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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완] 벙커
작가 : 강냉구
작품등록일 : 2019.9.2

2048년, 정체를 알 수 없는 바이러스로 인해 세계가 멸망 후 벙커에 살게 된 상류층들과 그들에게서 일어나는 알 수 없는 실험!

 
거짓 - 01
작성일 : 19-09-02 20:43     조회 : 199     추천 : 0     분량 : 4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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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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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이 지났다. 그 며칠 동안 아무 일이 없었다. 진정제를 맞지도 이상 행동을 보이지도 여자가 문구멍으로 날 보지도 않았다. 아주 평범했다. 나는 그 평범함이 영원하기를 바랐지만 아무도 내 바람을 들어주지도 듣지도 않았다.

  “무슨 생각 하고 있던 거야?”

  내 옆에 맨 몸으로 누워있던 여자가 내게 물었다.

  “아무 생각도…….”

  여자는 아주 하얗다.

  “그래……?”

  내 말에 여자는 내 가슴팍 위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갓난 애기 쓰다듬듯 내 가슴팍을 쓰다듬었다. 아무런 말을 내뱉지 않았다.

  “내가 재미있는 거 하나 알려줄까?”

  나는 여전히 같았다. 여자의 말에도 호기심 가득한 표정을 숨긴 채로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 그냥 얕은 숨만 내뱉었다.

  “벙커 오기 전 얘기야.”

  여자는 비로소 나의 거짓된 표정에 허물을 벗기기 시작했다.

  나는 시선을 여자에게 옮겼다. 여자의 목울대가 울렁이기 시작했다. 도대체 이 여자는 어떤 재미난 이야기를 할까…… 아주 많이 궁금하다.

  “벙커 오기 전에 난 화학물질을 제조 했어.”

  여자가 말했다.

  그 다음의 여자가 내뱉는 말은 나를 미치게 만들었다. “미 정부에서.”

  “뭐?”

  “응. 미 정부에서는 난민과 불필요한 인구수를 줄이기 위해 천천히 고통 없이 사람을 죽이는 화학물질을 제조하려고 했어. 익스트리마도(extremado)…… 그게 이름이었어. 근데 그 제조 과정에서 바이러스 변형이 일어났나 봐. 생쥐가 만 하루도 못 가 죽었어. 일흔 여덟 마리가. 그런데 미 정부에서는 신경을 쓰지 않았어. 아니…… 더 좋아했지. 그건 홀로코스트야. 아우슈비츠 가스실 보다 더 큰 배경을 가진 홀로코스트.”

  “아…….”

  “옴리진교…… 그 놈들처럼 정부가 바이러스를 발포했어. 죄책감도 없어. 왜인지 알아? 홀로코스트를 일으킨 놈들은 죄책감 따위 없거든.”

  여자의 말은 아주 소름끼쳤다. 온 몸에 닭살이 돋는 기분이었고, 바람이 내 살갗을 스치는 느낌이 들었다. 몸서리쳤다. 여자의 말은 아주 끔찍했다.

  “걱정 마. 난 일이 떠지기 전에 손 뗐어. 사람을 죽이는 데 동조하지 않았어.”

  여자가 말했다. 아주 침착했다. 하지만 나는 그런 침착한 여자의 말을 믿지 않았다. 사실은 믿지 못한다는 게 맞는 표현인 거 같다. 어떻게 그런 일을 할 수가 있지? 최후의 수단이 벙커인가? 지상에는 쓰레기가 되어버린 건물들이 넘쳐나고 결국 인간은 지하로 가게 된다는 걸 알고 있었을까?

  “다행히 그 전에 돈을 빼돌렸지. 내가 살면서 가장 잘 한 일이 그 일이야. 그건 그렇고 너는?”

  “뭐?”

  “너는 뭐 했어?”

  여자가 물었다.

  내가 뭘 했더라…… 3년 반 만에 처음으로 내가 뭘 했던 사람인지 생각해보았다. 내가 뭘 했더라…… 아…… “난 프로그램 해킹을 했어.” 내가 말했다. 사실이었다. 거짓인지 진실인지 알 수 없는 여자의 말과는 달리 나는 사실을 말했다.

  “해킹?”

