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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완] 벙커
작가 : 강냉구
작품등록일 : 2019.9.2

2048년, 정체를 알 수 없는 바이러스로 인해 세계가 멸망 후 벙커에 살게 된 상류층들과 그들에게서 일어나는 알 수 없는 실험!

 
진실 - 01
작성일 : 19-09-02 20:43     조회 : 191     추천 : 0     분량 : 47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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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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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래식한 음악이 연회장에 울려 퍼진다. 연회장에는 가면을 쓴 사람들이 고급스러운 의복을 갖춰 입고 저마다 어울리지도 않는 사람끼리 짝을 지어 춤을 추기 바쁘다. 나는 저들 틈에서 빠져나와 벽에 등을 기댄 채로 술을 마신다. 한 손에 들린 술잔이 빈 잔을 드러냈다. 나는 관리인으로 보이는 웨이터에게 빈 잔을 건네고 다시 벽에 등을 기댔다. 팔짱을 꼈다. 그리고 무언가를 응시하기 시작했다.

  흰머리가 가득한 가면을 쓴 남자와 그와 함께 춤을 추는 어울리지 않는 옷과 가면을 쓴 여자였다. 여자는 나와 눈이 마주치지만 일부러 시선을 돌렸다. 나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여자는 나와 달랐다. 남자와 한참을 춤을 춘 여자가 내게 다가왔다.

  그리고 웃으며 내게 말했다. 신이라도 나 보인 듯.

  “난 지금부터 짝짓기를 시작할 거야. 너도 딥이나 미들 구역 여자 꽤서 짝짓기 해. 불쌍하고 처량하게, 그렇게 서있지 말고.”

  짝짓기를 할 거라는 여자의 말에 나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대신 여자의 말에 작은 실소가 터져 나왔다. 여자의 말에 어울리는 답은 그뿐이었다.

  시끄러운 음악 소리가 크게 들렸다. 나는 마음에 들지 않아 미간을 힘껏 찌푸렸다. 여자의 맹랑한 말 때문은 아니었다. 그저 음악 소리가 너무 컸고 내 귀를 괴롭게 만들었다.

  “얼른 가지!”

  늙은 그 남자가 여자에게 소리쳤다. ‘얼른 가지.’남자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B구역의 여자 따위는 자신의 말대로 행동할 거라는 것을. 그래서 그 남자는 기다리는 게 싫었다. 젊은 여자를 마음대로 만나고 싶어 했다.

  여자는 남자의 목소리에 뒤를 돌아 남자에게 다가갔다. 나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여자의 뒷모습을 응시했다. 그리고 여자가 나가자 나의 시선도 다른 곳을 향했다. 지겨운 게 끝났다는 듯이 표정도 변했다. 미간의 주름이 펴졌고, 얼굴 근육이 더 유연해졌다.

  테이블 의자에 앉았다. 내 손에는 술잔이 들려있다. 웨이터는 나의 빈 잔을 보더니 검은색의 병에든 술을 내게 따라줬다. 블랙 러시안…… 하지만 술은 이름처럼 검지 않았다. 약간의 검은색이 섞여있는…… 그 정도였다.

  술을 한 잔 마셨을 때 느낌이 이상했다. 내 마음을 모르는 듯 내 잔이 빈 잔을 드러낼 때마다 웨이터는 내 술 잔을 가득 채웠다.

  한 여자가 내 옆에 앉았다.

  검은 생머리의 낯선 여자. 난 그 여자의 시선이 느껴졌다.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와 눈이 마주쳤다. 여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다리를 꼬고 와인이 가득 담긴 와인 잔을 기울였다.

  “잘래요?”

  여자가 내게 건네 말이었다. 대담했다. 아주 대담했다. 여자는 가면 속에 가려진 두 눈으로 나를 유혹하는 듯 쳐다봤다. 나를 보고 살짝 미소를 지었다.

  “현진이에요.”

  여자가 말했다.

  여자의 이름은 현진이었다.

  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내 이름을 말하지 않았다. B-114의 여자 이름은 아직까지 모른다는 걸 드디어 알아버렸다. 감각이 무뎌졌다.

