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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완] 벙커
작가 : 강냉구
작품등록일 : 2019.9.2

2048년, 정체를 알 수 없는 바이러스로 인해 세계가 멸망 후 벙커에 살게 된 상류층들과 그들에게서 일어나는 알 수 없는 실험!

 
터널 - 01
작성일 : 19-09-02 20:45     조회 : 202     추천 : 0     분량 : 4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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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구역으로 들어 선 나와 여자. 나는 모든 기계에 카드 키를 찍으며 Z를 찾는다. 하지만 열리는 문 따위 없다. 여자는 그런 나를 불안한 듯 쳐다보기만 한다. 나는 그게 더 화가 났다. 여기까지 왔는데…… 되는 게 하나도 없다니…….

  나는 발로 문을 세게 찼다. 그 소리가 복도에 울려 퍼졌다.

  나는 미간을 구겼고, 여자는 두 손으로 귀를 막았다.

  이제 문이 일곱 개 남았다. 저들 중 하나겠지…… 생각한 나는 다시 카드 키를 찍기 시작했다.

  “너도 좀……! 뭐라도 좀 해 봐…….”

  내가 말했다.

  가만히 내 눈치만 보고 있던 여자가 너무 답답했다.

  내 말에 놀란 여자는 자신의 카드 키를 찍고 문이 열리지 않자 문을 두들겼다.

  “저기요……! 문 좀 열어주세요! 제발 문 좀 열어주세요!”

  그리고 울부짖었다.

  네 개…… 세 개…… 두 개…… 한 개……. 이제 하나의 문이 남았다. 그러나 문은 열리지 않았고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나는 마지막 남은 하나의 문을 거칠게 발길질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 문은 한참의 발길 질 끝에 열려버렸다.

  “저기요……! 문 좀……”

  “열렸어.”

  내가 말했다.

  내 말에 여자는 행동을 멈추고 나와 열린 문을 번갈아보기 바빴다. 그리고 내게 다가왔다.

  나는 열린 문 안으로 들어갔다.

  그 곳은 관제실이었다. 관제실에 들어선 나와 여자의 눈에 보인 것은 중년의 남자와 그 남자 앞에 놓여 진 수많은 화면이었다. 그 화면들 속에는 방금 전 나와 여자가 있었던 복도를 비추고 있었다. 여기서 보는 거였어…… 짜증이 솟구쳤다.

  나는 총을 세제 쥐었다.

  “이제 왔네…….”

  중년의 남자가 중얼거렸다.

  많이 듣던 목소리…… 그 남자는 Z였다.

  Z는 생각보다 평범했다. 세상에서 몇 번이건 부딪혔을 거처럼 아주 평범하게 생겼다. 하지만 그가 하는 것들은 그의 외모와 달리 평범하지 않았다.

  “생각 보단 늦었어.”

  나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너 뭐 하는 새끼야. 사람들을 왜 죽이려고 하는 건데. 혼자 이 나라 차지하고 싶어서 그래? 미친 새끼……. 나한테 왜 이러는 건데, 시발……!”

  내가 소리쳤다.

  Z는 내 말에 한 쪽 입 꼬리를 올렸다.

  “여자 B-114한테 물어 봐.”

  Z가 말했다.

  “내가 그랬잖아. 한 명만 이 벙커의 소유권을 가질 수 있다고. 단 한 명만. 한 명만 살아남아야 돼. 두 명은 없어.”Z가 말했다. 나는 Z의 말에 여자를 쳐다봤다. 여자의 동공이 심하게 흔들렸다. 나는 총을 여자의 반대편 쪽 손으로 옮겼다. 그리고 Z가 다시 한 번 더 말했다.“차라리 둘 다 죽는 걸 택해. 그게 가장 현명한 방법이니까.”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여자가 소리쳤다.

  그리고 여자는 나를 보며 떨린 목소리로 말했다.

  “희준아…… 나 죽이려는 거 아니지? 응?”

  여자가 말했다.

  울먹이며 애원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런 여자의 말을 들은 채도 하지 않았다. 그저 이 벙커를 빠른 시일 내에 탈출하고 싶었다.

  나는 망설임 없이 여자에게 총을 겨눴다.