  “벙커 프로그램을 해킹 했어. 해킹은 생각보다 너무 쉬웠어.”

  “그게 쉽다고? 그럼 이 벙커 안의 절 반 이상은 너처럼 해커겠네.”

  그럴지도 모르지. 나만 해킹 프로그램에 접속을 했다는 거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 여자의 말이 맞을 수도 있다. 나처럼 가족 없이 혼자 온 사람들을 의심해봐야겠지.

  “그런데 웃긴 건 내 이름을 명단에 올리고 나니까 바이러스가 걸렸어.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나 혼자 벙커로 왔어. 가족들은 이미 바이러스 때문에 죽었겠지.”

  “유감이네. 그런데 여기서 죽음은 그리 유감인 게 아니야. 모두 가족을 잃은 사람들이야. 불쌍하게 여길 필요 없어. 난 그런 마음은 더더욱 없고.”

  여자의 말은 내 기분을 더 상하게 만들었다. 나는 그런 여자의 말을 무시하고 내 말을 늘여놓기 시작했다.

  “그리고 벙커에선 뭐든 할 수 있어. 난 돈이 아주 많거든. 부족한 게 없어.”

  내 말에 여자는 코웃음을 보였다.

  “그렇게 돈이 많으면 차라리 D구역으로 가지 그랬어.”

  그럴 걸. Z한테 가서 떼라도 쓸 걸. D구역 주민이라면 이 여자를 만날 일도 없을 텐데. 또 다시 아주 커다란 후회가 내 몸을 감싸기 시작했다.

  “아아”

  익숙하지만 불편한 소음이 나를 깨웠다.

  “안녕하세요. 벙커 주민 여러분들.”

  그 소음이 끝난 후에 Z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Z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 스피커를 쳐다봤다.

  “바깥 상황은 별반 다를 거 없습니다. 48채널 폐쇄회로로 보이는 모습들이 바깥 상황입니다. 생존자는 이 세계의 모든 벙커에 있는 사람들과 여러분들뿐입니다.”

  “지랄.”

  Z의 말이 너무 우스웠다.

  그런 나를 보고 있던 여자는 의아한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왜?” 나는 여자의 물음에 여자를 한 번 쳐다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볼게. 피곤하다.”

  “뭐? 벌써? 나 심심한데 조금만 더 있다가 가면 안 돼?”

  여자는 나를 붙잡았지만, 나는 여자의 말을 들어주고 싶지 않았다. 나는 뒤를 돌아보지도 않고 B-114를 나왔다. 미련이 없었다. 더 있고 싶지도 않았다. 그냥 얼른 B-102에 들어가서 잠을 청하고 싶었다.

  복도 위를 걷는 내내 기분이 나빴다. 여자가 나를 보고 있는 건 아니었다. 스피커에서 들려오는 미세한 소음이 나를 짜증나게 만들었다.

  배가 고파졌다. 얼마 전에 B-114에서 여자랑 밥을 먹었는데 눈칫밥을 먹기라도 한 걸까? 벌써 소화가 돼버린 건가……. 나는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뭐라도 내 뱃속에 쑤셔 넣어야 될 것만 같았다. 정말 맛이 없어도 괜찮으니까 이 병 적인 허기가 얼른 가셨으면 좋겠다.

  식당에는 많은 사람이 있었다. 벌써 시간이 저녁 시간인가……? 하지만 시간은 알 수가 없었다. 그게 벙커였다.

  나는 사람들을 비집고 자판기 앞으로 향했다.

  대부분의 도시락은 이미 sold out이었고, 남아있는 거라곤 생전 먹을 생각을 해보지도 않은 음식들뿐이었다.

  차라리 굶지 뭐…….

  내 생각이었다.

  갑각류 알레르기로 죽을 바에 굶는 게 낫다. 물로 배나 채워야지…….

  식당을 빠져 나온 나는 B-102로 향했다. 그 어떤 방해꾼이 날 막지 않길 다시 한 번 바랐다.

 

  B-102 안에 들어오자마자 수면제를 수십 알 먹은 사람처럼 정신이 몽롱했다. 하지만 잠에 빠지거나 하지 않았다. 나는 협탁 위에 올려 진 페트병을 들고 미친 듯이 물을 마시기 시작했다. 며칠을 사막 위를 거닐던 사람처럼 갈증이 내 모든 감정을 지배한 사람처럼 마셨다. 물로 배를 채워야 되는 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나를 괴롭히던 허기가 가시니 괜찮았다.