  나는 깊은 생각에 빠져버렸다. 내 시선은 블랙 러시안이 가득 담긴 잔에 가있었다. 그리고 별다른 생각은 없었다. 저 현진이라는 여자가 갔으면 좋겠다. 하지만 현진은 내 생각처럼 행동하지 않았다. 나를 마치 사연 있는 남자를 보듯 쳐다봤다. 현진은 손을 들어 내 등을 쓰다듬었다. ‘쓰다듬었다’라는 말보다는 어루만졌다는 말이 더 어울렸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 뭐 기다리는 여자라도 있는 거예요?”

  현진이 물었다.

  이 여자는 아주 귀찮은 여자였다. B-114의 여자만큼은 아니었지만 너무 귀찮다.

  “네. 있어요.”

  사실은 없었다. 하지만 귀찮은 걸 떼어내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었다.

  현진은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내게 이런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그 여자 아주 운이 좋은 여자네요.” 나는 현진의 말의 뜻을 이해했다. 하지만 그런 여자는 존재하지 않았다. 나는 B-114의 여자를 기다리지 않았다.

  나가면 할 게 없었다.

  그렇다고 관계를 형성하고 싶지는 않았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의 한계를 느낀 나는 이렇게 사람이 많이 있는 곳에 있고 싶었다. 그뿐이었다. 사람의 냄새가 사람의 목소리가 듣고 싶었다. 그뿐이었다.

  연회장의 출입구가 몇 번이나 열리고 닫혔다. 여자의 말처럼 저마다 찍짓기를 하기 위해 이 연회장을 빠져 나간 사람들이다. 연회의 밤에서 만났다고 B구역에서 D구역으로 간 사람이 있을까……?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런 사람이 있다는 말은 들어본 적도 없다. 하긴…… 다른 사람들이랑 말을 섞어본 적도 없는데…… 알 수 없지.

  여자에게 물어보고 싶지만 자존심 때문에 물어보지 못하겠다. 여자는 분명 나를 자신과 같은 속물로 볼 게 뻔하다. ‘너도 B구역으로 가고 싶은 거야?’라고 물어볼 게 뻔하다. 나는 여자를 모르지만 어찌보면 가장 잘 알고 있는 거처럼 느껴졌다.

  여자가 말하는 것의 반대가 진실이다. 나는 여자의 말이 뭐가 진실인지 판단할 수 있다. 지금까지 여자를 보면서 알게 된 것은 여자의 말에 진실이 없다는 것이다. 여자는 내게 거짓만을 말하고 있다. 하지만 여자는 자신이 거짓말이 진실인지 알고 있다. 마치 리플리 증후군에 걸린 사람처럼.

 

  다이닝룸 안은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로 가득 메워졌다. 나는 그런 소리가 싫지만은 않았다. 그런 소리가 마음에 들었고 반가웠다. 하지만 나는 그런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홀로 외롭게 테이블 의자에 앉아 밥을 먹었다. 하지만 평소처럼 B-102로는 가지 않았다. 나를 외로운 사람처럼 볼 수는 있지만 나는 전혀 외롭지 않았다. 나는 사람들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나의 시선을 느끼지 않는 듯 행동을 멈추지 않았다. 나는 그게 마음에 들었다.

  밥을 다 먹고 다이닝룸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휴게실로 향했다. 휴게실에는 다이닝룸 보다는 사람이 적었다. 식사 시간 때문인가……. 주인 없는 소파에 앉아 TV를 봤다. TV 속에는 재미없어 보이는 그리고 자막 도 없는 미국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영상만 봤다. 소리는 듣지 않았다.

  문이 열렸다.

  여자였다.

  여자는 나를 발견하고 내 옆에 앉았다.

  연회의 밤 이후로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다.

  “알아 들어?”

  여자가 물었다. 그리고 나도 알고 있었다. 내가 알아듣지 못한다는 것과 여자도 TV 속에서 나오는 말들을 알아 듣지 못한다는 것을. 하지만 나는 여자의 말의 요점을 알지 못하는 척 말했다.