  “뭐 하는……”

  그리고 나는 여자에게 겨눈 총의 방아쇠를 당겼다.

  여자는 피를 뿜어내며 죽어갔다.

  그런 나의 돌발행동에 Z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둘이 되게 애틋할 거라고 생각 했는데…… 내 착각이었나 보네…….”

  나는 Z의 말에 어이없는 듯 실소를 터트렸다. “지랄.” 모든 말이 거짓인 여자한테 애틋한 감정 따위 생길 리가 없지.

  “역시 보통이 아니네.”

  “난 벙커 따위 필요 없어. 여길 나갈 거야. 나가게 해줘.”

  내가 말했다.

  벙커에 들어오자마자 생긴 내 첫 소원이었다. 내 말에 Z는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을 지었다. Z는 나를 유심히 관찰했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나를 더…… 조여 왔다.

  “총을 내놔.”

  Z가 내게 말했다.

  Z의 말을 듣자마자 내 머리 속이 빠르게 회전했다. 총알이 이제 한 발 남았고…… Z가 나에게 쏠 확률은 오십 대 오십…….

  총을 땅바닥에 내려놓고 발로 밀어버렸다. Z의 발밑으로 온 총, Z는 총을 집어 들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Z를 믿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죽으나 바이러스에서 감염 된 세상 속에서 죽으나 죽는 건 같았다.

  “나가게 해줘.”

  내가 말했다.

  내 말에 Z는 고개를 끄덕이고 주머니를 뒤적인다. 내가 Z에게 총을 건넨 거처럼 Z는 땅바닥에 열쇠를 내려놓고 나를 향해 발로 찼다. 나의 발 밑으로 온 열쇠. 열쇠를 집어 들고 주머니 안에 열쇠를 넣었다.

  Z가 내게 총을 쏠 수도 있다. 나는 양 팔을 들고 뒷걸음질 치며 재빨리 관제실을 빠져나갔다.

  관제실의 문은 기분 나쁜 소리를 하며 닫혀버렸다.

  관제실에서 빠져 나온 나는 엘리베이터 반대편에 있는 곳을 향해 달려갔다. 반대편에 있는 문 앞에 서서 Z가 건네 준 열쇠를 꺼내 문을 열었다. 문은 생각보다 쉽게 열렸다. 그래서 이 모든 게 너무 허무했다.

  문을 열고 벙커를 빠져나왔다.

  벙커에서 나오자마자 보이는 건 모든 게 차단 된 긴 터널이었다. 유일한 빛이라곤 터널 안을 비추는 전등 빛이었고, 지하 벙커 앞에서 보이는 터널은 끝이 없었다.

  나는 그런 터널을 의심하지 않았다. 의심 하고 싶지도 않았다. 완전 끝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벙커 안을 볼 수가 없었다. 그리고 터널에 들어섰다.

  난 긴 터널을 걸었다. 아주 길었다. 내가 벙커 안에서 살았던 시간 보다 훨씬 더 길게 느껴지는 길이었다.

  긴 터널 끝에 아주 미세한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긴 터널의 끝에서 빛을 보았을 때 바이러스 때문에 이곳에 오게 된 이유도 잊어버렸다. 난 이곳을 나가고 싶어 했다. 아마도 난 훨씬 전부터 바이러스를 잊었을지도 모른다. 이제부터 난 자유를 느끼게 될 것이다.

  미세한 빛이 점점 더 커졌고, 빛을 본 내 눈이 너무 아팠다. 미간을 구기고, 팔을 들어 빛을 가렸다. 그리고 난 계속해서 터널을 끝까지 걸었다.

  터널을 빠져나온 나는 빛 때문에 눈을 뜨지 못했다.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무전기 소리 같았다.

  나는 그 소리를 듣고 힘겹게 눈을 떴다.

  뭐지…….

  터널을…… 나를 에워 싼 무장 경찰들이 보였다.

  나는 이 모든 것들을 믿지 못 했다. 나는 다섯 명의 사람을 죽였다.

  “무릎 꿇고 손을 머리 위로 올리세요.”

  무장 경찰이 내게 말했다.

