이를 다시 침대로 데려가 눕혔다.

 형균는 호연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꽉 끌어 안았다.

 [너한테는 전부 고마워. 내가 진짜 이 은혜 잊지 않을게. 아! 너도 결혼 해야지. 기다려. 내가 진짜 은혜 갚는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형수님한테나 가봐]

 [가봐야지. 여하튼 진짜 고맙다]

 [그래. 가봐]

 [어. 나중에 봐]

 [그래]

 형균이 사라질 때까지 호연은 그 자리에 서서 그를 눈으로 배웅했다. 형수는 산부인과 입원실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호연은 형균이 사라진 걸 확인한 뒤 빠른 걸음으로 신생아실 안으로 들어갔다. 간호사가 의아한 얼굴로 호연을 바라봤다.

 [조금 전에 친구 딸 얼굴 좀 가까이서 보고 싶어서요. 의사 특권 아니겠어요]

 [뭘 특권까지야]

 간호사는 싱겁게 웃어 보였다.

 [잠깐만 보고 갈게요]

 [네에. 선생님. 천천히 보고 가세요]

 호연은 미소로 답을 해 보이고는 아이들 사이를 가로질러가 조금 전 간호사가 보여준 아이 앞으로 갔다. 아이는 여전히 세상 모르고 잠들어 있었다. 호연은 간호사 쪽을 힐끗 바라봤다. 간호사는 다른 아이들의 침대에서 차트를 확인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호연은 아이의 팔을 슬쩍 잡아 손목 부분을 제 손가락으로 비비기 시작했다.

 그 순간 아이의 손목에서 붉은 혈관이 튀어 나오기 시작했다. 아이는 여전히 깊은 잠에 빠진 채 평온한 상태였다. 그러나 그 팔목에서 튀어나온 혈관은 제 스스로 살아 있는 뱀처럼 눈깜짝할 사이 호연의 팔을 휘감았다. 호연은 순간 당황해 다른 팔로 혈관을 잡아 뜯어내려고 했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것은 호연의 팔에 더 엉켜 붙어 호연을 옴짝달싹 할 수도 없이 만들었다.

 호연은 아랫입술을 악 다물고 팔의 힘을 풀면서 아이의 혈관이 나온 손목 자리를 다른 손으로 천천히 문지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호연의 팔을 감싸고 있던 혈관이 조금씩 꿈틀꿈틀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아이의 손목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괜찮으세요?]

 호연은 간호사의 목소리에 마른 침을 집어 삼키며 입을 열었다.

 [네?]

 [아니. 그냥 서 계시길래]

 […저 이만]

 호연은 간호사의 말에는 대답 없이 빠르게 신생아실을 빠져 나왔다.

 

 호연은 제 팔을 누구에게 들키면 안 되는 양 한 팔로 다른 팔을 감싸 쥔 상태로 빠른 걸음으로 자신의 진료실까지 쉬지 않고 이동했다.

 그렇게 진료실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고 나서야 가운을 벗어 던지고 제 팔을 재차 확인했다.

 팔에는 혈관이 지나간 자리가 나선형으로 깊이 패어 있었다.

 [아…]

 팔을 확인한 호연의 얼굴은 일그러져 있었다.

 

 [한강XX대교. 강둑]

 

 불빛도 없는 어둑한 강둑에 황씨가 앉아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있다. 그의 에는 강을 향해 놓인 낚시대가 들려 있다. 그 옆으로 기쁨이 양 손을 바지 주머니에 찔러 넣고 앉아 있다.

 [아저씨. 이렇게 어두운데 물고기가 잡히기 해요?]

 [당연하지]

 [심심한데 우리 내기나 할까요?]

 [무슨 내기?]

 [우리 의사 샘 오기 전에 뭐라도 잡으면 내가 아저씨 업고 집에 가고. 의사 샘이 먼저 오면 아저씨가 나 업고 가는 걸로]

 [또 무슨 꿍꿍이야?]

 [아이 참. 꿍꿍이는 또 무슨 꿍꿍이야. 왜요? 자신 없어요? 그럼 하지 말던가]

 [아냐. 아냐. 자신 있어. 어디 해 보자고]

 [자 그럼 지금부터 시작하는 거에요?]

 [어!]

 기쁨은 그대로 몸을 일으켜 세우더니 다리 위로 날아 올라갔다.

 [어! 저 자식 뭐야!]

 황씨는 당황한 듯 했지만 낚시 줄은 놓지 않았다.

 [좋아. 누가 이기나 보자!]

 

 기쁨은 유유히 난간에 발을 딛고 보도로 내려와 도로를 살폈다. 차도 잘 다니지 않는 시간이었다. 그런 길에 승용차 한 대가 나타나자 기쁨은 개구쟁이 같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차는 기쁨의 앞에 멈춰 섰다. 차 창은 어두운 탓도 있었지만 선팅을 해 놓아 안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기쁨은 팔짱을 낀 채 여유롭게 난간에 기댄 채 차를 바라보고만 서 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운전석이 열리고 내린 건 호연이었다. 호연은 주저 주저하며 기쁨을 향해 다가갔다.

