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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로맨스
기억 저편에 있는 너.
작가 : 청아휘
작품등록일 : 2016.9.20

그 때에 관한 생각의 일부라도 절대로 떠올리고 싶지 않은 주인공 오혜연.
그러나 그게 쉽게 되질 않았다.
친한 친구의 강압(?)에 못이겨 동창모임에 나간 혜연은 잊고 살았던 그 날의 일을
기억하고 만다...

 
기억 속에 감춰진 일
작성일 : 16-09-29 15:49     조회 : 370     추천 : 1     분량 : 5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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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기억 속에 감춰진 일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후회나 상처를 몇 번이나 하고 받을까.....

 

 또 후회했다고, 후회하기 전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갈 수 있는 건가?

 

 또 상처받았는데, 시간이 지났다고 그 상처가 깨끗이 아물 수 있을까?

 

 혜연이 한 동안 고민하며 또 고민했던 문제였다. 물론 지금까지도 거기에 대한 답을 찾지 못했기에 이렇게 한 번 씩 기억을 좀먹으면, 어김없이 또 다른 생각이 빈 칸을 채우고 있었다.

 

 이젠 어느 정도 면역이 생길만한데도 전혀 그렇지 못했다.

 

 “ 너, 진짜 윤채랑 아무 상관없는 거지?”

 

 “ 왜 자꾸 걔랑 엮으려고 하는 건데?”

 

 혜연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범인 취조하듯 다그치는 가현에게 짜증이 났다. 심지어 어제 오늘 가현이의 크고 동그란 눈을 몇 번이나 보는지 징그럽기까지 했다.

 

 “ 니가 뭘 궁금해 하는지 알겠는데, 없어. 아무 것도 없으니까 쓸데없는 촉 세우지 마!”

 

 가현이 입을 삐쭉거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혜연은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았다. 가현이 또 뭔가를 물어봤자 그녀의 입에서 나갈 말은 더 이상 없었다.

 

 혜연은 찻물이 충분히 우러난 찻잔을 들어 목을 축였다. 재탕이라 그런지 향과 맛이 첫잔과 확연히 차이가 났다. 겨우 국화 향 만 입안에 맴돌았지만 그녀는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찻잔을 또 다시 비웠다.

 

 눈을 밑으로 내려 깔고 찻잔을 기울이는 혜연의 모습은 지극히 평범했다. 보통의 여자들처럼 새침해보였고, 약간의 내숭기도 보였다. 그리고 얌전해보이기도 했다. 평소 가현이 봐왔던 친구 모습이었다.

 

 ‘ 나, 걔한테 맞은 적 있었어. 우리오빠보다 주먹이 더 세더라.’

 ‘ 너도 맞았구나? 나도 걔한테 싸다구를 네 대나 맞았어.’

 ‘ 난 맞진 않았는데, 돈을 몇 번이나 뺏겼는지 몰라.’

 .

 .

 ‘ 야, 야! 난 걔한테 욕을 가마니로 들었다. 뭔 여자애가 욕을 그렇게 잘하는지 남자인 내가 다 당황스럽더라.....’

 

 맞은 이유도 가지각색이었다. 쳐다봤다고, 숙제 보여주지 않았다고, 체육복 빌려주지 않았다고 맞았고, 차비가 없다며, 배고프다며 뺏겼다고 했다.

 

 황당하게도 그 날 모였던 대다수의 여자들은 혜연이의 기행을 몸소 체험 당했던 모양이었다. 거기다 준일이라는 남자가 양념을 맛깔나게 쳐주자 한순간에 그 자리는 오혜연의 과거 성토마당이 되어버렸다.

 

 걸쭉한 안주가 되어 잘근잘근 씹히기도 했다. 그들에겐 오혜연이란 사람은 불량한 동창일 뿐이었다.

 

 가현은 친구들의 행동을 보며 자신이 뭔 짓을 했는지 깨달았다. 오기 싫다는 친구를 온갖 감언이설로, 협박으로 데리고 와선 안 되는 거였다.

 

 혜연이랑 친하다는 걸 알고 있는 경호가 하도 보채 마지못해 끌고 온 건데.... 가현은 입을 꾹 다물고 있는 원흉을 원망스럽게 노려보았다.

 

 ‘ 그만 입들 닫지? 당사자도 없는데 뒷담화 까는 거..... 그거 병신들이나 하는 짓인 거 몰라?’

 

 그녀의 시선을 느꼈는지, 아니면 그 자리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경호가 아닌 윤채가 낮고 사나운 목소리로 일갈을 했다.

 

 ‘ 그래. 윤채 말이 맞아. 혜연이한테 직접 말할 용기 없음 앞으로 걔에 대한 얘긴 안하는 게 좋겠다.’