  난 무장 경찰의 말에 무릎을 꿇고 손을 머리 위에 올렸다. 무척이나 당황스러웠다.

  모든 소리가 차단됐다. 그리고 무장 경찰들이 내게 다가와서 나를 붙잡았다.

 

  경찰차가 시원하게 달린다. 난 이 모든 상황이 이상했다. 꿈인 건가? 아닌데…… 분명 꿈은 아닌데. 이상했다. 설명이 필요했다.

  “화창한 오후에 듣기 좋은 라디오, 즐거운 낮 송지영입니다.”

  라디오 소리가 들렸다.

  “크게 크게 틀어 봐.”

  조수석에 앉은 경찰이 말했다.

  “오늘은 아주 재미있는 사연을 들고 왔어요. 서울에 사는 네 살…… 네 살이라고? 부모님이 적었나 봐요. 아무튼……! 네 살 보금양!”

  “나도 내 애들 이야기인 척 애 엄마한테 써서 보내라고 할까……?”

  조수석에 앉은 경찰이 말했다.

  “한 살이잖아요.”

  “아이 3년 후에……!”

  “뭐…… 그럼 되죠.”

  “보금양이 이모가 보고 싶어서 매일 이모 꿈을 꾼다고 하네요. 이모랑 얼마나 친하면 이모 꿈을 꿀까요? 이러다…… 상사병 까지 걸리는 거 아니겠죠?”

  라디오는 시원하게 떠들어댔다.

  차가 멈췄다.

  “뭐야……!”

  “파란 불.”

  파란 불이 켜졌다.

  사람들이 신호를 지켜 횡단보도 위를 건넜다.

  “오늘 뭐 먹지……?”

  “왜요. 집에 안 들어갈 거예요? 사모님이랑 한 살 애기가 기다리는데?”

  “아니…… 아 무서워서. 어제 늦게 들어갔다고 칼 들고 소파에 앉아있었더라. 공포 영화 보다 더 무서워, 내 마누라가.”

  “벌써부터 그렇게 겁을 주면 어떡해요. 저 결혼도 해야 되는데.”

  “여자 친구는?”

  “왜이래 나한테 관심 없어요? 사귄지 1년 지났는데? 사모님이 소개 시켜줬는데?”

  “아 그래? 요즘 인생이 바쁘니까 그래……. 뒤에 저 새끼들 때문에 바빠.”

  조수석에 앉은 경찰이 거울에 비친 나를 쳐다봤다.

  나와 눈이 마주쳤다.

  “에이…… 시발 재수 옴 붙었네. 눈 마주쳤어. 존나 살기가 넘치네. 칼 주면 찔러 죽이겠어.”

  조수석에 앉은 경찰은 내게 들리도록 욕을 내뱉었다. 나는 남자의 말에 대꾸할 수 없었다. 내가 벙커에서 죽인 사람이 있으니까……. 분명 저들도 폐쇄회로를 통해 내가 사람을 죽이는 걸 봤을 거야. 그리고 망설임 없이 여자를 죽이는 것도.

  다시 또 차가 시원하게 달렸다.

  “근데 저 놈은 지가 왜 잡혀가는지 모르는 표정인데요?”

  운전을 하던 경찰이 말했다.

  “그래?” 그러자 조수석에 앉은 경찰이 또다시 거울에 비친 나를 힐끔 쳐다보며 내게 물었다. “야. 너. 넌 네가 왜 잡혀가는지 모르지?”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몰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답할 수 없었다.

  “모르네…… 몰라. 븅신.” 조수석에 앉은 경찰이 말했다. “그럼 모르는 대로 그렇게 살다 뒈져라.” 다시 한 번 내게 말했다.

  차는 멈출 생각을 하지 않은 채 달렸다.

  한참을 달렸을 때 나는 보면 안 될 무언가를 보았다.

  48번 채널 속의 피폐해진 마을. 그 마을이었다. 그러나 현실 속의 마을은 전혀 피폐하지 않다. 사람들이 있었고, 아주 평범했다. 그동안 내가 본 건 만들어진 마을이었던 듯 아주 평범했다.

  이 모든 게 어떻게 된 일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래서 난 지금 두렵고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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