  “뭐가.”

  “뉴스.”

  “못 알아듣지.”

  “나도.”

  나는 여자의 말에 여자를 쳐다봤다. 그러더니 여자가 내게 물었다. “왜?”

  “아냐. 아무것도.”

  아냐, 아무것도. 네 말이 거짓인 걸 다 알고는 있지만 이렇게 확신하니까 이상해서. 이게 내가 하고 싶은 말이었다. 그리고 너는 네 거짓들을 금방이라도 잊어버리는구나. 이건 일깨워주고 싶은 말이다. 거짓말을 하기 위해선 자신의 거짓들을 알고 있어야 하니까…….

  나는 리모컨을 들어 TV 채널을 바꿨다. 더 이상 저 오래 된 뉴스는 보고 싶지 않았다. 채널을 바꾸자 여자가 좋아하는 드라마 채널이 스크린을 비추기 시작했다. 여자는 나의 행동에 고마운지 나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여자를 위한 행동은 아니었다.

  나는 여자에게 리모컨을 넘겨주고 소파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휴게실을 빠져 나갔다.

  휴게실 밖에서 뒤를 돌아 여자를 쳐다봤다. 여자는 내가 나간지도 모른 채 TV 속 드라마에 빠져 있었다.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휴게실 속 몇 몇의 사람들이 나처럼 여자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짜여 진 컴퓨터 프로그램 같았다.

  나는 사람들의 행동에 소름이 돋았다. 하지만 여자는 그들의 행동을 인지하지 않은 듯 보였다.

 

  담배 연기로 가득 차있는 흡연실 안으로 들어왔다. 나는 주머니에서 담배와 라이터를 꺼냈다. 담배를 물고 라이터로 불을 지폈다. 내 눈앞에 희뿌연 연기가 가득 메워졌다.

  쓰레기 통 안에는 수십, 수백 개의 담배꽁초가 버려져 있었다. 그리고 내 앞에 있는 종이컵에는 네다섯 개의 담배꽁초가 있었다. 한 사람이 줄담배를 피운 흔적이었다.

  찬바람이 흡연실 안으로 들어왔다. 문을 열고 들어 온 여자였다. 여자를 발견한 나는 담뱃재를 털어냈다. 여자는 나를 발견하고 내게 다가와 내 옆에 섰다. 여자는 나를 따라다니고 있었다.

  “어?”

  여자가 내게 손을 내밀었다.

  나는 그런 여자의 행동에 여자의 얼굴과 손을 번갈아 봤다.

  “담배 달라고.”

  “너 담배 펴?”

  내 말에 여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여자가 담배를 피우는 걸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더 이상했다. 내가 알지 못하는 또 다른 진실을 알게 된 기분이었다.

  나는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여자에게 한 개피를 넘겨줬다. 여자가 담배를 입에 물자 라이터로 불을 붙여줬다.

  담배 연기를 내뿜은 여자가 나를 보며 말했다.

  “나 골초야 골초.”

  나는 여자의 말에 나도 모르게 실소를 내뱉었다. 여자는 실소 대신 연기를 내뱉는다. 여자는 도너츠를 만드려고 하지만 계속해서 실패한다.

  “담배 핀 거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내가 말했다.

  “네가 나한테 관심 없는 거 아니야?”

  여자가 말했다.

  맞았다.

  여자에게 관심은 없었다. 그저 여자의 말이 거짓과 진실 중 무엇이 맞는 걸까, 한해서는 관심 투성이었다.

  나는 여자의 말에 아무런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 그저 담배 연기만 내뿜었다.

  “내 이름은 알기나 하니?”

  여자가 아주 작은 말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내가 들을 수 없는 음성이었지만 아니었다. 나는 두 귀로 똑똑히 들었다. 여자는 내가 듣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나는 귀가 아주 좋고 예민했다.

  나는 여자의 말에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고 계속해서 연기를 내뿜었다.

  흡연실 안을 가득 채운 담배연기가 나와 여자를 감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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