 

 ‘ 나, 너희들한테 실망했어. 혜연이 여기 안 오겠다하는 거 내가 사정사정해서 겨우 오게 한 거야. 그런데 괜히 오라고 했어. 그리고 앞으로 혜연이 욕하거나 흉보면 내가 그대로 걔한테 전해줄 거니까 그렇게들 알고 있어.’

 

 경호가 어수선한 분위기를 정리했고, 뒤이어 가현이가 마무리를 했다. 아무리 시간이 지났다지만 혜연이와 맞설 여자동창은 없어보였다.

 

 그날, 그렇게 모임은 끝났지만 가현의 의구심은 끝난 게 아니었다. 윤채의 나섬이 꽤 낯설었기에 다시 한 번 물을 수밖에 없었다.

 

 “ 마지막으로 물어볼게. 중학생 때 윤채 알고 있었어?”

 

 달...그락. 찻잔을 내려놓는 소리가 떨린 것 같았다. 가현이의 눈매가 갸름해지며 눈빛이 반짝 빛이 났다.

 

 “ 윤채.... 알고 있었구나?”

 

 “ ... 음, 이름 정도?”

 

 솔직히 말하면 이름도 나중에 안 거였다.

 

 “ 그런데 왜?”

 

 “ 어제, 너 가고 애들이 좀 시끄러웠거든. 그런데 윤채가 너 역성들더라. 걔가 누굴 역성들거나 칭찬하는 애가 아니거든.”

 

 “ 그래? 왜 그랬지?”

 

 “ 그러니까 내가 묻는 거잖아. 경호도 어제 이상했단 말이야.”

 

 으응? 뭐야? 밋밋한 찻물을 마시던 혜연이 눈을 찡그렸다. 그런 거였어?

 

 “ 내가 말했지만 윤채, 이름 정도만 아는 거지 걔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라. 그리고 경호는... 후후후, 걔한텐 미안하지만 진짜 이름도 몰랐어.”

 

 “ 나는 알았고?”

 

 “ 당연히.... 몰랐지.”

 

 참 무심할 정도로 지냈던 그때였다. 누구랑 친해지고 싶은 애도 없었고 관심 가는 애도 없었다. 그냥 있어도 저절로 곁으로 비슷한 애들이 모여들었기에 그 애들과 같이 지낸 것뿐이었다.

 

 이젠 그 애들마저 희미한 존재로 남아있지만, 보고 싶거나 궁금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아이들을 생각함.... 혜연인 속 내장이 뒤집어질 것 같은 분노에 휩싸이곤 했다.

 

 그런 속마음을 감추듯 혜연이 빙긋 웃으며 농을 쳤다.

 

 “ .... 너, 솔직하게 얘기해봐. 경호랑.....”

 

 “ 경호랑 뭐? 친구다 왜?”

 

 정색을 하고 말을 받는 가현을 보며 혜연이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동창들끼리도 좋아할 수 있다는 말을 듣긴 했지만, 막상 가까운 곳에 당사자가 있으니 재미있었다.

 

 “ 동창인데 이성으로 느껴지냐?”

 

 “ 동창은 남자 아니니? 아씨, 뭐야 이거.....”

 

 “ 그래서 니가 그 모임에 자꾸 날 오라고 한 거구나? 어쩐지 이상타 했다.”

 

 혜연의 너스레는 계속됐다. 이렇게 해서라도 가현이가 갖는 의심을 분산시키고 싶었다. 가현이는 뒤늦게 혜연의 의도를 알고 앙탈을 부렸지만 소용없었다.

 

 혜연이는 가현이 입을 통해 윤채에 대해 조금 더 자세하게 들을 수 있었다.

 

 윤채는 생김새만큼이나 까칠했고, 쌀쌀맞은 아이였다. 자기랑 관련된 일이 아니면 절대로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래도 공부는 제법 했었는지 특화 반에 늘 있었다.

 

 가현이는 한참을 떠들었다. 신중하게 그녀의 말을 듣던 혜연이 순간 피식피식 웃음을 흘리더니 손을 휘휘 저었다.

 

 “ 그만. 그만 얘기 해. 무슨 만화 주인공 얘기 하는 것 같다.”

 

 “ 왜? 못 믿겠어?”

 

 진짜 못 믿는 거야? 얼굴을 찌푸린 가현의 표정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혜연이 코웃음을 쳤다.

 

 “ 쌈 잘하지. 공부도 잘하지. 외모도 준수하지. 맞잖아. 만화주인공. 거기다 정의도 있을 거고. 가령 지나가다가 약한 자 괴롭힘 당하면 구해주고.....”

 

 약한 자 구해준다는 건 순전히 혜연의 경험이었다. 그런데 돌아오는 가현이의 말은 너무나 의외였다.

 

 “ 누가? 걔가? 에이, 그건 아니야.”

 

 가현이 단번에 부정을 했다. 아니야? 혜연이 당황한 듯 눈을 껌벅거리자 그녀가 고개를 흔들며 말을 이었다.