 [오랜만이야]

 기쁨이 악수를 하려 한 손을 내밀자 호연은 반 걸음 정도 뒷걸음질 쳤다. 기쁨은 헛웃음을 치며 양 손엘 바지 주머니에 찔러 넣었다.

 [우릴 부른 용건이 뭐야?]

 호연은 기쁨을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한 채 주저주저 소매를 걷어 팔을 보였다. 팔은 진료실에서 확인했던 것보다 더 심각해져 있었다.

 [와. 대단한데]

 기쁨이 손을 뻗어 만지려 하자 호연은 재빠르게 소매를 내리더니 몸을 피했다.

 [원상 복귀 가능합니까?]

 [글세. 이유를 알면 어쩌면 가능할지도]

 […]

 [왜 이렇게 됐는지 알아야 방법을 찾을 거 아냐]

 […]

 [계속 그렇게 두고 싶으면 그냥 가던가]

 […운명의 상대를 찾았어요]

 [그래서?]

 [그런데 상대가 절 갑자기 공격했어요]

 [음? 운명의 상대한테 당한다고? 그걸 믿으라고?]

 […]

 [자연적이지 않은데? 운명의 실, 아니 그 상대방한테 무슨 짓을 했군]

 [아무 짓도 하지 않았어요!]

 호연은 고함처럼 내질렀다.

 [네 팔로 원상복귀는 어려워]

 [하지만 그렇게 되면 내 운명의 실은…?]

 [어차피 상대가 죽일 듯이 달려 들었다며? 그래도 운명 타령할 거면 그냥 가서던가]

 [정말 그것 밖엔 방법이 없습니까?]

 [어!]

 기쁨은 딱 잘라 대답했다. 그리고는 강둑 쪽을 살피더니 말을 이어갔다.

 [대신 값이 만만치 않을 거야]

 기쁨은 호연이 뭐라 말할 사이도 없이 난간을 타고 밑으로 사라졌다.

 

 황씨는 입이 찢어져라 하품을 하는 와중에도 낚시 대를 손에서 놓지 않고 있었다. 기쁨은 소리 없이 황씨 옆에 나타났다.

 [내기는 아직 안 끝났다]

 황씨가 정색을 하며 입을 열었다.

 [편법 안 쓰고 정석으로 낚을 거니까]

 [됐고. 남자 거로. 손 하나만 낚아줘]

 [뭐? 신성한 낚시터에서 무슨 소리야]

 [이따가 내가 아저씨 업고 가줄게]

 [음?]

 [왜 싫어?]

 […기다려봐]

 황씨는 입고 있던 옷을 하나하나 벗더니 알몸 상태로 강 속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머리까지 다 물 속에 들어가 없어진 지 5분여 정도 시간이 지났을까, 황씨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입에는 살점이 거의 없는 뼈가 물려 있었다.

 

 호연은 운전석에 들어가 앉아 깊게 심호흡을 하며 두 눈을 감았다. 아이러니하게도 보통의 사람에게는 호연의 팔 상태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 상태로 두면 결국 죽게 될 것이다.

 

 붉은 실.

 그러니까 인연의 실을 볼 수 있는 존재만이 그 영역에 영향을 받는다.

 대부분의 인간은 평생을 살아가면서 자신의 인연을 정확히 알 지 못하고 살아간다. 그렇기 때문에 평생에 걸쳐 여러 시행착오나 경험을 통해 자신과 맞는 상대를 찾거나 헤매고 다니며 일생을 소비한다.

 극소수의 존재만이 자신의 짝을 확인해 볼 수 있다. 자신의 손목과 상대의 손목에서 뽑아낸 혈관이 빠져 나오는 것과 동시에 처음부터 하나였던 것처럼 연결되면 인연인 것이다.

 

 호연은 자신이 그런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인턴 실습 때 우연히 기쁨을 통해서 알게 됐다.

 평소와 다를 바 없었던 산부인과 입원실에서 실습에서 기쁨이 인턴들 사이에 서 있었다. 호연은

 처음에는 기쁨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직 학생에 불과했던 호연에게 기쁨은 마치

 인턴들 중 하나처럼 보였다. 당시 담당 교수는 산모에게 기본적인 질문을 하는 진찰을 하고 있었

 다. 호연은 다른 인턴들처럼 교수와 산모의 대화를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 집중해서 듣고 있었

 다.

 그 순간 기쁨이 산모의 팔에 불쑥 손을 대더니 그녀의 손목을 비비기 시작했다. 그리고 산모의

 손목에서 붉은 혈관이 뱀처럼 흘러 나오기 시작했다.

 [뭐. 뭐야!]

 호연은 그만 기쁨을 향해 고함을 버럭 지르고 말았다. 기쁨을 포함한 모두가 그런 호연을 동시에

 쳐다봤다. 그는 그 순간 사람들이 기쁨이 아닌 자신을 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지만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그 사이 기쁨이 태연하게 산모의 손목을 재차 어루만지자 혈관은 언제 그랬냐는

 듯 손목 속으로 사라졌다. 기쁨이 검지 손가락을 들어 제 입에 갖다 대며 [쉿-]이라고 낮게 속삭

 였다.

 

 그리고는 유유히 호연의 옆으로 와 귓속말처럼 속삭였다.

 [인간이여. 네 운명의 상대를 알고 싶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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