  침대 위에 누웠다.

  침대 위에 한참을 누워있을 때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구두 굽 소리가 또각또각, 시계바늘 소리가 째깍째깍. 그리고 엄마가 옆에서 재잘재잘. 정신이 몽롱해지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다. 집에 온 기분이 들었다. 도대체 이게 얼마만이지……. 3년…… 아니 4년인가……. 시간에 대한 개념이 사라졌다. 연회의 밤이 여섯 번…… 일곱 번 했으니까 3년 하고도 반이 더 지나버렸다.

  나는 갑자기 궁금해졌다. 오늘은 몇 월 며칠일까. 오늘의 날짜를 아는 사람은 이 지구에 존재하고 있을까? 하지만 나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채 한심한 나의 질문을 혼자 삼켜냈다. 너무 한심하다. 또 다시 나는 이 벙커와 동떨어졌다.

  사람이 가득한 크루즈가 돗단배 옆을 지나간다. 크루즈가 내뿜는 소음으로 돗단배가 뒤집어졌다.

  물을 아주 많이 먹었다. 그 물에는 아주 더러운 바이러스가 가득했지만 돗단배 위에 올라탄 사람은 죽지 않았다. 그냥 평소처럼 아무도 없긴 어두운 바다를 헤엄쳤다.

  몸이 이상했다. 근육이 뭉친 거 같다. 한 동안 운동을 하지 않았는데…… 하지만 체력 증진 센터로 가는 건 아주 귀찮았다. 수면제를 수십 알 먹은 몽롱한 이 정신은 나를 괴롭혔고 운동 따위에 내 정신을 놓아줄 거 같지 않았다.

  “운동은 내일 가는 게 낫겠어…….”

  물론, 나를 괴롭히지 않는 누군가가 사라진다면. 그 사람이 여자일 수도 있고 Z의 소름끼치는 음성일 수도 있고 나일 수도 있다. 그래서 누군지는 확답을 할 수가 없었다.

  “하…….”

  입으로 아주 큰 소리의 한숨을 내뱉었다. 그 소리는 내 목울대에서 진동을 내뱉기 바빴다. 그 진동은 아주 기분 나빴다. ‘아…… 아…….’ 나는 계속해서 소리를 냈다. 목에 뭔가 껴있는 기분이 들었다. 매실 씨앗이다. 하지만 나는 매실 씨앗을 빼내기 위해 구역질을 하지 않았다. 그냥 그러려니 움직이지 않고 침대 위에 누웠다.

  침대에 누워있는지 한참 지난 듯 나를 괴롭혔던 몽롱함이 사라졌다.

  나는 그 기분이 매우 마음에 들었다.

  내게 남아있는 거라곤 아무것도 없는 기분이었다.

  나는 그 기분이 매우 마음에 들었다.

  나를 방해할 게 아무도 없었다. 마음 놓고 잠을 청할 수도 있고 내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다. 그러나 내가 고개를 돌렸을 때 나의 행복했던 기분은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Z. 날 보고 있어?”

  고개를 돌려 폐쇄회로를 쳐다봤다. 저걸 떼버리고 싶고 부수고 싶지만 나는 지난 3년 이라는 시간동안 하지 않았다. 이곳의 틀을 망가트릴 생각은 없었다. Z가 날 매일 지켜보는 것도 아니고…….

  “한심하다…….”

  내가 나를 생각하는 그 본심이다. 나는 너무 한심한 존재였다. 차라리 해킹을 하지 말 걸. 여자한테 그 화학물질 만드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할까……. 문제는 그 약물들이 이곳에 없다. 한심한 생각을 했다.

  “운동이나 해야지.”

  나는 그 한심한 생각을 떨쳐내기 위해 귀찮은걸 해야 했다. 그건 바로 운동이었다. 침대에서 일어난 나는 서랍의 문을 열고 운동복을 꺼냈다.

  케케묵은 냄새가 났다.

  어차피 운동 하면 냄새가 날 테니까…… 운동 하고 세탁하면 되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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