 

 “ 윤채도 너랑 같은 부류야. 걔도 자기와 관련 없는 일은 절대로 상관 안 해. 걔 눈 봐라. 어디 정 있게 생겼냐? 솔직히 말해서 난, 걔 눈 보면 재수 없더라.”

 

 눈.

 

 그냥 눈이란 소리만 들었는데도 꿀꺽 하고 마른침이 삼켜졌다. 혜연이 그날 직접 본 그의 눈빛은, 가현이가 말하는 재수 없다. 정 없다. 그런 수준이 아니었다.

 

 어렸지만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바닷물도 얼릴 것 같은 차가움이었다. 절대로 봐선 안 될 걸 봤다는, 경멸에 찬 눈빛이기도 했다. 윤채의 그런 눈빛을 마주한 순간 혜연인 자신이 냄새나는 똥통을 뒤집어 쓴 기분이었다.

 

 시간이 꽤 많이 지났는데도 그 때, 그 기분을 혜연은 절대로 잊을 수가 없었다.

 

 가현이는 윤채가 싸가지가 없다고 말했다. 말투도 건방져 경호랑 친하지만 않으면 상대도 하기 싫다고 했다.

 

 예전과 변함이 없는 것 같았다. 하긴 그랬으니 그따위로 말을 했겠지....

 

 잊고 싶은 시절? 훗~ 나쁜 놈. 진짜 나쁜 놈이다. 어떻게 그딴 식으로 말을 할 수가 있지?

 

 잊어버리고 있었던 윤채에 대한 기억이 또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자 혜연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이렇게 기억이 떠오를 땐.... 그 때 그 날이 어김없이 기억나는 게 싫었다.

 

 “ .....왜?”

 

 “ 뭐가?”

 

 “ 왜 한숨 셔?

 

 궁시렁 궁시렁. 연신 윤채에 대해 불만을 터트리던 가현이 의심가득 담긴 눈으로 혜연을 살피며 물었다.

 

 “ 아까부터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는 거야?”

 

 “ 그냥.... 좀 그러네.”

 

 가현이 묻는다고 말해줄 이유는 없었다. 적당한 핑계를 대고 상황을 모면해야 할 것 같았다. 그리고 연막을 칠 필요도 있었다.

 

 혜연이 다소 원망스러운 목소리로 불편함을 드러냈다.

 

 “ 앞으로 나.... 동창모임 같은 거 안 나갈 거야. 어제 괜히 갔어.”

 

 “ .....”

 

 “ 나에 대한 기억이 뭐 좋겠니?”

 

 제대로 먹힌 것 같았다. 가현이 입을 꾹 다물고 한숨을 쉬었다. 인정한다는 뜻이었다.

 

 “ 내가 이렇게 얘기하는 건... 그나마 니가 내 친구라 말하는 거야.”

 

 예전의 오혜연 이었다면 이렇게 말하지 않았다. 말하기는커녕 가현의 목 줄기를 거머쥐고 쌍욕을 해대고도 남았다. 그때의 오혜연은 거침이 없었다.

 

 그래서 아이들이 두려워했다. 혜연이 교실에 등장하면 전부 고개를 돌리기 바빴다.

 

 “ 난, 애들 보고 싶지 않아. 아는 애들도 없고. 그러니까 혹시 누가 날 보자고 해도 니가 거절해. 니가 말해도 내가 듣지 않겠지만, 대신 너한테 화를 낼 것 같아. 나, 너한테 화내고 싶지 않거든. 내 말, 무슨 말인지 알겠지?”

 

 “ 그래. 알았어.”

 

 가현이라고 그때의 혜연을 모르는 거 아니었다. 대학에 입학해 동아리에서 우연찮게 혜연을 만났을 때 그녀 역시 두려워했다. 하지만 기우였다.

 

 달라져있었다. 사람을 보는 눈이 차분해져있었고, 말도 거의 하지 않았다. 선배들이 뭘 물어보면 겨우 대답할 정도? 말투도 생각보다 부드러웠다.

 

 중학교 때 소문으로 듣던 거와 많이 달랐다. 오죽하면 소문의 그 사람이 맞나 할 정도였다. 하지만 가현이 같은 중학 동창임을 알았을 때... 혜연은 고개를 돌렸다. 그만큼 그녀에게 중학 시절은 지우고 싶은 나날들이었다.

 

 처음 멋모르고 가현이 얘길 꺼냈을 때 당황스러울 정도로 혜연의 표정이 싸늘하게 변하는 걸 보았다. 그 뒤로 가현은 혜연과 중학 동창이면서도 학교 얘기나 동창 얘기를 한 적이 없었다.

 

 그러다 최근에 경호의 권유로 혜연에게 중학동창 모임을 얘기했고, 같이 가자고 수차례 권한 결과.... 그녀의 예전 모습을 보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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